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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향기 - 제12회 수영 야유 편
민족의 향기
제12회 수영 야유 편
1980.10.12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정경부 김진원 기자입니다.

(음악)

오늘은 수영들놀음과 좌수영어방놀이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

수영야유, 바꿔말해서 부산 수영지방의 들놀음은 동래들놀음과 같이 조선조 말기에

경상남도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밤마을의 대광대에서 전파된 탈춤극의 하나입니다.

전해 내려오는 말에 따르면 약 200년 전에 좌수영수사가 밤마을의 대광대 패들을 잡아다가

놀게 했다는 설과 수영사람들이 대광대 패에게서 배워왔다는 두 설이 있습니다.

어쨌든 수영들놀음은 밤마을 대광대가 나은 오광대와 들놀음의 하나임이 틀림없습니다.

이 들놀음은 일종의 축제고 신앙이며 수영지방의 특성으로 볼 때 하나의 군중집회 역할을 했다고

수영 사람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수영들놀음 인간문화재인 김용태 씨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수영들놀음은 동래들놀음과 전반적인 구성과 흐름은 같지만 가면이나 의상, 그리고 대사가 다릅니다.

특히 동래는 독특한 춤이 놀이의 주가 되지만 수영은 창과 대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동래들놀음은 길놀이와 문둥이, 양반, 할미영감 등 네 마당으로 돼있지마는 수영들놀음은

문둥이마당이 없는 대신에 영노와 사자라는 특이한 두 마당이 끼어 있어서 모두 다섯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통음악)

수영들놀음도 역시 음력 정월대보름날 밤에 길놀이 마당부터 시작됩니다. 이 길놀이는 수영장터 중심지로부터

약 1km쯤 떨어진 원수정에서 출발됩니다. 선두에 소등대, 풍악대, 길군악대, 팔선녀, 말을 탄 수양반,

말뚝이, 난봉가패, 양산도패의 순서로 육칠백 명이 장사진을 이루어서 노래와 춤과 탈과

독특한 의상, 그리고 연등으로 장대하고 화려한 행렬로 펼쳐집니다.

(전통음악)

자정 가까이까지 대중군무가 이어지다가 흥이 점차 식어질 무렵이 되면은 탈놀음의 순서로 둘째 마당인

양반마당이 시작됩니다. 하인인 말뚝이가 양반들의 추잡한 이면상을 폭로하면서 지배계층의 무능과

허세를 조롱하고 계급 타파와 인권의 해방을 부르짖습니다.

(전통음악)

결국 상놈 말뚝이의 승리로 양반 마당이 끝나면 영노과장이라 하는 셋째 마당이 펼쳐집니다.

동물인지 귀신인지 분간할 수 없는 험상궂기 짝이 없는 큰 탈을 쓴 영노라는 물체가 나타나서

부패한 양반을 단죄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전통음악)

이처럼 영노와 양반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반성하고 각성하지 않은 양반은

결국 벌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노 역을 맡고 있는 인간문화재 김달봉 씨의 설명입니다.

(음성 녹음)

영노마당이 끝나면 이젠 각도를 조금 달리 해서 넷째 마당인 할미영감마당이

연출됩니다. 난봉꾼인 양반 영감이 본처인 할미를 버리고 첩을 얻어 살다가

나이가 들자 고향으로 돌아가 수영들놀음 판에서 할미를 극적으로 만나지마는

말다툼 끝에 실수로 할미를 숨지게 하고 맙니다. 동래들놀이의 할미영감마당과

같은 내용입니다. 영감은 뒤늦은 참회를 하면서 할미를 살리려고 의원을 부른다,

중을 불러 경을 읽는다, 법석을 떨지만 숨진 할미가 살아날 리 없습니다.

(전통음악)

수영 사람들은 이 들놀음을 통해서 남녀의 삼각관계가 빚는 애정의 갈등을 그리면서

당시 양반사회의 천첩제도를 은근히 비난했던 것입니다. 다음 다섯째 마당인

사자과장을 통해서 수영들놀음은 총결산을 하게 됩니다.

넷째 마당이 끝나면 장대한 사자와 호랑이가 나타나서 서로 마주보고 막춤을 추다가

호랑이는 사자에게 잡아먹히고 맙니다. 즉, 사자는 모든 액운과 악을 없애주는

영물이고 호랑이는 이와는 반대로 모든 액운과 질병과 불행을 걸머쥔 악의 상징으로

설정해놓은 것입니다. 인간문화재 윤수만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또 인간문화재 김용태 씨는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조선왕조 시대의 역사적 상황으로

사자마당의 의미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음성 녹음)

또한 수영 사람들은 수영 남쪽에 있는 백산의 형상이 마치 사자가 마을을 등지고

달아나는 모양으로 돼있어서 그 사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호랑이를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내는 데 그 뜻이 있었다고 풀이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수영 사람들은 다섯째 마당인 사자장을 통해서 그 해가 만사형통하리라는

뿌듯한 기대와 만족감을 얻고 들놀음을 끝마쳤던 것입니다.

(전통음악)

조선조시대 수영은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습니다.

제14대 선조왕 25년에는 현재의 수영동에 경상좌도수군절도사영이 설치됐고

그 이후 수영은 수군의 부식, 보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업이 발달했습니다.

수군은 어민들을 단결시켜서 공동으로 어로작업을 하게 하는 이른바 어방을 만들었습니다.

수군은 또 이 어방에서 어민들이 작업할 때 피로와 권태를 잊게 하고 일손을 맞춰서

능률을 올리도록 풍악과 노래를 장려했는데 이것이 차차 좌수영어방놀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된 것입니다. 좌수영어방놀이는 어부들이 어로작업을 하면서 그때그때의 작업 내용에

따라서 내왕소리, 사리소리, 가래소리, 칭칭소리라고 하는 어동요를 부르는 것입니다.

내왕소리는 어부들이 줄을 꼴 때 부르는 노래입니다.

(전통음악)

다음 사리소리는 바닷물 속에 놓은 그물을 당겨 올릴 때 부르는 노래입니다.

(전통음악)

끌어올린 그물에서 고기를 풀어 내릴 때는 가래소리를 노래합니다.

(전통음악)

마지막으로 풍요를 기원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칭칭소리입니다.

(전통음악)

이렇게 소리를 부르면서 고기잡이를 하면은 흥에 겨워 힘든 줄을 모른다고 합니다.

노래하면서 움직이는 몸의 율동 또한 일사불란해서 소리와 율동이 훌륭한 조화를 이뤄냅니다.

인간문화재 박남수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

수영들놀음은 주요무형문화재 제43호로 지난 76년에 지정됐고 좌수영어방놀이는

재작년에 제62호로 지정된 값진 우리의 전통문화입니다. 이 두 중요한 무형문화재는

인간문화재들에 의해서 현재 전수생 육십여 명에게 각각 전수되고 있습니다.

모두 육순이 넘은 인간문화재들은 한결같이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전수시키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음악)

내일은 고성과 통영의 오광대놀이를 전해 드립니다.

취재와 구성에 정경부 김진원 기자였습니다.

(음악)

DBS리포트를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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