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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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 제9화 박상돈의 음모와 미궁에 빠져든 김순옥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제9화 박상돈의 음모와 미궁에 빠져든 김순옥
1979.12.04 방송
‘특별수사본부’는 밤 11시 10분부터 15분간 방송된 심야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對共수사실록드라마이다. 시종 높은 청취율로 동아방송의 간판프로그램의 하나로 명맥을 지킨 이 작품은 여간첩 김소산 사건, 해군 프락치 허만도 사건, 기생간첩 구자운, 점쟁이간첩 윤길도, 거물간첩 성시백 등을 다루어 대공수사팀의 활약상과 반공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아홉번째.

[오남수는 김순옥에게 꽤나 집요했다. 자칭 예술가인척 콧수염까지 묘하게 기른 그는 외출을 할 때에도 언제나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다녔다.]

(음악)

- 정말 명동에서 이렇게 우연히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 그 가방은 또 뭐에요?

- 아, 이거요? 이 속엔 카메라에 필요한 물건들이 들어있죠. 망원렌즈와 광각렌즈며 기타 필름들이요.

- 아, 네.

[순옥은 그를 따라 다방엔 들어왔지만 정신은 딴 곳에 있다. 어떻게 하면 다른 동창생들 보다 멋있게 한 번 살아볼 것인가.]

- (그것이 문제로다.)

- 미스 김.

- 네?

- 패션쇼에 한 번쯤 나가보시죠.

- 패션쇼에요?

- 예. 모델로 말입니다.

- 어머나, 저를 어떻게 보고 자꾸 그런 말씀을.

- 아니, 패션 모델이 어때서요? 그건 인식 부족입니다. 레오나드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란 그림은 너무나도 유명한 명화가 아니겠습니까? 그는 예수의 모델을 찾기 위해 무척 애태우며 쏘다니다가 결국 비에트로 반디넬이라는 사람을 예수의 모델로 택한겁니다.

- (참 한심스런 사람이군.)

- 그러나 다빈치는 흉악하고 타락한 모습에 가롯 유다를 못 그렸던 겁니다. 마땅한 모델이 없어서였죠. 그는 몇년을 두고 모델을 찾아 헤멨던 것입니다. 헌데 드디어 그런 흉악한 얼굴의 모델을 만난 것입니다. 그게 누구냐!

- 어머, 어머나.

- 그림을 다 그리고 나서 알고 보니 바로 옛날에 예수의 모델이었던 그 피에트로 반디넬이라는 사람이었다. 이겁니다.

- 아니, 어떻게 됐어요?

- 그동안에 그 모델이 그만큼 엉망진창으로 타락해 흉악한 얼굴이 되버린거죠.

- 하하하. 아휴 참. 하하하.

- 아니에요.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 두개의 얼굴을 갖기 마련이라고요. 그래, 네오나르도 다빈치가 이렇게 얘기 했어요. 아, 피에트로 반디넬이 네가 없었더라면은 너의 최후의 만찬은 그릴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너야말로 내가 존경하는 예술가로구나.

- 후후. 그만 나가요. 우리.

- 아, 미스 김.

- 아, 왜이래요.

- 아, 너무나도 완전 무결한 이 미의 덩어리.

- 어머. 뭐에요?

- 우아하고.

- 네?

- 우아해요.

- 아유, 참 오선생님.

- 당신은 가장 아름다운 원초의 음영을 위해 존재한 참 훌륭한 모델이오.

- 이것 보세요.

- 이것 보세요.

- 어머머머.

- 제발 자기를 활용할 줄 아는 여자가 되봐요. 무한한 부전자원을 가고 있습니다. 순옥씨. 예. 그런데 그걸 활용치 못하면은 하찮은 돌맹이와 다름이 없다고요.

- 그래, 도대체 어쩌자는 거에요?

- CF.

- 뭐라고요?

- 당장 CF모델로 한 번 출연을 해보시죠. 순옥씨만 좋다면은 당장이라도 제가 추천을 하겠습니다. 예. 출연료도 제가 책임지고 최고로 받아낼 수가 있어요.

- 어머나.

[그러나 순옥은 귀가 솔깃했다. 우선 용돈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 (후훗. 까짓 망설일게 뭐야.)

(음악)

- (겨울, 겨울 여인. 여러분의 피부를 한송이 눈 처럼 가꾸고 싶지 않으십니까?)

- 어잇, 저것이 누구야?

- 어머나, 아니 저건.

- 아니, 저건 그 언니인데요?

- (새로나온 겨울 미용크림 코도로. 한번 써보시면 그만큼 수정처럼 고와지는 수정 코도로.)

[텔레지전 화면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 저, 이거봐 동상.

- 하지만, 저건 나도 모르는 일인데요.

- 뭣이냐, 거시기 느그집 사진관 그 오기사인가 콧수염이 길을 터준 모양인데.

[놀란건 박상돈 만이 아니다.]

- (겨울, 겨울 여인. 여러분의 피부를 한송이 눈 처럼 가꾸고 싶지 않으십니까?]

- 어머나, 아니 저건.

[그녀의 미모는 삽시간에 브라운관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화벨 소리)

- 네. 한강맨숀이에요.

- 얘, 나야 나.

- 어머, 경자야.

- 얘. 너 텔레비전 봤니?

- 으응. 조금전에.

- 얘. 아니 순옥이 그 얘가 무슨 재주로 그렇게 벼락 출세를 했다지?

- 으응. 그러게 말이야.

