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DBS 리포트. 민요의 고향 스무번째 시간입니다.
동아방송에서는 대중생활 속에 살아있는 민요의 남은 모습을 되찾아 조상이 남겨준 생활 의식과 미의식을 오늘의 것으로 되살려 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묻혀 가는 민요를 찾아내고, 잃어버린 민속과 농촌 정서의 향상을 위해 하나의 민요가 구전돼 내려오는 현장과 함께 현지 농어민의 생활을 취재, 방송하고 있습니다. 상고시대에서 부터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 온 우리의 민요는 우리의 언어인 동시에, 우리의 염원과 호소, 저주와 울분등을 노래한 민중의 소리요, 시대의 부르짖음인 것입니다.
(음악)
민요의 고향. 오늘은 스무번째 시간으로 어제에 이어서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면 노물동을 찾아 생활과 풍속에 관한 민요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문명의 발달은 이곳 주민들의 생활을 많이 변하게 했고, 갈수록 판치는 대중가요의 물결은 이들 생활의 멋과 정서를 많이 앗아갔다. 그리고 이 백여호의 하나밖에 없는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밤마다 마을 회관에 모여 그들의 생활과는 어울리지 않은 환경을 보며,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의 벽을 하나 둘 쌓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노물동의 나이 많은 많은 노인들의 입에선 민요가 그치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다. 그것이 진정한 그 들의 생활이기 때문이다. 노물동 마을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발원굿이라는 것을 한다. 죽은 사람의 재현을 바라고, 명복을 빌며, 산 사람의 생활을 좀 더 윤택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죽은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예순 네살 하월출 노인에게 발원굿의 설명과 그 노래를 들어보자.
(음성 녹음 및 소리 - 발원굿)
이번엔 북망산으로 떠나는 상여노래를 예순 여섯살 김도식 노인에게 들어본다.
(음성 녹음 및 소리 - 상여노래)
상여를 메고 북망산에 닿으면 유택 속에 관을 넣고 지신을 불러 이를 알리며 달구소리를 하면서
유택을 밟는다.
(음성 녹음 및 소리 - 달구소리)
또 이곳 사람들은 생활 속에 많은 노래를 갖고 있다. 화투를 하며 부른다는 곱새치기를 여든 한살 박경선 노인에게 듣는다.
(소리 - 곱새치기)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민요가 하나 있다. 이제는 잘 불려지지 않는 노래이지만은 월월이 청청이라는 노래이다. 토연 노래라고도 부른다는 월월이 청청은 전라남도 우수영에 강강수월래와 같은 민속 놀이로서 꼬치같은 아내를 둔 김토연과 좌수 별감 딸과의 연애를 노래한 것으로 정월 대보름 달 밤에 마을 아낙네와 처녀들이 해변 모래사장에 모여 손에 손을 잡고 원무를 추면서 선창자가 사설을 붙여 노래하면 마을 아낙네들은 목청을 높여 월월이 청청을 합창
하는 것이다.
(음성 녹음)
예순 아홉살 김도순 할머니는 옛날에 노래를 배워 불렀던 얘기를 이렇게 들려준다.
(음성 녹음)
토연토연 김토연아 좌수별감 딸 보려고 열두 담장 뛰넘다가 서른 석 젤 큰 쾌자를 지짓닷푼 되었구나. 이제 나이가 많아 노래가 옛날 만큼 못하다는 일흔 살 이경순 할머니와 예순 아홉살 김도순 할머니에게 월월이 청청을 들어보자.
(소리 - 월월이 청청)
여성 생활의 갓갓이 속박에도 불구하고 노래속에 감춰진 아름다운 사랑의 감정이 풍부하게 그려져 있다. 김도순 할머니는 젊은이들이 이제 부르지도 배우려고도 하지 않아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즐겁고 흥겹게 부르던 옛 시절이 생각난다고 말한다.
(음성 녹음)
이제 고가가 됐다는 월월이 청청. 집안 울타리 속에만 갇혀 있던 아낙네들이 부모의 허락 속에 마음껏 뛰 놀수 있는 정월 보름날 밤을 손꼽아 기다리며, 가사를 적어 외어 불렀다고 말하는 이 할머니의 얼굴엔 그 날의 흥겹고 즐거웠던 감회보다는 크고 깊은 인고의 그늘이 하나 가득하다.
다시 이 할머니에게 그 옛날을 얘기 하면서 즐거움을 노래할 수 있도록 월월이 청청을 들려줄 수는 없는지.
(음악)
DBS 리포트 오늘은 민요의 고향 스무번째 시간으로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면 노물동을 찾아왔습니다.
지금까지 제작 이문현, 기술 심한구, 아나운서 김기경 이었습니다.
DBS 리포트를 마칩니다.
(입력일 : 20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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