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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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 제12화 박상돈의 음모와 미궁에 빠져든 김순옥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제12화 박상돈의 음모와 미궁에 빠져든 김순옥
1979.12.07 방송
‘특별수사본부’는 밤 11시 10분부터 15분간 방송된 심야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對共수사실록드라마이다. 시종 높은 청취율로 동아방송의 간판프로그램의 하나로 명맥을 지킨 이 작품은 여간첩 김소산 사건, 해군 프락치 허만도 사건, 기생간첩 구자운, 점쟁이간첩 윤길도, 거물간첩 성시백 등을 다루어 대공수사팀의 활약상과 반공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열 두번째.


(말 타는 소리)

- (겨울, 겨울 여인. 겨울을 달리는 여인. 하얀 눈송이처럼 뽀얀 환상의 피부. 당신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고 싶지 않으십니까.)

- 그래, 바로 저 여자야.

- (코도로. 새로나온 피부 미용크림. 코도로.)

- 음. 어쩌면 저렇게 늘씬 할까.

- (코도로)

- 이봐!

- 예. 회장님.

- 뭐하고 있는거야.

- 예, 또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찾아 내야 돼!

- 예. 알겠습니다.

- 아, 알기만 하면 뭘해! 찾아서 만나게 해 줘야지. 이 사람아.

- 예. 회장님.

- 저 여자와 승마를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이야. 흐흐. 나도 겨울은 한 번 달려보고 싶어서야. 흐흐흐. 음. 나도 겨울은 신나게 한 번 달려보고 싶구나. 하하하. 난 겨울을 달리는 남자.

(음악)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앉은 박상돈의 모습은 참으로 애절했다.]

- 미스 장은 어디갔죠?

- 아, 시장에 찬 거리 사러 간 모양인데?

- 아, 네.

[박상돈은 한동안 천정을 쳐다보며 말을 끊었다가]

- 에이!

- 네?

- 사람이 그러면 못쓰는 것이여.

- 아니, 어머머. 왜 이러세요.

- 아, 진작에 한 번 찾아 올 일이지. 아,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가. 응?

- 사장님.

[이쯤되면 김순옥으로선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박상돈은 한 술 더떠 커다란 방석코를 벌렁거리며]

- 에이, 킁킁. 아, 내가 참말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 아휴, 사장님도 참.

- 초비만행. 아니, 미스 김한테 내가 반해버렸는가봐.

- 하하하하. 그럼 야단 나셨는데요?

- 에이. 응. 야단이 나도 보통으로 난것이 아니야.

[그리고 박상돈은 코를 묘하게 실룩거렸다.]

- (흐흐흐흐. 세상을 살다보니 참 요상한 희안한 일이 다 있구만.)

[순옥은 박상돈의 모습이 너무나도 진실해 보였다. 커다란 구렁이 대가리를 구둣발로 질근 밝아버린 듯. 그 묘하게 생긴 코를 실룩거리는 모습을 보고 어느 여자가 외면할 수 있으랴.]

- 참말로 주책이지? 내가.

- 아유, 아저씨도 참.

- 하하하하. 뭔, 아저씨는 무슨. 사장이다 아저씨다 그러지 말고, 그냥 박상돈이라고 불러.

- 호호호호. 아유 우스워.

- 뭣여? 아니, 우습다니?

- 어머머.

- 내가 지금 농담을 하고 있는 줄 아는가?

- 아유, 아니에요. 저도 사장님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 하지만. 내 나이가 너무 많아서 말도 안되는 소리지?

- 나이가 많으시기는.

- 응? 아니 그런데, 뭣이 문제여?

- 너무 별안간에.

- 순옥아.

- 어머머.

- 하하하. 참말로 귀엽다.

- 아, 아저씨.

(문 여는 소리)

- 에고, 아이고머니, 저 녀석이 또.

- 아이고, 실례했습니다. 사장님. 하하하.

- 너 또 뭐 잊어버렸냐? 이놈아! 그 노크하는 것이 그렇게도 어렵냐?

- 저, 미스 장이 옵니다.

- 응? 잘 되었다.

- 아유, 아니, 들어가시지 않고, 왜 여기서 계세요?

- 저저저, 난 차나 닦아야, 밖에 나가서.

(문 닫는 소리)

- 어머나. 오셨어요?

- 그동안에 잘 있었어?

- 네. 텔레비전 잘 봤어요.

- 야, 장양아.

- 네. 사장님.

- 저, 오늘 부터 미스 김이 우리집에서 계실 모양이니 가운데 방 깨끗하게 잘 치워드려라. 응?

- 네?

[순옥은 아무 소리도 않고, 고개를 떨어뜨리며 가만히 있었다.]

- 그리고 장양아. 너는 그저 미스 김한테 시집바람이나 잘 해드리고, 말썽 피우지 말거라. 응?

(음악)

- 예? 여길 다녀갔단 말입니까?

- 네. 어제 이맘 때요.

- 아, 예. 이제 그 여자 주소를 알 수 있군요.

- 하지만, 주소는.

- 아니, 여길 찾아왔는데, 그것도 안 알아 보셨단 말이에요?

- 물어보긴 했었죠.

- 아, 그런데요.

