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열 다섯번째.
(차소리)
- 허엄, 어험.
[박상돈은 마치 개선장군처럼 어깨를 으쓱이며 목에다 힘을 줬다.]
- 야이, 너 너무 몰지 말고 천천히 가자. 나도 이젠 임자 있는 몸이니까.
-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 뭣이?
- 아, 그 여자가 별안간 사모님 행세를 하려드니 말이에요.
- 야야! 떽! 그 여자라니.
- 전 정말 무슨 영문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 우리 결혼을 해버렸는데?
- 예? 아니 언제요?
- 둘이서 엄숙히.
- 네에?
- 그러니까 용구 너도 그렇게 알고 너의 형수님한테 잘 해야해. 괜히 까불다가 너의 형수 눈 밖에 나지 말고 말이야.
- 사장님.
- 아, 사장소리! 듣기 싫어, 그냥 형님이라고 탁 불러.
(차소리)
- 자, 그리고 너는 그냥 도로 아파트로 가서 너 형수가 시키는대로 해라.
- 아이, 참 내.
- 너 왜 그러냐. 이 놈아! 그래도 내 말 못 알아 들었냐?
- 네. 알았어요.
[간판도 없는 돼지기업 사무실로 어슬렁거리며 올라온 박상돈은]
- 이? 아이고,
- 하하하하. 출근 시간이 정확하시군요.
- 하하하하. 예. 아, 그런데 아침 일찍 왠일이시오?
- 요 아래 다방으로 내려가서 조용히 얘기 좀 하실까.
- 아, 예. 그러십시다요.
(음악)
[박상돈은 이 사나이 앞에서도 기고만장해.]
- 하하하하하. 하여간에 나 이외엔 그 여자를 아무도 움직일 수가 없을 것이오.
- 쉿.
- 쉿은 뭘. 누가 들으면 어때서요. 하하하하. 이제 어떻게 하란 말이오.
- 아, 쉿.
- 예? 예예.
- 아니, 넓은 빈자리 놔두고 왜 이런 구석 자리에 앉아 계세요?
- 어이, 우리끼리 긴한 얘기가 있어서.
- 박 사장.
- 예예. 뭐. 별로 비밀얘기는 아니다.
- 설탕 넣어 드릴까요?
(유리잔 부딪치는 소리)
- 아, 아이고 꼬시랭이가 오늘은 친절도 하다.
- 자꾸 꼬시랑꼬시랑 하시지 말아요.
- 오, 그러면 그. 꼬시랑 머리를 뭐라고 부르냐?
- 미스 최라니까요. 미스 최.
- 하하하. 아이고, 저 것도 주제에 여자라고.
- 박 사장은 너무 말이 많아 탈이에요.
- 하하하. 근데. 말이. 예? 그것이 타고난 천성이라서. 하하. 저 그나저나 돈이 다 떨어져 버려서 꼼짝을 못하겠단 말이에요. 이렇게 되었으면 무슨 조취를 해줘야 될거 아니오.
- 잘 들으시오.
- 아, 예예.
- 그 여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공작 임무에 협조하고 따라서 그 여자 자신이 모란봉 7호라는 것을 서서히 주입시키는 거요.
- 에고, 그랬다가 어쩔려고요. 그 여자가 내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까무라쳐 죽어버릴텐데.
- 그러니까 서서히.
- 예. 나야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만은.
- 우선, 자금조달을 위해 임 회장과 접촉을 시키시오.
- 예? 아니, 그러다가 정말로 저희들 끼리 좋아지면 어쩐답니까.
- 그렇게도 자신이 없소?
- 아니, 자신이야 있지만
- 그런 다음 그 돈으로.
- 예? 그 돈으로.
- 계를 시작하는 거요.
- 계계계. 계를 요?
- 이건 우리 쪽에서 연구한 건데 아주 재미난 특종 계요.
- 아니 어떻게 생긴 계인데요?
- 뚜뚜.
- 뚜뚜요?
- 쌍나팔이라는.
- 쌍나팔이요?
(음악)
(차소리)
- 용구씨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 예. 그러죠.
- 아, 참 용돈 없지?
- 예?
- 호호. 자, 이따가 점심이나 해요.
- 아, 뭘 이렇게 많이. 하하.
- 그냥 받아 넣어요.
- 예.
(차 문 열리는 소리)
- 아, 그리고 좀 늦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알고.
- 예. 알았습니다.
(차 문 닫히는 소리)
(발소리)
- 어머, 순옥아?
