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여덟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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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드시겠어요?
- 뭘 뭐드시냐?
- 네. 여긴 설렁탕 한 가지 밖엔 안되는데요?
- 떽!
- 아이, 왜그러세요?
- 야, 그런데 뭘 들겠냐고 물어봐? 설렁탕 하나 밖에 안된다면서 무엇을 들겠냐고 왜 묻는냐 말
이여?
- 하하하. 네. 설렁탕 두 그릇이요?
- 아, 두 사람 왔으니께 두 그릇이제, 이녀석아.
- 곱배기요?
- 아이, 나야 곱배기로 가져오던가, 보통배기로 가져오던가 알아서 혀.
- 기름 빼고요?
- 아따, 그 녀석 참말로 든적스럽게도 말도 많네. 기름을 넣든지 말던지 알아서 하란말이.
- 네네. 알았습니다.
- 앉으시지요.
- 아. 네네. 아아, 반갑습니다. 동지.
- 쉬잇.
- 아따, 쉬이는 뭐 누가 지금 듣고 있데요?
- 흠, 자 이 사람을 잘 기억해 두시오.
- 에? 뭐신가요? 이 사람이.
- 상대하기가 힘든 아니, 당신 힘으론 불가능한 사람이요.
- 아따, 사람이 사람 상대하는데 불가능이라는 것이 어딨겠소.
[그러나 쪽지를 찬찬히 보던 박상돈은]
- (에구머니나, 아니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길래 이럴까?]
- 그러니까, 모란봉 7호 한테 접촉을 하도록 만들어요.
- 아니, 그 모란봉인지 뭣이고 그 여자는 아직..
- 여자요?
- 아니, 그러면 동지. 아니, 아자씨는 그것도 모르시오?
- 나한텐 그럴 얘길 하실 필요 없어요.
- 아, 예. 그런데 그 여자는 아직 제대로 못 만들었소라.
- 하지만, 아버지께선.
- 그! 아부지고 할아버지고 글쎄 생이빨을 어떻게 뺄 것이오. 무슨 일을 그렇게 서둘다가는 낭패
하기가 십상인 것이여.
- 아니, 이것 봐요.
- 어허, 참. 물동이 이고 샘으로 물길러 가러 가는 사람한테 숭늉 떠오라고 재촉하는 식으로 그래
선 안된다고라 글쎄.
- 아, 글쎄 조용히요.
- 글쎄, 아직 시집도 안간 가시나한테 기저귀 내놓으라고 하면 되것어요. 응? 문제는 내 사람을
만들고 나서 할 얘기여. 아 새벽달을 보자고 초저녁 부터 기다리는 그 참을성. 사람을 제대로
이용하자면 인내력이 필요하단 그런 말씀이여. 에구머니나.
- 설렁탕 가져 왔는데요?
- 으음음흠. 아따 얼른도 갖고 왔네.
- (아이고, 하마터면..)
(음악)
[그러나 박상돈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바람 부는 소리)
- 후.. 후.
- 혹시 오늘 무슨 기분 상하는 일이라도 있으세요?
- 으으으응? 아, 내 얼굴이 그렇게 보이냐?
- 예, 굉장히 침울해 보이시는데요?
- 으흠. 난 아무렇지도 않은디.
- 그럼 다행이고요.
- 용구야.
- 예?
- 너 혹시 뭐시냐. 거시기. 화풍선박이라고 아냐?
- 예. 화풍선박이라고 해운업계에서도 손꼽히는 곳이잖아요?
- 음. 그려?
- 그런데 왜 그러세요?
- 응. 거 회장님을 좀 만날 일이 있어.
- 예? 회장님이요?
- 으잉? 아니, 난 그런 사람 못 만날꺼 같냐? 거래 관계가 있으면 누구하고도 만날 수가 있는 것
이여.
- 네. 하긴 그렇지만. 별안간 그런 분을 만난다고 해서 하하하하.
- 야! 그 뻐드렁니!
- 예.
- 흠.
[어쨌든. 박상돈이 여자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덴 천재적인 소질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급해
도 서둘지 않고]
(문 여닫는 소리)
- 허음.
- 아유, 아니. 오늘은 왠일이유?
- 어.
- 이렇게 일찍 들어오시고.
- 아이, 너 여태 여기 있었냐?
- 하하하. 아이 오빠. 그나저나 미스 김 성미 대단하던데요?
- 어유, 왜? 여기 안 있겠다고 그러든?
- 미스 장이 함부로 종알거리다가 그만 혼짝이 났었다고요.
- 아니, 미스 장 걔가 그 여자한테 뭐라고 그랬기에.
- 미스 장이 오빠를 은근히 좋아하고 있는 눈치던데요?
- 떽!
- 어머, 아니에요?
