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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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다큐멘터리 한국찬가
제1부: 근세의 표정 - 이수흥 의사
제1부: 근세의 표정
이수흥 의사
1969.06.15 방송
다큐멘터리 ‘한국찬가’는 68년 10월 20일 일요일아침 8시 30분부터 30분간 첫방송을 시작했으며, 증인들의 말과 전문가들의 분석 평가를 곁들여 녹음구성 스타일을 살린 본격적인 교양물로 우리 근세사를 사건과 인물위주로 진단 평가하는 계몽성이 강한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찬가’는 당초 제1부 근세의 표정, 제2부 외국인이 본 한구, 제3부 미래의 한국으로 구상되었으나 제1부가 70년 4월 5일까지, 제2부가 73년 9월까지 방송되었을 뿐 제3부는 불발로 끝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음악)

- (마이크 음성 소리)뉴델리 남북협상설에 대한 증인으로서 함상훈 씨하고 김동성 씨의

출두를 어제 재차 독촉했십니다. 거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회보가 왔십니다.

-『증인 출두 독촉에 대한 회한.

정중한 국회의 증인으로서의 출두를 요청받은 국민 된 자로서 영광으로 생각해오던 바

재차 독촉을 받어 죄송하나이다. 내 11월 5일까지는 신변이 회복되겠으므로

내일 본 회의에는 출석하겠사옵기 자에 회한을 드리나이다.

11월 3일. 함상훈. 민의원 의장 귀하.』

- 내일? 알았어, 내일이지.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그리고 김동성 씨로부터는 전화로 11월 5일날 본회의에 출석을 하겠다는

연락이 왔십니다. 그러고 황성수 의원 외 서른여덟 분이 남북협상 중립화 배격에 관한 결의안을

긴급동의로 제출했십니다.

- 『긴급동의. 남북협상 중립화 배격의 결의안.

주문. 한국 문제 해결에 있어서 남북협상이나 또는 중립화는 있을 수 없다.

이는 공산진영의 세계침략 음모의 일환이므로 이를 단호히 배격한다.

단기 4287년 11월 6일. 제안자 황성수, 김성삼, 송우범, 도진희.』

자유당 의원 38명의 이름으로 긴급동의를 낸 남북협상 중립화 배격의 결의안.

- 무슨 짓이야? 또?

- 글쎄... 새삼스럽게 결의안은 또 뭔고? 누가 남북협상 중립화를 주장한 사람이 있나?

- 어저께 황성수 군이 뭐라고 그러더니.

- 응? 황성수 군을 만났어?

- 복도에서 지나가다가 만났어. ‘아예 남북협상이니 뭐니 이 기회에 매듭을 짓는 게 어떻습니까?’

아, 그래서 좋다고 했지. 뭔 술수 부리는 겐가?

- 순수하게 받아들여보지. 뭐, 기안 설명을 하는구만.

- (마이크 음성 소리)지나간 10월 28일부터 북한 괴뢰들이 연극을 꾸며가지고서 유엔총회에

한국문제 상정을 앞두고 방송을 하고 있는 이때에 있어서 우리로서도 여기에 태도를 밝히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이 동의안을 제출한 것이고 여기에 대해서는

물론 여야나 무소속의 구별이 없이 다 찬성할 것이고 또 우리가 다른 문제에 있어서는

약간 과거에 동의하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반공의 혁혁한 역사를 이룬 민주국민당. 요번 반공투쟁에

있어서 큰 공헌을 하신 선배 조병옥 선생님도 아무런 이의가 없다고 말씀하셨고 또 이의가

없을 줄로 제가 믿는 것입니다.

- 아... 날 파는구만.

(발자국 소리)

- 어.

- 뭡니까, 이게?

- 음.

- 음, 글쎄. 이거.

- 두 선생님을 이간시키자는 수작입니까?

- 아, 뭐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할 것은 없어요.

- 냄새가 이상합니다.

- 제가 올라가겠습니다.

‘유엔총회 한국문제 상정을 앞두고 우리의 태도를 결정하기 위해서 남북협상 중립화를 배격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그럴 듯한 얘깁니다. 그러나 지금 국회는 뉴델리 사건으로 시끄러운 땝니다.

더구나 제안자 황성수 의원은 조병옥이 찬성을 했다는 말을 굳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델리 사건 때문에

미묘해진 신익희와 조병옥의 사이를 이간질시키자는 수작으로 야당의원들이 생각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 의장!

- (마이크 음성 소리)이철승 의원. 말씀하세요.

(발자국 소리 및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 (마이크 음성 소리)지금까지 우리는 함상훈 씨라는 하나의 시사평론가, 그 시사평론가의 말로로서

하나의 퇴폐적인 심경을 가지고 몽상적인 한 기상도를 꾸며낸 그 성명서. 객관성이 없고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도 파악할 수 없는 그 성명서를 가지고 오늘까지 연 닷새를 논의했습니다.

