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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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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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의 고향 - 제15회 민요 보존의 실태
민요의 고향
제15회 민요 보존의 실태
1974.10.05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DBS 리포트. 민요의 고향 열 다섯번째 시간입니다.

동아방송에서는 대중생활 속에 살아있는 민요의 남은 모습을 되찾아 조상이 남겨준 생활의식과 미의식을 오늘의 것으로 되살려 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묻혀 가는 민요를 찾아내고, 잃어버린 민속과 농촌 정서의 향상을 위해 하나의 민요가 구전돼 내려오는 현장과 함께 현지 농어민의 생활을 취재, 방송하고 있습니다. 상고시대에서 부터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 온 우리의 민요는 우리의 언어인 동시에, 우리의 염원과 호소, 저주와 울분 등을 노래한 민중의 소리요, 시대의 부르짖음인 것입니다.

(음악)

민요의 고향.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민요 보존의 실태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노새노새 젊어서 노새, 늙어지면 못 노나니 우리민요 한 노랫가락 중에 한 부분이다.

지금은 이 노래가 현실도피란 이유로 대중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주고 있지만은 여기에 담긴 뜻은 매우 철학적이다. 젊어서 열심히 벌고, 열심히 살아 출세를 하고, 부귀 영달을 얻어 본 들 남은 것이 무엇인가. 허망하고 속절없는 세월만이 흘러가 버리지 않았는가.

그러니 늙어서 부귀영화를 누리기 보다 순간순간 자기 행복을 추구함이 좋지 않겠는가.

민요 노래가락은 다분히 사색적이고, 달관한 인생의 뒤안길을 노래한 현대 히피풍 적인 민요였다. 그 어느 누구도 우리 민요를 천박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우리의 민요는 애절한 사랑과 넘치는 풍유로 가득차 있다. 절박하고 멋 없는 현대 생활보다 훨씬 자연적이고, 사색적이고, 정서가 넘친다. 생활이 고달파 이 고뇌를 잊으려 노래를 불렀고, 시대가 태평스러울때는 마음껏 자연과 인간의 본능을 추구한 노래를 우리 민족은 불러왔다.

국립 예술 고등학교 교장 성경래씨는.

(음성 녹음 - 사람 음성)

민요는 노래 잘하는 서울의 명창이 불러도 된다. 그러나 맛이 없어 보이는 것은 그 명창은 민요를 부르게 된 생활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찌 노래 잘 하는 가수가 어부의 애환을 알겠으며, 나무꾼의 사랑을 알 것인가. 민요는 바로 그 어부, 그 나무꾼이 불러야 제 맛이 난다.

(음성 녹음 - 소리)

그러나 세월이 흐르니 생활도 변했고, 생활이 변하니 민요도 부르지 않게 됐다. 그 시대에 살던 노인들은 하나 둘 사라졌고, 남은 노인들은 조용히 사랑방에 묻혀 남은 세월을 기다리는 형편이다. 그 민요의 주인공들이 사라지니, 민요도 그 고장을 떠나고 민요의 주인공이 사랑방에 묻히니 민요도 이제 사랑방에 묻혀 노인의 운명과 같은 신세가 됐다.

촌로들의 얘기들은 한결같이.

(음성 녹음 - 사람 음성)

(음성 녹음 - 사람 음성)

10년 후, 민요의 고향에 간다면은 그 민요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 유행가가 판을 치고, 손자들은 기타를 들고 팝송을 흥얼거린다. 이제 발생지의 고장에서 보다는 생활과는 관계없는 서울에서 흥미를 가지는 경우가 되어 버렸다.

(음성 녹음 - 소리)

국악 고등학교 여학생들은 신이나게 양산도 가락을 뽑는다. 이들 여학생들이라고 어찌 팝송을 싫어하겠으며, 인기 유행곡을 싫어 하겠는가. 그러나 우리 것을 익히고, 우리 것을 부르다보니 여기에 오묘한 맛을 느끼게 되어 있단다.

(음성 녹음 - 사람 음성)

민요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오묘하고 깊은 생활의 멋을 잊을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가끔 술자리에서 이 민요가 모독을 당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풍류가 지나치면 속된 말로 난잡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 여고생들의 얘길 듣고 혹 자신은 어떤지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어 보자.

(음성 녹음 - 사람 음성)

깊은 생활의 멋과 민중의 눈물이 담긴 민요를 경박하게 생각하는 풍조는 없을런지. 사랑이 어쩌니, 이별이 어쩌니 하는 현대식 외국 유행가나 고상한 줄 알고, 민요를 부르면 고지식한 보수 주의자라고 생각하는 풍조는 마땅히 제고의 여지가 있다. 우리 스스로 민요를 버릴 때, 몇 천년의 문화는 그 빛을 잃어가는 극단적 표현이 있다면은 지나친 말일까.

서울 음대 장사훈 교수는.

(음성 녹음 - 사람 음성)

그러나 이 정신문화를 우리는 얼마나 보존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하기야 문화재관리국에선 각종 무형 문화재를 지정해서 보존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 하지만은 민요에 관한 한 거의 정책 부재 상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시대, 그 사람이 변했으니, 똑같은 분위기의 민요를 보존하는 것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시대, 그 문화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민요가 영영 이 땅에서 사라지기 전에 무슨 대책에 세워져야 겠다. 이것은 개인의 힘으론 감당하기가 어렵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여기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겠다. 장사훈 교수는.

(음성 녹음 - 사람 음성)

(음악)

사라지는 민요. 민중의 얽과 낭만과 애환과 사랑이 사라진다. 고속도로에 밀려, 유행가에 밀려, 새 시대 새 물결에 밀려 우리의 민요. 민중의 소리가 멀어져 간다.

DBS 리포트 민요의 고향은 지금까지 15회 걸쳐서 방송해 드렸습니다.

한 민요가 생기게 된 배경과 그 지방의 생활 양식, 생활 정도를 종합 취재 했습니다만은 그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일일이 소개 못 해드린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자제의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민요와 그 민요의 배경을 정책 당국에서 충실히 수록해줄 것을 충고하면서 오늘로서 민요의 고향 시리즈를 마치겠습니다.

(음악)

DBS 리포트 민요의 고향.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사라지는 민요를 전해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구성 신영관, 기술 김창성, 아나운서 김기경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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