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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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 제1화 모란봉 7호 김순옥
당신은 불나비:김순옥사건
제1화 모란봉 7호 김순옥
1979.11.26 방송
‘특별수사본부’는 밤 11시 10분부터 15분간 방송된 심야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對共수사실록드라마이다. 시종 높은 청취율로 동아방송의 간판프로그램의 하나로 명맥을 지킨 이 작품은 여간첩 김소산 사건, 해군 프락치 허만도 사건, 기생간첩 구자운, 점쟁이간첩 윤길도, 거물간첩 성시백 등을 다루어 대공수사팀의 활약상과 반공의식을 고취하는 데 기여했다.
(음악)

대공 수사 실록 특별수사본부.

당신은 불나비.

(음악)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제공.

(음악)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첫번째.

(기차 소리)

1974년 초겨울 어느 날. 목포발 서울행 야간 보통 급행 열차에서 부터 불나비의 얘기는 시작된다.

- 아따, 이건 또 비실비실 사이좋게 기대고 잘들 퍼잔다. 쳇, 가만있자, 빈자리가 많으니께 어디로 앉

아야 할지 모르것네. 하하히히히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여기 좀 앉아 갈까. 흠

그리고 사나이는 커다란 엉덩이를 쑥 들이밀었다.

- 이것 보시오. 아가씨. 잇? 어, 아가씨가 아니라 부인이시구먼. 허허. 하여간에 편히 앉아 가

십시다. 우리끼리. 에..

- 흠.

옷차림은 멀쑥했지만, 말하는 건 약간 품위가 없었다.

- 하아..

- 아이고 메,

- 네? 왜 그러세요?

- 거, 이빨 한번 참 희안한 뻔지네,

- 네에?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 덧니구먼?

- 어머머.

- 잉~ 덧니 중에서도 그린 필드로구만 이랴.

- 뭐 어째요?

- 하하하하하. 정말 특이한 덧니여.

- 이것 보세요.

- 서방님 부터 도중하차 하셨구만 그랴.

- 네?

- 하하하하.

- 어머머머.

- 솔직히 까 놓고 얘기를 하자면, 나가 뭘 쪼까 볼 줄 알아요. 그것도 주로 이빨을 통해서. 흐흐흐.

관상, 두상, 족상도 어렵지만, 치상가란 한 술 더 떠야 될 것이여.

- 치상가요?

- 아, 이빨 관상. 난 그저 상대방 이빨만 보면 환히 다 알아 버려. 일이며 이며 호적 족보까정.

- 하하. 아이, 참. 이상한 사람 다 보겠네.

-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이 수십억 이지만, 이빨이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이여, 당

신 치상을 뭐라고 하느냐 말씀이여,

- 네? 뭐라고 그러죠?

- 초비 만행.

- 초비 만행 이라니요?

- 초년엔 슬픈 일이 많아도 만년엔 행복을 주란 말씀이여.

- 어머, 그..그 래요?

- 당신 얼굴도 예쁘지만, 머린 더욱 좋은디.

- 네? 어머나.

(음악)

- 너, 나 없는 동안에 외출하지 말어.

- 어머, 아니 또 왜이러는 거야?

- 까불고 시내 돌아다니면 알지? 그리고 제발 화장 좀 엥간히 해. 그렇지 않아도 예쁜 얼굴에다

왜 분칠을 하는거야?

- 아이, 아유 또..또.

그녀의 남편은 결코 이상 성격자는 아니었다. 그녀가 너무 미인인데다가 지나치게 활동적이었다.

- 넌, 지금도 여고시절로 착각하고 있어. 대대장 인가 연대장인가 그걸로 말이야.

- 아유, 아니야. 왜 자꾸 그런 소릴? 그것도 한 두번이지 기분 나빠 정말!

- 수석으로 졸업한 천재라면, 아내로서도 모범이 되야지.

- 그래, 내가 도대체 자기한테 잘 못한게 뭐야? 그런게 있으면 구체적으로 얘길 해봐.

- 여기 군산 바닥은 좁아. 그래, 내 귀에 소문이 다 들려온단 말이야.

- 글쎄, 뭘!

- 이번만은 제발 즐거운 낚시가 되도록 얌전히 가만히 좀 엎드려 있어.

- 이번엔 또 몇 일 동안이에요?

- 미안하지만 그건 말할 수 없어.

(문 여는 소리)

- 어쩌면 오늘 밤에도 돌아올지 모르니까 그렇게 알고 있는게 좋을거야.

- 아유, 참 사람을 어떻게 보고.

- 말 타지 말어.

- 안 타!

- 약속하는 거지?

- 그래, 안탄다니까 이젠!

(음악)

(말 달리는 소리)

그러나 그녀는 좀이 쑤셔 견딜수가 없어서 또 전주로 나가 말을 탔다.

- 으차. 어유~ 이상이 안맞아 정말 미치겠어. 돈만 많으면 제일인가 뭐? 멋있게 살 줄 알아야지.

멋있게. 맨날 자기 혼자서 바다 낚시만 다니니,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젠장.

그녀는 꿈이 많았다. 엥간한 남자는 시시해서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 이럇~!

(채찍 휘두르는 소리 & 말 달리는 소리)

그래서 그녀는 광활한 세계를 얻었다는 일시적인 환상을 맛보기 위해서 승마를 즐겨했다.

