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열 아홉번째.
(문 여닫는 소리)
- 응?
- 나에요. 형님.
- 아이고, 동상이 여기까지 왠일이여?
- 그냥, 지나다 들렀죠.
- 어, 그려? 어서 앉아.
- 예. 형님.
- 그럼 난 이만 가봐야 겠소. 박 사장.
- 예예. 자주 만나십시다. 예.
- 커피 시킬까요?
- 응. 아, 용구 너도 한 잔하고.
(수화기 드는 소리)
- 야야, 전화 쓰지 말고, 사원 발로 걸어가서 그냥 가서 시켜.
- 아이 참. 형님도.
(수화기 내려 놓는 소리)
- 이제 형님도 구두쇠가 다 되었는데요?
- 아, 문이나 닫고.
(문 닫는 소리)
- 아참, 전번에 부탁한 사진, 다 나왔습니다.
- 어, 그려?
- 자, 여깄어요.
- 응.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근데, 저 사진값은 얼마인가?
- 아유, 언제 뭐 사진값을 받았습니까.
- 하하하. 아유, 그래도 이건 번번히 미안한데? 아, 똑똑하게 아주 잘 나왔구만. 근데, 이것은 을지로고.
[또 한장은 종로.]
- 그건 퇴계로 입니다.
- 응. 맞구만.
[모두가 주로 거리 스냅이다. 그것도 멀리서 내려다 보고 찍은.]
- 흠. 내가 잘 아는 일본 사람이 하나 있어. 뭣이냐, 테라지마 타케우치라고.
- 아, 예.
- 니가다에서 살고 있지. 지금.
[얼렁뚱땅 하면서도 사실은 기억력이 기가막힌 박상돈.]
- 예.
- 그 사람이 좀 자꾸 서울 풍경을 보내달라고 해서 이러는 것이여.
- 형님.
- 응? 아니, 왜그려?
-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 뭣인데?
- 앞으로 우리 집사람 하고 너무 가까이 하지 마세요.
- 엥? 얘가 지금.
- 정말 부탁이에요. 집안 살림은 거들떠도 안보고 맨날 밖으로만 쏘다니니, 이런 얘길 안할 수가 있어요? 어디?
- 야! 지금.
- 나도 그동안에 많이 참아왔다고요.
(전화벨소리)
- 가만가만, 전화부터 받고.
(수화기 드는 소리)
- 예. 돼지 기업이 옳시다.
- 조금전에 방문했던 사람이오.
- 아, 예예. 그런데 왠일로 또.
- 사진관 주인. 그 사람의 눈초리가 매서웠으니, 경계하시오.
- 아, 예예.예.
- (아, 참말로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이네.)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강형.
- 하하하. 오랫만입니다.
- 하하. 예. 정말 오랫만입니다.
- 자, 앉으시지요.
- 네.
- 흠.
[이 사람이 바로 1970년 12월 통혁당 재건의 임무를 띄고 남파되었다가 자수한 사람이다.]
- 장사를 하시느라고 바쁘실텐데 이렇게 뵙자고 해서 미안합니다.
- 아, 하하하. 천만에요.
- 어, 그래. 요즘 가게는 잘되어 갑니까?
- 네. 그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편이죠. 요즘은 생활을 하고도 매달 얼마씩 저축을 할 수 있으니.
- 하하하. 아이고, 정말 다행이군요. 하하하.
- 아, 그런데 강형한테 한가지 알아볼게 있어서 와주십사 한겁니다.
- 뭔데요?
- 북에서 밀본 교육을 받으실때 말입니다.
- 아니, 왜 또 그 때 얘기를 꺼내시는 겁니까?
- 하하하하.
- 강형.
- 강형과 직접 관계되는 일은 아니니까 화내지 마세요.
- 하지만 그 때 일들을 생각하면은 소름이 끼쳐서 그래요.
- 아, 그러시지 말고 좀 도와주세요.
- 글쎄요. 그게 뭔데요?
- 아, 밀본 교육을 받을때, 지도원 녀석들이 서울거리를 사진으로 보여줬었죠.
- 네. 그랬었죠.
- 가령 원효로 1가를 보여준다고 가정을 한다면.
- 네. 그런 경우는 서울역 부터 쭉 훌터 내려가서 그 근방 거리 풍경들을 다 보여줬었죠.
- 음.
- 그리고 가령 청계천 7가라면은 을지로와 종로까지도 다 보여줬습니다.
- 아, 예. 그러니까 그 사진들이 모두 따로따로 조각이 나 있지만.
- 네. 그런데 그 사진마다 번호가 붙어 있어서 그걸 연결하면은 길들이 다 만들어지던데요?
- 아, 예. 그거 그럴싸 하군요.
- 그래, 내려와서 직접 보시니까 어때요?
- 네. 영락없이 그 사진대로 였어요.
- 반장님.
