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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향기 - 제28회 매듭
민족의 향기
제28회 매듭
1980.10.28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입니다.

(음악)

오늘은 매듭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

매듭이란 일반적으로 끈을 맺고 짜는 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매듭은

단순히 맺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정신적인

아름다움과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함께 표현돼야 합니다.

무형문화재 22호로 된 매듭은 최은순 씨와 김희진 씨가 각각 지정돼있습니다.

매듭은 낙랑시대에 왕후표에서 끈으로 짠 다회가 출품된 일이 있는 걸로 봐서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문화재 마흔 여섯 살 김희진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매듭은 흔히 다 만들어진 끈을 가지고 엮고 맺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매듭은 그 이전에 더욱 복잡한 과정이 있습니다. 조선왕조에는 매듭을 맺기 위해

끈을 짜는 다회장과 그 끈으로 매듭을 맺기만 하는 매듭장이 따로 있었습니다.

(음성 녹음)

매듭을 만드는 작업도 물론 특수한 기술이 있어야 되지만 머리카락 같은 명주실로

매듭을 만드는 끈을 만들까지는 더욱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서울지방의 유일한 매듭 기능자로 남아 있었던 고 정연수 씨의 부인 예순 세 살

최은순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끈을 짜는 다회에는 넓을 광자의 광다회와 둥글다는 원다회로 크게 나눠집니다.

광다회는 의복에 두르는 허리띠와 같이 폭이 넓게 짠 평직을 말하며 원다회는

노리개 끈과 같이 둘레가 둥근 것을 가리킵니다. 오늘날에는 넓게 평직으로 짜는

광다회는 그 명맥이 끊어지고 원다회만이 그 기법이 전승되고 있습니다.

매듭은 예로부터 서울과 대구, 남원 등지에서 만들어져 왔습니다.

이들 지방의 기능 계승자는 거의 작고했으나, 이 가운데 서울의 정연수 씨와

남원의 박용학 씨의 기술을 다행히 김희진 씨와 정연수 씨의 가족이 전수받아서

그 기능을 보유하게 된 것입니다. 김희진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요즘은 매듭이라고 하면은 여자들만이 하는 것으로 돼있지만 예전에는 서울의 경우

시구문 안에 매듭장들이 모여 살았는데 이들은 거의 모두가 남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음성 녹음)

매듭은 빨강, 노랑, 분홍, 초록, 파랑, 다섯 가지 색의 물감을 들인 명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명주가 쉽게 물이 들었으나 웬일인지 요즘에는 물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최은순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이와 같이 만들어진 매듭은 실내장식과 도포 끈, 노리개 주머니, 악기장식 그리고 가마와 상여 등에

쓰여 졌습니다. 또 절에서는 불교의식에서 쓰이는 깃발과 불화의 장식 등에 쓰여 졌습니다.

옛날에는 매듭이 쓰이지 않는 데가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로 생활 주변에 깊숙이 파고들었던 것입니다.

매듭은 그 종류가 서른 세 가지가 있는데 색깔과 모양이 여러 가지로 변형될 수 있기 때문에

여인들이 특히 좋아했었습니다. 전수생인 정봉섭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김희진 씨는 매듭의 멋은 외면적인 것보다는 내면적인 아름다움에 있다고 말합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매듭이 우리 주변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십여 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시적으로 거의 대중과 멀어졌던 매듭이 이와 같이 대중들의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지금 인간문화재들의 숨은 공로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선조들의 멋이 깃든 매듭이

다시 등장해서 일반가정에도 매듭이 한두 개쯤 장식되기 시작한 것은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 매듭을 완전히 상업적으로 이용해 안타까운 일면도

있는 것입니다. 매듭을 할 때는 어떤 정신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것인데

이를 무시하고 겉모습만 배우는 데서 흩어진 모습의 매듭이 가끔 나온다고 김희진 씨는 말합니다.

(음성 녹음)

우리 선조들은 전화선 정도 굵기의 끈을 명주 가락 오백 열 두 겹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끈을 앞뒤, 상하, 좌우로 완전히 얽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은 노력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노리개 세 짝 한 벌을 만들려면은

거의 한달 정도나 매달려야 합니다. 이와 같이 명주실의 가공과 염색에서부터

온갖 정성이 깃들어지는 매듭과 어깨 너머로 대강 배워 만든 매듭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매듭이 대중에게 인기품목으로 등장하고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자

전통적인 매듭의 전수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예술을 살리기 위해

매듭을 배우는 게 아니라 부업이나 일시적인 취미로 매듭을 배우겠다는 사람만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전수생인 정봉섭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급격한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우리의 전통공연은 오히려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예부문에 문화재 의원인 예용해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매듭을 하다 보면은 완성된 매듭 작품 자체에도 끌리지만 작업하는 과정에도 큰 기쁨을 맛볼 수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어떤 잡념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김희진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김 여사는 여자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알게 해주는 안목을 키워준다는

의미에서 우리의 전통매듭을 수예나 가정교과서에 넣어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전통음악)

(음악)

내일 이 시간에는 활과 화살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음악)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였습니다.

(음악)

DBS 리포트를 마칩니다.

(입력일 : 201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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