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김순옥 사건 - 제4화 사건의 시작
당신은 불나비-김순옥 사건
제4화 사건의 시작
1979.11.29 방송
‘특별수사본부’는 밤 11시 10분부터 15분간 방송된 심야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對共수사실록드라마이다. 시종 높은 청취율로 동아방송의 간판프로그램의 하나로 명맥을 지킨 이 작품은 여간첩 김소산 사건, 해군 프락치 허만도 사건, 기생간첩 구자운, 점쟁이간첩 윤길도, 거물간첩 성시백 등을 다루어 대공수사팀의 활약상과 반공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네번째.



(발소리)

- 사진이 아주 잘나왔는데요?

- 어머, 벌써요?

- 예. 정말 사진으로 보니까 더욱 미인이십니다.

- 하핫. 별말씀을 다.

- 자, 보시죠.

- 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단 10분만에 현상, 인화가 다 끝난 지급 사진이지만, 손색이 없이 잘 나왔다.

- 네. 됐어요.

(문 여닫는 소리)

- 오, 잘 만들어 드렸어?

- 예예, 그런데 아까 말씀 하신걸 다시 찍을 수 없을까요?

- 아이, 하지만 그건. 우선 미스 김의 양해부터 얻어야지?

- 양해해 주시겠습니까?

- 뭘 말씀이에요?

- 아유, 저 모델 말이야. 하하.

- 네? 아이, 하지만 그건.

- 아유, 저 사진 한장만 찍어서 우리 사진관 진열장에만 넣어 두는 건데 어때?

- 네. 사실은 우리 한강 칼라의 간판처럼 모셔두고 싶어서죠.

- 하하하. 아이 참.

그러나 순옥은 벌써 속으로는 결심이 돼있었다.

- (까짓 말설일 것 또 뭐야. 소원대로 한장 찍게 하는거지.)

- 하하. 게다가 우리 오기산 사진에 미친 예술가라고. 특히 그 인물사진엔 솜씨가 있지.

- 하핫. 사모님도.

콧수염을 기른 젊은 사나이. 특징있는 안경이며, 베레모 역시. 얼른봐도 무슨 예술가 처럼 보인다.

- (일단 찍어뒀다가 진열장에 걸어두는건 나중에 결정해도 괜찮아.)

- 그럼 우선 촬영부터.

- 네. 좋아요.

- 아유, 감사합니다.

- 아유, 잘 생각했어.

어쨌든, 여자란 얼굴이 잘 생기고 볼 일.

- (마음대로 하셔. 진열장에 다 쭉 열장, 아니 백장을 붙여 둔대도 까짓 아무것도 아니야.)

- 자, 그대로 편한 자세가 좋겠어요. 예예, 저 시선을 조금만. 비스듬이 멀리 바라보는 기분으로. 뭔

가 골똘이 생각하는 듯, 아, 예예. 그렇게. 아~ 연기가 참 훌륭하신데요?

- (흐흐. 정말 놀랍군. 표정 바꾸는게.)

여인은 김순옥의 일거 일동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빠짐없이 다 보고 있다.

- 아, 입을 너무 꼭 다물지 마세요. 여자란 바늘구멍 하나 정도의 헛점은 보여야지 매력이 있는겁니다.

너무 완전 무결한 인생은 그저 삭막할 뿐이니까요.

- 하하하. 그럼 이렇게요?

- 아, 아니죠. 헤롱헤롱하면 헤프게 보여서 못쓰죠.

- 하하하. 아유, 진짜로 예술사진 한 장 찍기가 어렵군.

- 예, 이제 됐습니다. 자, 그대로 움직이지 마시고요. 하나, 둘, 셋.

(찰칵- 사진 찍는 소리)

(음악)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하아, 아따야. 참말로 이건 미인이 아니라 양귀비 뺨사대기 치것다.

- 하하하. 어유, 언제 오빠가 양귀비를 보시기는 했어요?

- 아, 그래그래그래. 사진관 진열장에다가 한장 걸어 놨냐?

- 네. 아주 초대형으로 확대를 해서요.

- 떽! 그 쓰잘떼기 없는 짓.. 그거 떼어 내버려.

- 네? 아니 왜요?

- 괜한 순진한 여자 얼굴 밖에다가 내 걸어서 어쩌자고 그러는 것이여.

- 오빠.

- 하지 말고. 어디 좋은 자리에 다가 취직이나 시켜줘라.

- 아유, 그거야 오빠가.

- 야, 아, 내가 젊은 여자를 취직시켜주고 어쩌고 그런 성미냐?

- 오빠 회사 사무실에서 일을 보게 하면 될거 아니에요.

- 에그, 못써 못써 못써. 그런 예쁜 여자가 연지분 냄새 풀풀 풍기면서 촐랑대면 다른 사원들도 일도

안되버려.

- 또, 찾아 올거에요.

- 또 찾아와? 뭐 하려고 자꾸 찾아오게 해 맨들제?

- 어머, 아이 참 오빠도.

- 아이, 딴데 취직이 되버리면 우짤라고?

- 아유, 아무리 얼굴이 반듯해도 취직하기가 어디 그렇게 쉽나요? 그리고 그 여자 눈이 보통 높은게

아니니까 앵간한 자리는 거들떠도 안볼거라고요.

게다가 김순옥은 모델료도 제법 두둑히 받았었다.

(음악)

- 어머,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 하하. 아유, 아무소리 말고 그냥 받아놔 둬요.

- 하핫. 감사합니다. 아주머니.

- 어머, 또.

- 아. 참.. 언니.

- 하아. 세상을 살아가자면 솔직하고 활동적이어야 돼. 만일에 내가 미스 김 처럼 미인이라면 뭐든

거창하게 해보겠는데 말이야.

