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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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 제23화 북괴의 비밀계획음모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제23화 북괴의 비밀계획음모
1979.12.18 방송
‘특별수사본부’는 밤 11시 10분부터 15분간 방송된 심야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對共수사실록드라마이다. 시종 높은 청취율로 동아방송의 간판프로그램의 하나로 명맥을 지킨 이 작품은 여간첩 김소산 사건, 해군 프락치 허만도 사건, 기생간첩 구자운, 점쟁이간첩 윤길도, 거물간첩 성시백 등을 다루어 대공수사팀의 활약상과 반공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스물 세번째.



- 흐흐흐흐. 나도 실속을 차려야 할 때다. 응. 암만.

[박상돈. 그는 과연 꼭두각시 였던가.]

(음악)

- 어머, 오늘은 왜 혼자 나와 계세요?

- 응? 흐흐흐. 너 꼬시랑이가 보고 싶어서.

- 아, 하하하하. 아유 참 박사장님도.

- 야, 커피를 아주 두 잔 가지고 와.

- 네? 한꺼번에 두 잔을 다 마시려고 말이죠?

- 야, 맛 대가리도 없는 커피를 왜 두 잔이나 마셔?

- 아, 하하하. 저도 한 잔 사주시겠다? 그거에요?

- 워매, 이그 원 참. 아, 내가 왜 다방 가시내 한테 커피를 사주냐?

- 근데, 왜 커피는 두 잔씩이나요?

- 시간 약속을 아주 잘 지키는 사람이라 금방 나타날꺼야. 10초 전이다.

- 아, 그 분이요?

(문 여닫는 소리)

- 에구머니나, 저 봐라.

- 하하하. 어머나 정말. 아유, 어서오세요.

- 아이고 성님, 어서오세요.

- 오래 기다렸소?

- 아니에요. 나도 지금 막.

- 호호호. 물론 커피시죠?

- 응. 커피.

- 거봐라.

- 오늘은 중대한 얘기가 많아요.

- 네? 뭔 얘기인데요?

- 조금전에 니가다에서 연락이 왔소.

- 그럼 벌써. 일이. 되었단 말이오?

- 틀렸어요.

- 뭐라고요?

- 임회장 지시로 자기 배의 선원으로 채용하려고 했었는데.

- 그런데요.

- 테라우치 동지의 정체가 탄로나 버린거요.

- 흐억. 에구머니나.

- 물론 공작원이란 정확한 증거는 못 잡았지만, 몇 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나타난거요. 하지만 현지 영사관에선 조총련 행동대원이라는 걸 알아냈단 말이오.

- 아니,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앞으로.

- 김순옥과 임회장이 다신 만나선 안돼요. 그렇게 되면 박 동지도 결국 덜미가 잡히게 돼요.

- 예? 아이고.

[박상돈은 손으로 자신의 목덜미를 만지며 새파랗게 질려]

- 저, 솔직히 말을 해서 나야 죄가 별로 없는 사람인데.

- 박상돈 씨!

- 예예? 그렇다고 내가 배신을 한다던가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 앞으로 한약이 많이 필요하게 됐는데.

- 그런데, 이제는 임회장하고 접촉이 못하게 되었으니, 막연하지 않습니까.

- 흐흐흐흐. 저번에 임회장 한테서 김순옥이가 받은 용돈이 있지 않소?

- 예? (아니, 그건 어떻게 알고.)

- 그걸 잘 이용해야 겠소. 김순옥이를 앞세워. 그리고 그런 일이라면 박 동지는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소?

- (음메, 사람 미치고 환장하겠네.)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다녀왔습니다. 반장님.

- 아이고, 김 형사.

- 김 형사님. 정말 이번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 하하하. 아닌게 아니라 얼굴이 많이 거칠어 졌구만.

- 아, 박상돈은 역시 여자들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은 아닌가봐요.

- 아니, 그건 왜?

- 자기 본처는 물론이고 또 옛날에 주막 여자도 만나 봤었는데, 한결같이 박상돈 그 자에 대해선 호의적이었거든요.

- 네. 사실 제가 보기에도.

- 아하. 또.

- 아유, 아니에요. 반장님.

- 글쎄. 김 형사 얘기 부터 듣자고. 이 형사는 너무 단순한게 탈이야.

- 하지만, 어쨌든 박상돈이가 솔직한 사나이라는 것만은 사실이라고요. 제가 보기엔 절대로 간첩이 될만한 인물이 아닌거 같았습니다.

[박상돈. 그는 누구한테나 그만큼 호감을 갖게 보인다. 그래서]

- 사실 제가 조사한 바로도 그자가 간첩이 될 만한 특별한 동기는 없었습니다.

- 그런 결론은 내가 내리겠어.

- 아, 그나저나 본처와 헤어지게 된 이유가 뭐였어요?

- 응. 그건 말이야.

- 그 보다도 그날 새벽에 왠 노인이 찾아왔었다고 했었지?

- 네. 그 사람은.