- 어휴. 얘가 오늘은 왜이리 못달려. 이랴~!

(채찍 휘두르는 소리 & 말 달리는 소리)

- 으응? 어머나!

(말 우는 소리)

- 죄송합니다. 미세스 김.

- 아유~ 왜그러시죠?

- 저, 주인양반께서.

- 네에? 여길 찾아왔어요?

- 변을 당하셨답니다.

- 벼..변을 당해요?

- 돌아가셨다고요.

- 네에?

(음악)

(어렴풋이 들리는 기차 기적소리 & 플랫폼 소리)

- 바보. 왜 죽어. 이렇게 좋은 세상을.

- 아이고, 으따. 으~ 날씨가 이렇게 추운고. 아유~ 막 차에서 내리니 코에서 고드름이 땡땡 어네.

아, 근데 아가씨.. 아니, 아니, 부인은 어디로 가시는지.

- 흐음.. 친구집으로 가요.

- 서울에 친구가 많은가?

- 동창들이요.

- 에고, 그런 소릴 하덜 말아. 동창생들 찾아가 봤댔자 말짱 헛것이여. 모두 돈독이 올라서 불에

다가 쌍심지를 켜고 아, 친구들 거들떠 보기나 혀~

-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만나보고 가야죠.

- 하하하. 그래 뭐시냐, 거시기 나가 한 얘기. 잊지 말아. 초비 만행.

- 하핫.

- 알았지? 하하.

- 아유~ 난 그런거 안 믿어요.

- 하하. 뭘 그래도 속으론 솔깃하면서 그런 소릴..

- 네?

- 사장님, 차 가지고 나왔습니다.

- 에고, 에고, 차를 또 뭣하려고. 그냥 나가 택시 타고 갈 참인디.

- 하하하. 사장님도 무슨 그런 말씀을.. 자, 어서 타시죠.

- 어, 오냐오냐. 편해서 좋기는 하다만은

순옥은 또 한번 눈이 휘둥그레 졌다. 실속이 있으면서 허세를 부릴줄 모르는 이 사나이.

- 이야, 저런 사람이.

- 아, 나 맘은 태워다 주고 싶은디. 우리 기사가 또 오해를 할까봐.

- 하하. 제 걱정 마시고 어서 가세요.

- 하하하.

- 아닙니다. 사장님. 제가 무슨 오해를 합니까.

- 아, 그럼 태워다 줄까?

- 예, 사장님 마음대로요.

- 이봐, 아가씨. 아이~ 아니지, 부인. 어서 타시오.

- 아유, 글쎄 전.

- 박기사, 참 미인이시지?

- 네. 정말 미인이신데요?

- 호호. 저 아저씨 어디로 가시는 데요?

- 에, 난 신반포. 시방, 막 안 짓고 있는가? 거기서 쭉 가는 거 하나 가지고 있어. 흐흐.

- 사장님도 하하하.

- 호호. 그럼 타 볼까요?

(차 문 닫는 소리 & 차소리)

- 우리 사장님 참 재밌죠?

- 옛! 어디 무슨 얼어죽을. 사장이야, 그냥 돼지 사료 장사지. 하하하. 꼭 돼지 먹이는 새끼 녀석이

돼지 사료 장사를 해 먹으니 이것도 내 무슨 팔자 소관인지. 흐흐흐

- 하하하. 아이, 재미있으셔.

그녀의 눈에 비친 사나이는 확실히 흥미 있었다.

- 우리 통성명이나 할까?

- 네?

- 이름이 뭐슈?

- 아, 네. 저.. 저.

- 아따, 내 소개부터 해야지. 난 박상돈이여. 저, 코끼리 상자하고, 돼야지 돈자. 하하하 어렷을

때서 부터 저, 뭐시냐. 코끼리 같이도 보였고, 허허 돼야지 같이도 보였던 모양이여. 하하하하하.

- 김순옥이에요.

- 에, 김광옥이구만.

- 네?

- 아이, 아니여 아니여. 아무것도 아니여.

(차 서는 소리)

-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께 우리집에 들어가서 그 따끈한 거 코핀가 카핀가 그걸 한 잔 마시고 가

시지.

- 네? 에..아, 네.

- 자, 어서.

- 네.

순옥은 별로 사양하지 않고, 그냥 따라 들어갔다. 김순옥. 얼른 봐선 나이를 알기 힘든 갓 서른

의 여인. 그녀도 서울은 몇 번 와봤었지만 이런 고층 아파트는 처음이다.

(문 열리는 소리)

- 으음.. 헤헴.

- 어머나, 오빠.

- 헤헤. 손님 한 분 모시고 왔다.

- 네? 누구신데요?

- 자, 어서 들어와요.

- 실례 합니다.

- 네. 어서오세요.

(음악)

이건 우연의 일치였던가.

(말 타는 소리)

- 제 1 장애물!. 패스.

- 제 2 장애물. 당황하지 말고 그대로!

(말 서는 소리)

- 틀렸어. 엉터리야!

- 좀 힘들겠는데요?

- 그런 소리 말고 다시! 다시 한 번 해봐.

- 네. 반장님.

(음악)

(음악)

특별 수사본부 양근승 극본, 안평선 연출, 모란봉 7호 김순옥 사건. 첫번째로

주식회사 진로, 신신제약, 삼립식품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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