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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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 제5화 박상돈의 계획음모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제5화 박상돈의 계획음모
1979.11.30 방송
‘특별수사본부’는 밤 11시 10분부터 15분간 방송된 심야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對共수사실록드라마이다. 시종 높은 청취율로 동아방송의 간판프로그램의 하나로 명맥을 지킨 이 작품은 여간첩 김소산 사건, 해군 프락치 허만도 사건, 기생간첩 구자운, 점쟁이간첩 윤길도, 거물간첩 성시백 등을 다루어 대공수사팀의 활약상과 반공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다섯번째.



(사람들의 웅성거리)

박상돈의 돼지 기업은 영등포 시장 부근 으슥진 골목에 있었다. 그는 자꾸 손목시계를 들여다

봤다.

- 에고머니, 벌써 5분전이네?

일곱시 오 분전.

- 아니, 그런데 이 밤에 회사에는 왜 나가시죠?

- 아, 사료장사가 하필 이 시간에 회사에 찾아온다고 하니, 만나 볼 수 밖에.

- 사료장사라니? 도대체 누군데요?

- 나도 그 사람 얼굴 몰라야. 아이고 참 용구야.

- 예, 사장님.

- 어째, 골치가 띵하니 아픈게 이상하다.

- 어유, 그럼 댁에서 푹 쉬셔야지 이렇게 돌아다니시면 어떻합니까.

- 에, 그러니까 넌 약국에 가서 뭣 좀 사오니라.

- 아니, 뭘요?

- 아, 골치 아플때 먹는 약.

- 하하, 아 예.

이렇게 해서 용구를 슬쩍 따돌려 놓고.

(문 여닫는 소리)

- 아이고 뭬. 이거 사무실이 꼭 얼어 죽기 꼭 알맞겠네. 참.

명색이 사무실이지 아무 것도 아니다. 고작해야 책상 두 어개와 간단한 집기며, 전화 한 대뿐.

(전화벨 소리)

- 네, 돼지 기업이올시다.

- 호호호호. 사장님이세요?

- 어잉? 그댄 누군고?

- 아이, 지하다방이에요.

- 흐흐흐, 꼬시랑 머리냐?

- 호호호. 용케 알아 맞추시는데요?

- 하하, 아니 그런데 꼬시랑 머리 니가 왠일이야?

- 손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 에잉? 그래?

(음악)

- 저기, 구석자리에 앉아 계신 바로 저 분이에요.

- 으응. 저기 저 분?

얼른 봐도 장사꾼 타입의 지긋한 왠 사나이가 휴대용 전자 계산기를 만지작 거리며.

- 하하하하하. 앉으시죠.

- 아, 예. 아함. 에, 그래, 사료는 도대체 얼마나 가지고 있는 거라우?

- 삼십 톤 쯤 됩니다.

- 아, 예. 가격은.

- 톤 당 석 장씩만 내세요.

삼십 톤. 그리고 석 장.

- 그럼 삼십 삼.

그건 바로 박상돈의 고유번호. 하지만 그것 만으로는 안된다.

- 아, 그것이 너무 비싼디.

- 그럼, 얼마나 주시겠소?

- 톤 당 두 장씩만 받으시지.

- 몽땅 사시겠소?

- 아이, 아이고 어디가라오. 요새는 시세가 없어서, 나 절반만 살라요.

- 절반이요?

- 에. 십 오톤만.

- 아, 예.

십오 더하기 둘은

- 십칠.

그건 상대방의 고유번호.

- 반갑소. 연락 해 본적.

- 아버지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죠?

- 아, 우리 아부지야 일찍 돌아가셔서 시방은 안 계신 다니.

- 이것 보세요.

- 아차. 하하하하. 그 아부지가 아니지?

아버지란 북괴 중앙당. 또는 김일성을 말하는 것.

- 에, 시장 사람 다듬에 만들고 있는 중이요.

- 빨리 서둘러 완수 하시오.

- 너무 서둘다가는 바늘 부러져 번져. 바느질이 영 틀리고 만단 말이. 그렁게, 그런 일은

아무말도 말고 이 능천 도사한테 맞기는 것이.

- 제품이 완성되면 모란봉 7호라고 붙여줘요.

- 뭣이? 모란봉 7호.

(음악)

- 짝짝짝(박수소리) 이봐요?

- 아이, 얘. 또 뭐하려고.

- 하하. 얘얘. 우리 무슨 요리하나 더 시키자.

- 아유, 얜. 아 그만 둬. 시켜 놓은 요리도 아직 덜 먹고선 또 시키긴.

- 얘얘, 돈은 다 내가 낼 테니까. 걱정 말어.

- 글쎄, 돈이 문제가 아니고. 이 냉채와 난자완스도 그대로 남아 있잖니.

- 아하하하. 얘얘, 우리 순옥이가 서울에 왔는데 대접이 소홀해서야 어디 되겠니?

그러나 순옥의 얼굴은 조금도 즐겁지 않다. 맥주를 연거푸 몇 컵 들으켰는데도 도무지 취하

지도 않고.

- (흥, 정말. 되게 목에다 힘주는 구나. 야, 이 김순옥이도 아주 죽은거 아니야.)

- 얘, 순옥아.

- 어, 으응?

- 아유, 그나저나 이 일을 어쩌면 좋다지? 순옥이 너야 체면도 있는데, 시시한 일자리는 알아

볼 수도 없고 말이야.

