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열번째.
(차소리)
- 에이, 내가 섣불리 굴다가 놓치고 말았는데요.
- 어머, 저런.
- 아, 글쎄 녀석이 그만 택시를 먼저타고 달아나는 바람에 닭 쫒던 개꼴이 된거죠.
- 아, 그럼 용구도 차로 뒤를 따라가 봤어야지.
- 예. 글쎄. 그런데 우리차는 싸롱 근처에 있어서.
- 아휴, 정말 무슨 일이 마음대로 안되는 군.
- 그런데, 왜그러세요?
- 음. 용구는 그런것 까지 알 것은 없고.
- 오기사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습니까?
- 글쎄 알거 없다니까. 용구는.
- 아, 그나저나 우리 사장님이 요즘은 굉장히..
- 어? 아니, 사장님 요즘 어떻다는 거야?
- 초조해 보이세요.
- 뭐라고?
(음악)
- 아니, 아, 그런데 형님이 그 여잘.
- 에잇.
- 사랑하시는 군요?
- 예끼, 이 사람아.
- 그럼 뭐에요?
- 뭐. 그 담시. 그 여자를 보기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요상할 뿐이란 말이.
- 아, 그러니까 그게 사랑하고 계시는게 아닙니까.
- 아니여, 아니여. 아직 그렇게까지는 안되었고, 쪼금 마음이 근질근질 하면서 살포시 끌리는 정도라고.
- 하하하. 이, 그나저나 형님한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기적이.
- 기적이?
- 아, 그렇지 않고요. 형님이 언제 여자들을 거들떠나 보셨나요? 아무리 예쁜 여자를 소개해 드려도 의식적으로 피하기만 하셨잖아요.
- 아, 그것이사, 마음에 안드는 여자들이었었지.
- 에? 그래 난. 솔직히 말해서요. 형님이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이 불구자로 알았다고요.
- 에잇. 이사람!
- 하하하.
- 하하하. 이 사람.
- 하하. 그런데 그 여자한테 그렇게 혹 하셨다니 놀라운 일이지 뭡니까.
- 하, 그게 혹한 것은 아니라니까.
- 아, 글쎄. 그게 사랑이란 말이에요.
[헌데, 박상돈은 이런 얘기까지 곁들었다.]
- 사실은 말이여.
- 예.
- 나가 옛날에 콧물 질질 흘리던 옛날에 한 마을에 사는 가시내 하나를 좋아했었어.
- 어이고, 형님한테도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 아, 이 사람아. 나도 남자인데, 그러면.
- 아, 그래. 한 마을에 살았던 그 여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 딴 남자한테 시집가 버렸어.
- 아이고, 저런. 아아이, 왜요?
- 아, 왜는 무슨 왜? 아 그때 나야 솔직히 말을 해서 떼려고 그랬지, 허허. 뭐 옛날 얘기는 말해봤자야.
- 하하. 아니. 샘이나게 무슨 얘길 그렇게들 하세요?
- 에.
- 하하.
- 허허. 가서 느그들 오지 말라고 했는데, 또 왜 왔냐?
- 아이, 아유 사장님은 맨날 왜이러실까. 정말.
- 아이구. 왠.. 딱! 싫어. 왜 자꾸 복잡복잡 스럽게 그려들.
- 아이고, 아이고 형님도 참.
- 하하하. 많이들 드셨어요?
- 어.
- 아이, 당신이 여기까지.
- 하하. 아니.
- 후후.
- 동상도 한잔 할랑가?
- 아이, 내가 술은 요.
- 어! 마침 잘 왔어. 당신.
- 네? 아아니, 왜요?
- 당신. 그 여자 놓치면 안돼.
- 그 여자라니요?
- 아, 그 모델. 미스 김인가 하는 그 여자 말이야.
- 아이, 예?
- 꼭 붙들어. 형님 장가 드시게 해야겠다고.
- 뭐요?
- 하하하. 아따 시잘대기 없는 소리. 헌데 말 한번 농담한거 같고. 그것 참.
- 어머나. 아니, 오빠.
- 하하하.
- 하하하.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어.
- 헤헤. 뭔 기적은 뭘. 하하하.
- 치.
(음악)
- 뭐에요? 이게.
- 미스 김.
- 아니 그래. 모델료가 고작해야 5만원이란 말이에요?
- 아니, 글쎄. 이번엔 처음이라서.
- 얼굴을 팔려면은 제대로 값이나 받고 팔아야죠. 마음대로 이리찍고 저리찍고 실컷 이용한 값이 고작 이거냔 말이에요.
- 다음엔. 더 좀 많이 받도록 해줄테니까. 너무 화내지 말아요.
- 아유. 내가 다음에 모델 설꺼 같아요?
- 아니, 그럼 그거 한번으로 그만둘 생각이오?
- 네. 그만 두겠어요. 그까짓. 돈 5만원 주면서 까만 원피스 입고 나와라, 흰 투피스 입어라. 아유, 웃기는 사람들도 다 있지 정말. 그것도 하루에 한 건씩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 하지만, 단 한번의 출연으로 인기절정이에요. 지금.
