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여섯번째.
(비행기 소리)
그는 중국인이 아니었다.
(발소리)
- 사진 많이 찍으셨습니까?
- 아, 예. 한국날씨가 좋아서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스므니다.
- 하하하. 그럼 뭘 주로 많이 찍으셨어요?
- 덕수궁, 경복궁, 남대문이랑 아주 많이많이 찍었스므니다.
- 아. 예. 그래 필름은 우리 한국에서 현상을 하셨나요?
- 아, 예. 여기서 현상을 한 것도 있고, 또 그냥 일본으로 가지고 가 현상을 맡길 필름도
여기 많이 들어 있어요.
- 하하. 예.
- 근데, 선생님은 사진에 굉장한 취미를 가지고 계신가 보죠?
- 예. 그렇스므니다. 난 비록 아마추어지만, 실력면에선 프로를 능가할 정도에요. 그래
이 호텔 보이들도 내 사진실력에 아주 감탄했스므니다.
- 호텔 보이가요?
- 예. 호텔 보이를 시켜 필름 현상을 맡겼어요.
- 어느 호텔이죠?
- 그런건 왜 묻습니까?
- 아, 하하하하. 아니에요. 사실은 이 여자가 호텔 안내원이거든요.
- 아, 예. 그렇스므니까?
- 아이, 반장님도 참.
- 용산 마로니 호텔. 아 참. 좋습니다. 모두가 친절했습니다.
- 마로니 호텔.
(음악)
- 예. 어떤 일본 관광객이 필름 현상을 맡겼었죠.
- 어디에요? 거기가.
- 네?
- 현상을 맡았던 디피샾 말이에요.
- 아. 예. 저, 바로 건너편.
- 어디요?
- 한강 칼라요.
- 한강 칼라?
특별 수사 본부에서 한강 칼라를 알게 된 건 바로 이 때 부터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 이야, 저 여자.
- 네. 정말 예쁜데요?
- 멋있군.
- 무슨 배우같죠?
- 음. 배우 뺨치겠어.
김순옥의 사진이다.
(문 두드리는 소리)
- 누구세요?
- 네. 사진 한 장 찍으러 왔습니다.
- 아유,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안되겠는데요.
- 이거, 급한 사진인데요.
- 하지만 우리 기사가 벌써 퇴근을 했는데. 어떻하죠?
- 아, 예. 그럼 내일 오겠습니다.
- 네. 아유 미안합니다. 손님.
- 영업이 잘 되시나봐요?
- 응. 그냥 먹고 살만큼은 벌고 있지 뭐.
- 그런데, 어쩌다 언니 같은 분이 이런 사진관을 내게 되셨어요?
- 으응. 사실은 우리 주인양반이 카메라 맨이시거든.
- 어머, 그래요?
- 으응. 그 분은 오래전 부터 사진관을 내고 계셨어.
- 그런데..
- 지금. 어디가고 여기 안계시느냐고?
- 네. 왜 언니 혼자만.
- 하하하. 그 분이야 워낙 사진에 미쳐서 어디로 여행을 떠나셨대. 이번엔 동해안 어디서
첫눈을 찍으시겠다고 벌써 거기가 계신지 오래돼.
- 아, 네.
- 그래서 난 이렇게 과부나 다름없이 혼자서 죽치는 날이 허다하다고. 하하.
- 하하. 그래도 사이가 좋으신 모양이죠?
- 응. 나쁜 편은 아니지. 흐음. 사실은 나도.
- 네?
- 결혼에 실패하고 두번째 만난거야. 그 남자.
- 어머, 그래요?
여자란 이런 것. 자기와 처지가 똑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에 괜히 가슴이 찌릿해 지며
친근감이 생긴다.
- 사주팔자가 그런가 봐. 난.
- 아니, 어쩌다가요?
- 죽었어.
- 어머.
- 그것도 어느 날. 사냥을 가다가 총을 잘 못 다뤄서 그만. 오발을 한 거라고.
- 네? 어머, 어쩌면.
어쩌면 내 사정과 이렇게도 똑같은가.
- 아저씨를 사랑하셨어요?
- 아니, 그 땐 그런거 잘 몰랐어.
- 아, 네.
- 하아, 나도 학교에 다닐 땐, 꽤나 꿈이 많았었어.
- 어딜 다니셨는데요?
- 강릉. 동신여고.
- 후훗. 언니도 미인이셨겠수. 그 때는.
- 후후후. 응. 순옥이 만은 못했지만.
- 아이, 언니도.
- 아유, 나 좀 봐라. 우리 쥬스라도 한 잔씩 해야지?
- 전 별로.
- 목이 컬컬한데? 얘길 하다 보니까.
스튜디오 곁에 붙은 널찍한 거실겸 내실. 그리고 주방도 함께 있어. 생활하기에 퍽 편리
하게 되있다.
- 아참, 우리 양주 한 잔씩 할래?
- 하핫. 좋으실 대로요.
- 으응. 차라리 그게 좋겠어. 쥬스 같은건 마셔봤댔자 배만 불렀지 별 볼일 없고 하니까
말이야.
게다가 세간은 모두가 눈에 띄게 고급스럽다. 그런가 하면 품위도 있다.
