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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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 제16화 북괴 공작원들의 음모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제16화 북괴 공작원들의 음모
1979.12.11 방송
‘특별수사본부’는 밤 11시 10분부터 15분간 방송된 심야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對共수사실록드라마이다. 시종 높은 청취율로 동아방송의 간판프로그램의 하나로 명맥을 지킨 이 작품은 여간첩 김소산 사건, 해군 프락치 허만도 사건, 기생간첩 구자운, 점쟁이간첩 윤길도, 거물간첩 성시백 등을 다루어 대공수사팀의 활약상과 반공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열 여섯번째.




[영하의 날씨인데도 박상돈의 사무실엔 난로 하나가 없다.]

- 오빠?

- 응. 나중에 만나서 자세한 얘기 하자.

- 그러시지말고, 무슨 일인지 대충 얘기를 해보세요.

- 아, 그러니까 나는 시궁창에 빠져가지고 통 정신이 없단 말이야.

- 어머나, 아니 그럼 정말 굉장히 심각한 모양이군요?

- 아휴, 내 내돈. 내돈.

- 네?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 아이고, 힘들다 힘들어. 내가 지금 시궁창에 빠진 건 사실인데.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아이고, 참말로 나중에 만나서 얘기 하면 되는데, 뭐 하려고 전화를 또 하는데!

- 아하하하. 아이, 저에요.

- 어? 아이고, 하하 난 또 누구라고. 아, 순옥이야? 아아. 당신이 왠일이야?

- 하하. 점심 어떻게 하셨어요?

- 아이고, 그것이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는가?

- 그래, 점심 드셨어요?

- 아, 그 게 뭣이냐. 간짜장 곱빼기로 해다가 한 그릇 게 눈 감추듯 해치워 버렸네.

- 아이, 영영가 있는 것으로 드시지 않고.

- 하하하. 응. 이제보니 나도 참말로 행복한 사람이네. 근데, 당신 지금 어디서 전화걸고 있는가?

- 하하. 동창 얘들이 나한테 한 턱 사고 있어요.

- 어, 그래서 지금.

- 네. 레스토랑에 와 있어요.

- 어? 무슨 또랑?

- 아이, 레스토랑이요. 양식집. 식당에서 지금 점심을 들고 있는 중이라니까요.

- 응. 하하. 난 또 뭔 소리라고. 기죽고 살지 마소!

- 네?

- 그냥 동창생들을 손 안에 쥐고 막 주무르고 냅다 흔들어 버려.

(음악)

- 하하하. 아유 우리 그 이는 얘기하시는 건 언제나 유머가 있지 뭐야.

- 하하하. 원 얘도 참. 넌 또 그 동안을 못참고 신랑한테 전화하고 오는 거니?

- 하하하. 정말 훌렁 빠졌구나. 보아하니.

- 호호호. 별 수 있니? 나도 여자인데.

- 얘, 언제 우리 한 번 초대하렴. 너희 집으로.

- 응. 그래야지. 그래야 우리도 너희 신랑 얼굴을 한 번 볼 수 있지 않을꺼 아니야.

- 물론 미남자시긴 하시겠지만 말이야. 총각이야?

- 응. 아주. 늙은 총각.

- 뭐라고? 늙은 총각?

- 얘. 그럼.

- 어. 나이가 좀 많은 편이야.

- 얘, 몇 살인데?

- 구십.

- 뭐? 구십?

- 얘, 아니 그럼 아흔 살이란 말이니?

- 호호호. 부러진.

- 아, 그러니까 마흔 다섯?

- 호호호. 아유, 난 또 정말 구십인줄 알고 얘, 하마터면 까무라칠뻔 했다.

- 얘얘, 마흔 다섯이면 어때? 열 살남짓 차이는 있지만 살다보면 같이 늙기 마련이야.

[순옥은 잠시 두 친구를 쳐다보며 또 다른 감정이 불끈 치솟는다.]

- (흥, 너희들은 결혼에 실패도 않고, 젊디젊은 남편이랑 살고 있어서 좋겠구나.)

[하지만, 순옥은 그런 감정을 꿀꺽 삼키며 냉정했다.]

- 하하. 난 돈을 택했어. 궁상떨지 않고 편히 살기 위해서 말이야.

- 응. 글쎄 잘했다고.

- 얘, 얼마나 되니? 재산이. 몇 억?

- 응. 그 쯤은 되겠지?

- 어머.

- 어머나.

(음악)

[동창생들과 헤어진 순옥은 정말 목에다 잔뜩 힘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차 문 닫는 소리)

- 명동.

- 예?

- 명동으로 가자고요.

- 아, 예. 그런데 명동은 왜요?

- 내 참 말도 많네. 가자면 갈 것이지. 왜 그런걸 따져요? 용구씨는.

- 흠. 죄송합니다.

(차소리)

[드디어 순옥은 자신도 자가용을 가진 사모님이라는 데에 가슴이 부풀었다. 또한 동시에 서서히 그녀는 허영의 나래를 펴기 시작한 것이다.]

- (후훗, 명동에 가서 옷이나 실컷 좀 맞추자.)

(음악)

- 또 어딜 가려고?

- 아이, 참 당신 정말 왜 그래요?

- 글쎄, 또 어딜가려고 그렇게 요란하게 차려 입고 나오느냐고.

- 어머머머.

- 반포에 가는 거야?

- 박 사장은 지금 회사에 있단 말이에요.

