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스물 세번째.
- 흐흐흐흐. 나도 실속을 차려야 할 때다. 응. 암만.
[박상돈. 그는 과연 꼭두각시 였던가.]
(음악)
- 어머, 오늘은 왜 혼자 나와 계세요?
- 응? 흐흐흐. 너 꼬시랑이가 보고 싶어서.
- 아, 하하하하. 아유 참 박사장님도.
- 야, 커피를 아주 두 잔 가지고 와.
- 네? 한꺼번에 두 잔을 다 마시려고 말이죠?
- 야, 맛 대가리도 없는 커피를 왜 두 잔이나 마셔?
- 아, 하하하. 저도 한 잔 사주시겠다? 그거에요?
- 워매, 이그 원 참. 아, 내가 왜 다방 가시내 한테 커피를 사주냐?
- 근데, 왜 커피는 두 잔씩이나요?
- 시간 약속을 아주 잘 지키는 사람이라 금방 나타날꺼야. 10초 전이다.
- 아, 그 분이요?
(문 여닫는 소리)
- 에구머니나, 저 봐라.
- 하하하. 어머나 정말. 아유, 어서오세요.
- 아이고 성님, 어서오세요.
- 오래 기다렸소?
- 아니에요. 나도 지금 막.
- 호호호. 물론 커피시죠?
- 응. 커피.
- 거봐라.
- 오늘은 중대한 얘기가 많아요.
- 네? 뭔 얘기인데요?
- 조금전에 니가다에서 연락이 왔소.
- 그럼 벌써. 일이. 되었단 말이오?
- 틀렸어요.
- 뭐라고요?
- 임회장 지시로 자기 배의 선원으로 채용하려고 했었는데.
- 그런데요.
- 테라우치 동지의 정체가 탄로나 버린거요.
- 흐억. 에구머니나.
- 물론 공작원이란 정확한 증거는 못 잡았지만,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나타난거요. 하지만 현지 영사관에선 조총련 행동대원이라는 걸 알아냈단 말이오.
- 아니,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앞으로.
- 김순옥과 임회장이 다신 만나선 안돼요. 그렇게 되면 박 동지도 결국 덜미가 잡히게 돼요.
- 예? 아이고.
[박상돈은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만지며 새파랗게 질려]
- 저, 솔직히 말을 해서 나야 죄가 별로 없는 사람인데.
- 박상돈 씨!
- 예예? 그렇다고 내가 배신을 한다던가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 앞으로 한약이 많이 필요하게 됐는데.
- 그런데, 이제는 임회장하고 접촉이 못하게 되었으니, 막연하지 않습니까.
- 흐흐흐흐. 저번에 임회장 한테서 김순옥이가 받은 용돈이 있지 않소?
- 예? (아니, 그건 어떻게 알고.)
- 그걸 잘 이용해야 겠소. 김순옥이를 앞세워. 그리고 그런 일이라면 박 동지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소?
- (음메, 사람 미치고 환장하겠네.)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다녀왔습니다. 반장님.
- 아이고, 김 형사.
- 김 형사님. 정말 이번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 하하하. 아닌게 아니라 얼굴이 많이 거칠어 졌구만.
- 아, 박상돈은 역시 여자들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은 아닌가봐요.
- 아니, 그건 왜?
- 자기 본처는 물론이고 또 옛날에 주막 여자도 만나 봤었는데, 한결같이 박상돈 그 자에 대해선 호의적이었거든요.
- 네. 사실 제가 보기에도.
- 아하. 또.
- 아유, 아니에요. 반장님.
- 글쎄. 김 형사 얘기 부터 듣자고. 이 형사는 너무 단순한게 탈이야.
- 하지만, 어쨌든 박상돈이가 솔직한 사나이라는 것만은 사실이라고요. 제가 보기엔 절대로 간첩이 될만한 인물이 아닌거 같았습니다.
[박상돈. 그는 누구한테나 그만큼 호감을 갖게 보인다. 그래서]
- 사실 제가 조사한 바로도 그자가 간첩이 될 만한 특별한 동기는 없었습니다.
- 그런 결론은 내가 내리겠어.
- 아, 그나저나 본처와 헤어지게 된 이유가 뭐였어요?
- 응. 그건 말이야.
- 그 보다도 그날 새벽에 왠 노인이 찾아왔었다고 했었지?
- 네. 그 사람은.
[박상돈의 본처는 그당시 상황을 꽤나 소상히나 얘기해 줬었다.]
- 아따, 뭐 날씨가 이렇게 매섭게 춥냐.
- 누구요. 그 사람이?
- 잉?
- 누군데, 새벽에 당신을 찾아와서 밖으로 불러내느냔 말이오.
