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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향기 - 제19회 온산 별산제
민족의 향기
제19회 온산 별산제
1980.10.19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보도제작부 김수연 기자입니다.

(음악)

오늘은 무형문화재 제9호인 은산별신제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은산별신제)

백제의 고도 부여에서 서쪽으로 7km 떨어진 은산면 은산리에서 행해지고 있는

은산별신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별신제입니다. 별신제의 유래에 대해서

은산별신제 연구 책자를 쓴 신탄진중학교 김동식 교사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노인의 꿈에 나타난 말을 탄 백발의 장수를 나당연합군에 멸망한 백제 말기의 복신장군으로

믿어서 전해지고 있는 은산별신제는 광복운동의 주역들을 모시는 일종의 영웅제나 무인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은산부락 뒤편 당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산제당에는 중앙에 호랑이를 탄

산신을 모시고 그 좌우에 백제광복운동의 주역이었던 복신장군과 도침대사의 화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토대로 해볼 때 은산별신제는 산신과 영웅신을 함께 모시는 유일하고 독특한 신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별신제는 음력 정월초삼일, 별신제 준비위원회인 기성회에서 날짜를 정해

공고하는데 보통 동면에 들어갔던 뱀이 나오기 전을 제일로 택합니다. 별신제 일자가 정해지면은

행사의 임원이 선출됩니다. 제사를 주관하는 화주를 비롯해서 육류를 다루는 육화주, 별신제를 통솔하는

대장, 농악대와 공연을 포함한 백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정해집니다. 제사에 필요한 제물은 화주가 담당합니다.

별신제의 전수인 나삼복 씨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별신제에 있어서 제물과 임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엄격히 신성시 되고 있습니다. 제물로 쓰여지는 음식은

정결해야 되고 화주를 비롯한 임원들은 제사의식이 행해지고 있는 동안은 욕을 해서도, 화를 내서도

안 되며 부부가 함께 잠자리를 해서도 안 됩니다. 또 제물과 제기는 반드시 남자가 장만하고 다뤄야 합니다.

이렇게 엄격하고 신성한 별신제는 진대베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인간문화재인 여든두 살 유상열 옹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벤 진대는 그날로 은산리 사방에 세워져있는 장승 옆에 세워놓습니다. 마을에 잡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진 이 진대는 수문장의 구실을 하게 됩니다. 진대베기를 끝나고 하루를 쉰 다음날에는

꽃받기행사로 이어집니다.

(음성 녹음)

삼국통일 당시 백제를 멸망시켰던 나당연합군에 마음으로 대항했던 백제유민의 광복정신에서 나온

꽃받기행렬은 전장에 나가는 진군행렬을 본뜬 것입니다. 꽃은 조화를 사용하며

부여의 고란서나 적국의 정애사에서 번갈아가며 받아옵니다. 별신제 닷새째 되는 날에는

별신이 오르고 엿새째부터는 삼사일 동안 매일 한두 차례씩 은산마을을 일주하는 행군이 펼쳐집니다.

이 행군은 여드레째 날까지 계속하며 별신제 아흐레째 되는 날에는 제사를 지내기 위한 입제행사로

상당이 시작됩니다. 그동안 마련한 제물을 산제당으로 옮겨서 별신에게 제사를 올립니다.

제사는 축관이 산신축을 비롯해서 장군축, 동민축의 순으로 축문을 독축하는 가운데 진행됩니다.

(전통음악-은산별신제)

동민축을 끝으로 축문이 끝나면은 농악가락에 맞춰 임원 모두가 세 번씩 절을 하면서

제사를 마칩니다. 제례행사가 끝난 다음날에는 상당굿이 이어집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은산별신제)

상당굿이 끝난 다음날, 별신제가 시작된 지 열흘째 되는 날, 별신을 내리는 하당굿을 하게 됩니다.

하당굿은 은산장터 옛날 모시정이 서던 자리에 있는 칠백 년이나 묵었다는 괴목 아래서 벌어집니다.

문후의 축언과 함께 시작되는 하당굿은 상당굿과 함께 은산별신제의 절정을 이룹니다.

김동식 교사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은산별신제)

하당굿이 끝난 다음 날, 별신제 열이틀 째 되는 날 밤에는 독산제를 지냅니다. 독산제는 제사가

무사히 끝난 데 대한 신에게 감사하는 뜻을 표하는 의식입니다. 독산제를 지낸 다음 날,

별신제 열사흘 째 되는 날에는 별신제의 마지막 행사인 장승제를 지냅니다. 장승제는

화주와 별자가 농악을 울리며 마을 어귀에 있는 장승배기에 장승과 진대를 세우고

그 앞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서 이것은 사방으로부터 잡귀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수문장이 돼주십사 뜻에서 지내는 의식입니다. 장승제를 끝으로 장장 열사흘에 걸쳐

은산골에서 펼쳐졌던 은산별신제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전통음악-은산별신제)

오늘날에까지 전해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별신제는 경북 안동군 하회의 별신굿과 강릉 단오별신제 등

십여 개의 별신제가 있습니다. 이 별신제들은 모두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향토수호신제이거나

풍년이 들게 해달라는 수확제의 성격을 띠고 있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은산별신제는

다른 지방의 별신제와 규모에서 큰 차이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배경과 내용에서도

다른 신제와는 크게 비교됩니다. 중앙대학교 임동현 교수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은산별신제는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9호로 지정이 돼있고 은산면 은산리 여든두 살 유상열 옹과

무녀를 포함한 3명의 기능보유자가 인간문화재로 지정이 돼 보존, 재현되고 있습니다.

어떠한 민속놀이나 예술품이 문화재로 지정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통해서

민족생활의 추이를 알 수 있어야 되고 예술성의 가치를 지녀야만 합니다.

은산별신제가 지닌 민족생활의 추이를 비롯한 문화적, 예술적 가치에 대해 중앙대학교 임동현 박사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은산별신제는 다른 종목의 무형문화재와는 달리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 주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전승, 보존에 비교적 수월한 종목입니다. 제례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면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단순한 의식인 반면에 규모에 있어서는 막대한 경비가 들어서

3년에 한 번이라는 행사 개최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시대가 변하면서 마차가 자취를 감춰

진군행렬에 필요한 말을 구할 수가 없어서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때는 백제의 문화권 개발 계획에 들어서 별신당 성역화 사업까지를 추진한 적이 있었으나

그 계획이 무산된 지금은 전수생들만이 관심을 보일 뿐, 주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백제 재건을 위해 나당연합군에 항쟁했던 수천의 백제 유민들의 구국혼이 잠들고 있는 은산골 백제의 후예들은

이제 질병 대신 풍년을 기원하며 조상들의 망국혼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전통음악-은산별신제)

(음악)

내일은 한산모시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취재와 구성에 보도제작부 김수연 기자였습니다.

(음악)

DBS 리포트를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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