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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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향기 - 제5회 판소리 (2)
민족의 향기
제5회 판소리 (2)
1980.10.05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입니다.

오늘도 어제에 이어 판소리에 대해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통음악-판소리)

명창의 판소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6시간 가까이 자세도 흐트러지지 않고 청중을 울리고 웃기는 명창이 되기까지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고생이 뒤따라야 합니다.

명창들은 먹을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면서 소리를 계속했습니다. 판소리 심청전으로 지정된 정권진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어떤 계기가 있어서 판소리를 시작한 사람들은 쉽사리 그만두지 못한다고 합니다.

판소리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어떤 마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판소리에 쏟은 정성을 다른 사업으로 돌렸다면 큰 재벌이 됐을 거라는 얘기를 하는 명창도 있었습니다. 예로부터 자기 가족 가운데서 판소리를 하겠다는 사람이 있을 때 찬성하는 부모는 거의 없었습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외면했습니다.

(음성 녹음)

적벽가로 지정된 한갑주 씨였습니다.

목이 선천적으로 좋아서 명창이 된 분들도 많지만 오로지 명창이 되겠다는 집념과 끈질긴 노력으로 오늘의 영광을 차지한 사람도 있습니다.

박동진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40년 또는 50년을 해온 판소리지만 일단 무대에 오르게 되면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적은 청중이 모이는 무대라 해도 미리 연습을 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명창은 하루도 소리를 그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김소희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판소리)

명창은 외롭습니다. 명창은 대부분 그렇게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오로지 판소리만 하다 보니까 바둑이나 장기 등 잡기를 할 시간이 없고 따라서 친구와 사귈 기회가 없는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재미를 찾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명창들은 오직 판소리에서 인생의 맛을 찾고 있습니다.

판소리는 그들 생활의 전부이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입니다.

한갑주 씨의 얘깁니다.

(음성 녹음)

지금까지의 우리나라의 판소리는 선조들이 닦아놓은 원형을 그런 대로 잘 전수해서 보유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물질만능주의라고까지 표현되는 근래에 와서는 단순히 전수가 잘 되지 않고 이제 끝나버리지 않나 하는 걱정스런 말을 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김소희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우리의 고유한 판소리는 음악을 전공하는 외국인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 독특한 음악성은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는 것입니다. 옛 것이 자꾸 잊혀져가는 지금, 판소리를 원형 그대로 전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옛날같이 자기의 모든 사생활을 포기하고 오직 판소리만 해온 선배들 같은 후배가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는 의문입니다. 따라서 원형 그대로의 보존의 어려워진다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정권진 씨에게 원형 보존의 가능성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음성 녹음)

이와 같이 판소리가 변질된 것은 생존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 살면서 한편으로는 그 어려운 판소리를 배우다보니 잘못 배운 것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텔레비전의 출연이 그 큰 원인이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박동진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전통음악-판소리)

전문가들은 판소리를 배워 명창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집중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어떤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절대로 곁눈질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 같은 때에 선배들과 같이 절 같은 곳에 들어가 일정기간 동안 피맺힌 수련을 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움이 많은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정병욱 교수는 특히 판소리에 있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전수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음성 녹음)

요즘 들어 각 대학에서는 농악을 비롯해서 탈춤과 판소리 등 옛 선조들이 남겨놓은 민족문화에 관심을 쏟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악 등 민속 관계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아주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성인들이 우리의 전래문화에 잠시나마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전통문화인구의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대학생들이 우리 문화를 배우겠다고 하면은 성의껏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남녀 대학생들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는 박초월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일부 명창들은 판소리 부문에서 현재 문화재관리국에서 전수자들을 대상으로 일 년에 한 번씩 평가대회를 갖고 있는데 좀 더 좋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석 달의 한 번 정도 평가대회를 열어 잘하는 전수생에게는 시상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명창들은 비록 기력이 없긴 해도 매일같이 소리를 계속하고 전수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그들은 판소리를 사랑합니다. 이들에게 물질적인 배려와 함께 보다 따뜻한 보살핌이 있어야 될 때인 것 같습니다.

(음악)

내일은 탈춤에 대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였습니다.

(음악)

DBS 리포트를 마칩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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