[박상돈의 본처는 그당시 상황을 꽤나 소상히나 얘기해 줬었다.]

- 아따, 뭐 날씨가 이렇게 매섭게 춥냐.

- 누구요. 그 사람이?

- 잉?

- 누군데, 새벽에 당신을 찾아와서 밖으로 불러내느냔 말이오.

- 응. 저기 사람이 누구냐고 말이여.

- 그리고 뭔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했소?

- 아따, 거 참. 여편네가 백여우처럼 따지고 자빠졌네.

- 이것은 뭣이오?

- 잉?

- 옷에다 뭔 피를 묻혀갔고 다니냔 말이오.

- 잉. 닥닥닭을 잡아줬어.

- 뭔 닭을요?

- 아, 주막집 주인 여편네가 닭을 잡아달라고 그래서, 닭의 목아지를 탁 치다가 그 때 피가 내 옷이 튀긴 모양이네.

- 찾아온 그 사람이 또 빚쟁이죠? 그렇죠?

- 흐흐흐. 지금 나 찾아온 사람은 뻔하지 뭐.

- 으이고. 나 못살어.

- 흐흐흐흐.

- 음매, 지금 이 판국에 웃음이 나와요?

- 아따, 진작 오랫만에 보듬어나 보세.

- 어참. 당신도.

- 하여간에 서방하나 잘못 만나가지고 자네 고생 너무 많네.

- 음매, 병주고 약주고.

- 응. 이 씨암탉처럼 포동했던 살도 참말로 많이 빠져버렸네.

- 그러니까 제발 이젠 노름 좀 그만 하란 말이오.

- 흐흐흐. 그려. 그려. 암, 이제 새 사람이 한번 되어보려네.

- 참말로?

- 응. 참말로.

- 아유, 여보.

- 여보.

- 여보.

(음악)

[헌데, 그로부터 일주일 쯤 지나서.]

(종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저, 여기다가 손도장이나 하나 찍어주소.

- 아니, 이것이 뭣인데요?

- 이혼서류요.

- 예?

- 이렇게 해야지 자네도 편할 것이네. 형식적으로 나마 이혼을 해갔고, 이 오두막하고 논 밭 몇 지기 남은건 지켜야 된단 말이오. 만일에 안그러면 빚쟁이들한테 몽창 넘어가버려.

- 그래갔고, 참말로 헤어져 버리려고?

- 어허. 사람을 못 믿기는.

- 난 싫소. 못 해. 진정 왜 에리지도 않은 생이빨을 빼려고 그려.

[그게 마지막 이었다. 그날 집을 나간 박상돈은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 (여보.)

- 하아. 왜 요새는 자꾸 그 여편네 생각이 날까. 이것이 아쉬움이냐, 미련이냐.

- 형님?

- 으응?

- 어디 편찮으세요?

- 응. 뒷머리가 띵하다.

- 에. 그래서인지 안색이 여간 좋지 않으신데요?

- 흐흐.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 아니, 누가요?

- 인생이란 그런 것이란 말이여.

- 하하하하. 아, 형님도 참.

-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나.

(음악)

- 분명히 무슨 사연이 있었어.

- 네. 그건 저도 동감입니다.

- 그 노인이 찾아왔던건 결코 빚쟁이로서가 아니었을 거야.

- 그럼 그 자가 바로 공작원이었던 말이죠.

- 어쨌든 박상돈의 고향인 거기 구례 곡성은 지리산에 인접해 있어. 설영 박상돈은 직접 관여를 안했더라도 대남 공작원이 침투할 수 있는 소지는 다분한거야.

- 하지만 그 노인이 유혹을 한다고 거기에 쉽게 말려들었을까요? 박상돈이가.

- 거기엔 필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 뭘까요? 그게.

- 피.

- 예?

- 그날 새벽에 박상돈의 옷에 묻었던 그 피 말이야.

- 아..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예. 이 반장이오.

- 저 미스 남이에요.

- 미스 고!

- 아참.

- 무슨 일이야?

- 그 여인이 또 반포에 갔습니다.

- 음. 그래?

[김순옥은 드디어 허영과 실리를 함께 취하려고 들었다.]

- 하하. 이봐 동생. 그 돈 나한테 좀 돌려줘.

- 어머, 그건 언니가 돈을 어디에다가 쓰시려고요?

- 아이 글쎄. 사진관을 옮겨야 겠다니까.

- 아, 네.

- 호호. 기왕 가게를 낼 바엔 중심가에서 한번 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 아, 그거는 좋은데요.

- 그런데. 뭐가 문제지?

- 몇 부로 주실래요?

- 뭐? 이..이자?

- 네.

- 아이, 이자야 남들이 하는대로 주면 되잖아?

- 5부 주실래요?

- 5부 씩이나?

(문 여닫는 소리)

- 어머, 여보.

- 아유, 오빠. 이제 오세요.

- 에휴, 죽고만 잡다.

- 뭐요?

- 오빠.

- 딱 죽어버리고 싶다. 당장.

- 여보.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스물 세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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