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광고)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열 네번째.
- 이, 바보. 조금만 참으면 될텐데.
- 아니, 이거 봐. 미스터 오.
- 아, 예?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 아니, 왜 그러세요?
- 지금 어디다 전화 하는 거야?
- 반포, 박 사장님 댁에요.
- 왜? 거기다 전화는 왜 하느냔 말이야?
- 그 여자가 틀림없이 거기 가 있다고요. 지금.
- 있다면.
- 제가 오히려 묻고 싶어요.
- 뭘?
- 도대체 어쩌자는 거죠? 박 사장님과 결혼을 한다는 거에요, 뭐에요?
- 그건 어디까지나. 순옥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야.
-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에요. 김순옥씬 그런 늙은 남자와 결혼을 할 여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 그 카메라 눈이 그 모양이지?
- 뭐라고요?
- 박 사장이 늙게보여? 아직 오십도 안됐는데.
- 하지만 순옥씨는.
- 그 여자도 서른이야. 여자 나이 서른이면 급하게 됐지 뭘!
- 우아해요.
- 뭐, 우아?
- 모델로선 선천적으로 다 갖춘 훌륭한 곡선미에.
- 이 것 봐요. 미스터 오.
- 흐, 한마디로 말해 그 여잔 일반가정에서 평범하게 파묻혀 살 그런 여자가 못 된다고요.
- 그 여잔 실리적이야. 행복을 누리고 싶은거지.
- 제가 결혼만은 못하도록 말리겠어요.
- 아니, 이거 왜 이래!
- 아이, 참 사모님.
- 나이 오십이 다 되서 장가 한 번 가려는데, 거기다 재를 뿌리는 거야. 뭐야.
- 아이고, 선생님.
- 어머나, 여보.
- 아. 어이 춥다.
- 아니 글쎄, 이 추운 날씨에 당신 왜 또 극성 스럽게 사진을 찍으러 다녀요?
- 음. 설경.
- 네?
- 추위에 떨고 있는 나무들.
- 아유, 쯧쯧쯧. 청승이유, 청승.
- 군밤 장수도 드럼통을 끌어안고 추위와 싸우고.
- 아 그래, 이제 실컷 찍으 셨수?
- 어, 몇 장.
(카메라 달그락 거리는 소리)
- 야, 오남수.
- 예. 선생님.
- 이거 빨리 현상해서 한 장씩 잘 빼라. 이거 특별히 박사장님이 부탁해서 찍은거니까 정성 들여 빼야 돼.
- 예, 선생님.
- 아유, 그 돼지 사장님도 무슨 예술은 한답시고.
(음악)
(차소리)
- 조금 전에 들어간 그 깡마른 사내가 바로 사진관 주인입니다.
- 음. 보아하니 정말 예술가 같군.
- 근데, 뭘 또 찍어가지고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을까요?
- 김 형사.
- 네. 반장님.
- 앞으론 그 자가 찍는 걸 한 번 목격해야 될 거 같애.
- 하지만, 혹시나 눈치라도 채는 날엔
- 그래서 미스 남을 투입시키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 모양이군.
- 어쨌든 방법은 그 것 뿐입니다.
- 아, 가면서 얘기 하지.
- 예.
(차소리)
[솔직히 말해서 특별수사본부로선 아직까지도 수사초첨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반장은 막연히]
- 임 회장과 김순옥.
- 그리고 사진관 내외와 반포 아파트의 그 사나이 말이죠.
- 아, 그런데 반포에 사는 그 남자를 한 번 볼 수 없을까?
- 허허, 당장이야 어떻게.
- 그러나 어차피 만나 봐야 할 상대야. 그 자도. 그리고 왜 그 자 집에 가 있는지도 규명해야겠지?
(음악)
- 아, 야! 문 들어오는데, 바람 닫아 버려.
- 네?
- 아, 참. 바람 들어오는데, 문 닫고 지내라는 것이지.
- 아하하. 사장님도.
- 아, 아이고 눈버려, 응?
- 사장님.
- 응? 그리고 또 난 내 방에가서 잘께.
- 아유, 참.
[참으로 이상한 남자다. 그저 얘기만 하다가 밤이 깊으면 그냥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뒷걸음치는 박상돈.]
- 저, 결심했어요.
- 아니, 뭣을?
- 나가기로요.
- 나가?
- 네.
- 아니, 또 왜 그런. 정 떨어지는 소리. 왜 자꾸 그런 정내미 떨어지는 소릴 하는 겨?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색해요. 아니면 차라리.
- 응? 차라리 뭐?
- 결혼식을.
- 결.결결결. 결혼식?
- 네. 그럴 생각으로 처음부터 여기 눌러 있게 된거라고요.
- 아, 하하하하. 이 나이에 결혼식을 하자면.
- 아, 그럼 또 어때요.
