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제는 동양 서양 얘기를 했죠. 그런데 서양에 가셨다는 게 뮌스터 대학에서 공부를 하신 얘기를 했습니다만 전공하신 분야가 사회학으로 되어 있는데요. 신부는 그저 신학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뮌스터대학에서는 철학을 공부하셨고 또 사회학, 그런데 신부가 공부를 한다고 할 때 어느 공부는 안하고 어느 공부는 하는 그런 폭이 존재 하는가요?

A) 물론 원칙적으로는 신학 중심이고요. 또 거기 철학이 준비과정으로서의 철학이 있고 그리고 신학을 하는 것이 예전의 방식 이었는데, 요즘에는 그 방식을 따르면서 더 다른 분야도 강화되는데 신부가 되기 위해서도 인문분야 그러니까 적어도 1,2학년 때는 인문분야가 많이 강조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고요. 물론 신부는 신학, 성서학 이런 분야를 주로 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또 그래야만 되겠습니다만, 그러나 신부에 따라서 사회학을 공부한다든지 혹은 다른 과학 분야, 심리학이라든지 여러 가지 자신의 소질이나 취미에 따라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권선생님 질문이 종교라는 것이 굉장히 종교 자체의 테두리, 종교라고 하면 신학이라든지 그런 것에 국한되는 것처럼 보시니까 사회학, 심리학 같은 다른 분야의 학문을 신부가 공부한다면 이상하게 생각하시는데, 물리학도 마찬가지고요. 다른 모든 분야의 공부를 신부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학 같은 것은 물론 공부를 하게 되면 일반사회학으로 시작했다가 교회 신학적인 입장에서 보는 사회학이죠.

Q) 그렇게 되면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신학적인 입장에서의 사회학이라는 게 뭔가...사회학은 과학적인 입장에서의 학문 아닌가요?

A) 네 방법론적인 입장에서는 과학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회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철학적인 사회관이라고 할까요. 거기에는 철학적인 사회관도 있을 것이고 신학적인 사회학도 있을 거 아닙니까. 특별히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볼 때는 기독교는 개인적인 구원에서는 아니고 사회전체의 구원관을 가지고 있는 역사의 구원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기독교적인 사회학 입니다. 전 세계 인류에 대한 구원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기독교거든요. 간단히 말하면 기독교가 선포하는 것이 무엇이냐. 그것은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면서 하나님의 사랑 아래에 모든 인간이 서로 형제적인 사랑을 가지는 것. 예를 들면 하나님이 아버지고 우리는 모두 자녀들이다. 우리는 모두 형제적인 사랑으로 사랑해야 된다. 그것이 결국 이상적인 하나님 나라다. 그 하나님의 나라를 실행하는 것이 현실의 기독교 라는 것이죠. 이것은 그 자체가 벌써 사회적인 측면을 가진 것입니다. 사회적인 것이 바로 기독교입니다. 만일 기독교가 사회전체에 대해서 이와 같은 이념이라 할까 믿음을 선포하는 것을 포기한다면 기독교가 아니죠. 그러니까 기독교는 그 자체의 신학에서 사회학이라는 것을 안 가질 수 없다고 볼 수도 있겠죠. 그래서 제가 사회학을 공부한 것이고 뮌스터대학교에서 지도교수로 계시던 분의 영향이 있었죠. 그길로 간 것도 그분의 영향이 강했습니다.

Q) 그런데 사회학도 여러 갈래가 있죠? 프랑스 학풍이 다르고 미국의 학풍이 다르고 개인 교수에 따라 다르고 그래서 사회학이 테두리다 분명하지 않은 학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단 말이죠.