[김순옥은 이렇게 대답했다.]

- 흠. 이 김순옥이야 뜬 구름인데, 일정한 주소가 있겠어요? 그저 바람 부는대로 흘러다니는거죠.

- 그러나 일거리가 있어서 연락을 하자면 우리도 주소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게 아닙니까.

- 전속으로 채용해 주시지 않겠어요?

- 예?

- 나를 말이에요.

- 그건 좀.

- 난처해요?

- 그렇지 않아도 우리 회사에서 미스 김에 대해서 그런 얘기가 논의 됐었죠.

- 아, 그런데요?

- 그런데, 나이가 너무 많아서.

- 네?

- 하하하하. 스폰서들이 싫어하거든요. 나이많은 여자들은, 물론 특별한 경우에는 김순옥씨 같은 모델이 필요합니다만 전속으로서는 곤란하다는 결론이어서.

- 후후. 그럼 난 별 볼일이 없는 여자란 말이군요.

- 하하하. 뭐 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고.

- 잘 알았어요.

(발소리)

- 흥! 겨울에 달리다가 넘어진 꼴이군요.

(문소리)

- 김순옥씨!

(음악)

(전화벨소리)

- 전화 좀 받지 않고 뭐하고 있어? 미스터 오는.

- 아, 암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전화를 받아요?

- 아휴, 제가 받죠.

- 어? 아니, 아가씬.

- 사진 찍으러 왔어요.

- 아, 하하하. 아휴 우린 손님이 온 것도 모르고.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한강 칼라입니다.

- 아유, 이리 줘요.

- 너, 누구냐?

- 댁은 누구세요?

- 아이, 뭣이 어째?

- 여긴 한강 칼라라니까요. 사진관이요.

- 아니, 이리 달라니까. 왜 이래요.

- 후훗. 네. 남자 분인데요?

- 네. 전화 바꿨어요.

- 어이, 나다 나야.

- 어머나 오빠.

- 아니, 그런데 지금 전화 받던 가시내는 뭔 가시내냐?

- 호호호. 네. 우리 사진관에 오신 손님이에요.

- 아니, 제까짓게 뭣이라고 그 가시내가 전화를 받는 것이여?

- 아, 그나저나 왠일이세요?

- 야, 왔다.

- 네? 미스 김이요?

- 응. 아 제발로 걸어왔어.

- 어머나, 그럼 잘 됐는데요?

- 그러니, 자네가 와서 바람을 좀 넣어줘.

- 아하하하. 네. 그런 일이라면.

- 내 일이라고 신경써서.

- 네네. 알았어요. 아휴.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 뭐하고 있는 거야. 여기 손님이 와 계시는데.

- 예. 지금 나가요.

- 아, 참 그리고. 나 반포에 좀 다녀올 테니까 잘 좀 부탁해.

- 일찍 들어오세요.

- 왜?

- 저도 밖에 좀 나갔다 와야 겠어요.

- 미스 김 찾으러?

- 예.

- 오늘은 기어코.

- 그래 봤댔자, 소용 없어요.

- 예? 아니 왜요?

- 오기사는 제발. 그 미스 김한테 엉뚱한 생각일랑 하지 말라니깐. 흠. 그 여자를 보살펴줄

사람은 따로 있으니까 말이야.

(발소리)

- 아니, 사모님.

(문소리)

-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 아, 예.

- 명함판으로 다가 아주 근사하게요.

- 예. 그러죠.

- 아, 막상 취직하려고 드니까, 굉장히 어려운데요.

- 그래, 어디 취직을 하려고?

- 막연해요. 지금. 그저 용돈이나 얻어 쓰고 하는 곳이라면 어디고 다 좋아요. 아유, 정말 사람을 제대로 몰라주지. 무슨 일이든지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끝내줄 수 있는데 말이에요.

- 하하하. 명랑한 아가씨군.

- 혹시, 이 사진관에서 사람 안쓰나요?

- 에휴, 하지만.

- 여자 손님들이 많이 찾아 올텐데, 나 같은 사람이 돌봐 드리면 좋을거 아니에요?

- 정말이오?

- 아, 아니, 내가 좋은 밥 먹고 실업는 소리는 해요.

- 그럼 사모님한테 얘기를 해서.

- 호호호. 네. 정말 이런 고상한 직장에서 일하고 싶어요.

(음악)

- 하하하. 아, 그정도로 해 놓고 자주 찾아 가는 거야.

- 네. 그리고 전 취직이 될련지도 몰라요.

- 아유, 그렇게 된다면 더욱 다행이고.

- 어, 참 그리고.

- 음?

- 그 여자가.

- 김순옥?

- 네. 왠 남자를 찾아간 모양이에요.

- 왠 남자를?

- 네. 좀 나이가 지긋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였어요.

(전화벨 소리)

- 음. 네. 특별 수사 본부 입니다.

- 김 형사입니다.

- 아, 그런데.

- 새로운 사실이 하나 발견 됐습니다.

- 뭐? 새로운 사실이?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윤병훈, 김규식, 김환진, 이기전, 정경애, 유해무, 서지원,

신성호, 장춘순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열 두번째로

신신제약, 주식회사 진로,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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