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스물 일곱번째.
- 그럼 일단 박상돈의 신병을 확보해 두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 뭘로? 아직 이렇다할만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잖아?
- 그렇지만, 그동안에 어디로 잠적해 버린다면.
- 제까짓께 뛰어봤댔자, 방바닥에 벼룩이지.
(문 여닫는 소리)
- 반장님, 분석이 끝났습니다.
- 아, 그래. 똑같은 사진이던가?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여기 의견서엔 똑같은 사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되있는데요?
- 적당히 편집을 했으니까, 그럴수 밖에.
- 하지만, 과학수사연구소에서도 그 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검토를 했다고 합니다.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이러니까, 그자를 섣불리 다룰수가 없다는 거야.
[박상돈이 부탁해 찍은 사진이 오직 유일한 증거품인데, 그것마저 확실치 않다면 얘기는 사뭇 달라진다.]
- 그러나 김순옥이가 임 회장에게 조총련계 사람을 쓰도록 부탁한건 바로 박상돈의 사주라고 봐야겠죠.
- 그거 하나만으로는 얼마든지 오히려 오리발을 내 놓을 수 있어. 또한 그게 곧 간첩행위라고 단정하기에도 곤란하단
말이야.
- 네. 반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 이 사람아! 자넨 왜 그렇게 박상돈을 그렇게 두둔하는 거야?
- 두고 보세요.
- 뭘 두고 봐.
- 글쎄, 박상돈이는 그럴만한 위인이 못 된다니까요. 그자가 정말 간첩이라면 나하고 마주앉아
두시간 가까이 술을 마시는 동안에 뭔가 조금은 눈치가 달랐을꺼에요.
- 혹시 누가 알아? 이 형사의 정체를 미리 눈치챘는지도.
- 천만에요. 제가 형사라는 걸 어떻게 압니까? 그 자가.
- 제발, 편견들은 버려. 다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박상돈이가 설령 간첩이라 할지라도.
- 네. 그 자는 반장님 말씀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꼭두각시 일겁니다.
- 아니, 이 사람이.
- 배후에 커다란 조직이 있을꺼야. 우린 기어코 그 조직을 캐내야 된다고. 그러려면 먼저 박상돈이가
그 조직에 가담한 동기. 즉, 포섭경위를 먼저 밝혀내야겠지.
(전화벨소리)
- 흠.
- 네. 특별수사본부 입니다.
- 김 형사님이세요?
- 오, 미스 남.
- 이리줘.
- 네.
- 아, 나야.
- 임 회장 비서와 사진관 주인이 만나고 있어요.
- 아니, 저런.
(음악)
[이때, 한강칼라 내실에선.]
- 아, 뭐라고요?
- 저도 정말 그 사실을 알고 너무나도 놀랐어요.
- 아니, 그 여자가 버젓이 자기 남편이 있으면서 왜 처녀 행세를.
- 예.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우리 회장님이 그 여자한테 반했기로서니, 원 그럴수가.
- 하하. 아이, 정말 미친여자로구만.
- 그래, 우리 회장님이 지금 울화가 치밀어 괜히 나한테만 야단을 치시지 뭡니까.
- 그래, 우리 집사람도 거기에 동조했단 말이죠?
- 예. 그래 전 그저 아주머니 말씀만 믿었던 거에요.
- 아이고, 이 망할놈의 여편네.
- 그리고, 이건 비밀입니다.
- 예?
[이것이 문제였다.]
- (특별수사본부에서 그 여자 뒷조사하고 있다는 얘기는 말아. 그 이반장이 나한테 각별히 당부했으니까
말이야.)
- 도대체 그 비밀이라는게 뭔데요?
- 예. 저 사실은.
- (우리만 알고 있자고.)
[그러나 사나이는 끝내.]
- 사실은 무슨 일인지, 특별수사본부에서.
- 예? 아니, 특별수사본부에서. 뭘 어쨌다는 거요?
- 김순옥이 그 여자에 대해서 모두 조사하고 있어요. 지금.
- 예?
(문 여닫는 소리)
- 아유, 왠일이에요? 두분이 내실에서 이렇게.
- 여보.
-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아주머니.
- 반포에서 오는 거요?
- 아니요.
- 큰일났소.
- 네?
- 글쎄, 어쩐지 이상하더라고.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부르셨습니까? 형님.
- 응. 뭣이냐, 거시기 참. 아이고, 참 거시기는 귀신도 모르지.
- 하하. 당신도.
- 너 렌트카라는 거 알지?
- 예. 승용차 빌려주는 거 말씀이죠?
- 응. 거기가서 제일 늘씬하고 좋은것으로 한 대 빌려가지고 온나.
- 아니, 그럼 우리 차는 어떻게 하고요?
- 그건 우리 차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너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여.
- 하지만, 그걸 빌리려면 선금을 줘야 할껄요?
- 이리와봐. 내가 알아본 게, 주민등록증만 내면 빌려준다 하더라.
- 아, 예. 그럼 당장 빌려오죠.
- 야, 시트인가 쉐긴가 의자 깨끗한 걸로 언능 한대 몰고 온나. 응?
- 예. 다녀오겠습니다.
(문 여닫는 소리)
- 음. 에크.
- 저 사람은 눈치 안치게 해요.
- 암만, 저 녀석은 내 말이라면 깜박 개구리처럼 엎드려서 죽어지내는데.