- 전 별로 지나친 욕심 부리지 않고 살기로 했어요.

- 아유아유, 보아하니 그렇지도 않은데 뭘. 호호.

- 제 동창생들은 모두 결혼을 잘해서 행복하게 살고들 있어요.

- 아이, 그래. 미스 김은 그게 부러운거야?

- 아이, 자꾸 미스 김이라고 부르시니까 어째 좀 쑥스러운데요?

- 아유, 누가 척하면 누가 알아? 아이, 그럼 난 과부요 하고 이마에 다가 써붙이고 다녀야 겠어?

- 아유, 언니도.

- 요즘엔 서른이 넘는 올드 미스들도 얼마든지 있잖아. 으음.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들 앞에선 미스

인척 하는 거라고.

- 하하. 제가 정말 그래도 누가 고지 듣게 보여요?

- 아이, 그럼. 나도 처음 뵜을 땐, 미스 인줄 알았다니깐.

- 하하. 재미있는데요.

- 호호호. 응. 세상은 머리쓰기에 따라서 아주 재밌다고.

- 진짜 앞으로 언니로 모실테니까 잘 좀 봐주세요.

- 글쎄. 그래요 제발. 휴우. 나도 사실은 무척 외로운 여자야. 아참, 그리고 말이야.

- 네?

- 나도 취직자리를 한 번 알아볼 테니까 거기 일이 뜻대로 안되면 연락 좀 해요.

- 네. 언니. 아유, 정말 너무너무 고마워요.

그때까지만 해도 순옥은 정말 순진하기 짝이 없었다. 다만 자기를 너무 믿는 과신이 병이었다고 할까.

- 기왕에 그 여자 도울라믄, 아주 기냥 철저하게 잘 좀 갔다 줘라.

- 흐음.

- 그땜시 괜히 허파에 바람이나 들게 하지 말고 말이여.

- 네. 글쎄 알았다니깐요.

- 에, 아. 아가. 가..가가 가만있자. 저 가시나 이름이 뭐시더라?

- 어머머머. 아니 오빤 한 집에 사는 가정부 이름하나도 여태 모르세요?

- 아. 아유. 참. 미스 장이지. 야, 미스 장아.

- 아유 참.

- 네. 사장님.

- 나 밖에 조까 나갔다 올랑게. 어디서 전화오믄 꼭 기록해 둬라.

- 네. 그러죠.

- 어딜 가시려고 그래요.

- 으응. 어디서 싸구려 사료를 팔 사람이 있어서. 흠.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방구석에만 틀어 박혀 있

으면 못 쓰는 것이여. 그저 동네 개만치 막 담막하고 당겨야 쓴다고.

- 어.

- 아. 용구 저녀석

- 안나가셨어요. 사장님?

- 떽! 너 참말로 왜그러냐? 엥? 문좀 두들기고 들어오란 말이여. 지발. 꼭 도둑 고양이 같이 살며시들

랑 거리지 말고 말이여.

- 예, 죄송합니다.

- 얼른 싸구려나 하나 하러 가자.

- 네. 사장님.

- 오빠, 잘 다녀오세요.

- 어이, 너도 얼른가서 돈 벌어야제, 돈.

- 하하하. 네 오빠. 이봐 미스 장.

- 하하하하하. 우리 사장님 정말 이상하신 분이에요.

- 아니, 왜?

- 아유, 그렇지 않고요. 이런 넓으나 넓은 아파트를 가지고도 혼자서 사시니까 말이에요.

- 얘, 너 한눈 팔지 말어.

- 네? 아니, 한눈을 팔다니요?

- 돈 많은 사장님이라고 해서 엉뚱한 생각일랑 말라고.

- 네?

(음악)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이게 도대체 누굴 통해. 어떤 경로를 밟아 북귀로 들어가고 있는거야?

- 혹시, 관광객들을 통해서 일단 일본으로.

- 그렇다면 문제인데 이건?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자, 이것 봐. 이건 분명히 쓰레기 하치장이야.

- 네. 맞습니다.

- 이 가건물은 관리 초소고 말이야. 그런데 이게 마치 서울의 판자촌인양 그럴싸하게 악선전을 하고

있거든.

- 아, 하지만 서울에 판자촌이 어디있습니까. 요즘.

- 그러나 북한 동포들은 이러한 신문을 보고 그대로 믿을게 아니냔 말이야.

- 예. 바로 그게 문제지요.

특별 수사 본부에선 북괴 노동신문에 실린 그 사진문제로 계속 진통을 겪고 있는데. 이순간 용산 어

느 중국집에선

- 글쎄. 나더라 취직을 시켜 달라곤 그러지만, 어디 마땅한데가 있느냔 말이야.

- 얘얘, 앞으로 우리한테 은근히 기대며 좀 귀찮게 굴 모양 아니야?

- 으응. 아무래도 좀 귀찮을 거야.

- 아유, 학교 다닐 땐, 목에다 힘주고 되게 뻐기더니만.

- 하하하. 으응. 누가 아니래?

- 하하하. 아유~ 제까짓게 뭔데. 호호.

- 대대 차렷! 하하하.

- 아유, 정말 웃겨서.

- 바로 저 방입니다.

- 얘, 왔다 왔어.

- 쉬잇.

(발소리)

- 하하. 아, 얘, 내가 길을 좀 잘 못 들여 늦었다.

- 으응. 어서와라.

- 하하하. 우리 오늘은 점심이나 하자. 응?

- 응.

- 고맙다.

(음악)

김영식, 전윤희, 권희덕, 이완호, 윤병훈, 김규식, 김민, 유근옥, 이기전, 정경애, 서지원

해설 안정국, 음악 김홍철, 효과 심재훈, 장준구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네번째로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3.27)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