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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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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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편 - 제14회 카톨릭 계율
김수환 추기경 편
제14회 카톨릭 계율
1980.04.14 방송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 당시 신군부에 뺏기기 전 동아방송(DBS)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DBS 초대석`에 4월1일부터 23일간 출연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이었던 권오기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 진행했던 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김 추기경은 유학시절이야기, 종교·정치, 여러가지 사회문제에 관한 생각 등을 들려 주었다.
Q) 해방 직후 돌아오신 이후에 상황을 얘기해 주십시오.

A) 해방부터 거슬러서 얘기해보면 1946년 12월 18일에 귀국했습니다. 부산에 신부가 된 형님이 계셨습니다. 부산 도착할 때까지 신부가 되신지 몰랐습니다. 제가 아는 선배 집에 갔다가 형님이 계신 교회를 알게 되어 찾아갔습니다. 부산에 도착할 때는 일본에서 왔는데 동포들이 오랜만에 맞아주는 자세들이 틀려먹었습니다. 일본에서도 수용소에 갇혀 3일인가 밥도 못 먹고 왔는데 오후 늦게까지 바다에 두고 상륙을 안 시켜주었습니다. 상륙해서도 창고에다가 쓸어 넣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모처럼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조국에 대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창고에 쓸어 넣고 했습니다. 먹을 것은 못 줄망정 사 먹지도 못하게 가둬 두었습니다. 사람들이 항의를 해서 저녁 때 늦게야 나오게 되었습니다.
밤중에 나와서 선배 되는 사람 집을 알아 찾아갔는데 형수 되는 분이 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데 형수는 신부인 형이 왔는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한시라도 가서 빨리 만나고 싶었습니다. 형님과 연락선 타면서 헤어질 때 보일지 말지 하는 곳에서 우시는 모습을 기억합니다. 부산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형님은 신부로서 대구서 하원으로 나가는 길목에서 폐병환자들을 위한 대구요양원장으로 계십니다. 상당히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저녁 시간이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형님을 만나서 밥 좀 얻어 먹는 게 중요했습니다. 선배 집에 갔을 때 딱 밥 먹는 시간이었는데 형수가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는데 체면 때문에 밥을 못 먹었습니다.
며칠을 굶었고 배안에서도 먹은 게 없습니다. 건빵 몇 알 씹었을 뿐이고 밥 구경은 며칠 못 했습니다. 굉장히 배가 고팠는데 처음 보는데 체면 상 먹자라는 말을 못 하고 형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신부들이 사는 사제관에 갔는데 초인종을 누르니 어떤 부인이 나오시길래 김 신부님을 찾아왔다 하더니 식사시간이라고 문을 닫고 기다리라고 했다. 부인이 문을 열 때 조그만 국민학교 다니는 연령의 아이가 어둠 속 불빛 아래서 제 얼굴을 직시하더니 집 옆 식간을 쫓아가 신부님 동생이 왔다고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 왜정 때 군대간 사진을 늘 자기 책상위에 놓고 있었는데 교회 다니던 얘들이 형님 방에 드나 들면서 형님 방에서 자주 놀고 했는데 그 중 한 아이가 형님한테 말한 것입니다. 형님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반가워 쫓아 나왔고 며칠 만에 밥을 먹었습니다.

Q) 그리고 대구로 가셨나요?

A) 부산에서 며칠 있다가 4~5일 대구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때 조금 서글픈 기억인데 기차라든지 창문이 망가졌고 또 기차에 시트 같은 것도 다 뜯어지고 저로서는 해방된 우리조국에서 어떻게 해서 우리 민족이 공명심이 없어졌는가 많이 생각을 했습니다. 들리는 이야기가 희망적인 것보다 반대되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부산서 대구 오는 기차가 어두운 저녁이었는데 기차 안에 객차 안에 전기가 없었습니다. 소매치기 쓰리꾼이 많아 가방을 벗겨간다고 해서 굴 지나갈 때는 가방을 뺏길까봐 가방 안에 책뿐이 없었는데 귀한 책이라서 가방을 움켜쥐고 대구에 왔습니다.
대구 오니 통행금지가 있었는데 그것 모르고 내렸다가 경찰서 앞에서 어딜 가느냐 하고 통행금지를 몰랐다가 걸렸습니다. 집이 어디냐 대구다, 집이 대구인데 통행을 모르느냐, 경관이 아주 오해해서 자기를 업신여긴다며 화를 내고 경관하고 대판 싸웠습니다.

Q) 경찰서 몇 개가 불타고 했던 46년 대구 10·1사건으로 경관들 신경이 날카로웠던 상태였는데 경찰관하고 싸우셨군요.

A) 네. 그것도 모르고 자연스럽게 말하다가 지금 금테 두른 사람 경위가 나와 차근차근 묻길래 이야기하고 집에까지 갔습니다.
해방된 나라를 찾아왔는데 배 위에서, 수용소에서 며칠 자고 그 때 시행된 통행금지가 계속 시행되고 있습니다. 마치 자기 집에 왔는데 남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청년 김수환의 얘기가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입력일 : 20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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