Q) 사형장에 신부님들이 입회하는 경우가 많죠. 죽음과 접한 공간에 종교가 다리를 놔준다고 느끼기 때문인데, 세계적으로 선진적인 나라는 사형 제도를 없애버리고 있어요. 형벌은 나쁜 일에 대한 응보보다는 다시 교육을 시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바꾸자는 건데, 제가 알기는 교회 내에서 사형제도를 없애라 하는 움직임이 있던데요.
A) 네. 있습니다. 저도 사형에 직접 입회해 본 경험도 있습니다. 하나는 6.25때 공비 사형집행이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형식적으로 절 불렀는데 종교인으로 입회하기 위해서, 그 때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동포를 꼭 죽여야 하는가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보는 총살형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대구 교도소 신부로 나갔을 때, 살인강도 범인 하나를 사형시키는 자리에 입회했다. 입회한 소감은 그 사람으로부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 사람이 신앙에 귀의했는데, 그 자세에 감명을 받은 거죠. 줄이 끊어져서 도중에 다시 줄을 고쳐가며 재집행을 하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두 번 죽이는 과정이었는데 두 번 모두 태연하게 받아들이더군요. 믿음의 자세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 사형 이후에 사람들이 반드시 죽여야 했나하는 말이 나왔을 정도에요. 사형제 폐지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저는 확신범이나 양심범은 집행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금방 폐지하기 어려울지는 몰라도. 흉악범인 경우에도 가능하면 사형 언도를 내렸더라도 집행을 안 하고, 정말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행정적으로 뒷받침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적 의미의 확신범과 양심범들 역시 이들의 사형집행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북에서 온 공비가 그랬을 경우는 어떤가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제가 종교인이기 때문에, 이북에서 넘어온 공비 중에도 사형 언도를 받았더라도 노력을 하면 오히려 참된 의미의 인간성 회복의 길이 있으니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치범에게는 사형이 없기를 바라고, 사형제도 자체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으니 제도 자체를 없애는 방법을 법조계 분들이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Q) 가톨릭 교회가 하는 재판에도 (사형이) 있었죠?
A) 불행스럽게 그런 일이 있었죠. 그래서 오늘날 크게 후회합니다. 종교재판이 있었습니다. 그 시대의 상황을 알면 이해할 수 있지만, 본시 교회적인 정신은 아니었고 교회사 안에서 오점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교회가 절대로 사형폐지론으로 말한다고 해서 교회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가 잘못했지만 잘못한 것을 되풀이 할 필요가 있겠나 싶습니다.
Q) 사람 죽고 사는 것과 관련해서 민족적인 차이가 있지 않나요? 소련에서 공산혁명 중에 사람이 엄청 죽었습니다. 그에 비해 중국은 덜 죽지 않았나? 구체제에 있던 정적을 죽이면서, 슬라브 민족의 잔인성을 설명하기도 했어요. 사회적으로 이런 잔인성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A) 이렇게 말하면 오해를 받을 수 있는데, 한 때 반공을 위해서 `때려잡자 김일성!`이런 구호가 있었습니다. 반공 의지를 고취시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표현이 어른들은 모르겠지만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표현이 굉장히 잔인하죠. 반공의 효과는 있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에 잔인성을 심어줄 염려가 있습니다. 교육적인 문제가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 종교생활에 올바르지 못하고 커가면서 잔인한 심성을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반공을 위해 보탬이 되기보다 역작용을 나타내지 않겠나 합니다. 슬로건 하나라도 좋은 뜻이라도 생각하고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입력일 : 20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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