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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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스물 아홉번째.
- (혼잣말) 아니, 그 여편네가 여길 왜 찾아왔지? 또 어떻게 산통 깰려고. 아니여.
내가 뭣을 잘못 봤는가?
[박상돈은 창가에 우두커니 서서 아파트 주차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 (속으로) 아니여. 분명히 그 여편네 인데. 내가 똑똑히 본거여.
[그러나 지금은 안 보인다.]
- (속으로) 나.나를 만나려고? 그럼 나는 아주 묵사발이 되는게 아닌가?
- 여보.
- 으으응?
- 아니, 왜 그렇게 놀라세요?
- 어? 허허허허. 아무것도 아니여.
- 어린애 처럼 창 밖을 내려다보며 왜 그래요?
- 응. 여기서 저기 아래로 뛰어내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 한번 생각해 봤네.
- 어머, 여보.
- 흐흐흐흐. 아주 가버리겠지?
- 아이, 참. 왜 그런 생각을 해요?
- 인간의 목숨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생각에 따라서 파리 목숨인 것이여.
- 농담이라도 그런 얘기 말아요. 남자가 왜 그렇게 허튼 생각.
- 흐흐흐. 참말로 나 없인 못 살겠는가?
- 못살아. 죽어. 나도 죽어버릴거야.
- 으메, 으메. 푸념이 뺨때리는 여자네.
- 정말이야.
- 흐흐흐. 순옥아.
- 여보.
- 내가 왜 죽냐. 이렇게 행복한데, 뭐 때문에 쓰잘떼기 소리 한번 해본 것이지. 흐흐흐.
- 죽는 건 간단해요. 하지만 사는 날까진 재밌게 살아야 한다고. 안그래?
- 응. 그려.
- 곰.
- 돼지.
- 응. 돼지.
- 아이고, 이런 예쁜 거.
- 하하. 늙지 마.
- 응. 안 늙어.
- 진짜야.
- 내가 뭣하려고 늙는가.
- 후훗, 돼지.
- 아이고. 하하하. 이 짠한 것.
[순옥은 진심이었다. 박상돈이를 위하는 일이라면 목숨까지도 다 바칠 듯 그를 미치게 좋아했다.]
- 알고 보니까 우리 동창생들 꽤나 돈들이 많아.
- 흐흐흐. 아이고. 그러면.
- 모두 욕하겠지? 내가 이민을 떠난 다음에.
- 지금 그런 생각할 필요 있을까?
- 사실은 괴로웠어요.
- 순옥아.
- 응?
- 어차피 내친 걸음이니 얼굴에다 철판 깔아야 해.
- 응.
- 웃어봐.
- 응. 후훗.
- 흐흐흐흐.
(문 두드리는 소리)
- 어머.
- 으메. 아이고.
- 누구세요?
- 저에요. 사장님.
- 응. 그래. 너니?
- 야, 지금 우리 긴한 얘기 하고 있으니, 있다가 오니라.
- 저, 사장님을 좀.
- 응? 나를?
- 네. 잠깐 나와보세요.
- 응. 그래. 저것이 왜 나를.
- 얘? 무슨 일인데?
- 네. 저.
- 아니 저 빚쟁이가 찾아왔는갑네.
- 네? 아니 무슨 빚쟁이가요?
- 아, 사업이 망했으니까 빚인들 없겠는가?
- 한 달 뒤로요.
- 응. 한 달 뒤로. 응.
(문 여닫는 소리)
- 흠. 한 달후엔.
[상파울로에 가 있을 것이다.]
- 야, 뭔 일이냐?
- 찬거리를 사가지고 들어오다가 이상한 여자를 만났어요.
- 엥?
- 사장님을 찾던데요?
- 그그 그래서?
- 네. 아무래도 눈치가 이상해 잘 모르겠다고 시치미를 뗐었죠.
- 으응. 그그그래서.
- 훗, 시골티는 나지만 미인이시던데요?
- 쉿!
- 사모님이 아시기 전에 어서 만나 적당히 조치를 취하세요.
- 그그그래. 고맙다.
[아무리 배짱이 두둑한 박상돈이라 할지라도 이 일이 이렇게 되고 보면 눈앞이 캄캄할 수 밖에.]
- 허허. 거참 왜 진작, 몇 푼 안되는 돈 가지고 그러는가.
(문 닫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 얘, 장 양아.
- 네?
- 누구야? 찾아온 사람이.
- 네. 저.
- 바른대로 얘기 해.
- 네. 저 말이에요.
- 어머, 얘가.
- 왠 험상궂은 남자가 사장님한테 마구 함부로 얘기 하면서.
- 그래?
- 흥. 하지만 우린 남의 돈은 안 떼먹는다.
(음악)
- 어휴, 음메. 그러면 어디서 살고 있는거여. 분명혀 여기서 사는 모양이라고 그러던데.
- 으이고. 이런 미친 여편네 같으니라고.
