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광고)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열 세번째.
- 임한국?
- 네. 단순 업종입니다.
- 선박?
- 네. 주로 일본을 왕래하는 화물선인데요. 니가다, 고베 지점을 두고 있습니다.
- 그래?
[임회장이 수사 선상에 부각된 건 순전히 김순옥 그녀 때문이었다.]
- 그런데, 그 사람이 비서를 시켜 김순옥을 기어코 만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 우선, 두 가지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 두 가지라니?
- 그러니까 하난, 임회장이 지금 혼자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 아, 부인은.
- 죽었답니다. 몇 년에. 그러니 임회장은 더욱 고독한거죠. 게다가 취미는 승마에.
- 그렇다면.
- 예. 김순옥 그 여자도 말을 잘 타니까, 통하는 점이 있죠.
- 그리고 또 하나는.
- 이 기록을 먼저 보시죠.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음.
- 왜 언젠가
- 응? 아니, 그럼.
[순간, 이 반장눈이 휘둥그레 진다.]
- 바로 그 선박회사의 니가다 지점에 북괴 공작원이 침투한 적이 있었죠.
- 아, 바로 그 회사구만.
- 네. 그렇습니다.
(문 여닫는 소리)
- 반장님. 김순옥이가 또 어딘가 잠적을 해버렸는데요.
- 아, 그건 알고 있어.
- 네? 그럼 지금 어디있죠?
- 한강칼라 주인여자와 잘 아는 어느 남자한테 가있는 거야.
(음악)
- 아유, 이제 집안이 제대로 어울리는군.
- 하지만, 방 하나에 한 사람씩 쓰고 있으니까. 좀 우스워요.
- 응. 그리고도 방 하나가 오히려 남는 걸.
- 내가 정말 이상한 여자죠?
- 왜? 아니, 이상하긴 뭐가?
- 아, 이렇게 염치없이 신세를 지고 있으니 말이에요.
- 나도 진짜 놀랬어.
- 왜요?
- 하하하. 저 분이 여자한테 눈을 다 뜨시다니. 난 미처 상상도 못했었지 뭐야.
- 호호.
- 으응. 내가 그걸 진작 알았더라면 놔두지 않고 꼭 붙들어 뒀을거라고.
- 언니.
- 하아. 결국 같이 늙어가는 거야. 아직 오십도 안 된 남자니까, 솔직히 말해서. 한 참때지 뭐. 요즘 남잔 오십청춘이래. 오십청춘. 호호호.
- 호호호. 언니도 참.
- 우리 오빠같은 저런 사람이래야 진득하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라고. 너무 새파란 남자와 살면 괜히 기분내키는대로 껍쭉거리다가 금방 싫증이 나서 헤어지자 어쩌자 변덕부리고 말이야.
- 저도 사장님이 나이가 많다고 생각지 않아요.
- 응. 그럼 잘 됐구만. 뭐 한가지 흠이 있다면 몸집이 너무 크다는 것 뿐이야. 아유~ 글쎄. 무슨 남자가 90kg나 나가는지 원.
- 90kg 요?
- 응. 90kg 에다가 털을 더 달아서 90 몇 kg래 글쎄. 호호호.
- 호호호. 남자가 그러면 또 어때요.
- 호호호. 아, 그래. 사실 남자가 너무 빼빼 말라가지고 무슨 꼬챙이 처럼 그랬어도 못쓰지.
- 아, 미스 장아. 장 양아.
- 아, 저 미스 장 조금 전에 요 앞 슈퍼마켓에 다녀오겠다며 하고 나갔어요. 퉁퉁퉁(문 두드리는 소리)
- 아유, 아유 노크할 것도 없이 그냥 들어오세요.
(문 여는 소리)
- 아, 그 저 불편한 거 없어? 얘기를 해. 내가 해결을 다 해줄테니.
- 그런거 없어요.
- 하하하. 아유, 순옥인 정말 좋겠다.
- 어머, 언니 어디가세요.
- 아, 나야 뭐 이제 필요 없는데 뭘.
(문 여닫는 소리)
- 아니, 뭘.
- 오빠. 난 이만 가요.
- 아니, 야? 니가 가면 어쩌라고? 아, 그러지말고 더 좀 놀다가지 그러지 그려.
- 언니, 그럼 우리 내일 또 만나요.
- 하하. 아이고, 야. 에헴. 방이 비었을 때는 우중충하니 곰팡이 냄새가 났었는데, 이젠 임자를 제대로 만나서 환해져 버렸구나.
- 호호호.
- 응.
- 여러가지로 고마워요.
- 에이. 그 거 또 쓰잘때기 없는 소리. 우리 사이에 고맙고 어쩌고 그런 인사는 말자고. 응?
- 사장님.
- 흐흐흐. 이것 참. 진작 이렇게 좋은 것을 갔다가.
- 네?
- 에헤헤헤. 아니여. 뜻 없이 나 혼자 하는 소리여.
(문 여는 소리)
- 그러면, 난 내 방으로 갈테니 편히 쉬소.
- 어머, 사장님.
- 에? 왜 그래?
- 아이, 그 양말이 뭐에요?
- 아, 양말이 어때서?
- 호호호. 아유, 사장님도 참.
- 에? 엑 에그 뭐야? 아하하하. 내가 또 이거.
