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광고)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서른한번째.
- 여보, 자요?
- 왜?
- 아이고 그 오빠가.
- 오빠 무슨 말라빠진 오빠야 그 자가.
- 글쎄, 그 분이 정말 간첩일까요?
- 하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문제요.
- 그래서 나도 차마 신고를 못한거에요. 만일에 신고를 했다가 간첩이 아닐때 우리 얼굴이 뭐가 되겠어요.
- 사실은 나도 신고를 할 생각이었지만 더 좀 확실한걸 안뒤에 할려고 가만히 있었던거라고.
- 어쩌면 그 임회장 비서, 뭘 잘 모르고 허튼 소리를 했을거에요.
- 여보.
- 네.
- 내일부터 사진관 문을 다시 열고 박상돈의 그 자에게 의식적으로 접근해봐야겠어.
- 아니, 의식적으로 어떡해요?
- 당신도 옛날처럼 가까이 하면서 말이야.
- 아이고 싫어요.
- 하지만 그래야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가 있다고.
- 아이고, 무서워요. 가까이 하기도 싫어요 이제.
- 그러면 별수 없지.
- 네?
- 내가 신고를 할수 밖에.
- 아이고, 여보.
- 확실한 증거는 수사관이 조사할 일이니까.
- 하지만 그랬다가 만일에 아닌 날에는.
- 그러나 그게 두려워서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잖소.
- 우리가 그 자한테 신세를 진건만은 사실이야. 그렇다고 인정에 못 이겨 어쩌면 간첩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고를 안할수도 없다고.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아이고, 이 밤중에.
- 내가 받을께 가만히 있어.
- 아니.
- 네, 한강 칼라인데요.
- 까불지마라.
- 네?
- 아, 여보세요.
- 입조심.
- 뭐요? 아, 여보세요? 댁은 누구시지요?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음악)
- 쉿! 어떻습니까?
- 뭐가?
- 무슨 수확이 있었냐고요?
- 알쏭달쏭한데.
- 네?
[정말 알쏭달쏭한 박상돈이었다.]
-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고
- 잡힐듯이 잡힐듯이 잡히지 않고 말이지요?
- 응, 진짜 녀석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영 종잡을수가 없다고.
- 네, 정말 선천적으로 간첩이 되기 위해 태어난 인간 같습니다.
- 잘까?
- 아니.
- 흐흐흐, 부드러워졌지.
- 녀석이 여자 하나 다루는 솜씨는 뭔가 비결이 있나봐요.
- 하하하, 뻔하지 뭐.
[정말이지 태풍이 지나간듯 오목네는 너무나도 박상돈에게 다소곳했다.]
- 더 뚱뚱해졌는데?
- 히히히 속 차려입은 사람이 이리 그럼 원래 뚱뚱한것이야, 맨날 퍼붓고 잠만 잤응께.
- 나 안보고 싶었어?
- 허허, 그것을 내 입으로 꼭 얘기를 해야 알겠는가.
- 나는 7~8년동안.
- 사실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늘 자네곁에 있었네.
- 거짓말.
- 아니 거짓말을 하다니 내가 뭣할려고 자네한테 거짓말을 할것인가.
- 그런데 왜 한번도 안 내려왔어요?
- 내가 고향을 떠날때 결심을 했던것이여. 어금니를 내가 확 물고 말이여.
- 뭔 결심을?
- 부자가 되기 전에는 내 절대로 고향에는 안돌아간다고 말이야.
- 그래, 돈 벌기는 벌었어?
- 아이고 어디가.
- 아, 그러면 내려올것이지, 왜 안내려와.
- 아, 사나이가 한번 어금니를 딱 물어봤었는데 빈 속으로 어떻게 내려갈 것인가.
- 그래, 시방 같이 살고 있는 여자는 어떻게 된것이요?
- 흠, 그래 돈이 많이 많은줄 알고 하나 골라 잡았더니 알고보니까 별로 실속이 없지 무엇인가.
- 흥, 그래 돈 많은 여자하고 오래오래 평생토록 살아보라고.
- 아니, 그런 생각이었다면. 내가 벼락을 맞을 것이요.
- 솔직하게 말해서 그 여자한테 새파래미로 언쳐살면서 나 설움 참 많이 받았는데. 옛말에 겉뿌리 세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하지 말라고 그랬는데 알고보니까 그 말이 딱 드러맞는 말이지.
- 그래 어쩔셈이요?