[그들은 그걸 한마디로 출세라 했다. 어쨌든 순옥의 얼굴은 쉴새없이 브라운관을 탔다.]

- (코도로. 수정 코도로.)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니, 당신은 어딜 그렇게 쏘다니는 게야?

- 어머나, 당신은 별안간 왜 그렇게 신경질이에요?

- 또 반포에 갔었지? 박사장 한테. 거길 왜 그렇게 뻔질나게 찾아다니느냐고 글쎄.

- 아유, 지금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는게 다 뉘 덕인데요? 당신 능력으로 이만큼 됐수?

- 하지만, 당신은 요즘 박상돈이한테 너무 자주 찾아다니고 있어.

- 뭐, 박상돈이요?

- 글쎄. 앞으론 그만 좀 찾아다녀! 그리고 이젠 빚도 갚을만큼 다 갚았잖아.

- 아휴, 그런 소리 말아요. 이자까지 계산하면 아직도 멀었어요. 아유, 우리도 이제 뭔가 한번

큰일을 해봐야 할텐데 그분 도움없이 되겠어요? 어디?

- 무슨 큰일?

- 아, 중심가로 옮겨야죠. 사진관을. 이런 변두리에선 맨날 도로 아미타불이라고요.

- 뭐 그래도 지금 현상 유지는 되고 있잖아.

- 아유, 답답. 아니 그래 당신은 현상 유지로 만족해요?

- 그러나 더이상 신세지고 싶지 않아. 그 자한텐.

- 어머나, 여보.

(문 여닫는 소리)

- 아, 아이고, 아이고, 형님.

- 어.

- 아니, 오빠 께선.

- 아니, 이 사진관이 왜이렇게 썰렁하냐? 찬바람이 도냐? 그래.

- 하하하. 뭐 하지만 덕택으로 괜찮게 되고 있습니다.

- 야, 그리고 신 가들은 왜 그렇게 빼빼 몸이 말라가냐? 응? 야, 너 살좀 쪄라. 제발 살좀 쪄라.

- 하하. 나야 원래 체질이 이런걸 어떻합니까.

- 야. 우리 나가서 모처럼 한잔 할까?

- 하하. 예. 오늘은 내가 사죠.

- 떽! 예술하는 녀석이 뭔 돈이 있어?

- 하하하. 아이고, 아이고 형님도.

- 아이고, 안녕하세요?

- 응. 오기사도 잘 있었고?

- 예. 사장님.

- 가시죠. 형님.

- 으응.

- 야, 오늘 같은날 약주 드셔야죠?

- 아녀아녀, 나야 아무 것이나. (야, 기어이 알아내! 응?)

- 네. 오빠.

- 흠. 하하. 아이고, 신 가하고 오랫만에 술 마시게 되었다. 그려.

- 네. 정말 그런데요?

[어쨌든, 박상돈의 입장히 심히 난처하게 되었다. 느닷없이 오남수가 가운데 끼어드는 바람에.]

- 어딨어. 지금.

- 에예?

- 그 여자 어딨냐구?

- 예? 그 여자라니요?

- 아, 김순옥이 말이야.

- 모르겠는데요?

- 뭐. 몰라?

- 예. 정말이에요.

- 그 CF 모델로 출연하게 만든건 누군데?

- 예. 그건.

- 그러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해. 어디냐? 거기가. 여관, 아니면 하숙? 아, 오기사는 알고 있잖아.

- 아, 정말 저는 모른다는데 왜 이러세요.

- 이봐, 오기사.

- 도대체 왜이러세요? 그 여자를 어떻하시겠다는 거에요? 사모님께서.

- 글쎄. 그 여잔 시골에서 갓 올라와서 아직은 순진해. 그런데 오기사가 바람을 넣고 있는거야. 지금. 그러다간 결국 타락해.

- 그럴 여잔 아니에요.

- 아휴, 난 그 여자를 보호해야 된다고.

- 무엇때문에요.

- 음. 그 이유는 나중에 알게 돼.

- 그 여잔 제가 보호하겠어요.

- 아니, 뭐 어째?

- 글쎄. 걱정 마시라고요. 저한테도 다 생각이 있어요.

- 아니, 아니. 이봐 오기사. 오기사!

(문 여닫는 소리)

[오남수는 마치 사진관의 일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그런 태도다.]

(차소리)

- 아니, 왜그러세요?

- 으응. 마침 잘 됐군.

- 왜요?

- 용구가. 저 자 뒤좀 밟아줘.

- 오기사요?

- 응. 저기서 택시를 잡으려고 서성대잖아.

- 예. 알겠습니다. 헤헤. 그런 일이라면 내가 소질이 있지 않습니까. 에?

(음악)

- (겨울. 겨울 여인.)

- 스톱.

(기계 끊는 소리)

[특별 수사 본부에서도 일단 김순옥의 그 CF를 녹화해 뒀다.]

- 오. 과연 미인이군.

- 네.

- 목소리도 보통은 아니군.

- 그런데.

- 네.

- 그 카메라맨 오남수가 저 여잘 어떻게 알게 됐을까?

- 글쎄요.

- 아이, 정말 그게 궁금한 일이죠.

- 아, 알아둘 필요가 있을꺼 같애.

- 네. 그럼 제가 한번.

- 아, 조심해서.

- 예. 반장님.

(문 여닫는 소리)

- 그 여자가 묵고 있는데를 알아냈습니다.

- 오. 그래?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윤병훈, 김규식, 김민, 오세홍, 유근옥, 김환진, 이기전 정경애, 장춘순.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아홉번째로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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