그래가지고 내일 함상훈 씨와 김동성 씨를 모셔놓고 증언을 듣게 되었습니다.

물론 황성수 의원의 제안 내용에 대해서 본 의원은 전폭 지지하는 사람이올시다. 그러나

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정당성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의안 채택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내일 함상훈 씨와 김동성 씨의 증언이

끝난 뒤에 하잔 말입니다! 그 다음에 국무총리를 이 자리에 나오시게 해가지고 충분히 거기에

대한 질의를 한 다음에 입법부와 행정부가 혼연일체가 되어 통일문제에 대한 확고한

우리의 노선을 재천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음악)

하여간에 1954년 가을부터 이 나라 정국은 소란하기만 합니다. 따지고 보면은 모든 원인은

개헌. 이승만이라는 한 개인의 종신집권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한 구절의 법조문 때문에

나라는 온통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실현된 지 이제 겨우 1년. 재건은커녕 대다수 국민들은

먹고 살아갈 대책이 없어 막연할 때, 한 노인의 집권욕으로 말미암아 이런 소란이 빚어지는 것입니다.

- 아이, 젠장. 물가는 천정 높을 줄도 모르나.

- 이러다가 내년 되면 당신 월급으론 쌀값도 안 되겠소.

- 아, 제기랄.

연말을 앞두고 뛰어오르는 물가. 담뱃값을 비롯한 관영요금이 앞장서서 올라가자 얼씨구나 뒤따르는 물가.

잔인한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 좀 안정이 와야 할 땐데 헌법 개정이다 뉴델리 사건이다 제3세력이다

한심한 싸움들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승만은 일찍이 2대 국회를 가리켜 ‘하늘 아래 처음 보는

한심한 국회’라고 했습니다. 옳은 얘기였습니다. 하늘 아래 처음 보는 국회. 그러나 따지고 보면은

이승만이야말로 ‘하늘 아래 처음 보는 대통령’입니다. 팔십이 넘은 노인. 보통 인간 같으면은

수명이 다했거나 살아 있어도 기력이 쇠잔해서 은퇴해야 할 나이. 그런데 이 어찌된 노인인가.

팔십이 넘어도 쇠잔할 줄 모르는 인간이었습니다. 헌법에 명확히 규정된 중임제를 뜯어 고쳐서까지

계속 집권하겠다고 버티는 것입니다.

- 그러나 이 개헌운동이 자유당 의원들과 또 자유당원이 주장하게 되어 이 사람들이 정당주의나

혹은 친분상 관계로 이러한 운동을 일으키는 것 같이 보이게 된다면 이것은 그 동지 되는 분의 본의도 아니고

또 나 한 사람에 대해서도 욕이 될지언정 영광이라고는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내가 진정으로 권유하노니

이것을 국민의 공의에 부쳐서 무슨 조치가 되든지 원만히 판결되기를 바라는 것-.

자유당에서만 개헌을 주장하는 듯 하니 국민 공의에 부쳐서 조치하라. 즉, 민의를 동원하라고

은근히 코치까지 하면서 개헌을 하겠다는 것. 개헌을 강행하자니 무리가 생기고 결국 따지고 보면은

뉴델리 사건도 개헌운동이 빚어낸 무의미한 싸움이었습니다.

(음악)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11월 5일. 국회의사당 앞에는 아침부터 인파가 밀어 닥쳤습니다. 뉴델리 사건의

발설자 함상훈이 드디어 국회에 나타난다는 말.

(차가 멈추는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야, 신의장이다.

(발자국 소리)

10시 5분. 신익희 의원이 국회에 나타났습니다.

(발자국 소리)

신익희 의원은 아무 말 없이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직 의원들은 사십여 명밖에 출석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음...

(라이터 여닫는 소리)

- 후우...

신익희는 담배를 피워 물고 신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신문 펼치는 소리)

- 음...

- 아, 아니...

10시 15분. 증인 김동성이 의사당에 들어섰습니다.

말없이 증인석으로 가서 앉아 담배를 피워 물고.

10시 20분.

(발자국 소리)

- 아, 나오시누만요.

- 어. 아직 출석 다 안 했군.

- 아, 예. 함상훈이는 아마 꼭 나올 겝니다.

- 어, 그래.

이기붕이 오래간만에 등원.

(발자국 소리)

- 해공.

- 음? 오... 오래간만이오. 이 의장.

- 그동안 심려가 크셨죠?

- 아, 허허, 뭐 별로. 그래, 몸은 좀 어떻소이까?

- 아하하, 네, 괘안습니다.

- 오, 음...

- 역시 착잡한 모양이구만요.

- 음, 그랬겠지.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극적인 장면이 조금 있으면은 전개되리라는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찬

방청객들도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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