A) 그런데 그때 저는 일반적인 사회학을 하는 동시에 신학도 했어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신학과 관계되는 사회학이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희 지도교수님도 신학교에 속하는 저와 같은 신부였거든요. 그분도 저와 같은 추기경입니다. 그렇게 신학을 하면서 사회학을 했고 거기에서 저의 교수가 저에게 특별히 요청한 것은 그분의 호기심도 있었겠지만 "너는 기독교적인 사회학의 테두리에서 네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를 한번 연구해 봐라. 그 중에서도 한국의 가족제도를 연구해 봐라" 이렇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테마를 피해보려고 무척 애를 썼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서 한국에 대한 자료도 없고 그래서 학과를 바꾸려고 까지 했죠. 오랫동안 바꾸려고 생각했는데 중간에 제가 다른 일이 있어서 한 2년 넘게 공부를 중단해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교회 관계자분이 오셔서 독일에 방문 오셨다가 병이 나서 그분 병간호를 해드리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중단했습니다. 아무튼 그 교수의 주장은 계속 그것이었어요. 그래서 부득이 거기에 가서 한국을 더 공부하는 제한된 자료였지만 거기서 오히려 한국의 양자 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한국에 책을 사다 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625전쟁에 대한 것도 거기에 가서 더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Q) 저는 사회학을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만 종교사회학이라고 해서 부르는 하나의 학문도 있더군요. 법사회학 이라는 말도 있죠? 그래서 가령 법 관계면 어느 나라의 법으로는 "무엇을 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라는 조문이 있으면 그 조문이 나라에 따라서 문장은 같다고 하더라도 그 법이 집행되는 모양은 나라에 따라서 다 다르다. 그 법이 집행되는 모양을 보고 공부하는 것이 법사회학이고 "조문은 이것이다"하는 것은 법학이라고 한다는 말이 있듯이 종교와 사회학도 그런 모양으로 갈리는 것 입니까? "하나님의 교리는 이런 것이다. 이 교리는 이러이러한 배경을 가지고 이런 뜻에서 나오는 것이다"하는 그것이 미국에서 논의되는 것과 한국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프리카에서 논의되는 것이 다 다르고 하지 않습니까?

A) 반드시 그런 의미가 아니고요. 예를 들면 한국에서 한국교회가 한국사회가 어떻게 발전하면 이상적인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까? 그러면 교회에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죠. 아까 제가 말씀드린 데로 한국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모두가 하나님을 믿는 것이고 믿는다는 것은 강요된 의미로 믿는다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정말 아버지로 믿는다면 모든 형제로써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 형제적인 사랑으로써 돕고 서로 사랑하고 공동체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코이노니아`라는 희랍의 표현입니다만 그런 공동체는 사랑의 공동체, 서로 나눠주고 서로 모든 것을 나누는 말이죠.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기독교가 보는 하나의 사회관입니다. 그러면 그런 사회관을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을 함께 연결시켜 공부하는 것이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보는 사회학이죠.

Q) 그러면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보는 경제학, 기독교적인 입장에서 보는 정치학 등 모든 학문에서 그런 입장이 가능하겠네요?

A)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에 있어서 기독교 정치학이다, 기독교 경제학이라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니죠. 그러나 그 기술을 쓰는 정신의 바탕에 있어서는 기독교 고유의 것이 있는 거죠. 예를 들면 자본주의도 같은 통계학의 기술을 쓰겠죠. 하지만 자본주의가 통계학의 기술을 쓰는 것과 기독교적인 사회관에서 통계학을 쓰는 것은 쓰는 목적과 의도가 다를 수 있겠죠.

Q) 조금 더 분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추기경님 말씀 중에 기독교 사회, 모두가 형제인 사회, 모두가 하나님의 아들인 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최근 정치하시는 분 중에 가톨릭교도인 한 분이 어느 공개 강연에서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다. 나도 하나님의 아들이어서 예수가 우리 형님이다"고 얘기 했다는 것이 정치하는 사람 간에 많이 회자되고 그것이 듣기 거북하다는 얘기들이 있는데요. 기독교인이 받아들이는 입장은 무엇입니까?

A) 구체적인 것을 제가 논평하는 것이 적합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원칙론 적으로는 교회가 "예수그리스도를 볼 때 예수그리스도는 우리의 맏이다"하는 표현이 있습니다. 맏형이다 는 말이죠. 그것은 성서적인 입장입니다. 그럴 때는 누구든지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은 "예수그리스도는 우리 형이다"라고 하죠. "나의 형이다"하는 것은 표현의 차이 이겠지만 "우리의 형이다"고는 할 수 있죠. "나 혼자의 형"이라고는 할 수 없고 "우리 모두의 형이다"고는 할 수 있죠. 신앙인의 입장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분이 신앙인의 입장에서 말했느냐 정치인의 입장에서 말했느냐는 별도의 문제이겠고. 저는 그런 의미로는 그 분의 의도가 불순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예수그리스도가 우리 형이다고 하니까 성서적인 부분을 잘 모르는데서 오는 오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Q) 형님, 동생의 입장에서 우리 형은 너의 형이 아니기 때문인 거죠?

A) 아뇨, 교회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해하기가 더 쉬운 거예요.

(입력일 : 2009.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