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세번째.
- 얘, 얼마나 받았어? 돈이란 제대로 이용해야지 불어나는 거야. 그리고 서울에 와서 발을 붙이려면 그저
돈 뿐이야.
- 하아. 혜란아.
- 하하하. 하기야, 넌 머리가 좋으니까 뭐란들 안되겠니만, 그래도 밑천은 있어야지. 얘, 적어도 몇 천은
받았겠지? 아유, 너희 시댁이야 군산에서 이렇다 하는 알부자잖니.
[순간, 순옥은 도시 말문이 막혀 아무말도 못한다. 사실 그녀의 시가는 배를 여러척 갖고 있는 소문난 선주
가 아닌가.]
- 못 줘. 너한텐 한 푼도 못 주겠단 말이야.
- 왜요. 그럼 전 어떻게 되는거죠?
- 아우, 어떻게 되긴. 동생댁이야 개가를 해 나가서 살든, 그건 자유지 뭘.
- 아니, 개가를 한댔어요?
- 아니 그럼, 재혼을 않고 혼자 살꺼야? 아이고오, 네가 그런 여자니?
- 자네가 너무 똑똑해서 우리 동생이 죽은거라고.
- 암탉이 우니 집안이 망할 수 밖에. 솔직히 말해서 우리 동생은 자네가 너무 똑똑해서 늘 불안했었단 말이
야. 죽기 전에도.
- 제발, 그런 억지소리들일랑 그만 좀 하세요.
- 아무튼 못 줘.
- 어머님.
- 아, 아이고. 괜히 눈물 콧물 짜지 말어. 그런다고 우리가 측은해서 돈이라도 내 놓을까봐.
- 얘, 어림도 없다고! 어림도.
- 하지만, 저도 당장 생활은 해야될꺼 아니에요?
- 아이, 생활이야 내 집에서 하면 될꺼 아니니.
- 아이참, 누가 자네더러 금방 나가달라고 했어?
- 이런 험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살아요 제가.
- 뭐? 이런 험한 분위기?
- 뭐가 어쩌구 어째? 너 정말 혓바닥 돌아가는대로 그렇게 얘기 할꺼야?
- 어쨌든 저도 피해자란 말이에요.
- 뭐야? 피해자? 얼씨구?
- 그렇지 않고요. 새파란 나이에 남편을 잃었어요. 그럼 제가 이 집을 나갈 때는 뭔가 대책을 세워 주셔야
지요.
- 절씨구.
- 자네 한텐 애기도 없고 하니까. 재혼만 잘 하면 아무렇지도 않아. 게다가 워낙 미인인데, 남자 없을라고.
- 아유~ 대책은 무슨 말라빠진 대책이야.
- 패물이나 가져가거라. 패물이나. 그것도 큰 맘먹고 그냥 쥐어 보내는 거야.
- 흐흑.. 어머니.
(음악)
- 어머머머. 아니, 어쩌면.
- 후훗. 그러나 난 미련없어. 까짓 몇 푼 받아봤자 괜히 마음만 무거울거고. 차라리 이런 빈털털이가 더
홀가분하다 얘.
- 얘, 한마디로 야. 독종들이로구나. 응? 너의 시댁 사람들.
- 다 잊어버리기로 했어. 이제.
- 아유, 그래. 어떻게 할 셈이니?
- 뭘?
- 그럼 당장 취직이 급한데.
- 글쎄, 막상 올라왔지만, 막연하다.
- 하아, 세상 참. 우리 연대장님께서 왜 이렇게 되셨을까.
- 아유, 얜 또.
[순옥은 생각할 수록 기가 막힌다. 꼴찌를 겨우 면했던 열등생 혜란은 이렇게 신랑을 잘 만나 행복하게 살
고 있는데.]
- 하하. 어머 얘두. 왜 그렇게 나를 찬찬히 쳐다보니?
- 어어어.. 아. 아니야. 아무것도.
게다가 얼굴도 박색인데.
따르르릉 (전화벨 소리)
- 네. 한강 맨숀이에요. 네? 어머 당신. 아하하. 응. 별일 없어요. 아유, 나 좀 봐 이유, 지금 나갈 꺼에요.
하하하. 네. 일찍 들어오세요.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 순옥아. 이거 어떻게 한다지?
- 응? 아니, 왜?
- 난 우리 꼬마녀석이 유치원 끝날 시간이 되서 거길 가 봐야 돼. 그러니까 말이야.
- 어머, 그럼 난.
- 얘, 내가 다녀올 때까지 여기서 좀 기다리고 있겠니?
- 아니야, 나도 갈래.
- 아유, 이거 오랫만에 만나 안됐다 얘. 후훗. 그럼 나중에 또 만나. 점심이나 하자. 응?
[맨 처음 만난 동창생은 이랬다. 눈발은 더욱 굵어지고 있었다.]
(- 야,야 네까짓게 언제부터 그렇게 됐니? 학교에 다닐 땐, 혜란이 너 같은건 상대조차 안했었어.)
[순옥은 자꾸만 가슴 저 밑바닥에서 저항이 일었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견딜수가 없었다.]
