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광고)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스물 두번째.
- (오목례.)
[순간 박상돈의 얼굴이 사정없이 이지러졌다.]
- 아아아이, 형씨. 조금 전에 뭐라고 말했소?
- 에? 아니, 제가 뭘요?
- 오오. 오목례가 누군데요?
- 아하하하하. 아 예. 저 술집 아줌마가 오목오목 예쁘게 생겨서요.
- 아, 예. 하하하하하. 아이고, 아니 난 또 뭔 소리라고. 흐흐흐.
- 자, 한잔 드시죠.
- 아, 근데, 왜 혼자와서 술을 드시오?
- 하하하. 아저씨는 왜 혼자십니까?
- 아이고, 하하 난 원래 혼자 술을 마시는게 취미옳시다.
- 아,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 아이고, 음메, 아이고메. 아, 우리는 조금 통하는데가 있는데?
- 하하하.
- 하하하.
- 예. 정말 그런데요?
[박상돈은 술을 마시면서도 엿눈질로 상대방 표정을 계속 읽고 있다.]
- 아, 자. 이제는 동생 차례네. 응?
- 예?
- 아, 나보다 나이가 더 작으면 동생이지 뭣이여?
- 흐흐흐. 예. 좋습니다. 형님. 하하하.
- 응. 하하하. 내가 사료장사를 하다가 그만 쫄딱 망하고 이제는 배를 한척 사서 부려보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잘 안되는지 모르겠네.
- 아, 예. 그러니까 형님께선 굉장히 큰 사업을 하시네요?
- 응. 내가 그만 망했어도. 나 동생한테 술 살돈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마음놓고 마시게.
[그러면서 또 한다는 소리가.]
- 에리지도 아닌 생이빨을 빼다가 거기다가 금이빨을 해 박은 사람이여. 내가.
- 에?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 입니까?
- 내가 딴 것은 몰라도 여자복 하나는 있는 사람이여. 생긴 것은 이렇게도 돼지 같이 보이지만, 나한테 반하고 미쳐버려.
- 아, 예. 그만큼 여자들한테 매력이 있으신 모양이죠?
- 여자들이란, 작대기로 두들겨 패면서 개떡 주무르듯 해도 지가 좋아하면 붙들고 안놔주는 것이여.
- (아니, 이사람을 내가 잘못 생각했었나? 음. 너무나도 순수하잖아.)
- 그 여편네도 참 좋았었는데.
(음악)
- 우리 아버지 좀 찾아주시오. 우리 아버지 참 좋은 사람인데, 어떻게 친구들을 잘 못 사귀어서 그렇게 되어버린거에요.
- 아니, 그렇게 되다니?
- 우리 어머니 하고.
- 응? 무슨 소리야. 그게.
- 아니, 댁은 대관절 누구신데, 자꾸 우리집에 찾아와요?
- 하하하. 안녕하세요.
- 나야 늘 안녕치 못한 사람이오.
- 아니, 그러니까 박형은 아주머니와 완전히 헤어진 건가요?
- 그래요. 툭 터놓고 얘기 합시다요.
- 아니, 뭘 말입니까?
- 뭣 때문에 그러는거죠? 빚때문이 아니라면 우리 길자 아버지를 찾아올 일이 없는데. 대관절 무슨 일이냐고요.
- 네. 사실은.
- 아따, 우물쭈물 그러지 말고 우리 속시원히 얘기 합시다요.
- 박형을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 워매, 그럴러고요?
- 아, 그러니까 저를 조금도 의심하지 마세요.
- 아이고, 근데 우리 길자 아버지를 만날 수 있어야지요.
[그녀는 꼭 길자아버지 하고 부르며 애뜻한 정을 보였다.]
- 그런데 아주머니와 헤어지게 된 이유가 뭡니까?
- 아이고, 말 마시오. 본 바탕은 좋은 사람인데.
- 네. 우리 아버지 절대로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 야, 너는 어른들 말하는데 끼어들지 말고, 저기가서 놀아라. 제발.
- 아이고, 어머니도 아버지가 보고 싶으면서.
- 야, 보고싶긴 누가 야.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아.
- 아버지는 안 죽었어. 언젠간 꼭 찾아 올 것이야.
(탁 치는 소리)
- 이제 무엇 하려고. 찾아와도 안 반가워. 징그럽고 소름끼친단 말이지.
- 박형하고 정식으로 이혼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 음메, 어느날 뜬금없이.
- 네? 별안간 무슨 일이 있었나요?
- 예. 그날 새벽에.
(음악)
[그 무렵에도 박상돈은 주로 마을 앞 주막에서 노름에 미쳐있었다.]
- 음메. 당신 왠일이여?
- 자, 대문 꽉 닫고 누가 날 찾으면 없다고 그래.
- 언제 또 빚쟁이가 찾아오기라도 했어?
- 어어어. 자네는 그런 일까지 알거 없고.
- 아따, 나도 좀 압시다.
