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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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31회 - 버마 전투
제131회
버마 전투
1968.04.05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삐익~ 삐익! (호루라기 소리)

"빨리 해라~! 빨리! 이 자식들아. 뭘 어물어물 서 있어! 이 자식들!"

삐익~ 삐익! (호루라기 소리)

버마의 우기가 끝났다. 높은 산악은 찢겨져 갈라져 나아가 앙상한 암석만 남았다.

송두리째 들어낸 깊은 계곡, 큰 돌덩어리가 여기저기 뒹굴었다.

마녀가 할퀸 자국. 그 위에 섭씨 35도의 열대 태양이 불을 끼얹었다.


"이 자식들~! 새끼들. 새끼들."

"으어어억."

"빨리 해라! 어서!"

"으어억.."


영양실조로 쓰러지는 포로와 노무자가 날로 늘어만 갔다. 악성 말라리아가 기승을 부리며 번져갔다.

험준한 산악지대 작업장. 거기다가 우기까지 겹쳐 일본군의 보급은 엉망이었다.

코끼리와 당나귀 등으로 20만 대군에게 제대로 보급해 줄 도리는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의 웅성거림)

영양실조로 쇠약해진 포로와 노무자들에게 버마의 명물 콜레라는 요원의 불길 처럼 번져만 갔다.

(목탁소리)

밤이면 정글 속 여기저기서 장작을 태우는 불꽃이 하늘에 치솟아 올랐다.

콜레라에 걸려 죽은 시체를 태우는 불길이다. 불교의 나라. 노무자 가운데에는 많은 승려가 있었고,

그들은 동료의 죽음을 밤이 새도록 독경으로 위로했다.

(총 소리)

깊은 밤, 정글 속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리고 기관총 소리까지 들렸다. 도망하는 노무자들을 일본군

이 사살하는 것이다. 굶주림과 콜레라와 말라리아의 지옥에서 버마인 노무자들은 기회만 있으면 도

망질쳤다. 피부색이 다른 영국군과 호주군 포로들은 도망할래야 도망할 도리가 없었다.

작업 개시 후 6개월이 지났을 때, 13만 버마인 노무자중 도망자는 8천명에 이르렀다. 콜레라 사망자

태워버린 시체는 5천명에 이르렀다. 6만명 영국군과 호주군 포로중에서 콜레라 사망자는 860명에 이

르렀다. 그리고 악성 말라리아와 영양실조로 쓰러진 사망자는 1만 560명에 이르렀다.

(음악)

삑삐이익~! (호루라기 소리)

메콩강의 철교 가설. 연 천리에 이르는 이 철도공사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메콩강의 철로 가설

공사 였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낭떠러지 아래 소리를 내며 흐르는 급류 메콩강. 거기 철로를 가

설하는 것이다. 일본군 공병대좌 이마에가 설계하고, 공사는 주로 영국군, 호주군 포로들이 담당했

다.

(종소리)

"작업완료~!,작업완료~!,작업완료~!"

(음악)

질병과 영양실조, 고된 노역에도 영국군, 호주군 포로들은 작업에 충실했다. 그들이 입버릇 처럼 외

치는 대영제국의 긍지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었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올 때면 병사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계곡에 울려 퍼졌다. 굶주리고 지친 창자에서도 우렁차게 울려나오는 노랫소리. 콰일강의

다리라는 영화를 보신 분은 아마 아직도 기억하실줄 믿습니다만은 영화 콰일강의 다리 무대가 바로

이 타일랜드 버마 남부 국경선 돌파 철도 공사입니다. 총 연장 420여km, 천리가 넘는 공사이니까

도중에 다리만 해도 수십개가 있을 것입니다만은 현재 콰일강의 다리라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 현지

있는 다리중에서 가장 큰 철교는 메크론 강 철교 입니다. 이 철교 공사가 영화의 신처럼 말할 수

없는 난 공사였고, 또 영국군, 호주군의 많은 포로들이 이 공사에 투입 됐었습니다. 따라서 이름은

다르지만 이 메크론 강 철교 공사를 영화와 같이 콰일강의 다리라고 보셔도 무방할 것입니다.


메크론강 지역 일본군은 노구치 중대였다. 이 지역만은 중대장 노구치가 방역조치를 일찍부터 해놨

기 때문에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모범지역이라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문 여닫는 소리)

"중대장님! 야단났습니다. 지금 영국 포로놈들이 다 죽어가는 환자를 둘러매고 왔습니다."

"환자가 왔는데, 왜 야단이야? 매일 생기고 매일 죽어가는게 환자아니야."

"아니, 콜레라니까 말씀입니다. "

"콜레라? "

"다 죽어가는 콜레라 환자를 떼 매고 왔으니 말입니다."

"틀림없나? 콜레라가."

"틀림없습니다."

"음.."

"지금 캠프 안에 있습니다."

"어디 가보자."

"네!"

"위생병 데리고 와!"

"네."

(발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음악)

"음.. 벌써 숨이 끊어진거 아냐? 이거."

"노노."

"뭐가 노야. 임마! 위생병 어때? 죽었나? 살았나?"