- 배우나 가수도 아닌데, 그 따위 인기가 무슨 소용이에요. 흠.
(문 닫는 소리)
- 여관비는 내가 다 계산 했으니까. 그냥 나가면 돼요.
- 아, 이것봐요. 미스 김. 미스 김. 나 좀.
[그러나 순옥은 뒤도 안돌아보고 달아나 버린다.]
- 아유, 제발 나 좀 살려줘.
(음악)
- 지금 막 그 여관에서 나왔습니다.
- 음. 그 카메라 맨은?
- 네. 그 남자도 나왔고요.
- 그 여자보다 카메라 맨을.
- 네. 반장님.
- 아, 그러자면 이 형사가 더 알맞겠지?
- 네. 그렇지 않아도 계속 연락하고 있어요.
- 아. 수고해.
(전화기 내려놓는 소리)
- 아참, 그래 김 형사.
- 네. 반장님.
- 그 한강칼라 출입하는 손님중에 좀 이상하게 느껴지는 사람을 모조리 체크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헌데, 김순옥은 또 엉뚱한 수모를 당해야 했다.]
(차소리)
- 어이, 겨울.
- 겨울 여인?
- 어머, 어머나.
- 야, 눈송이.
- 흐흐흐.
- 야야. 눈송이 좋아하시네.
- 내가 무슨 망신이야.
[어디를 가나 야유는 계속 됐다.]
- 야, 코도로.
- 응?
- 수정 코도로! 새로나온 코도로. 히히히.
- 정말 코도로 같이 생겼다. 히히히.
- 응 그러게 말이야.
- 아아이 참. 내가 어쩌다가 그 자한테 속아 모델노릇을 다 했을까. 하지만 이게.
[인기란 말인가.]
- (후훗. 단 한번 출연에 인기절정? 후훗. 아이, 세상 참 우습군.)
(음악)
- 아이, 그럼 진작 그렇게 얘기하실 일이지 이제사 그러시면 어떻해요. 글쎄.
- 아, 그나저나 그 여자를 찾을 수 조차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
- 아, 모델로 출연을 하는데 못 찾긴요. 뭐 오빠 결심만 서있다면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꼭 만나게 해드릴테니까 걱정 마시라고요.
- 하하. 하지만 정말 그 여자가 나한테 마음이 있을련지.
- 어유, 어유. 아니. 지까짓게 뭔데요.
- 어허. 그럼 일을 그렇게나 너무 쉽게만 생각하지 말란 말이여.
- 그 여자 만나기 전에 미스 장부터 내보내세요.
- 잉?
- 그래야지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가 있고, 어색하지도 않죠.
- 그러면 미스 장을 우리 회사 사무실에 근무하도록 하게 할까나.
- 아유, 오빠도 참. 아니 그냥 내보내버리면 될텐데 걔를 왜 또 회사에다 둬요?
- 헤헤헤헤. 이그 그래도 사람이라는 것이 매정하게 그러면 못쓰는 것이다. 에.
- 어휴, 오빠는 인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고요. 인정이.
- 인정이 많아서?
- 아, 그렇지 않고요.
- 흠.
- 하하, 사장님. 저녁은 뭘로 드시겠어요?
- 에. 저녁은 그냥 두부국에다가 돼야지 갈비.
- 하하하. 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렇게 준비하고 있어요.
- 오냐. 헤헤헤. 아, 네가 알아서 잘 해봐라. 음식 솜씨야 미스 장 너를 어디 따라 올 사람이 있냐? 헤헤헤.
(전화벨 소리)
- 예. 반포올시다.
- 어머.
- 에엥?
- 어머나, 누군데요?
- 쉬잇.
- 하핫. 사장님. 저에요.
- 어잇. 알것어. 뭐시냐 거시기 저.
- 뭐시냐 거시기. 초비만행이요.
- 어잇. 헤헤헤헤. 초비만행.
- 그동안에 별고 없으셨어요?
- 어이, 흐흐흐. 그런데 미스 김은 그 동안에 많이 달라진거 같여.
- 오빠. 나 좀.
- 으응. 헤헤헤. 텔레비를 통해서 나 한번 받았다고 그래.
- 글쎄. 이리 좀 달라니까요.
- 흐흐. 왜 수화기를 뺏고 그려냐!
- 예. 김 양아?
- 어머, 언니.
- 어휴. 얘. 너 어쩌자고 그런 선전 모델로 출연을 해. 글쎄.
- 하지만, 또 한번은 더 출연을 해야 겠어요.
- 뭐? 또 한번?
- 아니, 뭣여?
(음악)
[순옥의 두번째 출연은 더욱 희안한 것이었다.]
(말 타는 소리)
- (겨울. 겨울을 달리는 여인. )
- 아니. 저것이.
- 어머. 점점.
- (코도로)
- 코도로인디?
- 흠흠.
(말 울음소리)
- (새로나온 겨울 미용크림. 코도로)
[헌데, 이건 박상돈에겐 참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셈이다.]
- (말 타는 소리)
- (겨울. 겨울을 달리는 여인.)
- 어이. 참말로 멋있는 여자여.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열번째로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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