- 쪼금 돈을 벌수있는 길이 생겼어.
- 어머, 정말로?
- 응, 그 저 한 밑천만 확 잡으면 꽉꽉 돈을 뭉쳐가지고 자네한테 내려갈것이요.
- 참말로?
- 암만,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내가 돼지 아들이지.
- 아이 참, 당신도.
- 우리만 뜻대로 잘되면 내가 금방이라도 내려가게 될텐데. 자네는 그저 아무소리 하지 말고 도로 시골을 내려가는것이요, 응?
- 여보.
- 헤헤헤. 아주 딱 눈감고 얘기해서 나 자네만치 정이많은 여자없네. 여타하는 여자들도 사귀고 보면 별일이 아니더라고. 흐흐흐. 그저 여자하기 그러면 몸집이 이래야지, 응?
- 여보.
- 한 밑천 잡으면 그냥 논이나 한 오십마지기나 사가지고서 떵떵거리면서 우리 한번 살아보세. 나도 눈물이 있는 사람이야. 나도 처자가 보고싶은 그 동안에 몇번이고 내가 내려갈려고 했었는데.
- 여보.
- 잘했다, 자기, 여편네야 안보고싶은 사람이 어디있는가 세상에.
- 여보.
- 그래서 나를 하늘같이 믿고 내려가 있는것이요. (음악)
(초인종 누르는 소리)
- 어머, 사장님 오셨나봐요?
- 얘, 내가 열어드릴테니까 관둬어라.
- 하하하, 사장님 혼좀 한번 나시겠군요?
-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술을 이렇게 마시다가는 아무래도 나 제명대로 못 살거 같아.
- 아직도 술 냄새가.
- 하하하 안깼는가? 술이.
- 어디서 이렇게 마셨어요? 술을.
- 말마소 말마소. 아이고, 빚쟁이한테 한달후에 꼭 갚아준다고 사기를 칠라니까 어찌나 양심이 괴롭고 혼이 났었네. 아이고 아이고 참.
- 방으로 들어가 얘기해요.
- 응, 방으로 들어가지고.
[박상근의 이런 연기를 누가 당해내랴. 화가 치밀하게 났던 김순옥도 박상돈의 얼렁뚱땅 연기 앞에서는 그만 무력해지고 만다.]
- 아따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게 영 괴로운것이 아니요.
- 제발 그러지 말고 마음을 단단히 가져요.
- 돈을 챙겨갖고 달라고 그래야지 마음 놓고 살겠어?
- 그래 어디서 주무셨어요?
- 응. 그 저 뭐시요, 빚쟁이 녀석하고 한 방에서 자다가 아 그냥 잠이 깨가지고서는 영 다시는 눈을 못 붙이고 말았고만그려.
- 아니, 왜요?
- 큰일이지 큰일이야.
- 예?
- 자네가 곁에 없으니 잠이 영 안와. 흐흐흐. 빚쟁이를 자네인줄 알고 더듬다가 질색을 해버렸네.
- 아이고 참 당신도.
- 순옥아.
- 여보.
- 그저 나한테는 너뿐인데.
- 여보.
(음악)
- 아이고 오늘은 누가 낙찰이 될려는지?
- 얘, 난 천천히 탈거야.
- 얘, 가만히 계산을 해보니까 굉장히 위험부담이 있는거야.
- 얘얘얘, 위험부담이야 있지만 그만큼 이자율이 높잖아.
- 그러니까 그만치 위험한거지 뭐,
- 하지만 우리야 순옥이 믿어야지 별수 있니.
- 응, 그렇긴 하지만.
- 호호호. 얘얘얘 우리 계 얘기를 했더니 말이야, 아 글쎄 모두 한 몫 껴달라 그러지 뭐야.
- 아, 이거 정말 한달에 1할 5부이니까 그럴수 밖에, 하하.
- 아 얘얘, 그런데 순옥이는 아직 안 왔니?
- 응, 그 애야 언제나 조금씩 늦잖니? 재느라고.
- 얘는 그 애가 재기에는 우리한테.
[그러나 김순옥은 30분이 지나도록 아무 소식이 없었다.]
- 어머, 아니 얘가.
- 아니, 어떻게 된거야? 연락도 없이.
[김순옥은 그 후 또 10여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
- 하하, 순옥이니?
- 한분 나오셔서 전화 받으세요.
- 응, 아니 누군데?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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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서른 한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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