- 그래. 지금 회사에 가?

- 네. 아마 무슨 심각한 일이 터진 모양이에요.

- 그 사람 심각한데 당신까지 심각해야 될 이유가 뭐야?

- 아니, 이 분이 정말. 당신 제발 그 남 의심하는 묘한 성미 좀 버려요.

- 흠. 사진관에 여자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당신이 없으면 영업에 지장이 있다고.

- 흠. 글쎄 금방 다녀오겠다니까요.

(문 여닫는 소리)

- 아, 참 사모님.

- 응? 아니, 미스터 오는 또 왜 그래?

- 예, 이 여자가 말입니다.

- 아니, 이게 누군데?

- 우리 사진관에 취직을 하고 싶대요.

- 음. 정말 이런 참한 아가씨가 우리 사진관엔 필요하긴 한데. 여보, 어떻게 할까요?

- 흥, 그럼 아주 온종일 밖으로만 쏘다닐 수 있어서 좋겠구만.

- 아이고머니나, 정말 내가 미쳐.

- 미치려거든 곱게나 미쳐!

- 그건 오히려 내가 할 소리에요! 곱게 좀 미치시구려.

(문 여닫는 소리)

- 어휴, 내가 저걸 어쩌다가 저런걸 알게 되가지고, 박상돈이가 왜 저런 여편네를 나한테 소개했을까.

- 박 사장님은 정말 알쏭달쏭 묘한 분이에요.

- 뭐야?

[헌데, 아가씨 사진을 들여다 보던 고 여사 남편은.]

- 아니, 이 여자.

- 예? 아니, 왜 그러세요?

- 저번에도 한 번 우리집에 와서 사진을 찍었었잖아?

- 예?

- 야, 저저. 명함판 필름을 가져와 봐.

- 예. 선생님.

[그건 미스 남의 중대한 실수 였다.]

(필름 넘기는 소리)

- 아, 이 여자.

- 하지만 이 여잔 안경을 썼잖습니까?

- 안경을 썼지만, 한 여자야.

- 아, 정말 이건.

- 두 번씩이나 찾아와 사진을 찍고, 게다가 또 우리 사진관에 취직을 하겠다? 흠. 얼굴 모양까지 달리해 변장을 했어.

[헌데, 수사본부에선]

- 지나치게 보채는 건 안 좋을텐데.

- 하하. 괜찮아요.

- 자연스럽게 해.

- 예, 알아요.

(전화거는 소리)

- 예. 한강 칼라 입니다.

- 아, 기사님이세요? 호호. 저번에 취직을 부탁했던 사람인데, 아시겠어요?

- 아이고, 아가씨.

- 잘 됐어요? 일이.

- 아무튼 좀 만납시다.

- 네? 어머. 그럼 취직이 된거에요?

- 만나서 얘기 하죠.

- 하하. 네. 지금 나가겠어요.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 성공이에요.

- 흠. 그럼 잘 되가는 군.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유, 오빠. 어떻게 된거에요?

- 응. 사정이 낙동강 오리알이야.

- 아니, 글쎄. 어떻게 되었길래요?

- 크게 한 번 왕창 벌려다가 그만 잃어버렸어.

- 무슨 소리에요? 그게.

- 내가 사료장사를 하는 동안에 이렇게 왕창 벌리는 일은 없었는데, 이번엔 참말로 백여시 같은 사기꾼한테 걸려버린거야.

- 어머머. 그러니까 사기를 당하신 게로군요?

- 아, 그러니까 사기를 당해도 보통으로 당한게 아니라, 이 자식이 텉도 안뽑고 몽창 먹어버렸다니까.

- 아니, 누가요?

- 그리고 오리발을 내 놓는 것이 아니라, 황새발을 내 놓고 우물쭈물 하더니만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고 만나주지를 않는다니까.

- 아유, 오빠도 참.

[돼지가 왜 별안간 또 꿀꿀 되는 것일까? 그러나 박상돈은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어서다.]

(문 여닫는 소리)

- 아유, 그나저나 사무실이 이게 뭐에요. 깨끗이나 치우고 앉아 계시지 않고서.

- 야, 그래도 이렇게 꼬딱지 만한 사무실이래도 그래도 실속은 있었어.

- 아니, 그걸 누가 모르나요.

- 에휴. 그런데 이제는 훅 불면 쓰러지게 되었어.

- 오빠. 그러시지 말고 제발 힘을 좀 내세요.

- 자네가 날 좀 도와줄련가?

- 네? 아니, 내가 어떻게요? 오빠도 참. 나한테 그런 능력이 어디있어요?

- 사료장사를 때려치우고 배 장사를 해야겠네.

- 아유, 오빠가 별안간 과일장사를 어떻게 해요?

- 에헤. 그런 배 장사 말고.

- 아, 그럼 옷감? 천 말이죠?

- 바다 위에 떠 다니는 배.

- 아, 예?

(음악)

- 회장님. 우리 몽산호가 리간에서 돌아오는 길에 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중에 있답니다.

- 어떻게 됐다고?

- 예. 이 몽산호가 예정대로 귀환중에 그만.

- 그 여자 말이야.

- 예?

- 아, 이 여자!

(TV 켜는 소리)

- (겨울, 겨울 여인.)

- 아, 예.

- (겨울을 달리는 여인.)

[헌데, 이 순간. 겨울을 달리는 여인은.]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열 여섯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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