- 아, 어려워서.
- 어렵다니요?
- 아, 어색하고 부끄럽단 말이.
- 하하. 뭐라고요?
- 어, 하지만 식을 올려야 된다면은 올려야지.
- 전 재혼이에요.
- 아, 누가 뭐라고 했는가. 아, 재혼이면 또 어때. 모든 것이 숙달되어서 더 좋을거 아닌가?
- 망설이는 이유가 뭐에요?
- 잉? 망설이다니?
- 그럼 뭐에요.
- 나는. 지금이 좋아. 하하하. 이렇게 우리 집에서 살고 있으니까 마음이 흐뭇하고 아무것도 부러운 것이 없어.
- 그럼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살아가실 거에요?
- 암만.
- 어머.
- 아, 그런데 난 순옥이 얼굴만 쳐다보면 그것으로 만족이라고.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단 말이야.
- 흠.
- 이거. 이 쥐귀.
- 쥐귀라니요?
- 아, 쥐새끼 귀. 이 세상 동물중에 쥐 만큼 귀가 예쁜 짐승은 없는 것이야. 꼬리가 너무 징그럽게 생겨서 그렇지 귀 하나는 일품이여. 특히 여자 귀는 이렇게 작아야 된다고. 응. 그리고 이렇게 백지장 처럼 얇디 얇아야 되는 것이야. 남자는 나 만큼 당나귀 귀가 되어야 하고.
- 사장님.
- 아이고머니나.
- 난 몰라.
- 나도 모르겠는데.
- 바보.
- 순옥아.
- 사장님.
(음악)
[김순옥은 단순했다. 그리고 오남수 말마따나 일반가정에서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기엔 좀 동떨어진 그런 여자였다.]
- 여보.
- 으응? 난 여기 있어.
- 추워.
- 아, 춥긴. 난 안추운데.
[순옥은 거구의 박상돈이 오히려 장난감 처럼 조그맣게 느껴질 정도였다.]
(음악)
- 아.
- 아이, 왠 물을.
- 아, 시원하다. 왜 그러는지 자꾸 갈증이 나네.
- 나도 당신을 처음 대했을 때 부터 느낌이 이상했었어요.
- 어떻게?
- 인상적이었다고요.
- 하하하하하. 아, 그래? 이렇게 인연이 되어서 행복하게 살게 되지 않았는가.
- 딴 마음 가지면 알죠?
- 아이고. 내가 딴 마음을 가지면 뭐해. 한강이 낙동강이 되어도 내 마음 하나는 끄덕 없네. 솔직하게 말해 난 무식한게 탈이지 다른 것은 다 괜찮아.
- 우리 멋지게 한 번 살아봐요.
- 응. 멋지게. 암만, 암 기왕이면 멋지게 살아버려야지. 이 세상은.
- 나 시시한 건 싫어.
- 응. 나도 싫어. 그렇게 살아왔어. 우리 정말 한 알이 두 조각이 나도 서로 꽉 붙어서 흔들리지 않고 사는 거야.
- 응.
- 흐흐흐.
- 호호호.
- 아이고, 요 보송한 입술. 여자 입술은 모름지기 이렇게 짭 포로죽죽 거 뭣이냐 잉크색깔이 나야지 미인 축에 드는 것이야.
- 호호호. 아이 또.
- 아니, 참말로.
- 여보.
- 순옥아.
(음악)
[드디어 다음 날 아침에 이변이 벌어졌다.]
- 얘, 장 양아.
- 네. 왜 그러세요?
- 어, 사장님 출근하시는데 커피 가져와야지.
- 어이, 나야 커피를 가져가든, 홍자를 가져가든 왠 참견이세요?
- 어머, 아니 저 얘가!
(문 여는 소리)
- 야! 저 너, 무슨 말 버릇이 그 모양이야. 에, 사모님한테.
- 네? 사, 사모님이요?
- 그럼. 음. 그리고 앞으로는 앞아서 잘 해라. 사모님이 아니라 오모님으로 모셔버려.
- 아이, 그만요.
- 으음. 그만.
(문 여는 소리)
- 사장님 출근 하셔야지요.
- 야, 야 뻐드렁니.
- 예? 사장님도 참.
- 너 아주 정식으로 인사 한 번 해라.
- 에? 아니, 무슨 인사를.
- 아, 너의 형수님한테.
- 예?
- 아유, 어서 출근이나 하세요.
- 아, 후딱!
- 아, 사장님.
- 오늘 부터 깍듯이 알겠냐?
- 허허. 참.
- 왜 웃어요?
- 네.네?
- 사람이 갖잖아요?
- 아이고, 참. 아니 이거 지금 어떻게 되가고 있는 거야. 이게?
(음악)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윤병훈, 김규식, 오세홍, 김환진, 이기전, 정경애.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열 네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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