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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DBS리포트
한강 - 제21회 자살구조에 몸바치는 김평산 씨
한강
제21회 자살구조에 몸바치는 김평산 씨
1978.05.21 방송
‘DBS 리포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심층보도의 본격적인 녹음구성프로그램으로, 4회에 걸친 개국특집프로그램에서 성가를 높인 이후 ‘군사혁명특집·혁명의 발자취’ ‘6월의 정치 풍토’‘선거바람 선심바람’‘학생운동의 이모저모’‘지리산 도벌사건’등 역작을 내놓아 동아방송의 보도시각과 역량을 과시했다.
(음악)

DBS 리포트 한강.

(물소리 및 배 갑판 삐걱거리는 소리)

(음악)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김근 기자입니다.

(기차소리)

(음악)

이 프로그램은 미원과 해태제과 제공입니다.

(광고)

(음악)

오늘은 한강에서 자살구조에 평생을 바쳐온 김평산 씨를 만나봅니다.

(음악)

제1한강교 위에서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다보면은 용산경찰서 수상구조본부라고

쓰여 있는 천막집이 하나 보입니다. 이 집은 물 위에 떠 있어 일종의 수상가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집이 예순아홉 살의 김평산 씨가 살고 있는 집입니다.

이 근처에 유원지가 있었을 때는 김평산 씨도 여러 가지 장사를 하면서 이 집에

살았지마는 유원지가 철거되고 난 후에는 수상구조본부라는 간판을 붙이고 혼자 이곳에 눌러 앉게 됐습니다.

김평산 씨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음성 녹음)

김평산 할아버지가 가장 우울할 때는 자살기도자를 구조하지 못했을 때입니다.

특히 자신이 잠들어 있을 때, 몰래 한강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은 구조할 수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밤에도 여러 가지로 방비책을 강구해보지만 놓치는 수가 간혹 있어서 또 실수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서울에는 사는 사람들이 많고 또 그들이 영유하는 삶의 사연도 하도 다양하기 때문에

죽고 싶다고 작정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은 모양입니다. 최근에도 1년이면은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이 최하 100명 이상이 된다고 김평산 씨는 말합니다.

요즘은 서울의 인구가 많아서 그렇다 치고 자유당 시절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살기도사건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때 김평산 씨는 많은 사람을 살려냈고 그래서 감사장도 받았습니다.

(음성 녹음)

지금까지 김평산 할아버지 손에 구조돼 새 삶을 찾은 사람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제1한강교 부근에 가보면 김평산 씨에 대한 칭찬이 많습니다.

북한강 파출소장 진상훈 경위도 이렇게 칭찬합니다.

(음성 녹음)

(음악)

사람들은 왜 죽으려 하는 것일까? 김평산 할아버지는 자살의 원인에 대해

말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물론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딱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히 노인들의 경우는 며느리의 학대 때문에

사는 맛을 잃고 생을 포기하려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더욱 한탄스러운 것은

요즘 들어 남자를 잘못 만난 여공들의 자살기도사건이 부쩍 늘어난 것입니다.

여공들의 자살기도사건 중에는 눈물겨운 사연도 물론 있지마는 많은 여공들이

남자를 잘못 사귀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김평산 할아버지는 자살하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볼 때 어느 면 요즘 한심스러운 세태를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서글픈 생각이 든다고 말합니다.

(음악)

오십여 년을 자살구조에 몸 바치다보니 이제는 방 안에 앉아 첨벙 하는 물소리만 듣고도

그게 자살기도사건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정도가 됐습니다. 그래서 물에 뛰어 들어가기 전에

자살을 막아낸 일도 많았다는 것입니다. 김평산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음성 녹음)

사람이라는 게 누구나 삶의 애착이 많은 것이어서 죽기로 작정을 하고 막상 집을 나서

한강까지 왔지마는 다시 또 망설이는 게 사람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김평산 씨는

멀리 앉아서도 훤히 보입니다.

(음성 녹음)

물에 떨어진 사람도 대개는 구조가 된다고 김평산 씨는 말합니다. 첨벙 하고 사람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부랴부랴 서둘러 배를 내서 현장으로 쫓아가지마는 마음속으로 안심은 된다는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

사람은 구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성 녹음)

사람의 본능이란 참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김평산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물에 자기가 스스로 뛰어들고

나서도 계속 살겠다고 허우적거린다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아무리 높은 데서 떨어진다 해도 역시 물에 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간혹 병원에 갈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지마는 대개의 경우는 잠시 진정했다가 집으로 돌려보냅니다.

(음성 녹음)

(음악)

김평산 할아버지는 자살구조를 하는 데 상당한 비용을 쓰게 됩니다. 어느 경우는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해주기도 하고 옷을 입혀 보내거나 하는 일은 비일비재입니다. 병원에 입원을 시켜도

돈이 없는 사람의 경우는 입원비를 받을 도리도 없습니다. 그러나 생명은 귀한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노력을 들여 좌절했던 사람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주면 그것 이상 보람 있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섭섭한 일도 있습니다.

사람을 살려주면 적어도 한 번쯤 고맙다는 인사를 오는 게 도리일 텐데도 대개의 경우,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그러나 사람이 막상 죽어 물 밑에 잠기는 경우에는 시체를 건져달라고 야단이라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김평산 할아버지는 어부들이 잡아온 고기를 받아다가 다시 파는 물고기 도매상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갑니다.

구입은 보잘 것 없지만 부인과 외손자, 이렇게 단 세 식구는 근근히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사람을 구조해주면

어쩌다 가족들이 감사비를 얼마씩 주는 경우도 간혹 있어서 생활에 보태쓰기도 하면서 사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김평산 할아버지는 자기가 지금까지 해온 일이 사람의 생명을 구해주는 일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보람 있는 일로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건강히 허락할 때까지는 이 일을 계속할 작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음악)

내일부터는 사회문화부 노한성 기자가 구성하는 한강의 미래 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취재와 구성에 사회문화부 김근 기자였습니다.

(광고)

(음악)

DBS 리포트. 해태제과와 미원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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