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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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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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향기 - 제17회 강강술래
민족의 향기
제17회 강강술래
1980.10.17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보도제작부 김수연 기자입니다.

(음악)

오늘은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강강술래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

강강술래는 전라남도 남해안 일대와 섬 지방에 널리 분포돼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부녀자들의 놀이입니다. 이 놀이는 주로 팔월한가위 휘영청 밝은 달밤에 마을의 처녀들과

부인네들이 손에 손을 마주잡고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노래하고 춤을 추는 고유한 민속놀이입니다.

여인들의 고유한 멋과 풍류가 승화된 강강술래 유래를 알아봅니다.

민속학자인 중앙대학교 임동원 교수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우리는 흔히 강강술래라고 하면은 단순한 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강강술래는 단순한 원무가 아니라 부녀자들의 일상생활을 흉내 낸 열대여섯 가지의

다양한 놀이가 포함된 복합적인 놀이로 구성돼있습니다.

전남대학교 지춘상 교수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한 사람이 매김 소리, 즉 선창을 하면은 그 밖의 여인들이 후창을 하는 강강술래는

처음 긴강강술래로부터 시작됩니다. 긴강강술래란 길게 뺀다는 뜻으로서 국악 반주에

아니리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말하며 그 다음이 중강강술래인데

중모리장단에 맞추어서 중간 정도의 빠르기로 진행되는 것을 말합니다. 중강강술래가

끝나면은 잦은강강술래를 추게 됩니다. 이때부터 흥은 고조되고 여인네들은 자진모리의 경쾌한

가락에 맞춰서 일제히 뛰기 시작합니다.

(전통음악)

한동안 자진모리가락에 맞춰 뛰기를 계속하던 여인네들은 지치게 되고 밤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그러나 여인네들은 지쳐도 강강술래 놀이는 더욱 흥겨워지면서 그칠 줄을 모릅니다.

지친 여인들은 뜀뛰기를 멈추고 한동안 피로를 풀기 위해서 또 다른 놀이를 번갈아하며 계속합니다.

산에 올라가 고사리를 꺾는 여인들의 생활을 흉내 낸 고사리꺾자 놀이를 김길임 부인의 설명과 함께 들어봅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그 다음 놀이는 덕석몰이로 이어집니다. 덕석은 곡식을 널어 말리는 멍석의 남도사투리로서

이 놀이도 여인네들의 농사일을 흉내 낸 놀이이며 또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과 섬 지방 여인들의

청어를 엮어 말리는 작업을 본뜬 청어엮자 놀이가 이어집니다.

(음성 녹음)

강강술래 놀이 가운데는 젊은 과부의 안방을 넘나보는 짓궂은 남정네들의 짙은 농끼가 담긴

사랑얘기를 흉내 낸 문지기 놀이도 있습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흥미로운 가사 내용과 다양한 몸놀림이 혼합된 강강술래 놀이는 밤이 새도록 진행이 되고

여인들의 고조된 흥은 지칠 줄을 모릅니다. 흥겹고 다채로운 강강술래 놀이 가운데 특히

여인들이 새 옷으로 단장하고 손에 손을 마주잡은 채 느린 듯, 또 빠른 듯, 물결이 치는 듯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무용은 가히 꽃이라 할 수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절정을 맛보게 해줍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이밖에도 기와밟기와 쥔쥐새끼 놀이, 꼬리따기 놀이와 가마등 등이 있는데 모두가 여인들의

일상생활을 흉내 낸 것이거나 또는 여인들의 생활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소재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때에 따라서는 가락은 변함이 없어도 선창자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내용으로도 불리어집니다.

방아타령이라든가 베틀가, 심지어는 고생스런 시집살이까지도 선창자의 가창능력에 따라서

가사는 신축성을 갖기도 합니다. 이렇듯 강강술래 놀이의 대부분은 여인들의

일상생활을 엮은 놀이라 해도 과언을 아닐 것 같습니다.

(전통음악)

지금으로부터 십오륙 년 전만 해도 강강술래는 정월대보름이나 팔월한가위가 되면

반드시 행해졌던 남도지방 부녀자들의 유일한 놀이였습니다. 그러나 세태가 변하면서

차츰 자취를 감춰가고 오늘날에 와서는 몇몇 사람들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현재 강강술래의 기능보유자로는 인간문화재로 지정이 된 해남군 우수영의 쉰여덟 살 김길임 부인과

진도군 군내면 둔전리의 일흔세 살 최소심 부인 등 두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얼마 안 되는 국비 생활보조비로

생계를 유지하며 열 명의 전수생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강강술래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강술래의 분포지역이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촌이기 때문에 기능보유자나 전수생들이

모두 생업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떨어져

중년부인들이 대부분인 전수생들은 시댁어른들과 주위의 눈치를 살피면서 배워야 하는 이중의 애로를 겪습니다.

(음성 녹음)

이렇듯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민족예술의 전통을 이어가려는 전수생들의 하나같은 커다란 어려움은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일입니다. 많은 인간문화재가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나고

이제 그 전수나 보존이 매우 어렵게 됐습니다. 이들 가운데 독특한 창법과 청아한 목소리로

많은 후배들에게 옛것대로를 가르치려 안간힘을 쓰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난 인간문화재

양홍도 여사 얘기는 듣는 이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양홍도 여사의 전수생이었던

인간문화재 최소심 부인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칠십팔 세를 일기로 쓸쓸히 세상을 떠난 양홍도 여사는 생전에 잘 불렀던 진도아리랑을

어느 누구에도 가르쳐주지 못했다고 늘 한탄했다는 뒷얘기를 남겨서 진도아리랑의 원형을

찾을 길이 없다는 아쉬움을 함께 남겼습니다. 세월 따라 변하게 마련인 인간생활 속에서

하나둘 사라져 잊혀져가고 있는 진도, 해남의 강강술래 놀이는 여인들의 고유한 멋과

흥겨운 풍류마저 함께 앗아가고 있어서 해마다 한가위 밝은 달밤이 되면은 풍류를 잃어버린

남도의 여인들을 무한한 향수에 젖게 하고 있습니다.

(전통음악)

(음악)

내일은 무형문화재 제51호인 남도들노래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취재와 구성에 보도제작부 김수연 기자였습니다.

(음악)

DBS 리포트를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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