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다큐멘터리 한국찬가
수도피아노社 제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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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다큐멘터리 한국찬가 제1편 근세의 표정. 오늘은 태극기 편을 김기팔 구성 윤화식 제작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안주의 태극기. 정초를 이용하여, 집집마다 태극기.』
1921년 2월 23일자 동아일보.
『 평남 안주군 대리면 봉명리에서 사는 리광철 18세, 윤 병 16세 등 8명이 서로 의논하고 음력 정월 초하루로날을 이용하여 불온한 행동을 일으킬 계획으로 그 전날밤에 전기 윤 병의 집에 모여서 구 한국 국기를 많이
만들어 그 동리 38호 되는 집에 꽂아서 그 이튿날 세배 다니는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일시 격동을 일으킨 바. 이 동리 사람들은 이것이 상해 가정부원의 소행인가 의심하여, 즉시 단기 경찰서에 고발하였슴으로, 동 서에서는 전기 8명을 인치하여 취조하던 바, 8명 중 3명은 일주일 만에 무죄방면 되고, 그 밖에 5명은 엄밀히 취조한 후. 작 19일에 평양 지방 법원 안주지청으로 압송하였는데, 동 지청에서는 전기 5명에 대하여 다만 엄중히 징계하여 즉시 방면하고 또 그의 부형을 불러서 후일 감독을 엄밀히 하도록 경계하였는데...』
1921년 이라면 3·1 운동이 일어난 다음다음 해 입니다. 물론 이땅에는 일본국기인 히노마루만이 공개적으로 나부끼던 시절. 그 시절에 18살 정도의 소년들이 시골에 태극기를 게양한 겁니다.
태극기 게양. 물론 그것은 일본 식민지 체제에 항거하고, 독립을 외치는 말 없는 행동이 있습니다. 한 나라의 상징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국기 처럼 집약적인 상징은 없습니다. 유니온재크는 곧 영국의 상징. 스타앤 스트라이프는 미국의 상징, 히노마루은 일본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근대사에서 태극기는 우리 한국의 상징입니다. 태극기. 우리나라가 국기를 가진지는 100년도 안됩니다.
(음성 녹음)
1882년 8월에 태극기는 제정되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86년 전. 그해 일본에 갔던 특명 정권 대신 겸 수신사 박영효 일행은 사화기략이라는 책을 남겼습니다. 그 사화기략 속에 태극기 제정에 관한 경위가 자세히 적혀있는 겁니다.
‘오늘 초 5일. 인천을 떠난 일행은 남양을 거쳐 12일에 일본 세키바강에 도착했고, 14일엔 고베에 하륙하여 도쿄로 가는 배가 도착하는 중이오며, 본국 국기를 새로 만드는데 대해서는 이미 처분이 계셨음으로 지금 대,중,소 세개를 만들어 그 중에서 작은 기 하나를 올려보내나이다.’
그리고 기무처로 보내는 공문에는 배 안에서 국기를 만들던 경위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국기의 모양에 대해서는 타고가던 명치관 안에서 영국영사 아스톤과 상의한 즉,
(뱃고동 소리)
“이번 기회에 저희 나라도 국기를 제정해야 겠습니다. 아스톤 영사, 여기. 이것 좀 보십시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아름다워 보이는 거 보이구만요.”
“뭡니까? 그게.”
“오호, 선장. 미스터 박 일행이 고려의 국기를 만드시겠다는 군요.”
“저희는 상감의 분부를 받고 이번 일본에 가는 길에 국기를 만들어 사용하려는 겁니다. 선장, 당신은 전세계를 골고루 다녀봤으니, 여러나라 국기를 다 봤겠죠? 의견좀 얘기해 보시오.”
“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오, 이 것입니까?”
“네, 태극이라고 해서 옛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친근한 그림입니다. 팔궤라고 합니다.”
“그 빛깔과 구도는 대단히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그림이 너무 복잡하지 않습니까?”
“글쎄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국기란 멀리서 볼 때에도 명확한 것이 좋습니다. 이 여덟개를 다 그려 넣으면 멀리서 볼 때, 모양을 알아 볼 수 있을까요?”
“오, 그렇군요.”
“그리고, 국기는 그리기 쉬운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까다로운 팔궤를 다 배치하면 우리같은 외국인들은 도저히 모방해서 그릴 수 없겠습니다. 팔궤를 줄일 수는 없습니까?”
“글쎄요. 그럼 저 네 귀퉁이에 하나씩 네 개만 그리면 어떨까요?”
“아, 훌륭한 생각입니다.”
“건,곤,감,리. 이 넷만 그려넣고...”
(뱃고동 소리)
(음악)
이렇게 1882년에 제정되고, 이듬해 정월에 정부에서는 정식으로 태극기가 국기임을 선포했습니다. 태극을 중심으로 네 귀퉁이에 건,곤,감,리. 사궤를 그려 넣은 국기. 그때부터 우리나라에는 국기가 생긴겁니다. 그리고 28년동안 태극기가 사용되었고, 1910년 한일합방과 함께 태극기의 불운시대가 왔습니다. 나라가 없어지면 그 나라의 상징인 국기도 없어지는 것. 국기는 나라와 같이 수난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음성 녹음)
(음악)
나라 잃은 한국 국민은 태극기를 휘두르지 못하고, 태극기를 생각하며 비감에 젖어야 했습니다. 뜻있는 사람들의 집안 장롱 깊숙이 숨겨진 태극기. 하다못해 마음속에나마 그려 놓고 있던 태극기.