- 호호호. 너 마침 외출 중이구나?
- 하하. 응. 그저 바람 좀 쐬고 오려고.
- 얘, 그럼 잘 됐다. 내 차로 데려다 주지.
- 어머, 순옥아. 얘, 너 어떻게 된거야?
- 호호. 바로 저 차야. 9897.
- 이야. 너 그러고 보니.
- 볕 들었다?
- 얘. 아니 어떻게 됐기에.
- 팔자 한 번 고쳤지 뭐.
- 결혼했니?
- 흐흐.
- 정말이야?
- 흐흐.
- 아유, 얘. 그럼 우리 한테 연락을 했어야지.
- 결혼식 거드름 피며 화끈하게 했었는데도 청상과부가 됐었잖니? 얘얘, 그런 건 다 거치례야. 게다가 또 우리 그 이는 그런 형식적인 건 싫어하시고 말이야.
- 부자인 모양이지?
- 어, 흐흐. 사장님.
- 아유, 얘. 너 진짜 잘 됐구나. 응? 하하. 우리, 우리도 순옥이 너가 그렇게 되기를 정말 바랬었어.
- (너희들이 내가 잘 되기를 바랬어? 얘가 정말 사람 웃기네.)
(발소리)
- 어머, 경자야?
- 아니, 저 얘까지?
- 아유, 얘얘. 말 말아라. 택시를 잡느라고 흰머리 났다, 흰머리.
- 얘, 그럴꺼 같아서 내가 너희 다방으로 가려고 이렇게 나온거야.
- 얘. 오랫만이다.
- 이야, 순옥이. 너 왠일이니? 오늘은 아주 훤한데?
- 하하하. 그렇게 보이니?
- 응. 아주 딴 사람 같애.
- 얘얘. 다 사연이 있었댄다.
- 어머, 그럼 너?
- 팔자를 고친고양이야, 돈 푼이나 있는 남자를 낚어챈 모양이라고.
- 응. 글쎄. 어쩐지.
- 저기 저 자가용이.
- 응? 어머나. 시간문제로구나 정말.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성공입니다.
- 아, 만나봤어?
- 예. 사진까지 한 장.
- 이야, 김 형사 정말 재주 한 번 좋구만.
- 하하. 자, 보시겠어요?
- 아, VTR이야?
- 예.
- 어디서 찍었나.
- 반포 아파트에서요.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 응? 이상한 일이 있었어?
- 네, 사실은 말입니다. 아유, 가만히 계십시오. 우선 이 것 부터 한 번 보시죠.
- 아니, 저 여자가.
- 저 사람입니다. 돼지처럼 생긴.
- 음. 건사하군 몸집이.
- 알고보니 부부에요.
- 부부?
- 네. 이따가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 허, 그렇다면 얘기가 안되는데.
- 하지만 부부가 틀림 없는데 어쩝니까.
[이 반장은 마치 안개속을 헤메는 듯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마지막 장면에서]
- (여보, 일찍 들어오세요.)
- (어어, 그려. 내가 자기가 보고 싶어서 얼른 들어올테니 걱정 말라고.)
- 아니, 저건.
- 이상입니다.
- 그런 사람이. 왜 자기 아내를 CF모델로 내세웠을까.
- 글쎄요. 그걸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전화벨소리)
- 예, 이 반장이오.
- 저 미스 남이에요.
- 어, 어디야 거기가.
- 사진관 부근인데요.
- 그런데?
- 임 회장 비서가 여기 나타났어요.
- 뭐라고?
(음악)
- 누굴 찾으시죠?
- 하하. 저 모르시겠어요?
- 어유.
- 저 김순옥씨 한테 연락이 좀 안될까요?
- 네? 아니, 무슨 일로.
- 연락이 되죠?
- 아니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로 그러세요?
- 제발 부탁입니다. 어딥니까? 김순옥씨 거쳐가.
- 아, 하지만 무슨 일인지 그것 부터 알아야 되겠어요.
- 예?
(전화벨 소리)
- 네. 한강 칼라에요.
- 아, 동상인가?
- 어머나 오빠.
- 나 아주 폭삭 망해버렸다. 재수 없었어.
- 네? 그게 아니, 무슨 소리에요?
- 내가 아무래도 내가 미치겠는데.
- 오빠?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윤병훈, 김규식, 김 민, 유근옥, 장 광, 서지원, 장춘순, 이효숙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열 다섯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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