- 흠.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유, 언니가 거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 응. 아휴, 말 말어. 미스터 오가 요즘 속 꽤나 썩히는 군.
- 어머, 왜요?
- 아, 글쎄 옛날처럼 성실하지 못하고 숮제 제정신이 아니야. 게다가 오늘은 몸이 아프다면서 출근 조차 안하지 뭐야, 글쎄.
- 아유, 그럼 어떻게 해요.
- 하하. 그래서 내가 대신 직접 만지고 있잖아.
- 언니가 그런 기술까지 있어요?
- 흐흐흐, 서당개 삼년이면 뭘 한다고, 어깨 너머로 배운거지 뭘. 하지만 전문적인 건 어림도 없고, 우선 급한거 몇장 뺀거야.
- 아유, 약냄새.
- 아휴, 하이포산 냄새는 알아줘야지 정말.
- 어, 이야! 그런데 오늘은 정말 멋지게 차리고 나왔군?
- 하하하. 그래요?
- 응? 하하하. 아유, 눈부셔 진짜.
- 요전날 명동에서 맞춘거에요.
[까만 실크 원피스에 새하얀 밍크 코트를 걸친 김순옥의 모습은 멋있다기 보단 오히려 요염할 정도다.]
- 아유, 이 목걸이도 예쁘고.
- 하하하. 잘 어울리죠?
- 응. 진짜 세련미가 주르륵 한데?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지금 모란봉 7호로써 대남공작원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다.]
- 아유, 그이가 부탁한거 어떻게 됐어요?
- 응. 알아봤는데, 아주 제대로 딱 들어맞았어.
- 들어맞다니요?
- 사실은 그 임회장이라는 분이 순옥이 한테 반한 모양이야.
- 네? 어머나.
- 응. 그 선전광고를 보고 말이야.
- 네. 그럼 마침 잘되었군요.
- 그런데, 한가지.
- 응? 뭔데요?
- 혼자사는 여자라고 속였어.
- 아유, 그거야 당연하죠. 모든건 나한테 다 맡기세요.
(전화벨소리)
- 네. 한강칼라입니다.
- 응. 거기 우리 순옥이 와있지?
- 하하하, 어머나 아니 오빤 그동안에 또 보고 싶어서 전화를 하시는 거에요?
- 아, 얼른 바꿔.
- 음. 자, 받아봐.
- 하하. 아유 참. 네. 전화 바꿨어요.
- 가지 말어.
- 네?
- 차라리 딴 여자를 시킬거니까. 자넨 집에 와 있어.
- 어머, 별안간 왜 또 그러세요?
- 아, 그러다가 진짜로 그 사람한테 정을 줘버리면 어떻게.
- 아이참. 당신도.
- 아, 그러면 나를 어떻게 되느냐 말이야.
- 걱정말고, 가만히 편안히 계세요.
- 흐흐흐. 여보.
- 이 김순옥이가 마음이 변할 때 까지만 사시라고요.
(수화기 내려 놓는 소리)
- 하하. 뭐라고 그러셔?
- 아하하하. 아유, 그 분은 왜 이렇게 어린애 같으신지 모르겠어요.
- 하하하. 응. 글쎄. 그렇다니까.
(문 여는 소리)
- 어서오세요.
- 어떻게 됐습니까? 제가 지금 모시러 왔는데. 어! 아이고, 하하하.
- 제가 김순옥이에요.
- 예. 알고 있습니다.
(음악)
- 임회장 비서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습니다.
- 한남동으로?
- 방향이 다른데요?
- 추적해.
- 네. 반장님.
[임회장으로선 정말 소원성취해 감격스러운 날이다.]
(음악)
- 모시고 왔습니다.
- 오호호. 어유, 이거.
- 실례합니다.
- 아니요. 실례는 오히려 내가 하고 있소.
- 전 그럼. 이만.
- 음. 어서 가봐.
[임회장은 말을 잃은 채, 한동안 순옥을 정신없이 쳐다보고만 있다.]
- 그런데, 저를 무슨 일로.
- 미스 김.
- 전 지금 바빠요.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어서 하세요.
- 허허. 실물은 더욱 미인이시구만. 음. 정말 텔레비전에서 봤던 그 얼굴과는 또 달라요. 흐흐흐.
- 남자는 어느 여자하고 처음 대했을 땐 누구나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겠어요?
- 아, 천만에요. 그건 미스 김이 나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에요.
- 그래, 그런 칭찬을 해주시기 위해서 부르신겁니까?
-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 하하. 가만있어요. 우리 뭘 좀 마시면서 천천히 얘기 합시다.
- 아, 글쎄 전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니까요.
- 이봐요. 미스 김.
- 글쎄, 하실 얘기가 있으면 어서 하시란 말이에요.
- 우리 결혼합시다.
- 네?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윤병훈, 김규식, 오세홍, 서영범, 김환진, 장 광, 유해무, 서지원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열 아홉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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