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스물 여덟번째.
(전화벨소리)
- 네. 특별수사본부 입니다.
- 이 형사입니다.
- 어, 어디야. 거기가.
- 퇴계로 3가에요.
- 그런데?
- 제가 뭘 잘못 생각한거 같은데요?
- 무슨 소리야 그게?
- 아무래도 박상돈이가 이상해서요.
- 아, 무슨 얘긴지 간단히 얘기해.
-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 뭐라고?
- 이따가 들어가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 아, 이봐. 이 형사! 이 형사!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아니,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 아니, 뭐라고 그래요? 이 형사가.
- 아마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야.
- 아니, 무슨 일일까요?
- 글쎄. 박상돈이에게서 이상한걸 눈치챘나봐.
- 예?
(전화벨소리)
- 네.
- 저, 거기가.
- 예? 어딜 찾으십니까?
- 거기가 혹시.
- 네. 특별수사본부 입니다.
- 예.
- 아, 그런데 누구시죠? 무슨 일인지 말씀을 하세요.
- 아, 예. 저 사실은.
- 하하하하. 괜찮아요. 무슨 얘기든. 우린 어떠한 상담이든 기꺼이 환영하고 있습니다. 네, 그러니까
서슴치마시고 말씀을 하시죠.
[헌데, 벌써 전화는 끊겼다.]
- 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음악)
[한강칼라 앞 공중전화.]
- 아유, 왜 이렇게 떨릴까. 내가.
- 어머, 아주머니?
- 어어? 아이고, 어머나.
- 아유, 집에서 전화를 쓰시지 않고, 공중전화를 쓰세요?
- 응. 아니야. 아무것도.
[한편 이순간. 퇴계로에선]
- 아이고, 형님.
- 잉? 아이고.
- 하하하하. 저 아시겠습니까?
- 가만 있거라. 언젠가 나하고 대포집에서.
- 하하하. 예 맞습니다. 형님.
- 하하하. 응. 그런데 또 만났네. 그랴.
- 하하. 예. 그러게 말입니다.
- (아니, 그런데. 이것이?)
- (우연이 두번째 만나게 된 사람은 일단 경계하시오!)
- 하하하. 오늘은 제가 대포를 한잔 사죠.
- 아이고, 아이고 뭣하려고.
- 자, 가시죠.
- 어디 어디로?
- 아, 술집이지 어딘 어디겠습니까?
- 흠. 아, 난 별로 생각이 없는데.
- 아유, 그러시지 말고요.
- (너무 빼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이겠지? 흠. 근데, 제가 뒷 모양이 왜 구렁이 같이 답싹답쌉하냐.)
(문 여닫는 소리 및 사람들의 소란스런 소리)
- 마침 여기 좋은 집이 있군요.
- 어이. 대포집이야 어디를 가나 쌔고 쌨는데. 뭐.
- 어서오세요.
- 헤헤. 그렇지 않아도 형님을 한번 만나뵙고 싶었습니다.
- 엥? 아니, 나를 왜?
- 하지만, 만날 길이 있어야죠?
- 헤헤헤. 이거 참. 나를 자꾸 만나 봤댔자 별로 좋은 일이 없을것인데?
- 그렇지만 형님 말씀이 어찌나 구수하고 재미가 있던지.
- 뭘 드시겠어요?
- 아, 저 말이야.
- 아니야, 아니야. 간단히 소주하고.
- 족발이나 하나 주시죠.
- 예예.
- 아니야! 아냐.
- 예? 그럼 딴걸로요?
- 음. 내 별명이 돼지인데, 돼지발목을 먹을수야 없지 않는가.
- 하하하. 아이고 형님도 참.
- 거, 빈대떡인가 벼룩떡인가 그거 한장 가지고 오소.
- 예. 빈대떡하고, 소주요.
- 네.
- 그래, 요즘 사업은 어떴습니까?
- 하아, 뭔 일이 잘 안되는 구만.
- 아이고, 그럼 야단나셨군요?
- 근데, 동생은 요새 뭣하고 있는가? 요새 놀고 있는가?
- 헤헤. 그저, 그럭저럭 밥벌이 정도는 하고 있습니다.
- 응. 집이 어딘데?
- 내발산동이요.
- 에? 무슨 발산동?
- 아, 내발산동이요.
- 하하하. 아이고 거 좋은데서 사네. 그랴.
- 하지만 벌이도 시원찮지 않고 해서 고향으로 다시 내려가 산이라도 개간할까 합니다.
- 음, 고향이 어딘데?
- 전남 곡성이요.
- (뭐, 뭣이여?)
[이 형사가 박상돈의 표정을 놓칠리가 없다.]
- (음메, 아니 나하고.)
[한 고향이 아닌가. 헌데 박상돈은 여기서 깜박 한가지 실수를 하고 만다.]
- 형님, 고향은 어디세요?
- 잉. 나는 구례.
- 구례요?
- 잉. 화엄사 근처인데.
