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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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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편 - 제7회 신문에 관한 얘기
김수환 추기경 편
제7회 신문에 관한 얘기
1980.04.07 방송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 당시 신군부에 뺏기기 전 동아방송(DBS)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DBS 초대석`에 4월1일부터 23일간 출연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이었던 권오기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 진행했던 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김 추기경은 유학시절이야기, 종교·정치, 여러가지 사회문제에 관한 생각 등을 들려 주었다.
Q) 오늘이 4월7일 독립신문이 민간신문이라고 해서 그날을 기념해서 신문의 날입니다. 신문의 날이라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환경입니다. 오늘날 신문의 형태가 없이 사회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확실한데,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돼야 하느냐? 요즘 신문에 대한 말이 많은데, 몸소 신문사 사장도 하셨더군요? 신문 얘기 좀 하시죠.

A) 교회신문에 2년간 종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정도 가지고 안다고 하긴 힘들고요. 정말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는 민주헌법도 중요하지만 언론자유가 기본 자유다. 다른 기본자유 중에서도 현대적인 기본이다. 만일 그게 없다면 다른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건데 아직 우리사회에 완전하게 주어져 있지 않아 유감스럽습니다.
언론인들이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앞장서서 투쟁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언론이 활발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의견 충돌도 마찬가집니다. 미디어로서의 역할 말이죠. 언론을 통해 소화될 때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그럼으로써 민주주의가 배양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 방송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Q) 동아일보가 60년이 돼서 잔치도 하고 그랬는데요, 신문이 참으로 어려운 시기를 걸어왔는데요, 반드시 영광스러운 일만을 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죠. 우리 사회가 자유가 한번도 주어져보지도 못했고, 자유가 너무 없었죠. 속박으로부터 풀린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것도 염려하는 분도 계세요. 책임 있는 언론이 돼야겠죠. 모든 신문은 불편부당 시시비비, 개성이 없는 쪽으로 흐르지 않나요? 정직한 의견들이 정직한 모양으로 나와서 서로 싸워서 타협하는 것도 낫지 않겠나요?
질문이 좀 어렵네요. 카톨릭 신문이라면 카톨릭 입장에서 얘기하잖아요. 감추지 말고 의견을 다 내놓으라는 거죠. 재벌이 신문하면 어렵다고 말하는데, 그것보다는 오히려 재벌의 입장을 다 얘기하고, 재벌 아닌 쪽에서 다시 충분하게 반론하는 과정을 거치자는 거죠. 그렇게 돼야 언론의 자유가 의미 있지 않겠느냐 이런 얘기 입니다.

A) 정직을 바탕으로 한다면 타당할 겁니다. 재벌이든 종교든,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갖고 정직하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인간과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 길이다고 한다면 얘기가 되겠죠. 만일 재벌이든지, 종교단체가 자기 이익을 은근히 깔고 그것을 비호하기 위해 언론을 가진다, 그것은 정직성의 결여라 근본적인 문제가 됩니다. 성경에 진리안에 너희가 자유롭다고 말하잖아요. 진리를 떠나서는 곤란하죠.

Q) 그 신문을, 그 방송을 어떤 사람이 만드느냐가 논의 안 되고 누가 가졌느냐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가진 사람 마음대로 언론이 운영 될 것이라고 생각하더군요. 신문 프로페셔널들은 단지 도구에 불과하다는 얘긴데, 이래가지곤 곤란하지 않나요? 언론의 자유라는 게 윤전기 주인의 자유는 아니지 않습니까. 범세계적인 보편성이 없는 언론은 무의미한 거 아니겠습니까?

A) 깊이 있게 생각을 안 해봤습니다. 보통 우리가 신문을 볼 때, 기사도 그렇고 특별히 사설도 심지어 동아일보의 경우도 횡설수설 같은데, 신문이 갖고 있는 얼굴이 있습니다. 결국 가면을 쓰고 있는 건가, 자기의 진실된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인가, 이 글은 사주를 위해 쓰는 건가, 정권을 위해 쓰는 건가, 국민을 위해 쓰는 것인가,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언론인들 생각 이상으로 국민들은 진실한 언론과 아닌 언론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부활의 생명을 다시 맞이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입력일 : 20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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