- 응. 저기 사람이 누구냐고 말이여.
- 그리고 뭔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했소?
- 아따, 거 참. 여편네가 백여우처럼 따지고 자빠졌네.
- 이것은 뭣이오?
- 잉?
- 옷에다 뭔 피를 묻혀갔고 다니냔 말이오.
- 잉. 닥닥닭을 잡아줬어.
- 뭔 닭을요?
- 아, 주막집 주인 여편네가 닭을 잡아달라고 그래서, 닭의 목아지를 탁 치다가 그 때 피가 내 옷이 튀긴 모양이네.
- 찾아온 그 사람이 또 빚쟁이죠? 그렇죠?
- 흐흐흐. 지금 나 찾아온 사람은 뻔하지 뭐.
- 으이고. 나 못살어.
- 흐흐흐흐.
- 음매, 지금 이 판국에 웃음이 나와요?
- 아따, 진작 오랫만에 보듬어나 보세.
- 어참. 당신도.
- 하여간에 서방하나 잘못 만나가지고 자네 고생 너무 많네.
- 음매, 병주고 약주고.
- 응. 이 씨암탉처럼 포동했던 살도 참말로 많이 빠져버렸네.
- 그러니까 제발 이젠 노름 좀 그만 하란 말이오.
- 흐흐흐. 그려. 그려. 암, 이제 새 사람이 한번 되어보려네.
- 참말로?
- 응. 참말로.
- 아유, 여보.
- 여보.
- 여보.
(음악)
[헌데, 그로부터 일주일 쯤 지나서.]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저, 여기다가 손도장이나 하나 찍어주소.
- 아니, 이것이 뭣인데요?
- 이혼서류요.
- 예?
- 이렇게 해야지 자네도 편할 것이네. 형식적으로 나마 이혼을 해갔고, 이 오두막하고 논 밭 몇 지기 남은건 지켜야 된단 말이오. 만일에 안그러면 빚쟁이들한테 몽창 넘어가버려.
- 그래갔고, 참말로 헤어져 버리려고?
- 어허. 사람을 못 믿기는.
- 난 싫소. 못 해. 진정 왜 에리지도 않은 생이빨을 빼려고 그려.
[그게 마지막 이었다. 그날 집을 나간 박상돈은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 (여보.)
- 하아. 왜 요새는 자꾸 그 여편네 생각이 날까. 이것이 아쉬움이냐, 미련이냐.
- 형님?
- 으응?
- 어디 편찮으세요?
- 응. 뒷머리가 띵하다.
- 에. 그래서인지 안색이 여간 좋지 않으신데요?
- 흐흐.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 아니, 누가요?
- 인생이란 그런 것이란 말이여.
- 하하하하. 아, 형님도 참.
-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나.
(음악)
- 분명히 무슨 사연이 있었어.
- 네.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 그 노인이 찾아왔던건 결코 빚쟁이로서가 아니었을 거야.
- 그럼 그 자가 바로 공작원이었던 말이죠.
- 어쨌든 박상돈의 고향인 거기 구례 곡성은 지리산에 인접해 있어. 설영 박상돈은 직접 관여를 안했더라도 대남 공작원이 침투할 수 있는 소지는 다분한거야.
- 하지만 그 노인이 유혹을 한다고 거기에 쉽게 말려들었을까요? 박상돈이가.
- 거기엔 필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 뭘까요? 그게.
- 피.
- 예?
- 그날 새벽에 박상돈의 옷에 묻었던 그 피 말이야.
- 아..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예. 이 반장이오.
- 저 미스 남이에요.
- 미스 고!
- 아참.
- 무슨 일이야?
- 그 여인이 또 반포에 갔습니다.
- 음. 그래?
[김순옥은 드디어 허영과 실리를 함께 취하려고 들었다.]
- 하하. 이봐 동생. 그 돈 나한테 좀 돌려줘.
- 어머, 그건 언니가 돈을 어디에다가 쓰시려고요?
- 아이 글쎄. 사진관을 옮겨야 겠다니까.
- 아, 네.
- 호호. 기왕 가게를 낼 바엔 중심가에서 한번 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 아, 그거는 좋은데요.
- 그런데. 뭐가 문제지?
- 몇 부로 주실래요?
- 뭐? 이..이자?
- 네.
- 아이, 이자야 남들이 하는대로 주면 되잖아?
- 5부 주실래요?
- 5부 씩이나?
(문 여닫는 소리)
- 어머, 여보.
- 아유, 오빠. 이제 오세요.
- 에휴, 죽고만 잡다.
- 뭐요?
- 오빠.
- 딱 죽어버리고 싶다. 당장.
- 여보.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스물 세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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