[박상돈의 양말이 짝짝이다. 게다가 하나는 노란색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하얀색이 아닌가.]
- 아유, 참. 젊잖으신 분이 왜 이러고 다니세요.
- 아하하하. 아유, 나 이따금씩 짝짝이로 많이 신고 다녀. 응? 아, 하지만 이렇게 신고 다닌다고 누가 어째. 내 양말만 유심히 쳐다볼까. 하하하하. 그저 발등만 따뜻하면 되는 것이야.
- 호호호. 사장님도.
(음악)
- 에. 드디어 나타났어?
- 네. 방하나를 완전히 치우고 눌러 지낼 모양이에요.
- 음. 아무튼 미스 장은 계속 거기 있으면서 그 들의 움직임을 매일 나한테 연락해.
- 아, 하지만 전.
- 글쎄, 아무 소리 말고. 난 나대로 미스 장한테 계속 월급을 줄테니까 말이야. 흐흐흐. 양쪽에서 월급을 받으니 미스 장이야 꿩먹고 알먹는 격이지 뭘 그래.
- 도대체 꼭 그래야될 이유가 뭐죠?
- 난 박사장한테 돈을 챙길게 너무나도 많아. 하지만 당장은 빚을 받을 만한 처지는 못되고 말이야. 그래 방법은 딱 하나 뿐이라고. 사업을 잘 해 나중에 빚을 갚게 하는 것.
- 아유, 그렇지만 박사장님이 설마하니 도망치기야 하려고요.
- 그러나 사람의 일이란 만일을 모르는 거니까 계속 잘 좀 감시해 달라고.
- 알았어요.
(수화기 내려 놓는 소리)
- 흥. 그래. 난 양쪽에서 월급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응. 난 그저 돈이나 벌며 실속을 차리는 거다.
(문 여닫는 소리)
[미스 장은 정말 이 순간까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다.]
- 장 양아.
- 어머, 어머.
- 너 슈퍼마켓에 온 것이 아니라 몰래 전화걸기 위해 왔었구나?
- 아유, 아니에요.
- 아니긴 뭐가.
- 아이, 남의 일에 참견 말아요.
- 누구야? 애인?
- 뭐요?
- 누군데 그렇게 몰래 전화를 하느냐고.
- 잘 아는 아저씨요.
- 뭐. 아저씨?
- 흥. 그나저나 앞으로 용구씨도 바쁘게 됐는데요?
- 아니, 그건 왜?
- 미스 김인가 하는 그 모델이 아무래도 우리 사장님과 결혼을 할 거 같애요. 그렇게 되면 사모님이 생겼으니, 운전사 양반이야 바빠질 수 밖에요.
- 하지만, 쉽게 안될껄?
- 아유아유, 눈치도 없이. 척 보니까 통밥이 들어나던데요. 뭘.
- 결혼식은 못 올려.
- 네?
(음악)
- 순옥아.
- 아, 네.
- 사실은 나는 혼자서 살다가 죽으려고 했었는데, 내가 그만 순옥이 너를 알게 되는 바람에 뜸금없이 봄바람이 분 것이다.
- 나중에 실망하시면 어떻한다죠?
- 어매, 쓰잘때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왜 내가 실망을.
- 전 정말이지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 아, 누구는 알겠니. 흐흐흐 솔직히 고백을 하자면.
- 네?
- 나는 여자한테 버림을 받은 남자야.
- 어머, 언제요?
- 음. 그것이 언제냐 하면.
- 누구한테요?
- 그것이 누군가 하면.
- 아, 사장님 한테도 과거가 있었군요?
- 옛날 시골에서.
[또 그 얘기다.]
- 이웃집 가시내 하나를 좋아 지냈었는데.
- 그런데요?
- 아, 그 때야 내가 보잘 것이 있었나. 찢어지게 가난한데다가 주먹힘만 믿고 사는 땔나무꾼이었으니까. 내가.
- 글쎄, 어떻게 됐느냐고요. 그 여자하고.
- 아, 참. 여자들이란 참. 능청맞고, 소름이 끼치더라고. 딴 남자한테로 시집가면서 잠깐 날 만나가지고 귓속말로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지난 일들은 다 잊어버려. 혓바닥 함부로 놀리지 말고.
- 어머나, 어머나 저런.
- 그래, 나 하도 기가막혀서 하늘을 보고 껄껄 웃으버렸어. 하하하. 참 여자들이란 참 무섭더구만.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는 나는 여자라면 외면을 딱 했어.
- 그래서 여태 결혼을 안하시고.
- 결혼은 커녕 여자라면 이가 갈리고 소름이 끼쳤다니까.
- 사장님.
[이 순진한 남자.]
- 그러니까, 나는 아직 총각인 셈인데.
- 하하하. 사장님.
(음악)
[한편 이 순간. 임회장은.]
- (말타는 소리) 겨울, 겨울 여인. 겨울을 달리는 여인.
- 그만!
- 예?
- 꺼 버려!
- 예. 회장님.
(텔레비전 끄는 소리)
- 그리고, 좀 더 찾아봐. 아니, 기어이 찾아 내야 돼!
- 아, 예. 회장님.
- 네가 못 찾으면 내가 직접 찾으러 나설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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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열 세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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