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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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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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의 고향 - 제8회 병산 민요
민요의 고향
제8회 병산 민요
1976.09.20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DBS 리포트. 여러분의 기업 현대자동차 제공입니다.

(음악)

동아방송에서는 대중생활 속에 살아있는 민요의 남은 모습을 되찾아 조상이 남겨준 생활의식과 미의식

을 오늘의 것으로 되살려 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묻혀져 가는 민요를 찾아내고, 잃어버린 민속과 농촌

정서의 향상을 위해 하나의 민요가 전해 내려오는 현장과 함께 현지 농어민의 생활을 취재, 방송하고

있습니다. 상고시대에서 부터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 온 우리의 민요는 우리의 언어인 동시에, 우리의

염원과 호소, 저주와 울분등을 노래한 민중의 소리요, 시대의 부르짖음인 것입니다.

(음악)

민요의 고향. 오늘은 그 여덟번째 시간으로 강릉시 병산에 파래요와 오독떼기를 소개합니다.

태백산 굽이굽이 아흔 아홉 고개를 넘어 정상에 오르면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우람찬 산허리를 병

풍처럼 두른 채, 유서깊은 고읍 강릉시가 보인다. 조선조를 풍미했던 송강 정철이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관동이 바로 이곳. 그래서 인지 이곳 강릉을 중심으로 한 사방 농어촌에는 그 어느곳 보다 민

요가 많이 전해 내려오는 민요의 황금 고장이기도 하다.

(소리 - 파래요)

아 파래야. 어 파래야. 등면산 중허리에 실안개 들어온다. 아 어 파래야. 안면죽도 실안개 돈다. 아

어 파래야. 강릉시 병산에만 전해 내려오는 고유한 민요 파래요다. 행정단위는 강릉시 두산동 병산으

로 돼있지만은 길이 험하고 버스가 드문드문 다니고 있어, 거의 벽지에 가까운 순수한 농촌마을 병산

이다. 험준한 태백산 기슭에 백 여가구의 농촌마을 병산에서 파래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파래

는 논밭에 물을 퍼 올리는 일종의 우물 비슷한 명칭을 말한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팔십을 살았

다는 전제서 옹은.

(음성녹음)

이곳은 옛부터 가뭄이 잘 타는 곳이라고 한다. 대개의 인근지역은 가뭄이 와서 논밭이 타버리지만은

이곳 병산 주민들은 타래를 이용해서 논밭에 물을 댓다. 그래서 파래요 가사중 ‘등면산 중허리에 실

안개 돈다.’ 라는 뜻은 바로 가뭄에 대한 그들의 호소요, 절규이기도 하다.

(음성녹음)

낮에는 논에 나가 일을 하고, 밤에는 파래를 푼다. 그래서 심한 경우 몇 달째 자식을 못 보고 일할 때

도 있다. 그 사이 자란 아들은 아버지를 몰라보고 울어버릴 때도 있단다. 가난한 농촌 생활 피땀나는

노동과 애환의 상징인 파래. 그래서인지 그 가락은 구성진 면이 흐른다.

(음성녹음)

밤이면 전 동민이 총동원 돼 파래를 푸며 노래를 부를 때, 그 여운은 창 너머 아낙네의 가슴을 뭉클하

게 한단다. 그럼 파래요를 다시 들어보기로 하자.

(소리 - 파래요)

타래요는 얼핏들으면은 만가, 즉 장례 때 긴 행렬을 서며 부르는 가락 같기도 하다. 본 동아방송 취재

반이 현지에 갔을 때, 이곳에서 민요수집에 열성을 보이고 있던 교육대학의 최정민 교수는 심산 유곡

까지 길을 안내하며 협조를 했다. 최교수는 파래소리는 전국에서 볼 수 없는 이 고장 특유의 노래라며

(음성 녹음)

이제 그 옛날 파래를 푸며 농사를 짓던 병산도 많이 변했다. 18년 전 수리조합이 들어서고, 물을 푸지

않아도 논 물은 이젠 충분히 댈 수 있게 되있다. 한 많은 파래도 사라지고 그대신 양수기의 발동 소리

가 한 밤에 울려퍼져 슬픈 노래 파래요는 한갓 옛노래로 변했다. 평생을 파래 푸는 노래로 뼈를 굵어

온 촌로들은 이제 팔십 고개를 넘어보며 옛시절 그들이 부르던 민요를 새삼 더듬 듯 노래를 불렀다.

민요의 주인공 살아있는 유일한 시대의 증인이기도 한, 촌로들은 이제 그 좋아하던 술도 마다하며 옛

날을 더듬는다.

(음성녹음과 소리)

올 해 일흔 네살의 황화원 옹은 오독떼기를 부르고 숨이 찼다. 오독떼기는 병산뿐 아니라 이 일대에서

그 가사가 조금씩 다를 뿐 꽤 널리 유행하던 민요의 하나다. 조령고개의 첩첩이 들어선 숲속에서 길

잃은 어린 선비의 얘기를 다룬 산골 정취가 담긴 민요, 오독떼기.

(음성녹음)

이제는 부를 사람이 없다. 뜻도 자꾸 변질돼 가고, 원래 가락을 아는 노인들은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났다. 부르는 사람이 떠나니 민요도 떠나고 얽힌 애환과 낭만도 떠난다.

(음악)

강원도 강릉시 두산동 병산리 마을의 민요를 소개해 드린 민요의 고향.

지금까지 구성 신영관, 기술 김창성, 아나운서 김기경 이었습니다.

(음악)

DBS 리포트. 여러분의 기업 현대자동차 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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