- 왜? 순옥이 취직일이 잘 안됐니?

- 응. 아무리 알아봐도 마땅한 자리가 없구나.

- 어, 진짜. 순옥이가 일할 만한 곳은 얼른 못 구할꺼야.

- 얘, 사실은 말이야. 여자들 직업 치곤 그 쌀롱이라던가, 다방 같은데 일 하는게 제일 실

속있는 일인 모양이더라 얘.

- 얘, 그럼 경자 너희 다방에서 같이 있으면 되겠구나.

- 호호. 순옥이만 좋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 호호. 어때, 순옥아?

- 아이, 정말 그래줄래?

순옥은 숫제 들은 척도 않고. 빈 맥주컵만 만지작 거리고 있다. 힘껏 눌러 깨버리고 싶지만

꾹 눌러 겨우 참는다.

- (이것들이 날 아주.)

- 호호호. 아무튼 순옥인 어딜가나 호호호. 그런 자리라면 모두 깜빡 죽을꺼야.

- 오오. 그럼. 순옥이야 미인이니까.

(내리치는 소리)

- 야! 까불지들 말고,

- 어. 어머.

- 얘, 순옥아 너 왜그러니?

- 잔소리 말고 맥주나 한 잔 더 따라라.

- 어머, 얘. 아니, 너 오해한거냐?

- 으응. 우린 널 무시한게 아니고 말이야.

- 글쎄, 어서 따러! 관둬라 내가 손수 따러 마실 테니까.

(술 따르는 소리)

- 야,야! 나도 말이야. 당장이라도 팔자를 고칠 수가 있어. 그리고 나도 왕년에는 돈방석에

앉아서 콧노래도 불렀었다. 젠장.

- 아하하. 얘 그럼. 빨리 하나 골라보렴.

- 하하. 어, 순옥이 너야 그까짓게 뭐 어렵겠니?

- 하하하하.

- 호호호호.

- 얘, 그럼 내가 중신 서주랴?

- 얘얘얘, 그런건 나한테 맡겨야지. 순옥이만 좋다면 내가 아주 끝내줄테야.

- 호호호.

- 호호호.

(내리치는 소리)

- 야! 너희들이 돈이 많으면 대관절 얼마나 많니?

- 어머, 얘.

- 아니, 얘가.

(음악)

- 야, 정말 멋있다. 이 여잔 미학상으로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가 없어. 아이고, 이 알맞은

굴곡. 조용하고 아늑한 눈. 그러면서도 뭔가를 호소하는 이 애틋한 눈.

카메라 맨 오남수는 순옥의 사진을 들여다 보며 흡사 미친사람 처럼 계속.

- 아이고, 이 콧잔등에 미끈한 곡선. 예쁜 귀, 앵두 입술. 아이고, 사람 더 환장하겠네.

- 참아.

- 에?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에휴, 아니에요. 아무것도.

- 아무리 그래봤댔자, 그 여자가 오기사 차지는 안될테니까. 김칫국 부터 마시지 말라고.

- 그 여자가 또 여길 올겁니까?

- 어,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 실물을 한 번 더 보고 싶습니다.

- 글쎄, 왜 이러는 거야. 그러다간 정신이 헷갈려서 어디 사진인들 제대로 찍겠어?

- 저, 사실은 말이에요. 그 여자를 모델로 한 번 더 써서, 진짜 예술작품을 하나 만들고 싶

습니다.

- 아니, 이 사람이.

- 예. 소원 입니다. 사모님. 제 인생을 걸고, 한 번 승부를 내고 싶어요.

- 뭐야?

(전화벨 소리)

- 저리 비켜.

- 제가 받죠.

(수화기 올리는 소리)

- 네. 한강 칼라에요.

- 어, 나다.

- 어머, 오빠.

- 사랑에 속고, 돈에 운 것은 어떻게 됐는고?

- 네? 사랑에 속고 뭐요?

- 아, 돈에 우는 여자 말이!

- 후훗. 아직 연락이 없는데요.

- 다시 나타나면 사랑도 주고, 돈도 주고 풍년 호박 만치로 인심 한 번 딱 써 봐라.

- 어유, 당장 나타나야지 얘기가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런 일이 하루아침에 금방 되는 건가요?

- 아니, 왜 힘 한때기 없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하고 웅얼웅얼 거리냐?

- 흠. 아무튼 이따가 만나서 얘기해요.

(수화기 내려 놓는 소리)

- 아휴, 아니 그나저나 무슨 영문인지 원.

(문 여닫는 소리)

- 아, 드디어!

- 어! 어머나.

- 하하. 언니, 안녕하세요?

- 아유, 미스 김.

(음악)

(공항 방송 소리)

- 일단, 출국하는 관광객들의 소지한 필름들을 체크하도록.

- 예. 반장님.

- 그리고 김형사는.

- 네.

- 세관 직원들과 함께 해.

- 네. 알겠습니다.

- 반장님? 좀 이상한 카메라 맨이

- 어디.

- 저기 지금 출국 수속을 밟고 있어요.

- 오.

건장한 사나이다. 그의 휴대품은 모두 카메라와 거기에 필요한 물품들 뿐.

- 흠. 내가 한 번 알아보지.

- 중국사람 같은데요?

- 그래?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윤병훈, 김규식, 김민, 설영범, 유근옥, 이기전, 김환진,

장춘순, 이효숙.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다섯번째로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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