- 아따, 참, 입 딱 닫고 가만히 있으라니까 그러네. 여편네가 말을 하면 재수가 없단 말이여.
- 아유, 제발 이제는 손 깨끗이 씻고 편히 좀 삽시다요.
(툭툭 치는 소리)
- 네. 당신은 손발 까딱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내가 다 먹여 살릴테니, 그러니까 제발 그 공산명월인가 그 헛소리 껍질은 손대지 말아요.
- 어허, 이 놈의 여편네 주둥아리를 콱 쥐어 박아야 되는 거야.
- 차라리 죽여, 죽여 버려. 죽여버리고 당신 혼자 맘대로 사는 거야.
- 이봐. 보소. 어디 아픈가?
- 흑흑흑. 때리는 데 안 아파요?
- 흐흐. 내가 예뻐서 손 댄것이지.
- 음매, 참말로 사람 환장할 소리 하네.
(문소리)
- 에그머니나.
- 참말로 왜 그러시오?
- 잉? 워매. 아니. 이것이 뭣이라요?
- 으응? 아니 뭣이 뭣이요?
[박상돈의 옷소매에 검붉은 핏자국이 얼룩져 있었다.]
- 당신 또 누구하고 싸웠소?
- 응? 아니요. 내가 싸우긴 뭘.
(문 두드리는 소리)
- 누구세요?
- 저기, 나 없다고 그래. 아직 안들어왔다고 그래.
- 누구시냔 말이오?
- 박상돈씨 좀 만나러 왔소.
- 아직 안들어왔는데요?
- 그러시지 말고.
- 네?
- 조금전에 들어가는 걸 봤는데, 뭘 그러세요?
- 음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어머, 왜 이렇게 늦으셨어요?
- 응. 저 대포집에서 한잔 하다보니 이렇게 늦어버렸네. 그랴.
- 아이, 엥간히 좀 마셔요. 엥간히.
- 아유, 그나저나 저 임회장을 만나서.
- 흐흐흐.
(문 닫는 소리)
- 야단 났어요.
- 으잉? 아니, 야단이 나다니.
- 오늘도 결혼을 하자며 꼭 어린애 처럼 보채지 뭐에요. 글쎄.
- 그래서.
- 좀 더 사귄 뒤에 생각해 보자고 적당히 얼버무렸죠.
- 아, 저 임무 말이여.
- 네?
- 엥? 아하하하하. 내가 부탁한 것은 어떻게 되었냐고.
- 아유. 그게 뭐 임무에요.
- 하하하. 아, 내가 당신이 부탁한 사명을 띄고 나서 만났으니 그것이 바로 임무지 뭣이요.
- 니가다 지사에다가 얘기를 해서.
- 그러니까, 뭣이냐. 배를 태워 준다고 그러던가?
- 네. 신원만 확실하면은.
- 아, 신원이야 확실한 사람이지.
- 그럼. 잘 되겠죠. 뭐. 하지만 앞으론.
- 에잉? 아니, 자네 얼굴이 왜 그런가?
- 왠지 꺼림직하고 기분이 나빠서 다신 안만날래요.
- 뭣이여?
- 오늘 나 한밑천 벌었어요.
- 한한밑천?
- 응. 호호 글쎄 임회장이 용돈이라면서 듬뿍. 호호. 이렇게 수표를 한장 떼주지 뭐에요?
- 에익. 아. 그그런건 왜 받아. 치사하게 시리.
- 아유. 당신은 모르면 가만히 있어요. 난 이걸로 계나 하나 해볼테니까.
- 음매. 또또.
[어쩌면 이렇게 손발이 잘 맞을까. 모든게 박상돈이 구상하고 있던 방향으로만 나아가고 있다.]
(전화벨소리)
- 예. 반포옳시다.
- 저에요. 형님.
- 아이고, 용구 네가 왠일이냐? 이제 차 쓸일이 없을테니, 얼른 들어가지 않고.
- 저, 사진을 찾아왔는데요?
- 응? 아니. 네가?
(음악)
- 참, 이상한 일이다.
- 아니, 또 뭐가요?
- 아, 박사장 취미 말이야. 왜 그런 사진들을 모으고 있는지, 그게 이상하다고.
- 아유, 당신은 별걸 다.
- 또 한가지.
- 제발 당신은 그런 일에 신경쓰지 말라니까요.
- 암실을 샅샅이 뒤졌어. 누군가가.
- 예?
[그건 미스 남의 두번째 실수.]
- 네. 분명히 서울의 큰길들을 찍은 필름이 쌓여 있었어요.
- 그렇다면 그 박상돈이가.
- 아니에요. 반장님.
- 아니라니.
- 박상돈이는 그런 인물이 못 됩니다. 그자를 대남 공작원으로 보기엔 여러가지고 믿어지지가 않아요.
- 하지만 그 사진을 부탁한 건 박상돈이였어.
- 하지만 거기엔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 이 형사.
- 어쩌면 꼭두각시 인지도 몰라요.
- 꼭두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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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스물 두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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