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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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32회 - 버마 전투
제132회
버마 전투
1968.04.06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음식 만드는 소리)

노구치 중대 취사장.

(도마에 칼질 하는 소리)

"헤헤. 자식들. 벌써 돌아오는가?"

"우라! 여기 물 가지고 와. 물!"

"물 없다 이자식아."

"빨리 길어와!"

"우리도 바빠!"

"제길.. 헷.."

(휘바람소리)

"헤헤헤. 우라질. 다 죽어 가는 자식들이.. 헤헤헤."

(음악과 도마에 칼질 하는 소리)

(발소리)

"오호~ 사규야."

"헤헤. 중대장님."

"어디서 났나?"

"큼직하죠? 회를 해서 드릴깝쇼? 졸여서 드릴깝쇼. 중대장님. 스즈키 군조가 오늘 낚시질로 해왔습니다."

"오호~ 어디! 뭐냐? 이게 무슨 고기냐?"

"글쎄 올시다. 은어 같기도 하고.. 우리 내제에 있는 임연수 같기도 하고."

"에잇. 살이 연하다."

"네. 아주 야들야들하고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중대장님 어떻게 할깝쇼? 저 마침 무우가 있으니까

무즙에 회를 쳐드릴깝쇼?"

"하하하하. 네 좋을대로 해라."

"헤헤. 그럼 장교님들만은 회를 해드리겠습니다."

"음."

"뭐야! 물이 안왔어? 아직?"

"어. 조금 기다려!"

"제기랄.. 저..저. 중대장님."

"뭐냐?"

"저 라이스 올릿이라는 게 무슨 말입니까?"

"하하하하하."

"영국 포로놈들이 여기 왔을 때마다 라이스 올릿, 라이스 올릿 하면서 틀렸다는 겁니다요."

"하하. 건방진 자식들. 그 놈들이 맨밥만 먹인다고 불평하는 게야. 밥한가지만 먹이고, 왜 고기나

스프를 안주느냐는 그 말이야."

"헤헤헤. 우라질 자식들."

"포로 주제에 밥만 얻어 먹는 만도 가능하다고 해. "

"헤헤.. 뭐라고 할깝쇼? 라이스 올릿 베리 굿이라고 합니까?"

"하하하"

"흐흐흐.. 우라! 물! 물!"

"아. 물 없어! 길어와야 한단 말이야."

"어이. 빨리 길어와!"

"왜? 물 길을 사람이 없나?"

"물이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중대장님."

"그래?"

"날 마다 일이 끝난 포로놈들 몇 놈들 붙잡아 다가 물 길어 오라고 시키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요."

"으음."

"어떻습니까? 중대장님. 내일 부턴 포로 몇 놈 여기 주십시오. 아주 아침부터 물을 길으게."

"아침부터는 안돼. 지금 공사작업 능률이 오르지 않아 야단이다."

"그럼 어떻 합니까. 저 보십시오. 지금 당장도 물이 없는데.."

"좋다. 내가 가서 몇 놈 붙잡아 올테니까.."

"네."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림)

영국군 포로 수용소.

"우아~"

"스탠리, 어떠냐?"

"아. 레드."

"뭘 좀 먹었어?"

"응. 고단하지? 오늘 혼났지?"

"괜찮아. 열은 좀 내렸어?"

"하아. 아니야. 모르겠어. 자꾸 땅 밑에 새들어 가는거 같아."

"스탠리, 기운을 내. 이젠 오래지나지 않아 좋은 소식 있다. 윙 케이드 크라잉 더 부대가 중부에 착륙했단다."

"윙 케이드?"

"그래. 윙 케이드 소장 공정대가 말이야. 수 백대 크라익터를 타고 중부 버마에 내려서 지금 진격해

오고 있어."

"그..그래. 언제쯤.. 언제쯤 여기 오지?"

"모르지, 곧 올거야."

"하아. 난 틀렸어. 이제 난 틀렸어."

"무슨 소리야. 기운을 내. 스탠리."

"아니야. 난 틀렸어. 내 자신이 날 잘 안단 말이야."

"아니야. 기다리는 거야. 곧 온다. 그 때까지 살아 있어야 돼."

"흐흑.. 고맙다. 레드.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내가 만약 그 때까지 죽는 다면 말이다. 내가..

너 살아 있다가 내 원수를 갚아다오. 내..내 원수를 갚아다오. 으응? 내 원수를 갚아 달란 말이야.

나처럼 이만큼 병이 나서.."

"그래. 기운을 내. 기운을 내란 말이야. 물 줄까?"

"아니. 괜찮아."

악성 말라리아와 영양실조. 포로들은 하루에도 수 십명씩 숨져갔다. 열대 뜨거운 태양아래, 하루

작업을 마치고 돌아온 사병들은 지칠대로 지쳐 비틀거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야! 잘들어라. 너희들 중에 오늘 작업 안 나간 자는없나?"

"누구? 노구치 아니야?"

"어."

"노구치. 노구치가 왔다. 이 자식.."

"없나?"

"좋다. 잘 들어라. 너희들은 지금 배가 고플것이다. 저녁을 빨리 먹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취사장에 물이 없다. 물을 길어와야. 너희들이 저녁을 빨리 먹을 수 있다. 누가 용기를 내서 물을

길어올 자는 없나?"