- 음메.
- 아니, 여기는 뭐하러 와?
- 여보.
- 누굴 만나러 와.
- 여보.
- 이리 따라와. 이리 따라와. 어서!
- 아, 예. 아니 어디로요?
- 이이 이쪽으로!
- 예예.
[박상돈은 커다란 몸을 제법 잽싸게 움직이며 아파트 창문에서 보이지 않게, 화단 옆 통로로
빠져 어디론가 여인을 끌고간다.]
- (전화소리)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 본 부인이?
- (전화소리) 네. 반장님.
- 박상돈인 눈이 좋은 녀석이야.
- (전화소리) 네. 알고 있습니다.
- 만일에 들통이 나면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라고.
- (전화소리) 네. 명심하겠습니다.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후후. 그래 어디 한번 두고보자.
- 아니, 그 여잘 왜 서울로 끌어 올린거죠?
- 무슨 반응이 일어나겠지.
- 반응이라니요?
- 재미있는.
- 여긴 김순옥이가 있는데, 그 여자가 나타나면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게 아닙니까?
- 흐흐흐. 박상돈은 그렇게 까지 바보스럽지가 않아.
(문 여닫는 소리)
- 어, 미스 남.
- 아, 마침 잘 왔어.
- 그래, 좋은 소식이라도 있어?
- 아휴, 실직이 됐는데요?
- 응? 실직이 되다니.
- 당분간 휴업이래요.
- 사진관이?
- 네.
- 문을 닫아버렸어요.
- 아니, 그건 왜?
- 주인 남자.
- 지금 사진관에 있어요.
- 그럼 이 형사는 그 주변을.
- 네. 반장님.
- 놓치면 안돼.
- 네. 철저히 잘 보호하겠습니다.
(문 여닫는 소리)
- 아, 참 그리고 미스 남.
- 네?
- 이 목소리 좀 들어봐.
- 누군데요?
(기계 켜는 소리)
- 아, 누군지 모르니까 들어봐달라는 거 아냐.
- (통화 목소리) 아, 여보세요? 거기가. 예. 거기가.
- 아니, 이건.
- 알만한 목소리지?
- 네. 사진관 주인 여자에요.
- 음. 역시 그렇군.
(음악)
- 아니, 지금 택시를 타고 어디로 가지요?
- 허어, 가만히 좀 있어. 조잘대지 말고.
- 어, 참 사람 환장하겠네.
- 아이고, 환장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여. 나!
- 참말로 왜 이러요?
- 뭣이 어째?
- 오랫만에 아니, 7,8년 만에 만난 우리가 꼭 이래야 되겠소?
- 뭐? 이제는 이것이 이제 정말!
- 흥. 아니 그러면 나는 맨날 울상한 호박인줄 알아요? 나도 밟으면 꿈틀거릴 줄 안단 말이요.
- 음메.
-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데, 하물며 사람은 안 그러겠소?
- 야, 너하고 나는 남남이여.
- 뭣이. 어쩌구 어째요?
- 아니, 근데 이것이 꼭 말을..
- 요것이고 저것이고. 사람이 너무 그러면 못써.
- 뭔 조용조용히 얘기를 못하고,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 그럼 내가 소리를 안지르게 되었소? 다정하게 오손도손 얘기하게 되었냐고!
- 야야. 음메.
- 근데, 뭐라고 그랬지? 나한테 이혼장에 도장찍어달라고 할때, 뭣이라고 그랬냔 말이여!
- (과거의 목소리) 흐흐흐. 이 이혼장은 순전히 형식적인 것이여. 아무것도 아니여. 순전히
목례 당신을 편하게 해주려고 이러는 것이네. 이렇게 법적으로 이혼을 안하면 빚쟁이들이
막 몰려와서 자꾸 성가시게 해버릴테니까.
[오목례는 그걸 정말로만 믿고 있었다. 더욱이 박상돈의 그 한마디.]
- (과거의 목소리)이렇게 해야지 이 오두막하고 몇 마지기 안되는 논밭을 안뺏긴단 말이여.
흐흐. 이렇게 해 놓고 우리가 변함없이 사랑하고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닌가.
- 예끼, 도둑놈.
- 에이고 뭐니나.
- 그래놓고는 코빼기도 안보여버려? 편지 한장 안해버려?
- 아, 이봐 오목례!
- 당신 혼자만 여기 서울서 잘 살꺼 같았어?
- 거거 내 얘기도 들어봐야지. 내 얘기도.
- 들을꺼 없어라.
- 아, 이 여자가 참말로.
- 나. 지금 악 밖에 안남은 독종이라고요!
- 오목례.
- 어쩔라요?
- 뭣을?
- 나를.
- 저, 말이여.
- 나를 어쩔 것이냐 말이여.
- (속으로) 음메, 이거 참 나.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김규식, 김환진, 정경애, 장춘순, 이효숙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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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스물 아홉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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