- 그래도 쉬쉬 해야지요.
- 암만. 쉬쉬. 하하. 요것봐라. 이 이쁜 입 좀 보소.
- 아이, 저리 비켜요.
- 아, 그런데 동그랑땡이 잘 되어 갈까?
- 아이, 동그랑땡이요.
- 아이참, 그래. 동그랑땡 일일계 말이요.
- 글쎄 그건 나한테 맡기시라니까요.
- 흠. 그래. 오늘부터 여권사진도 찍고, 슬슬 준비를 해야겠는데?
- 오, 그렇군요.
- 자네가 돈만 갔다주면, 난 그걸 가지고 달러로 즉시 바꿔놓을게.
- 네. 조심해야 돼요.
- 아이고, 그것이야 내가 또 훤하다고. 잉.
(전화벨소리)
- 네. 반포에요.
- 오, 나야.
- 어머, 고 언니.
- 아이고뭐니나, 그 여시가.
- 아니, 그런데 왜 그렇게 글쎄 통 얼굴을 볼 수가 없어요?
- 응. 무슨 일이 좀 있어서.
- 아니, 그 여시가 알면 김새니까, 동그랑땡에 대해선 아무말도 말라고.
- 할 얘기가 있는데?
- 나 하고요?
- 응.
- 만나지 말아. 눈치가 생쥐만큼이나 빨라서 금방 들통이 난다고.
- 하지만, 난 지금 바빠서.
- 그러지 말고, 잠깐만 시간을 내는 거야.
- 아유, 지금은 안된다니까요? 다음에 또 연락해요. 우리.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응. 아주 잘해버렸어. 시간을 끌면 모든지 잘 안되는 것이여. 한달이라고 그랬지?
- 네. 한달동안에 싹 뿌리를 뽑고 말아야죠.
- 흐흐흐. 응. 그러면 한달후에는 팔자에 없는 브라질 구경하겠네.
- 후훗, 초청장은 언제 오는 거죠?
- 에. 그것이야 받은 것이야 다름 없는 것이라니까.
- 하지만 매사엔 빈틈 없이요.
- 응.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있어. 하하하. 자네도 브라질가서 나를 헌신짝 버리듯이 딱 집어던져버리면,
나는 어째?
- 아유, 참 별소릴 다. 하하하.
- 하하하하. 믿네. 믿어. 난 그저 순옥이 자네만 믿고 살테니, 알아서 하는 겨.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림)
- 아이고, 원 얘들도 한 사람 좀 늦게 와봐라.
- 하하하.
[김순옥은 일부러 또 몇 분쯤 늦게 나온 것이다.]
- 얘, 그래, 오늘부터 시작한거니?
- 얘, 우린 모두 준비를 해 놓고 나왔다.
- 흐흐. 응. 기왕 시작할바엔 오늘부터 해버리자 얘.
- 호호호. 응 우린 벌써 그렇게 결정을 한거야.
- 아유, 하지만 난 말이야.
- 왜?
- 또 생각이 달라졌니?
- 아유, 우리 그이한테 얘기를 했더니, 마구 야단을 치시지 뭐니, 글쎄.
- 아니, 왜?
- 혹시 무슨 파탄이라도 생길까봐?
- 그래, 혹시 계를 타갔고, 제 날에 제때 돈을 붓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말이야.
- 아니, 뭐 어째?
- 아니, 얘. 니 신랑인가 그 사장님이 우릴 어떻게 보고 그러시는 거야?
- 응. 정말 그러게 말이야. 얘얘. 우리가 그렇게 까지 시시하게 보이니?
- 얘얘, 이래봬도 몇 천쯤은 마련할 능력있다, 우리도.
- 아이참, 기가막혀. 얘. 정말 억울하다. 그런소릴 들으니까.
- 응. 섭섭하다 진짜.
- 호호. 얘얘, 그래서 내가 마구 한바탕 퍼부었지 뭐니.
- 응? 아니, 왜?
- 아니, 우리 동창생들을 어떻게 보고 그러느냐고 말이야. 비록 고등학교 밖엔 못나왔지만,
신용하나로 살아가는 착실한 친구들이라고 입에다 거품을 물고 대들었다고.
- 얘, 정말 잘했다.
- 호호호호.
- 응. 과연 넌 똑똑해.
- 얘. 근데, 다른 얘들은 뭐하느라고 아직 못 나오고 있니?
- 응. 벌써 가 있을껄 그 식당에.
- 응. 그 식당에서 모이기로 했으니까.
- 얘, 그럼 빨리 가야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 (여러명의 목소리) 그래그래. 가자고.
(음악)
(차소리)
- 사모님, 저 여깄습니다.
- 오, 저리로 가자.
- 어머, 너 또 차를 바꿨구나?
- 아유, 바꾸긴. 저건 우리 그이 전용이야.
- 어머, 그러니까 너가 타고다닌 건.
- 응. 그건 내 전용이고 말이야.
- 이야, 넌 팔자한번.
- 어머, 정말 부럽다 얘.
- 후훗, 자. 타자.
- 응. 그래.
[불나비는 허영을 노렸고, 그것은 여지없이 그대로 적중했다.]
(차소리)
- 흐흐흐흐. 아이고, 잘들 놀아가는구나. 미친것들. 흠. 허파에 바람이 땡땡하게 불어버렸어.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스물 일곱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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