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스물 여섯번째.
- 그건 뭐가 잘못 얽힌게요. 한마디로 말해 김순옥인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 물론 그 여자가 대남공작원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김순옥이가 선원으로 써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공산당원이라는 사실은 일단 짚고 넘어 가야겠죠?
- 분명히 말해. 난 그 여자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건 아니오. 그러나 난 그 여자가 간첩이라고 생각치는 않아요.
- 어쨌든 임 회장님께서도 그 여자와 사귀실땐, 경계를 하셔야 겠죠.
- 미스 김은 자존심이 대단한 여자였어요. 모델로 출연했던 것도 순전히 호기심에서였지, 직업적으로 그런데를 나가는 여자가 아니고 말입니다.
- 아무튼 앞으로 우리 일에 협조를 바랍니다.
- 하지만, 난 미스 김을 만날 수 조차 없어요.
- 김순옥인 미스가 아니라 엄연히 남편이 있는 여자입니다.
- 네?
- 반포에서 살림을 차리고 있어요.
- 뭐라고요?
[임 회장은 그만 새파랗게 질려.]
- 아니, 그런 못된 계집애가. 세상에 어디있담. 이봐! 미스터 한. 한군!
(문 여닫는 소리)
-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 사람이 왜 그렇게 어리숙해?
- 예? 무슨 말씀인지.
- 김순옥이 한테 남편이 있다는데?
- 예?
(음악)
- 뭐. 뭣이? 동그랑땡 일계?
- 호호호. 어때요?
- 아, 그게 무슨 계인데?
- 밑져봤댔자, 본전이라는 뜻이에요.
- 아, 그게 요새 한창 유행하는 계로구만.
- 어머, 내가 만들어낸 계라니까요.
- 잉? 자네가?
- 호호호. 네.
- 하하하하. 이거 참 재밌겠는데.
- 두고보세요. 짧은 기간동안에 싹 걷어들일테니까.
- 워매, 자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야?
- 호호. 글쎄. 당신은 이민수속이나 빨리 하시면 된다니까요.
- 떽! 못써.
- 네?
- 아, 사기를 쳐서 이민을 가게 되면 욕을 얻어 먹을게 아닌가. 박상돈이 하고 그 여편네 김순옥이 때문에 신세 망쳐버렸다고.
- 아유, 그럼 또 어때요? 그렇다고 걔들이 브라질인가 상파울로까지 찾아오겠어요?
- 하하. 야, 이 여자 참말로 무섭네.
- 걔들이 나한테 처음에 으시대고 쌀쌀하게 대한거나, 내가 등을 치는 거나 피장파장이라고요.
[사실 김순옥의 얘기는 누가 들어도 솔깃했다.]
- 얘, 아무리 재무구조가 좋은 큰 회사라 할지라도 말이야. 경우에 따라서는 급전이 필요하기 마련이야.
- 응. 그건 그럴꺼야.
- 그것도 하루 이틀만 돌려쓰는 초 급전 말이야.
- 응. 순옥이 넌 정말 그 방면에 환할꺼야.
- 호호. 응. 진짜 사장님 사모님이라서 다르구나.
- 그렇다고 그 돈을 금방 은행에서 대부를 받겠니, 어쩌겠니. 그런 경우는 별수 없이 사채를 쓰기 마련이라고. 오, 그래. 우리 회사에서도 말이야. 얼마전에 삼천을 사흘동안 돌려쓰는데, 자그만치 1부 5리를 줬었지 뭐니.
- 어머, 사흘동안에 1부 5리라면.
- 얘, 그럼 한달에 얼마 꼴이야?
- 아유, 얘. 원 얘들도 산수공부 좀 해라. 산수 공부 좀.
- 아니, 그럼 1할 5부?
- 호호호. 그래. 15% 천만원이라면 한달에 자그만치 150만원이 붙어 들어오는 거야.
- 얘, 하지만 그거야 계속 갔다 쓸사람이 없잖아.
- 얘. 얘. 돈이 없지. 왜 쓸 회사가 없냐? 전문적으로 그런 사채놀이 할줄만 알면은 얼마든지 쉬지않고 놀릴수가 있다 얘. 호호호. 그리고 말이야 그거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말아.
- 아, 그러니까 그 동그랑땡 일일계라는게, 바로 그걸 이용하는 거로구나?
- 호호호. 그래. 맞아. 어 더 좀 정확히 좀 말하자면은 1할 5부 계야. 이거는. 그러니 솔직히 말해서 4부나 5부 돈 얻어서 계를 하더라도 1할은 따먹을 수 있다고.
- 오. 정말 그런 계산이 나오는 구나.
- 호호호. 순옥아, 우리 진짜 그런 계 하나 하자.
- 응. 그래 한번 해보자 얘.
- 아유, 하지만 내가 책임을 지고 그걸 하자면은 골치 꽤나 아플껄?
- 얘얘. 친구 좋다는게 다 뭐니.
- 아유, 그런 귀찮은 일은 싫다 얘.
- 원 얘도. 동창생 끼리인데, 그런걸 꼭 따져야 겠니?
- 그럼. 계가 끝난 다음에 너희들이 한턱 쓸래?
- 응. 그거야 문제 없지.
- 얘얘얘, 한턱이 아니라 열턱이라도 쓸테니까 걱정말어.
- 어, 그럼 어디 한번 고려해 보지.