- 어, 칵테일?
- 아뇨.
- 어. 나도 스트레이트야. 하하. 나도 박상돈 사장님을 닮아가고 있나봐.
- 그 분 참 유머도 있고 좋으신 분이죠?
- 그래 봤댔자 돼지사장이 별게 있을라고.
- 어머, 오빠 한테.
- 사실은 흠. 친오빠가 아니야.
- 네? 아니 그럼.
- 한 땐 나도 그 남자를 좋아했었지.
- 네?
- 훗, 하지만 그 남잔 목석이었어. 금방 나한테 프로포즈를 할 것 같다가도 끝내 안하는
거야 글쎄. 그러다 오히려 자기 친구한테 나를 소개해 주지 뭐야.
- 어머나.
- 그 친구가 바로 지금의 그 남자라고.
- 그렇게 된 거군요.
- 하하. 그리고선 이 사진관을 낼 땐 많이 도와주신거야. 그래 난 그저 이젠 친오빠 처럼
대하게 됐고 말이야.
- 정말 이상한 분이네요.
- 암튼, 여자와 담을 쌓은 남자라고. 으응. 담을 쌓아도 보통으로 쌓은게 아니라, 숫제
철벽을 쌓은거지. 하하.
- 하하하. 참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 자, 들어요.
- 네. 언니.
(술잔 부딪치는 소리)
- 후훗.
- 우리, 멋있게 한 번 살아보자고.
- 하하. 네 언니. 저도 그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음악)
- 하하. 아잉. 아유 시원해. 후후훗. 하하하.
- 아차차.
- 하하하.
- 야! 물 소리 좀 내지 말고 목간하거라.
- 아유, 물소리를 내지 않고 어떻게 해요.
- 뭔 목간을 하루에 꼭 한번씩, 한 달에 한번씩 하는 것도 귀찮고 성가신데.
- 아유, 참. 저런 분이 다 있어 정말. 저 분도 남자야? 가만있자, 슬슬 내가 시험을 해
볼까?
미스 장이야 말로 욕심 많은 여자라서 행운을 노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나이가 꽤
많은 올드 미스가 아닌가.
- 하하하. 아유 사장님. 죄송해요. 물소리 시끄럽게 내서.
- 으따, 거. 아 그나저나 너는 뭔 때가 썼짢냐?
- 아유. 참. 누가 뭐 때를 벗기기 위해서 목욕을 하는 줄 알아요?
- 그럼 왜야?
- 기분이 한결 맑아진단 말이에요. 샤워를 하고 나면.
- 기분?
- 후훗. 네.
- 하하하. 그래서 너는 자꾸 하냐?
- 하하. 아이, 선생님. 뭐 좀 안드시겠어요?
- 아, 밤도 늦었는디 무엇을 들어야? 잠잘라고 그러면 뭣을 먹으면 입이 떨떠름해서 별로
안좋은 것이여.
- 아유. 사장님은 세상을 무슨 재미로 사세요?
- 너는 뭔 재미로 사냐?
- 그렇지 않아도요. 요즘은 통 재미도 없고, 영 아니에요.
- 아이고. 하하 아이고, 야 너 그러면 큰일 났구나. 너.
- 사장님.
- 에이? 에이? 아이 너 갑작스럽게 왜 이러냐?
- 저 아무래도 여기서 나가야 될 모양이에요.
- 왜야? 월급이 작아서?
- 아유, 누가 월급을 가지고 그러나요?
- 아, 그럼 뭣땀시?
- 아유, 아유, 몰라요.
- 아, 이이. 야 봐. 니가 모르면 누가 알긋냐? 뭔 불만이 있으면 솔직하니 탁 털어놓고
야그를 혀.
- 흑흑.
- (엄마? 하하하. 아이고, 요 도토리 만한 가시내가 아이고매, 배꼽이 다 웃을 일이네. 배
꼽이.)
(음악)
다음날. 고여사의 안내를 받아 순옥이가 두번째로 이 집을 방문했다.
(문 여닫는 소리)
- 어머, 어머 고모.
- 어. 사장님 계시니?
- 사장님, 고모 오셨어요.
- 어, 들어오라고 해라. 나 시방 신문 펴들고 있응게.
- 자, 들어와.
- (어머, 그 여자가 또.)
- 저, 여기 앉아 있겠어요.
- 아이, 그러지 말고, 이리 들어오는 거야.
(문 여닫는 소리)
- 어. 에헴. 어디게 뭣이냐. 서방인지 동방은 여행 끝나고 돌아왔냐?
- 아하. 아마 오늘 쯤은 오겠죠?
- 안녕하세요.
- 에? 아이, 아.. 아이고 덧이빨.
- 하하하하하.
- 에?
- 아이참. 오빠도.
- 아. 하하하 참참.
- 하하하.
- 초비만행. 아이고, 그 어떻게 또 만났냐?
- 간밤에 우리집에서 같이 잤어요.
- 떽!
- 네?
- 어머.
- 아, 그러다가 느그 동생이라도 나타나는 날엔 방을 빼앗겨 잘 곳이 없잖여!
- 네. 정말 불안했어요.
- 우리집에 와 있어.
- 네에?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여섯번째로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