"글쎄 올시다."

"아니, 맥박을 보면서도 모르나?"

"글쎄 올시다. 치는 것 같기도 하고, 안치는거 같기도 하고.."

"무슨소리야! 치면 치고, 안치면 안치는 것이지. 호흡은 어때?"

"네."

"들리나?"

"흠.."

"더 바싹 대봐! 귀를 좀 그 놈 코 끝에 말이야."

"네."

"들리나?"

"글쎄 올시다.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또 그 소리인가?"

"하하하하."

"저리 비켜! 내가 들어 볼게."

"네."

"음.. 그것 참."

"어떻습니까? 중대장님."

"글쎄 말이야. 사라토미. 네가 들어봐라."

"네."

"음.."

"어때?"

"하하하하. 잘 모르겠는데요?"

"좋다. 위생병."

"네."

"이게 콜레라는 틀림없지?"

"노노~!"

"틀림 없는 거 같습니다. 중대장님."

"노노!"

(사람들의 외침소리)

"뭐가 아니야! 이 자식들아"

"아니오. 이 사람 오늘 우리와 작업 같이 했소. 아침에 말이요. 작업 같이 하던 사람 갑자기 콜레라

안걸려요. 그런 법 없소. 거짓말이오."

"그럼 언제 부터 앓았나?"

"낮 부터요. 10시 반. 11시 부터요. 콜레라 아니오. 말라리아.."

"위생병."

"틀림없지?"

"네. 틀림없습니다."

"아니요~!!"(사람들의 외침소리)

"잔소리 말아! 끌어내 위생병."

"네."

(사람들의 소리침.)

"잔소리 말아! 이 자식들 콜레라면은 너희들도 다 죽는 단 말이야. 위생병! 빨리빨리 끌어내."

"네. 자 끌어.."

"됐어. 이리와. 아. 너희들 잘 들어라.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 이지역에는 한번도 콜레라가 발생하

지 않았다. 근데 오늘 처음 콜레라 환자가 생겼다. 이대로 두면, 너희들에게 전염한다. 틀림없이 전

염한다."

"아도깡~!"

"누구야? 무슨일이요."

"아. 나 쿠로카 소령이오. 왜 그러십니까."

"아. 소령."

"왠일이오?"

"내 말 들으시오. 당신이 콜레라가 얼마나 무서운 전염병이라는 걸 모르진 않을거요. 또 콜레라의 신

속하고 무서운 전염성을 모르진 않을거요."

"알고 있소."

"그런데, 이 사병이 지금 콜레라 환자란 말이오. 알겠소?"

"아니오~!!"(사람들의 외침)

"틀림없어! 따라서 일각도 지체 할 수 없소. 지체없이 목숨을 끊어서 화장해야 겠소."

"뭐? 목숨을 끊어?"

"아니, 목숨을 끊는 다기 보다도 이미 죽은 거나 다름이 없소. 아니, 벌써 죽었소. 다 죽었소."

"안돼! 안돼 대위. 죽었다는 진단을 누가 했소? 군의관이 진단했소?"

"웃기지 마라. 군의관을 불러오려면 이틀이나 더 걸리는 거야. 그 동안에 당신 영국군 포로들이

모두 콜레라에 걸리면 어떻게 하겠소. 당신 책임지겠소? 다 죽는 단 말이야."

"이틀이 걸리던, 사흘이 걸리던 틀림없이 콜레라인가. 또 지금 정말 죽었는가. 확인해야 할거 아니오."

"잔소리 마라. 소령."

"내가 처치할 거니까."

"안돼 대위!"

"뭐야? 네 의견을 물어 본 것도 너희들 같은 영국군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에서 너희들한테는 지휘권

이나 명령권이 없다는 걸 소령 넌 모르지 않을 테니. 오직 내 명령에 복종하면 되는 것이다."

"좋다. 꼭 네가 사살해서 화장할 셈이냐?"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사도르 군조."

"네."

"사병들 몇 놈 화장할 준비를 시켜라."

"네."

"마른 나무를 모아두란 말이다."

"네. 알았습니다."

"대위."

"뭐야 또! 꼭 네가 쏴야 되겠나."

"그렇다."

"좋다. 그렇다면 네 손을 거치고 싶지 않다. 우리 대영제국 사병이다."

"뭐야?"

"우리 손으로 처리한다. 마지막 순간이지만 네 손을 거치지 않는다. 내가 쏠테다. 네 권총을 빌려

줄수 없겠나."

"좋다. 오히려 내가 바라는 바다. 자."

"음."

(총 장전하는 소리)

"크허허헉. 잘 가라. 스탠포드. 잘가라. 하느님, 스탠포드는 지금 하느님 곁으로 돌아갑니다.

하느님, 흑흑.. 스탠포드가 하느님 품으로 돌아갑니다. 흑흑"

(총 소리)

(음악)

그 날밤, 정글에 또 붉은 장작불이 타 올랐다. 바람한 점 없는 하늘. 푸른 연기가 조용히 피어 올랐다.

(음악)

(입력일 : 2009.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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