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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향기 - 제20회 한산 모시
민족의 향기
제20회 한산 모시
1980.10.20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보도제작부 김수연 기자입니다.

(음악)

오늘은 무형문화재 제14호인 한산모시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음악)

한산모시란 충청남도 서천군 한산도 일대에서 생산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옷감을 말합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다양한 화학섬유에 밀려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모시짜기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온

여인들의 길쌈으로서 그 역사는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복식전문가인 단국대학교 석순 교수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신라시대 한산면 내 있는 건지산에서 한 노인이 모시나무를 발견해서 시작됐다는

한산지방의 모시짜기는 특히 올이 가늘고 고운 최고급 모시인 세모시를 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산세모시란 어떤 것인지를 여인들의 옷맵시를 통해서 알아봅니다. 다시 석순 교수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음악)

한산도 접고 도는 벚이라고 부르는 모시베는 질에 따라서 보통 3등급으로 분류됩니다.

모시의 질은 모시 올의 가늘고 굵기에 따라서 정해지는 것으로서 가장 굵은 올로 짜여진

모시베를 막저, 가장 곱고 가는 올로 짜여진 것을 세저. 즉 세모시라 하고 그 중간 정도의

올로 짜여진 것을 중저라고 합니다. 모시의 생산지는 한산 외에도 서천, 홍산, 비인, 임산, 정산, 남포 등

충청도 전라도 연해안 지방에서 생산됐던 것으로서 조선왕조시대부터 이들 모시 생산지를 저포칠처라고

불러왔습니다. 이 가운데 한산은 옛부터 물이 맑고 미녀들이 많던 곳으로 유명했는데

미녀와 세모시를 결부시켜서 한산모시의 명맥은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재밌는 해석을 붙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음악)

모시베의 재료인 모시나무는 뿌리와 줄기는 나무질이고 땅속으로 뻗어 번식하는 다년생 풀로서

최고 5m 높이까지 자랄 수 있습니다. 1년에 세 차례 베어내는 모시나무는 두 번째 수확기인

8월 중순에 베는 것을 상품으로 치고 있습니다. 베어낸 모시나무는 모시칼로서 줄기의 껍질을 벗기는데

태모시라는 하는 질긴 속껍질을 원료로 합니다. 이렇게 생산된 태모시로 모시베를 짜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금년도 전승공예전에서 특별상을 받은 쉰네 살 정정순 부인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태모시에서 올을 만드는 과정은 아무런 도구도 없이 손과 이로서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이로 쬔 모시올은 굵고 가늘기에 따라서 새가 정해집니다. 새가 정해지면 모시올을 열 뭉치씩

날을 세워 날틀에 걸고 베틀에 옮겨 베를 짜기 전까지의 모시매기 작업을 거칩니다.

(음성 녹음)

모시올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바람이 불고 비오는 날을 피해 모시매기 작업을 거치면은

비로소 베틀에 옮겨져 모시짜기 작업에 들어갑니다. 간단한 목재구조로 된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는

여인들은 한 필의 모시베를 짜기 위해 전신운동과도 같은 지루하고 고된 작업에 손발이 쉴 새 없습니다.

모시짜기는 세모시짜기와 그밖에 낮은지레, 중저와 막저짜기에서 각각 그 기교를 달리 합니다.

(베짜는 소리)

이 소리는 막저와 중저를 짤 때 베틀소리로서 바디를 탁탁 쳐주는 것에 반해 세모시짜기는 바디를

쳐서는 안 됩니다.

(음성 녹음)

다 짜여진 모시는 생모시라고 합니다. 생모시는 누런색을 띤 태모시 그대로의 빛깔이며 표백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희고 고운 모시베가 됩니다. 서천읍 군사리 상부에 있는 서천표백소 이완승 씨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이렇게 표백이 된 모시베는 비로소 상품이 돼 시장에서 상인들의 손에 넘겨져 팔려 나갑니다.

모시베를 팔고 사기 위해 따로 서는 한산의 모시장은 여명이 채 밝기도 전인 새벽에 열립니다.

한산중학교 김재완 교사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우리의 고유한 직조형식인 여인들의 길쌈 가운데 모시짜기는 삼베나 무명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모시를 짜기까지의 기나긴 과정과

섬세한 작업보다도 베틀에 앉아 모시를 짜는 작업은 한마디로 여인의 뼈를 깎고 살을 내리는

고역에 비교합니다. 항상 일정한 습도를 유지해줘야만 하는 모시짜기는 습도유지를 위해

좁은 움집에 맨 흙바닥 위에서 작업을 합니다. 베틀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은 움집은

창문 대신 주먹 하나 빠질 정도의 구멍 하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밀폐된 상태를 유지합니다.

바람이 습기를 앗아가기 때문에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은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습하고 어두운 움집에서 베를 짜는 여인들은 대부분 직업병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인간문화재인 쉰네 살 문정옥 부인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이와 같이 고된 여인들의 길쌈은 우리나라 여인만이 가지는 순종과 인내의 미덕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여인들이 겪어온 천직 같은 이 길쌈은 여인 같은 여인을 만드는

인생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석순 교수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지금으로부터 15,6년까지만 해도 어느 마을이든 모시짜기를 하지 않는 가구가 없었으나

지금은 서천군 전체를 통틀어도 200여 가구가 채 안 되는 숫자입니다. 이렇게 세월이 가면서

점점 줄어들기만 하는 한산모시는 화학섬유의 대량생산에도 원인인 있지만은 더욱 중요한 원인은

모시짜기의 과정이 기계화를 할 수 없는 완전 수공업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과거 36년 동안

우리나라를 지배했던 일본도 모시짜기만은 손을 못 썼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석순 교수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이렇듯 하나에서 열까지 사람의 손으로만 이루어지는 모시짜기 작업은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여인들의 기피 작업으로 변해버려 모시 중의 모시인 세모시를 짜는 기교마저도

그 명맥을 유지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시중에서 한 필에 13,4만원을 호가하는 한산세모시는 농가의

중요한 수입원이 됩니다. 그러나 기교 있는 부녀자가 줄어들어 요즘에 와서는 모시올을 날고 삼는

과정만을 해서 기술 있는 사람에게 맡겨서 짜는 싹베짜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산중학교 이헌구 교사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현재 한산모시짜기는 기능보유자인 한산면 지은리 쉰세 살 문정옥 부인이 문화재로 지정이 돼있고

한 명의 전수생에게 직조기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맥만을 유지할 뿐으로

그 전승, 보존에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석순 교수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우리나라 고유의 옷감인 한산세모시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모시 올올이 여인의 한이 맺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세모시 올 한 가닥 한 가닥에 맺혀 있는 여인의 한은 여인의 아름다움으로 다시 태어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음악)

내일은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의 취재와 구성으로 무형문화재 제50호인 범피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취재와 구성에 보도제작부 김수연 기자였습니다.

(음악)

DBS 리포트를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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