(- 야, 나도 아주 죽은게 아니야. 으음. 어쩌면 난 이제부터 인지도 몰라.)
[순옥은 여전히 자신 만만했다. 쇼윈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 아이, 정말 오랫만에 만난 나한테 꼭 그래야겠니?)
[김순옥이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문소리)
- 어서오세요.
- 어머, 순옥아!
- 경자야.
- 오호호. 아유, 얘. 그렇지 않아도 편지 받았었다.
- 호호호. 그래, 장사는 잘 되니?
- 하핫. 얘 앉아라.
- 응.
- 우선 차부터 한 잔. 이봐, 미스 송. 여기 차 좀.
- 네. 뭘 드시겠어요?
- 응 난.
- 블랙커피?
- 아냐. 요즘은 설탕을 조금씩 넣어 마셔.
- 네. 알았어요.
- 아유, 네 편지를 받고 취직자리 알아본다는 게 내가 그동안에 어찌나 바빴는지 그만.
- 아유, 계집애도. 좀 알아봐주지 않고.
- 하하하. 응. 오늘부터 알아볼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응? 마침 오늘이 곗날이니까 거기가서도 알아보고.
- 계 많이 하니?
- 아유, 얘 말 말아라. 오늘도 곗돈만 자그만치 50만원을 챙겨야 하지 뭐니. 어디 오늘 뿐이니? 내일 모레 또
오백짜리 두 몫을 넣어야 하니까 야단났다 얘.
- 하하하. 얘, 즐거운 비명이지 뭐니.
- 얘, 어서 들어라 차.
- 응. 얘, 넌 안할거야?
- 얘얘, 나 지금 계 나가봐야 해. 그러니까 너 다음엔 나를 찾아올 때 말이야. 왜 그거 있잖아, 이력서하고
사진.
- 하지만, 어딘지는 알아야지. 일자리가.
- 얘얘, 일자리가 어디든 이력서하고 명함판 사진은 다 필요한거 아니니.
- 어. 하긴.
- 아유, 나 지금 이렇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 으응. 그럼 어서 가보렴.
(음악)
(차소리)
- 아유, 이 버스는 또 이렇게 왜 만원이야.
[순옥은 경자를 만나고 나선 더욱 가슴이 울렁거리며 미칠것 같다.]
(- 야, 숙소나 정했는지 알아보렴. 너희들 정말 그따위로 놀아날꺼야?)
[사실 순옥은 숙소조차 아직 정하지 못했다. 어디 숙소 뿐인가. 서부이촌동 그 한강 철로 사진관까지 다시
찾아가는데 만도 버스를 두번씩이나 잘못 탔었다.]
(문소리)
- 어이고, 어서오세요.
- 어머, 아니.
- 아하하. 아, 저 진짜로 사진이 필요하게 됐는데요?
- 호호호 어머나, 그래요?
- 명함판이요.
- 아유, 아유 그럼 잘 되었군.
- 아주머니, 잘 좀 요.
- 아유, 아주머니는 무슨. 그냥 부르기 쉽게 언니라고 해요. 이봐 오기사?
- 예예.
- 잘 좀 찍어드려.
- 하하. 예. 그러믄요.
(음악)
(문소리)
- 아하, 침착하게.
(발소리)
- 그동안에 국내에서 발행된 모든 간행물과 화보에 실린 사진들을 다 대조해 봤습니다.
- 그런데.
- 분명히 다릅니다.
- 그럼 북쪽으로 보내기 위해서 따로 촬영을 한건가.
- 예, 그렇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문소리)
- 아, 반장님.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은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가 찍은거라는거라는 걸로 판단 내려졌습니다.
- 아, 그래?
[그건 실로 중요한 단서였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뜬구름같이 막연한]
(전화벨 소리)
- 제가 받겠어요. 사장님.
- 뭐 내손은 붕대 팔이냐?
- 하하하.
(전화기 드는 소리)
- 예, 신반포요.
- 저에요, 오빠.
- 에? 그런데 뭔 일로.
- 드디어 그 여자가 또 우리 사진관에 나타났어요.
- 하하하. 아이고, 야 그럼 생각했던 것보다 뭔 일이 착착 잘되어 가는거 같다.
- 하핫. 정말 굉장히 미인이에요.
- 하하. 그래, 아주 이쁘더라. 잘 좀 주물러서 사람을 지대로 한 번 만들어 봐라. 잉?
- 하하하. 네 알겠어요.
(전화 끊는 소리)
- 하하하. 지가 뛰어봤자 방 한가운데 벼룩이지 별 수 있간디. 진짜.
- 에? 누가요?
- 에구머니나. 아이고, 이놈의 자식은 근데,
- 에?
- 때끼 이 놈. 방안에 들어올 때는 인기척 좀 해라 인기척 좀! 너도 사람이 제대로 될려면 말이여.
- 하하하. 예. 사장님.
- 야야, 거 뭐시냐. 너 웃을 때 말이여, 그 뻐드렁니 좀 보이지 말아라. 거 멋대가리 없어. 밥 맛 떨어진
단 말이.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세번째로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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