- 아, 예.
(음악)
- 고향을 숨겼다?
- 오늘 보니.
- 글쎄, 그것 봐. 이 사람아.
- 여러가지로 수상한 점이 보이던데요?
- 그리고, 김순옥이는 여자들과 휩쓸려 어디로 갔다고?
- 글쎄요.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아무튼 무슨 모임이 있는거 같았습니다.
- 우선 그거부터 알아야 겠는데.
- 네. 사실은 우리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그네들은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거 같습니다.
- 누굴까? 그 여자들.
- 차라리 그 쪽을 미행할껀데, 잘못한거 같습니다.
- 김 형사.
- 네. 반장님.
- 오늘부터 아주 철저하게.
- 네. 알겠습니다.
[헌데, 박상돈에게도 고민거리가 자꾸 터지고 있었다.]
(차소리)
- 박사장?
- 잉? 아이고 머니나, 아이고 머니나.
- 흐흐흐. 오랫만이구만.
- 예. 아이고 참말로 여간 오랫만에 뵙겠습니다.
- 가면서.
- 예?
- 자연스럽게 가면서 얘기하자고.
- 예예.
[깡마른 체구지만, 그래도 말쑥하게 차린 노신사.]
- 흐흐흐. 아니, 왜 그렇게 풀이 죽어있나?
- 하하하. 그렇게 보이시나요?
- 응. 이 사람아. 힘내, 옛날에 그 왈가닥 성미는 다 어디로 가버렸나?
- 으아악, 거 참 옛날 얘기는 왜 또 꺼내는 거요? 내가 오늘날 누구때문에 이렇게 되었는데요.
- 아니, 박사장.
- 박사장이고. 뭐고.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난 완전히 당신네들 개떡이지 뭡니까? 에?
- 아니, 여기가 어디라고!
- 어디긴 어디여. 서울이지. 사람이 한번 죽지 두번 죽나요?
- 너는 살인자야!
- 에예?
- 그리고 시효도 아직 지나지 않았어.
- 뭣이 어째요?
(음악)
(개 짖는 소리)
- 여보, 여보!
- 자네가 죽였지?
- 아니, 무슨 생 사람을 잡으려고 그래요.
- 내가 다 봤는걸.
- 으허헛, 이분이 헛소리하고 꽤나 자빠졌네. 그려. 나이가 먹은 것이.
- 돈을 따가지고 나가는 사람 뒤를 밟는 걸 봤다고!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지금 참. 이거.
- 그래서 요 앞 개울에서 때려눕히고 돈을 빼앗았어. 반항하니까, 결국엔. 안그랬나?
- 아이고, 아이고.
- 여보! 아니, 아니 거기서 뭐하고 있어요?
- 내 말 한마디면 알지? 하지만, 내가 시키는대로만 따르면 영원히 비밀로 묻어버리는 수가 있어.
- 아이고, 아이고 이거 참.
- 바로 저기 땅속에 깊이 묻혀 잠든 사람처럼 말이야.
- 아이고, 그럼 별수 없지.
- 내말대로 따르겠단 말이지?
- 미안하지만, 영감 당신도 편히 좀 잠들게 해야겠어.
- 아이고, 사람살려.
- 하나 죽이나, 둘 죽이나 벌 받기는 마찬가지지 뭐. 죽어!
- 여보?
- 응? (하필이면 저 여편네가.)
- 휴.
- 영감. 운수한번 참말로 짭짤하네. 응?
- 하아, 박상돈이 너야 말로 운이 억세게 좋았어.
- 엥?
(차소리)
- 에헤, 이 사람아 차조심.
- 예예. 아이고.
- 듣자하니, 박사장이 요즘 사업에 태만하다고들 그래.
- 예? 내가 뭣을요?
- 허튼 생각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
- 어휴, 진짜 내 팔자가 어떻하다가 그랬지.
(음악)
(차소리)
- 아이고, 마침.
- 아이, 당신은 어딜나갔다가 이제사 오는 거에요?
- 응. 나 저기서 한잔 했네.
- 형님, 그럼 이차는.
- 응. 그 차 얼른 도로 갔다 줘버려.
- 예.
- 야야, 참.
- 예?
- 차 빌린 삯 줘야지.
- 하하. 형수씨한테서 두둑히 받았습니다.
- 호호호. 응. 그러니까 어서.
- 예. 그럼 낼 아침에 뵙겠습니다.
(차소리)
- 그래, 동그랑땡은 어떻게 되었는가?
- 성공.
- 아니, 그럼.
- 천만원 수입.
- 아이고. 그래.
[헌데, 순간. 박상돈의 눈이 사정없이 찢어진다.]
- 아니, 저것이.
- 어머, 왜 그러세요? 여보.
- 이잉? 아니야. 아니야 아무것도 자 얼른 들어가지.
[저쪽 아파트 옆에서 서성거리는 허름한 옷차림의 여인은.]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스물 여덟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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