(사람들의‘만세’소리)
(음악)
태극기를 잃은지 9년. 1919년 3월 1일에 만세소리 드높았고, 한국인들 손에 손에 쥐어진 태극기. 삼천리 강산 방방곡곡에 나부낀 태극기. 장롱 깊숙이 잠자던 태극기는 햇볕 밝은 삼천리 강산을 물결쳤습니다.
태극기의 물결. 물결, 물결.
(사람들의 ‘만세’소리 및 총 쏘는 소리)
『 안주의 태극기. 정초를 이용하여 집집마다 태극기. 평남 안주군 대리면 봉명리에 사는 이광철 18세, 윤 병 16세 등 8명이 서로 의논하고 음력 정월 초하루로 날을 이용하여 불온한 행동을 일으킬 계획으로, 그 전날밤에 전기 윤 병의 집에 모여서 구 한국 국기를 많이 만들어 그 동리 38호 되는 집에 꽂아서 이튿날 세배 다니는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일시 격동을...』
18살, 16살 소년들이 태극기로 하여금 다시 햇빛을 보게 했던 겁니다. 3·1 운동이 지난 다음다음 해. 또다시 깊숙히 잠자고 있어야 했던 태극기의 운명을 생각할 때, 이 작은 사건은 우리의 가슴을 찌르르르 하게 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길거리에 범람하는 태극기를 보면서 무심히 지나치는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그 기사를 쓰고, 읽은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음성 녹음)
(음악)
하늘 높이 게양하고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가. 한국 하늘에 히노마루만이 나부끼던 시대에 살았던 한국인들은 그만큼 태극기를 몰래 펴넣고 통곡해야 했습니다. 빼앗긴 나라의 국기, 태극기. 고즈넉한 겨울 밤이라고 합시다.
(노래소리)
어린이는 일본어가 국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한밤중.
“얘야.”
“네?”
“그만 자거라.”
“낼 국어 시험이 있어요. 아버지.”
“국어? 흐음. 이리와봐라.”
“네.”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여기다가 너희 나라 국기 한번 그려봐라.”
“국기요?”
“동그라미 하나면 다냐?”
“히노마루 아닙니까?”
“이게, 너희 국기란 말이지.”
“네.”
“국기는 말이야. 흠.”
(문갑 여는 소리)
“이걸 봐라.”
“그게 뭐에요?”
“태극기, 우리나라 국기다.”
“네? 우리나라 국기가 또 있어요?”
“쉿. 너무 소리가 크다. 이게 태극기. 우리나라의 진짜 국기다.”
“그래요?”
“히노마루는 일본 국기, 우리 한국에는 한국 국기가 있는게야. 흠. 이런 얘기는 남한테 해서는 안된다만, 너만은 이 사실을 알고..”
(음악)
이런 장면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하기야 태극기는 8·15 해방 뒤에 안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제정되고, 28년 사용되고 그 뒤 36년 동안이나 숨어 잠자던 태극기.
(음악)
8·15 해방이 다시 태극기를 햇볕아래 끌어냈고, 한국인 손에 손에 태극기는 쥐어져 있었습니다. 태극기. 한국의 상징. 아니 한국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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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녹음)
『 안주의 태극기. 정초를 이용하여, 집집마다 태극기. 평남 안주군 대리면 봉명리에서 사는 리광철 18세, 윤 병 16세 등 8명이 서로 의논하고 음력 정월 초하루로 날을 이용하여 불온한 행동을 일으킬 계획으로 그 전날밤에 전기 윤 명의 집에 모여서 구 한국 국기를 많이 만들어 그 동리 38호 되는 집에 꽂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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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1882년 8월에 제정되고, 1889년 정월에 우리나라 국기로 선포되었고,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80여년 밖에 안된 역사지만 나라의 운명과 함께 태극기의 운명은 기구했습니다. 지금도 북쪽 땅에서는 햇볕을 보지 못하고 있는 태극기. 푸른하늘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면서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아야 되는 이유를 여러분은 아십니까? 태극기는 당신과 나. 우리 한국인 모두의 국기 입니다. 한국의 국기입니다.
(음악)
말씀해 주신 분 경희대학교 대학원장 이선근 박사, 철기 이범석 장군, 동덕여자대학 이사장 조동식 박사,
국회의원 장준하 씨, 고려대학교 교수 신일철 씨.
출연 김영식, 홍계일, 이완호, 양진웅, 조영식, 이정은.
해설 김영배, 그리고 음악에 김종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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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팔 구성 윤화식 제작 다큐멘터리 한국찬가 제1부 근세의 표정에서 오늘은 태극기 편을 보내드렸습니다.
(입력일 : 200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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