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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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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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향기 - 제1회 서 막
민족의 향기
제1회 서 막
1980.10.01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특집방송 DBS 리포트 민족의 향기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해태제과 제공입니다.

(광고)

(음악)

오천 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 찬란하게 꽃피운 우리 한민족의 문화유산은 오늘도 유형, 무형으로 우리들의 맥박 속에 힘차게 고동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오랜 역사를 갖는 문화민족으로서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창조했고 대를 이어 계승 발전시켜온 훌륭한 전통문화, 우리만이 가지는 고유한 문화가 있기 때문인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얼과 슬기가 담겨있는 유형, 무형의 문화재를 사랑하고 고이 간직해서 우리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기쁨이요. 자랑인 동시에 엄숙한 책임이요 의무라는 것을 다 같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문화의 달을 맞아 민족의 향기가 서려 있는 그 전통의 현장을 찾아서 유형, 혹은 무형문화재의 실태를 알아보려는 뜻도 실은 여기에 있다 하겠습니다.

(전통음악)

무형문화재는 연극과 음악, 무용, 공예, 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우리나라의 역사상 또는 예술상 가치가 큰 것을 말하며 전통적인 예술과 기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정부는 중요 무형문화재, 다시 말해서 우리가 흔히 일컫는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조상의 얼과 슬기가 담긴 예능과 기능을 전수받은 인간문화재는 민족문화 계승의 주체자로서 보호받아야 하고 예능과 기능은 끊이지 않고 후세에 전승돼야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귀중한 무형문화재가 물질문명의 팽배로 국민의 관심 밖으로 가리어져 가고 있습니다.

공예부문의 문화재위원인 예용현 씨의 말입니다.

(음성 녹음)

현재 무형문화재들에게는 한 달에 구만 육천 원의 생계비가 지급되고 있습니다.

또 전수 장학생에게는 한 달에 만 팔천 원씩, 그리고 악사와 강사의 전수 교육비는 한 달에 이만 오천 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전수과정을 마친 이수생들에게는 보조비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9월부터는 병들거나 늙어서 전수교육을 시킬 수 없는 인간문화재가 있는 열 여섯 개 종목에 대해서는 조교 한 명에 강사비 명목으로 한 달에 삼만 원씩을 보조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무형문화재는 예순 한 개 종목에 백 쉰 명이 보유자로 돼있습니다.

또 전수 장학생은 이 백 마흔 여섯 명, 이수생은 백 일곱 명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예산은 1년에 삼억 삼천 만원에 이르나 유형문화재에 쓰이는 예산에 비하면 100분의 1도 채 안 되는 액수입니다. 인간문화재와 전수생들이 받는 생활보조비와 장학금으로는 전수를 하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얘기입니다.

(음성녹음)

(전통음악)

백 쉰 명의 인간문화재 가운데 3분의 2가 되는 아흔 여덟 명은 예순 살을 넘은 고령자들입니다.

이들 가운데는 중병을 앓고 있는 분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병을 앓고 있지 않다 해도 기력이 없어서 일선에서 이미 물러나 이수생들이 전수를 담당하는 종목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조교제도가 생겨서 약간의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으나 인간문화재의 가장 큰 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수사업이 잘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은 것입니다.

(음성녹음)

인간문화재들에게는 평생 무료진료권이 배정되지만 보건소와 시립병원으로 진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거의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 인간문화재가 사망하면은 장례비로 이십 오만 원이 지급됩니다.

(전통음악)

우리 선조들의 값진 땀과 정성이 깃들어져 있는 문화재가 정식으로 보호, 육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61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면서부터입니다. 새로운 문화재보호법에는 전에 없었던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하도록 규정돼 인간문화재에 대한 보호가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 것입니다.

같은 해 61년에 문화재관리국이 신설됐고, 63년까지 3년 동안 민속학자들이 동원돼 전국적인 무형문화재의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964년 역사상 처음으로 무형문화재, 다시 말해서 인간문화재가 탄생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6개의 단체종목에서 쉰여섯 명의 인간문화재가 지정됐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71년에는 보유자의 나이를 마흔 살 이상으로 고쳐서 서른아홉 명이 문화재 지정을 취소당하기도 했습니다.

한 나라의 인간문화재는 어느 정도의 연륜과 권위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 같은 나이제한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문화재위원인 중앙대학교 임동권 교수의 말입니다.

(음성녹음)

(전통음악)

현대사회에서 우리 선조들이 슬기를 모아 애써 개발해서 남겨놓은 문화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송파와 양주산대놀이에서 탈을 만드는 데 쓰이는 바가지는 요즘에 와서는 구하기조차 어렵게 됐습니다. 나이롱 바가지 덕분에 농촌에서는 박을 재배하지 않고 재배를 해봐도 웬일인지 요즘에는 잘 여물지 않고 제모양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활을 만드는 데 쓰이는 소의 등심은 음식점에서

등심구이를 하느라고 모두 가져가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또 부여의 은산별신제에서는 반드시 열 필 정도의 조랑말이 필요한데 이를 육지에서는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제주도에 가서 구해오지 않으면 안 되는 형편입니다.

또 장래성이 있어 보이는 제자일지라도 보조비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도중에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르치는 교장이 좁아서 제대로 교육을 시키기도 어렵습니다.

문화재의 지정에 있어서도 시정해야 될 점이 있습니다.

(음성녹음)

문화재위원인 서울대학교 이두현 교수의 말이었습니다.

재정 형편상 어려운 점이 많겠지마는 지정해줄 것은 빨리 지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그런 얘기였습니다.

서울대학교 정병욱 교수의 말을 계속해서 들어보시겠습니다.

(음성녹음)

(전통음악)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전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각 부문마다 일 년에 한 번씩 발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탈춤 등 마당무대는 5월에 공예품 전시회는 9월에 그리고 음악과 무용은 10월에 각각 발표회를 갖게 됩니다. 이와 같은 행사는 전통예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도 큰 목적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문화공보부에서는 그동안 외국인을 위해 주로 사용했던 종로구 필동에 있는 한국의 집을 우리의 전통예술의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지난 78년부터 다시 짓고 있는 한국의 집은 대지 이천여 평에 건평 750평으로 오는 11월이면 준공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문화재보호협회 박종국 이사장의 말입니다.

(음성녹음)

우리나라에서 목조건물로는 가장 크다는 이 한국의 집을 인간문화재와 그의 전수생들이 쓸 수 있다는 데 인간문화재들은 기대가 큰 것입니다. 우리민족의 얼과 조상의 숨결이 깃들어 있는 소중한 유산을 지키는 데 인간문화재들은 험한 가시밭길을 걸어왔습니다. 주위에서 누가 뭐라든 내 갈길을 나는 간다는 신념으로 살고 있습니다.

무형문화재 5호 판소리부문의 박동진 씨의 말입니다.

(음성녹음)

요즘 들어 다행히 옛 것을 다시 찾자는 움직임이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어서 인간문화재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 들어서는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어하는 분들도 부쩍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인간문화재의 사명은 더욱 커져가는 것입니다.

가곡부문의 인간문화재 김월하 씨의 말입니다.

(음성녹음)

(전통음악)

외롭고 그늘에 가려있는 인간문화재는 없는가. 인간문화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또 우리의 무형문화재는 전수가 잘될 것인지 동아방송에서는 앞으로 10월 한 달 동안 걸쳐서 매일 인간문화재에 대한 여러 가지 얘기를 현지취재로 엮어 특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음악)

내일은 궁중음악과 궁중무용에 대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이창환 기자였습니다.

(광고)

(음악)

DBS 리포트 해태제과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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