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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향기 - 제15회 진주 검무
민족의 향기
제15회 진주 검무
1980.10.15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정경부 김진원 기자입니다.

(음악)

오늘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인 진주검무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

검무란 글자 그래로 칼을 들고 추는 춤입니다. 검기무라고도 불리는 검무는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궁중계열의 춤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춤입니다.

옛 문헌인 동경잡기의 풍속조와 관창조를 보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당시에

어린 나이의 화랑 관창이 백제 계백장군과 결전을 하러 갔다가 끝내 전사하고 마는데

관창의 아버지 품일장군이 아들의 용기를 가상히 여겨서 이를 부하들이 본받도록 하기 위해서

탈춤을 추게 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인간문화재 성계옥 씨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이처럼 신라시대에 생긴 검무는 민간인과 무인들이 즐겨 추어 오다가 고려시대를 거쳐서

조선조에 넘어와서는 궁중무용으로 그 형태가 약간 바뀌었습니다. 원래는 남자가 이 춤을

추었지만 궁중무용으로 되면서 궁녀들이 추게 됐고 칼도 장검이 아닌 꺾임 칼이 사용됐습니다.

여자가 긴 칼을 들고 춤을 추기도 어려울 뿐더러 왕 앞에서 함부로 장검을 빼들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성계옥 씨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결국 화랑 관창의 충성심과 용맹을 기리기 위해서 시작된 검무는 조선왕조에 와서

궁중무용으로 이어져왔고 구한말에 이르러 경상남도 진주 사람들이 귀중한 이 무용을

이어받아서 오늘에 되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전통음악)

진주검무는 숙은사위와 입춤, 앉은사위, 그리고 연풍대가락이라고 부르는 네 가지 춤사위로 이루어집니다.

숙은사위란 여섯 박자의 매우 느린 음악, 다시 말해서 염불장단에 맞춰서 한삼을 끼고 오른손은 머리 위로 꾸부려들고

왼손은 가슴 앞에 비스듬히 내려들고, 그리고 무릎을 굽혀서 왼쪽으로 돌면서 추는 춤사윕니다.

(전통음악)

(음성 녹음)

매우 느린 동작의 숙은사위춤이 끝나면 타령가락으로 넘어가면서 입춤이 시작됩니다.

숙은사위보다 약간 빨라진 음악에 맞춰서 동작도 활기를 띠게 됩니다.

(전통음악)

타령장단에 맞춘 입춤이 끝나면 앉아서 춤을 추는 앉은사위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진주검무의 절정인 연풍대가락이 펼쳐집니다. 음악도 4박자에서 3박자의 매우 빠른

도드리장단으로 이어집니다.

(전통음악)

이 빠른 도드리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무희의 모습이 마치 제비가 바람에 휘날리는 것과 같아서

연풍대사위, 또는 연풍대가락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앞서의 숙은사위나 입춤, 앉은사위에서는

한삼을 끼고 맨손으로 춤을 추지만 연풍대에 와서 비로소 무희가 칼을 들게 됩니다.

말하자면 본격적인 검무, 칼춤인 셈입니다.

(음성 녹음)

6박자의 긴 염불에 맞춘 숙은사위춤이 우아하다면 연풍대 춤은 발랄하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진주검무는 지극히 잔잔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해서 차츰차츰 정상을 향해

치닫다가 나중에는 연풍대가락으로 절정을 이루고 끝을 맺습니다.

(전통음악)

옛말에 ‘남진주 북평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얘기와 풍류를 말할 때 남쪽에는 진주요,

북쪽은 평양이 제일이었다는 얘깁니다. 이렇듯 진주하면은 촉석루와 논개, 그리고 구한말의

산홍이의 충절이 머리 위에 떠오르게 됩니다.

(음성 녹음)

진주에 궁중무용 형태의 검무를 전래시킨 사람은 조선왕조 마지막 임금인 순종임금 때

국로였던 고 최완자 씨였다고 합니다. 진주 출신 최완자 씨는 일곱 살 때 궁녀로 뽑혀

한양으로 올라갔다가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가 어수선해지자 다시 고향인 진주로 내려가서

궁중에서 배운 검무를 당시의 교방청에서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진주에 전래된 검무는 일제시대 이른바 기생조합, 또는 권번 출신의 기녀들에 의해서 이어졌습니다.

올해 일흔 여덟 살인 인간문화재 이윤례 할머니는 검무를 배울 때 얘기를 이렇게 들려줍니다.

(음성 녹음)

권번은 당시 기녀를 양성하는 조직이긴 했지만 검무를 비롯한 춤과 창, 그리고 악기 등 예술을 가르치는

유일한 기관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일제는 기녀들이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 않자 유곽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종래의 기생제도를 없애버렸는데 진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검무를 추던

진주 기녀들은 모두 가정을 갖거나 유곽으로 자리를 옮겨서 검무를 다시 출 수가 없었습니다.

60년대 초에 와서 진주검무를 다시 찾으려고 했을 때는 춤을 출 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세상을 떠나고

7, 8명밖에는 생존해 있지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이들 기능보유자들은 모두 가정을 가진

오륙십 대의 가정주부들로 과거의 신분 때문에 다시 검무를 추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문화재로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살려야 한다는 관계당국의 끈질긴 설득으로

기능보유자들은 다시 검무를 추고 이를 후배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런 사람 중에 하나인 인간문화재 예순 아홉 살 최예분 할머니는 당시 일을 회고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음성 녹음)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를테면, 이들 인간문화재 1세들은 하나하나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네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들 네 명도 이제는 나이가 들고 기력이 모자라서

거의 춤을 출 수가 없게 됐고, 특히 연풍대가락은 전혀 불가능한 형편입니다.

연풍대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은 인간문화재는 오직 제2세 인간문화재라고 할 수 있는

성계옥 씨, 단 한 사람뿐이며 십여 명의 이수생과 전수생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이 춤을 익히고 있습니다. 연로한 이들 인간문화재들은 기능을 제자들한테 모두 전수시켜서

마음이 놓이지마는 지금도 몸은 말을 안 들어도 마음만은 훨훨 춤을 추고 싶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통음악)

진주검무는 여성들이 추는 춤이고 따라서 여성들이 여성들에게 춤을 전수시켜야 합니다.

춤을 배우고 가르치는 모든 일이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히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남성들 없이 여성들만이 모든 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서 진주에는 검무를 전수시킬

전수관이 아직도 마련돼 있지 못합니다. 춤을 배우고 가르칠 장소가 없다는 것은 전수 그 차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성계옥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진주검무의 인간문화재들은 전수관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동안 여기저기 뛰어다녀봤지만

여성의 힘으로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진주검무의 경우는 가정주부들이 중심이 돼서

전수를 받고, 또 이 기능을 이어가야 할 처지여서 규율의 남다른 이해도 필요합니다.

또한 다른 무형문화재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전수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전수장학생을 끝내고

인간문화재로 지정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이른바, 이수자들에 대한 처우 문제입니다.

진주의 경우도 이수자들이 7,8명이 있지마는 성계옥 씨 한 명만 인간문화재로 지정받고

나머지는 모두 보수 없이 공연과 전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관계당국에서

이들 이수자들에게도 적절한 금전적인 대우를 해주면 문화재 전수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진주검무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궁중무용 가운데 가장 역사가 오래된 춤입니다. 이처럼 값진 전통문화를 원형 그대로 되살리고

또 이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의 각별한 배려가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전통음악)

(음악)

내일은 농악 12차에 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취재와 구성에 정경부 김진원 기자였습니다.

(음악)

DBS리포트를 마칩니다.

(입력일 : 201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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