(사람들의 소리)

"없어! 좋다. 그럼, 내가 지명한다. 어이! 너."

"누구? 나야?"

"그렇다. 네가 제일 건강해 보인다. 너 물 길어와라."

"뭐? 물? 나보고 물 길어 오란 말이지."

"그렇다. 너 오늘 작업을 안 나갔다."

"대위. 보면 모르나? 난 장교다. 크로포드 중위다. 이 장교 배지가 너한테는 안보이나?"

"크로포드 중위라고 했지? 네가 장교라는 것을 모르진 않는다. 그렇지만 물을 길어라."

"못하겠다. 아니, 안한다. 대위. 네가 제네바 조약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제네바 조약?"

"그렇다. 포로는 범죄자가 아니다. 제네바 조약에 포로는 작전 행동에 관계되는 노동에 참가 시킬수

없다는 조항에 분명히 명시 되어 있다."

"흐흐흐흐. 잘 알고 있구나. 그렇지만 말이다. 너희들 동료들을 봐. 사병들을 보란 말이다.

네가 보다시피 모두 작업을 나갔다 왔다. 모두 몹시 피곤해 한다. 그러니까 네가 물을 긷는 것 쯤.

당연한 일이 아니냐. 기껏해야 물 몇 바케스 긷어 오는 일이다."

"노무에 경중에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물 긷는 일이나, 다른 노동이나 마찬가지다."

"정말 못 긷어 오겠나?"

"안한다."

"명령이다. 크로포드 중위. 너는 이제 부터 물을 긷어 와라. 물을 긷어와야 한다."

"그런 명령이 부당하다. 안한다."

"제네바 조약에 포로는 포획국 법률,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 되어 있다. 명령이다!

너는 물을 긷어와야 한다."

"포로에겐 노동은 금지 되어 있다. 명령이다.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넌 영창에 집어 넣겠다."

"좋다. 그럼 난 너를 조약위반으로 고발하겠다."

"닥쳐 이자식아! 어이! 보초."

"네."

"보초장 오라 그래! 보초장 보고 보초 위임한 인사 데리고 오라그래."

"네."

"보초장에게.. 보초 위임 가지고 오라고 그러겠습니다."

"빨리!"

"네."

"건방진 자식. 버릇을 똑똑히 가르쳐 놔야지."

(발소리)

"보초장 사르도로 군조. 보초 임용을 인수하고 왔습니다."

"어, 이 놈을 결박해."

"네? 장교 아닙니까?"

"빨리!"

"네."

"똑똑히 들어. 크로포드 중위."

"음.."

"너를 점령국 장교 명령 불 복종으로 오늘 체포한다."

"일어섯."

"좋다. 노구치 대위. 너도 똑똑히 기억해 둬라. 이것은 분명히 제네바 조약 위반이라는 것을 잊지 말란

말이다."

"닥쳐, 건방진 자식. 빨리 묶어."

"네."

"음.."

"자, 마음대로 해!"

"가라. 사르도로 군조!"

"네."

"영창에 집어 넣어 둬라. 영창에 집어 넣고, 특히 감시를 엄중히 해라."

"네. 영창에 집어 넣고, 감시를 엄중히 하겠습니다."

"음."

"빨리 가라!"

"흐흥, 흐흥, 자식."

"어이! 대위."

"뭐냐?"

"부탁이 있다. 내가 물을 긷어 오겠다."

"좋다. 긷어 와라."

"그 대신, 내가 물을 긷으는 대신 말이다. 크로포드 중위를 석방해라."

"흐흐흐흐. 갸륵하구나. 으응? 갸르해! 상관이라고 감싸주는 폼이. 갸륵하단 말이다. 물은 긷어라.

그렇지만 석방은 안된다."

"왜? 왜 안돼?"

"크로포드 중위는 명령 불복종이다. 명령 불복종은 크로포드 중위지, 네가 아니다. 네가 물을 긷었다고

해서 크로포드 중위의 명령 불복종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하핫. 그거 이상한 논리군. 좋다. 아무튼 물을 긷어 온다. 어이~ 누구 나하고 물 긷어 올 사람 없나?"

"어? 없어? 아! 여깃다."

"좋다. 가자!"

(문소리)

(휘파람 소리와 사람들 떠드는 소리)

(음악)

"빨리 걸어라."

"자, 열어라."

"네."

"음.. 자, 들어가시지 장교님."

"흐흐."

"오늘 저녁부터 귀관이 유하실 저택인데, 하하하하. 빨리 들어가!"

"자, 닫아라."

"네."

"하하. 하하하. 꼴 좋구나. 기분이 어떠냐? 어? 하하하. 사요마! 감시를 엄중히 해라."

"네."

"저 자식, 자살 할지도 모르니까. 자주 들여다 봐라."

"네. 알았습니다."

(바람소리)

어두운 지하 굴, 바닥엔 질퍽하게 물이 고여 있고, 모기가 소리를 내며 날아다녔다. 두꺼운 나무문을

단 입구 쪽에서 엷은 빛 줄기가 새 들어왔다.

"하아..."

크로포드 중위는 어두운 벽을 휙 둘러 봤다. 그리고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바람소리)

쏴아. 세찬 바람이 스콜을 휘몰고 왔다.

(음악)

(입력일 : 2009.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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