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DBS리포트
민족의 향기 - 제29회 활과 화살
민족의 향기
제29회 활과 화살
1980.10.29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입니다.

(음악)

오늘은 활과 화살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

활과 화살은 선사시대로부터 무기로 발전돼왔습니다. 특히 신라시대의 활은

사정거리가 멀고 명중률이 뛰어나 동양에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당나라에서도 질이 좋은

신라 궁을 높이 평가한 일이 있었으며 신라의 활 만드는 궁장을 초청해 활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활과 화살을 만드는 사람을 궁시장으로 합니다. 무형문화재 47호로 돼있는 궁시장에는

활 부문에 세 명, 화살 부문에 두 명이 인간문화재로 지정돼있습니다. 먼저 활은 중국산 물소 뿔로

만드는 흑각궁과 버드나무나 느티나무 등 주로 나무로 만드는 백각궁으로 나눕니다. 그러나 백각궁에도

소의 뿔이 중심부에 들어갑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활은 연습용인 백각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소의 뿔은 단단하지만 탄력이 부족해서 외국으로부터 쇠뿔을 수입해오고 있습니다.

12대째 경상북도 예천에서 활을 만들고 있는 인간문화재 권영록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또 경기도 부평에 살고 있는 인간문화재 김장환 씨의 전수생 김지원 씨도 재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합니다.

(음성 녹음)

활을 만드는 데는 이밖에 지리산에서 나는 산뽕나무와 담양의 왕대나무, 그리고 굴참나무 등의

재료가 필요합니다. 활은 권영록 씨의 경우 1년에 봄, 가을 두 차례에 200여 개의 활을 주문을

받아서 만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외국의 관광객이 가져가고 있습니다. 활을 만들려면

먼저 대나무와 뽕나무를 화롯불에 쪼이면서 적당히 구부려야 합니다. 휘어진 대나무와 뽕나무를

부레풀로 붙이고 다시 소의 뿔을 다듬어 붙여 손잡이를 만듭니다. 활의 안쪽에는 실과 같이 만든 소의 힘줄 일곱 겹을

부레풀로 붙입니다. 이어 활을 꾸미기 위해 벚나무 껍질을 씌워 장식을 합니다. 이 벚나무 껍질은 맹물에 담그면은

노란색이 되고 잿물에 담그면은 보라색, 그리고 햇볕에 말리면은 흰색이 됩니다.

따라서 활의 색깔을 취미대로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 활시위는 밀랍, 그러니까 꿀을 따낸 찌꺼기에서 기름을 먹인

명주실 백여 겹을 꼬아 만드는데 이 길이는 1m 정도 됩니다. 활을 한번 만드는 과정을 한물이라고 합니다.

활의 한물에는 보통 넉 달이 듭니다.

(음성 녹음)

인간문화재 권영록 씨의 말이었습니다. 수백 년을 이어 내려온 우리의 전통적인 활은

그 외형이나 성능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인간문화재 김장환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지난번에 예천여고의 김진호 양이 양궁부문에서 세계를 제패한 이후 양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김 양이 살고 있는 예천은 원래부터 우리의 전통적인 활을 만들던 고장입니다. 예천에서 그와 같이

양궁을 잘 쏘는 사람이 나온 것도 우리의 전통적인 활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나 양궁은 우리의 활에 비해 깊은 맛이 없다고 합니다. 역시 경상북도 예천에 살고 있는 인간문화재

권영록 씨는 이제는 우리의 전통적인 활이 오히려 양궁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이번에는 화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옛날부터 활과 화살은 만드는 전문가가 서로 달랐습니다.

대부분 둘 가운데 한 가지만을 만들었습니다. 화살은 옛날에 담뱃대를 만들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대나무로 만듭니다. 따라서 화살을 만들려면은 좋은 대나무를 먼저 구해야만 합니다.

화살 부문의 인간문화재 박상준 씨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박 씨의 경우 일 년 동안 쓸 대나무는 대강 만여 개가 된다고 합니다. 구해온 대나무는 말려서 무게별로 다듬고

보통 세 개의 정도의 마디가 들어가게 알맞게 끊어야 합니다. 여기서 연탄불로 구워가며

굽어진 대를 곧게 바로잡습니다.

(음성 녹음)

화살을 만드는 데는 대를 곧게 잡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이 작업은 오랜 숙련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대나무가 곧게 됐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손가락으로 대의 가운데쯤을 가볍게 감싸고

다른 손으로 대를 계속 돌리면서 그 소리로 대가 굽었는지를 판가름합니다. 대가 굽어지지 않았으면은

대가 돌아갈 때 손가락에 부딪치며 돌아가는 소리가 울퉁불퉁하게 들리는 반면, 곧은 대는 매끄럽게 들립니다.

(음성 녹음)

곧게 만들어진 대나무는 시위에 걸 수 있도록 한쪽 끝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부분을 온이라고 하는데

거기에는 싸리나무를 빈틈에 끼워 넣습니다.

(음성 녹음)

또 과녁에 꽂히는 부분은 쇠를 별도로 만들어 붙이는데 거기에는 과녁에 꽂혔을 때 충격에 부서지지 않도록

소의 힘줄을 감아둡니다. 예전에는 이 부분을 대장간에서 무쇠로 만들었으나 지금은 놋쇠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 윗부분에는 깃털을 꽂아야 하는데 여기에는 꿩의 깃털이 쓰이고 있습니다.

(전통음악)

활을 쏠 때는 활과 화살 이외에 화살을 넣어두는 전통이 필요합니다. 전통부분은 아직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마는 경상북도 포항에서 김동학 씨가 3대째 전통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이 화살통은

신라시대에는 어깨에 메고 다녔으나 조선왕조에는 화를 쏠 때 옆에 세워놓고 쐈습니다. 여기에 각종

무늬를 조각하기 위해 하나의 예술품으로 전해 왔습니다. 만드는 과정을 김동학 씨로부터 들어봅니다.

(음성 녹음)

이 화살통은 1년에 다섯 개 정도밖에 만들지 못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이 화살통은 후쿠다 전 일본 수상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예천 권영록 씨의 활과 함께 선물을 하기도 하는 등

외국 사람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이 예술품이 거의 잊혀져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김동학 씨는 말했습니다. 김 씨는 비록 3대째 가업으로 내려오기는 했지마는

이 일을 여러 번 그만두려 했으나 아직까지 계속하고 있다면서 전통 부분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전승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통음악)

(음악)

내일 이 시간에는 나전칠기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였습니다.

(음악)

DBS 리포트를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9.08)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