- 그러지 말고 대답을 해야지. 그래야 우리도 준비를 할게 아니야.
- 오, 그러게 말이야.
- 호호호. 그럼 말이야. 우리 내일 다시 만나서 다시 얘기 하자.
[김순옥은 슬쩍 꽁무니를 빼면서도 여운을 남겨, 군침을 돌게 해놓고 돌아온 것이다.]
- 예끼! 예끼 이사람아.
- 네?
- 하하하. 사기를 쳐도 곱게 쳐야지 그렇게 까지 능숙하게 치면 어떻게 한디.
- 두고보세요.
- 잉?
- 한달 안에 1억 5천에서 2억 쯤은 문제 없이 긁어 들일테니까.
- 아니, 2억이라면.
- 40만불이요.
- 억! 아니, 아니. 그럼 상파울로에 가서.
- 쉿!
- 아니, 호강 날라리 초호화 식으로 살겠는데?
- 호호호.
- 잉.
- 네. 그러니까 빨리 이민수속이나 하세요.
- 수속을 했다가, 만일에 준비가 안되는 날엔.
- 아이, 그건 나한테 맡기시라니까요. 2억이라 해봤댔자, 10명이라면은 2천씩 떼이는 셈이잖아? 흐흐. 우리 동창생들이야, 다 4,5천만원 짜리 제 집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당장 알거지가 되지는 않아요.
- 이거, 아따 참. 사기를 치면서 그 사람들 장래일까지 생각을 해주니, 그래도 자넨 양심적 사기꾼이야. 하하하하.
- 호호호. 아유, 참 당신도.
- 근데, 그게 잘 될련지.
- 아참, 그리고.
- 응. 또 뭣이요?
- 우선 차부터 늘씬하고 큰걸로 바꿔야 겠어.
- 응. 그것이야 내가 알아서 다 할테니까 걱정하지 말어.
- 정말, 이민은 갈 수 있는 거죠?
- 브라질에서 살고 있는 내 친구가 초청장만 보내면 된단 말이여. 여기 대사관으로 초청 연락만 해주면, 수속이 간단해 버려.
- 하지만, 당신이 서둘러서 그쪽에 먼저 연락을 해야죠.
- 흐흐흐흐. 벌써 해버렸는데?
- 네?
[엉덩이로 호박씨를 까는 이 능청맞은 인간.]
(전화벨소리)
- 네. 반포에요.
- 국제전화에요.
- 네? 국제전화요?
- 잠깐만요.
- 아, 그럼 그 친구인갑네.
- 한국, 서울입니까?
- 네. 그렇습니다.
- 아, 여긴 상파울로 입니다.
- 아, 네. 박상돈씨를 찾으시죠?
- 예. 그 친구좀 바꿔 주십시오.
- 네네. 여보 받아봐요. 상파울로래요.
- 아따, 그 친구 참 빠르네.
[김순옥이가 제아무리 머리가 좋다해도 박상돈일 당해낼수 없었다.]
(음악)
- 아따, 내 편지 벌써 받았냐?
- 어때요? 일은 잘 되어가고 있소?
- 이듬해, 사료장사를 하다가 그만, 쫄딱 망해버렸다.
- 어쨌든, 빨리 돈을 만들어 보내줘야겠소.
- 응응. 그러니까 나도 브라질로 이민을 가야겠다. 얼른 서둘러서 초청장인가 뭣인가 그거 보내라.
- (흐흐흐. 박상돈이 과연.)
- 어이어이, 응. 내가 어쩌다가 여자를 하나 잘 만나가지고 그까짓 돈이야 만들어질꺼 같다.
- 잘 부탁해요. 흠.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호호호. 아유, 오늘은 내가 교환양이 다 되었군요.
- 하하하하. 응. 수고했어. 그 친구 마누라가 좀 까다로워서 말이야. 국제전화라고 속여서 술집으로 불러낸거야.
[사나이가 다방을 나간지 2,3분 쯤 지났을까.]
- 이것보시라고요.
- 어머, 용구씨가 왠일이세요?
- 조금 전에 그 분이 우리 사장님한테 전화 걸었지.
- 네. 근데 왜 그러세요?
- 아니야, 나도 좀 알아야 할게 있어서.
(음악)
- 어서오세요.
- 아, 아주머니 또 밖에 나갔냐?
- 네. 아저씨.
- 반포에 간다고 했어?
- 그건 잘 모르겠는데요?
- 아이고, 이 망할놈의 여편네.
- 아참, 그리고 조금 전에.
- 응? 조금 전에 뭐야?
- 아주머니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 누군데?
-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전화벨소리)
- 네. 한강칼라입니다.
- 아직 안들어오셨어?
- 네. 아,네. 아까 전화했던 그 분이에요.
- 그래. 이리줘.
- 들어오시면, 임 회장님이 지금 잔뜩 화가 나있다고만 얘기해요.
- 아, 저 잠깐만이요.
- 아, 여보세요.
- 누구시죠?
- 댁은 누구요?
- 예?
- 댁은 누군데, 우리 집사람을 찾느냐고요?
- 예. 저.
- 나하고 만납시다. 나도 알건 좀 알아야겠소. 나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어요! 하지만 증거가 없어서 섣불리 얘길 못했던 거요.
[특별수사본부에서 노린건 이게 아니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스물 여섯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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