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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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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편 - 제17회 요즘 사회 분위기
김수환 추기경 편
제17회 요즘 사회 분위기
1980.04.17 방송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 당시 신군부에 뺏기기 전 동아방송(DBS)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DBS 초대석`에 4월1일부터 23일간 출연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이었던 권오기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 진행했던 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김 추기경은 유학시절이야기, 종교·정치, 여러가지 사회문제에 관한 생각 등을 들려 주었다.
Q) 예전에는 철학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고 어디가 월급이 많은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죠. 특히 젊은이들이. 그런 풍조와 연관해서 추기경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A) 사회가 사람을 너무 바쁘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을 위해 책을 읽을 시간이 줄고 있죠. 저도 조직 안에서 책임자 자리에 있다 보니 사무적으로 대하게 되죠. 안타깝습니다.
학생시대의 은사 가운데 한분이 해준 말이 생각납니다. 동경에서 공부할 시절 고독한 주말을 보내고 있었는데 독일인 사감(신부)님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너 고독해 보이는데 어떠냐? 사실 그렇다고 했죠. 그분이 자기 자신의 젊을 때 얘기를 하면서 책에 대해서 얘기하더군요.
도스도예프스키를 좋아하던 분이었는데, 젊을 때 3번 4번 읽는데 거듭 읽을수록 고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고. 특히 고전 읽기를 권하시더군요. 구체적으로는 네가 좋아하는 책들을 네 신변의 가까운데 너 나름대로의 도서관을 만들어라. 그 이후 저 나름대로 자기도서관을 만든다고 해 왔는데 잘 되진 않더군요.
삶을 깊게 생각하면서 산다는 것은, 책을 읽는 것은 인간 각자를 향상시킨다는 거고요. 만일 우리 국민이 독서할줄 모른다면 정신적인 공백을 가져올 겁니다. 독서에도 아무거나 읽는 게 아니라 깊이 있는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생각할 줄 아는 풍조가 젊은 세대와 국민에게 넓어질 때 국민 수준이 향상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문화 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교회에서 금서(禁書)라고 하죠. 지금도 있습니까?

A) 네, 금서목록이라고 교회에서 있었습니다. 지금은 금서목록 자체는 없습니다. 신자 아닌 분은 이해 못하시고, 신자 가운데서도 교회에서 못 읽게 하니까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하죠. 나름대로 그 시대의, 교회와 서구의 사상 풍조와 종합해서 생각해야만 아마 이해할 수 있겠죠.

Q) 개인적으로 교회가 금서라고 한 책을 읽으신 적이 있나요?

A) 알면서 의식적으로 읽은 기억은 안 나고요. 읽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금서더라고.(웃음)

Q) 책을 읽으라고 하는데요, 만화는 어떤가요?

A) 저는 만화를 좋아합니다. 신문 볼 때 만화부터 보죠.

Q) 아니 그런 만화 말고 진짜 만화요.

A) 어릴 적에는 많이 봤어요.

Q) 어머니들이 애들 만화 보지 말라고 하던데…?

A) 저 어릴 때는 재미있는 만화들이 많았습니다.(웃음)

Q) 교회건 누구든 기준을 정해서 금서로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요즘은 책이 너무 많아 골라 읽어야 한다는 거죠. 김수환 도서관이 있다면 도서목록 1호는 성경입니까?

A) 그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갑자기 이 방에서 나가야 한다면, 그냥 몸만 빠져 나간다면 만일의 경우에 무엇을 가지고 나갈 것인가 생각한다면 물론 성경이죠.

Q) 성경 다음은 무엇인가요?

A) 그 다음은 생각 안 해봤어요. (웃음) 아마도 그 다음은 성경을 읽는데 도움되는 책, 사전을 가지고 간다거나, 주석서를 가지고 가겠죠.

Q) 불전이나 또는 마호메트 등 다른 종교의 성경은 보셨나요?

A) 마호메트는 못 봤습니다. 불전은 관심을 갖고 읽다가 다 읽지는 못했지만 얼마 전에도 불전을 읽었습니다. 불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전통종교이기 때문에 제가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알아야 하지 않는가 하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Q) 사서삼경 등 유교쪽의 책은요?

A) 유교적인 것은 과거에 공부 좀 했죠. 물론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중국 한문자와 더불어 외국말로 번역된 책을 봤어요. 사실 한문을 깊게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읽을 능력이 없어요. 대학 공부도 외국어 중심이었기 때문에, 외국어로 번역된 유교 책을 봤지요.

Q) 우리 성경과 가깝다고 생각합니까?

A) 유교 경전도요, 성경을 알고 본다면 좋습니다. 하늘을 알고 공자의 천(天)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라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예의 이해도 기독교인인, 성서적인 바탕이 있을 때 더 넓고 깊게 이해된다고 봅니다.

(입력일 : 20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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