- 아, 그런 비리비리한 두루마기 같은 처자를 내가 거들떠 볼꺼 같냐? 으이구, 너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 좀 거.
- 아유, 미스 김은 아무래도.
- 으잉? 어떻게 됐는데.
- 여기서 오빠하고 같이 못 산대요. 그래 친구 만나러 나갔다고요. 지금.
- 야, 그럼 이 머리를 좀 써야지. 머리라는 것은 안 쓰면 녹슬어 버리는 것이여.
- 어유, 하지만 자존심이 어찌나 강하던지.
- 찍어버려.
- 네?
- 도끼날이 안들어가는 나무가 있간디. 열 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
- 아니, 그래 미스 김을 여기 있게 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에요?
- 아, 그건 너는 그저 여기 있게만 해주면 그것으로 할일 다 끝나는 것이여.
- 어이, 그럼 이거 야단났는데요?
(문 여닫는 소리)
- 아이고, 마침 들어오셨군요.
- 으흠.
- 아니, 얘가.
- 아니, 얘. 넌 집 비워놓고 어디로 그렇게 쏘다니니?
- 그 미스 김인가 하는 여자가 여기 함께 있게 되면 전 나갈 수 밖에 없어요.
- 그럼 못써야!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당장 거추장스러운 존재인데.]
- 못가! 그냥 그렇게 있는겨. 그럴 바엔 차라리 미스 김을 여기서 못 있게 할 것이여.
- 어머, 오빠.
- 어머. 사장님.
(음악)
(차 소리)
- 어휴, 난처하고 정말. 하아, 하지만 막상 이렇게 나와봐도.
[갈 곳이 없다. 친구를 만나겠다고 나왔지만 이제 그녀를 반겨줄 친구마저 없다.]
- (젠장. 이 마당에 자존심은 무슨.)
- (얘얘, 싸롱이나 다방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실속을 제대로 찾는 모양이더라.)
- (으응 그럼. 그리고 순옥이 너야 얼굴도 미인이고 하니까 굉장히 인기일거야.)
- (너희들이 친구니? 하아. 하지만 난 너희들을 찾아올 땐, 잔뜩 기대를 가졌었단 말이야. 어휴,
이럴땐 말이라도 탔으면.)
[순옥은 고무풍선. 다급한 현실 속에서도 허영의 화려한 나래를 펴고 한 마리의 새처럼 훨훨 날으
고 있다.]
(말소리)
[뚝섬 강변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는 이 사나이.]
- 어휴, 이제 정말 조금만 달려도 이렇게 숨이 차니. 원.
- 그만 하시겠습니까?
- 응. 별로 재미가 없군. 이 짓도.
- 하지만 오늘은 너무 조금만 타셨는데요?
- 친구도 없고, 이건 너무 외로워.
- 그러시면 내일부터 친구 한 분 모시죠. 뭐.
- 나한텐 승마를 하는 친구가 없는 걸?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어 봤댔자 별로 신통치 않을 거고
말이야.
- 저, 그럼 회장님. 여자를 한 분.
- 하하하하. 이 사람아. 농담이야 농담. 음.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게.
(음악)
- 그래. 한강칼라가 김 형사가 보기에 약간 의심스럽다는 게 뭐야?
- 네. 그건.
- 구체적으로.
- 첫째, 겉으로 보기와 달리 시설이 완벽하다는 점이고요.
- 그건 영업을 제대로 하자면 그런 시설을 갖추는게 당연하잖아?
- 그리고 그 사진사며, 주인의 인상에서도 뭔가 좀.
- 글쎄. 육감은 안된다니까.
- 하지만, 이런 경우야 우선 그게 앞설 수 밖에요.
- 어쨌든, 먼저 미행한다던가 너무 접근일랑 말아.
- 아, 그런데 벌써 이 형사가.
- 응? 아니, 누구 지시로.
- 혹시 몰라서 제가 미행을 하도록 지시를 했습니다.
- 그럴 필요 없어.
(전화벨 소리)
- 예. 이 반장이오.
- 저, 이 형사입니다.
- 지금 거기가 어디야? 어디서 뭘하고 있어? 지금.
- 예. 저, 여기 명동인데요.
- 뭐? 명동?
- 한강 그 칼라 카메라 맨이 여길 나왔어요.
- 관둬, 괜히 섣불리 이상한 눈치 보일꺼 없다고.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종소리)
[명동 성당 앞. 순옥은 아직도 명동 답사를 계속하고 있다.]
- 아, 여기 좋은데? 서울도.
- 미스 김.
- 어머, 어머나.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윤병훈, 김규식, 김 민, 유근옥, 김환진, 이기전, 정경애,
양미학, 장 광, 유해무, 서지원.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여덟번째로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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