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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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30회 - 버마 전투
제130회
버마 전투
1968.04.04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포탄소리)

(호루라기 소리)

삐익~

작업 중지! 작업 중지. 각 노무 분대별로 막사에 돌아가라. 각 노무 분대별로 막사에 돌아가라.

(사람들의 웅성거림)

에이~ 하늘도 무심치 않구먼. 쏟아져라 쏟아져. 흠뻑 쏟아져라. 흐흐흐

제기랄. 일본 놈들 꼴 좋다. 꼴 좋아. 내르고 침목이고 나발이고, 다 떠내려 가라. 다 떠내려가.

흐흐흐.

다 떠내려가~

하하하.

여보게 젊은이 듣겠네, 듣겠어 응? 근데 참.. 이게 이게 예사 비가 아니야. 예사 비가 아니란 말이네.

여보게들 얼른 모두들 들어가세..

네네..

(웅성거림)

버마의 우기.

버마가 우기에 들어갔다. 그 해 여름은 우기가 한달이나 일렀다. 강이란 강이 소리를 내며 흘렀다.

(물 흐르는 소리와 사이렌 소리)

홍수 경보를 내린다. 각 노무 막장은 경계를 엄중히 해라. 특히 각종 기계를 유실하지 않도록 경계를

엄중히 해라.

(사람들 웅성거림)

흐흐흐흐. 꼴 좋구만, 이놈들 아니 지금도 이제 놈들도 맛좀 봐야지 이제.

다 떠내려 가라. 다 떠내려가. 아주 싹 쓸어가라. 싹!

그러게 옛말이 그른게 없는 말이야. 자로고 이 설산 줄기를 건드리면은 큰 변이 나는 게야.

아, 부타가 들어가서 몇 해를 가좌하고 해탈에 이른 성역인데, 제 놈들이 어디라고 덤벼들어서 이 설산

줄기에다가 난토질하고, 벌집같이 쑤셔 놨으니, 산신령이 가만히 있을 것인가. 에? 천지 변란이 일

어날 일이지.

각 노무 분대는 막사에 있지말고, 고지에 올라가라. 각 노무 분대는 모두 막사에 있지 말고, 높은

데로 올라가라.

버마의 홍수. 우리 한국 사람으로선 도저히 상상도 못할 것이다. 20만의 포로와 노무자들이 수개월

걸려 무너뜨리고 둑을 쌓고, 닦아놓은 철로는 삽시간에 흔적도 없이 떠내려 가고 말았다.

인간의 힘이란 얼마나 허무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인가. 강물은 강물소리는 대자연의 조소인가. 홍소

인가. 성난 소리를 내며 흘러갔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뻗어 내려온 높이 3천 미터나 되는 험준한 산

악. 그리고 깊은 계곡과 습지대. 그 전면을 우뢰와 같은 소리를 지르며 흘터 내려갔다.

일망 무제한 늪, 바다, 높은 지대만 노무자들의 캠프가 남아서 군데군데 물 속에 떠 있었다.

잘한다. 잘해! 싹 쓸어가라. 싹 쓸어가! 하하하하하.

물을 피해 산에 올라가 있는 버마인 노무자들은 모두 마음 속으로 손뼉을 쳤다. 영국군, 호주군 포

로들은 생전 처음인 이 광경을 그저 넋을 잃고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일본군 공병대 연대본부.

연대장 공병 대좌 이마에는 대학에서 공과를 전공하고, 철도 가설 논문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말하

자면 철도와 철교 건설에 권위자이다.

(전화벨 소리)

하! 연대장이다.

아. 연대장님. 미캉 지구 도키다중대입니다. 보고 하겠습니다.

하!

영국군 캠프가 오늘 아침에..

길은 어떻게 됐나? 닦아 놓은 길 말이야!!

길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처음 물이 닥쳐 왔을 때, 그냥 쓸어가고 말았습니다.그리고 지금은 수십

미터나 물에 잠겨 있습니다.

왜! 처음에 막지 않았어!

아니. 그럼 무슨 재주로 막습니까? 연대장님. 그 보다더 영국군 포로 캠프가 말씀입니다.

빨리 말해!

네. 오늘 새벽에 떠내려가고 많은 포로들이 익사하고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몇 명이나 죽었나?

정확한 숫자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뭣들하고 있는거야! 그런 것도 파악 못하고..

하! 갑자기 물이 닥치니까 알아낼 도리가 없었습니다. 현재 유실된 캠프는 스무 분대 가까이 됩니다.

그러니까 그 중에 살아남은 포로가 반 쯤 있다고 치더라도 한 300명 없어진 셈입니다.

알았다. 앞으로 경계를 똑똑히 해라.

네.

(전화 끊는 소리)

에잇. 바보 같은 자식들..

(전화벨 소리)

어. 연대장이다.

연대장님 보고 하겠습니다.

어디냐?

시짐지구 노고지 분댑니다.

어.

죄송합니다. 포로들이 또 집단 탈출 했습니다.

얼마나 없어졌는데?

이번엔 좀 많습니다만...

몇 명이냔 말이야!

한 800명 쯤..

뭣이?

800명 정도...

정신이 있나? 뭣 들하고 있었어?

죄송합니다. 연대장님. 경계를 엄중히 했습니다만 그 놈들이 감시병을 습격하고 집단 도망했습니다.

습격했다니.. 감시병이 죽었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머저리 같은 자식들.

우리 지심 지구에는 여러 계곡이 있습니다만 그 중 하나에 분산 수용되있던, 비르마인 노무자들이

지난 밤에 거기 감시병을 죽이고 모조리 탈출해 갔습니다.

그래, 몇 명이나 잡았어.

못 잡았습니다.

추격해! 추격해서 몽땅 사살해 버려.

그런데 추격할 도리가 없습니다. 연대장님. 지금 남아 있는 병력은 겨우 1개 분대 정도밖에 안됩니다.

왜 1개 분개 밖에 없어!

다른 캠프에 있는 노무자 들도 지금 모두 술렁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쪽에 감시병을 증원했

습니다.

왜 술렁 거리고 있단 말이야.

집단 탈출했단 소식을 들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 놈들의 움직임이 아주 수상합니다.

사살해버려. 수상한 놈은 모조리 사살해 버려.

네.

그리고.

네.

남은 1개 분대 병력으론 탈출한 놈들을 추격해.

연대장님.. 저...

명령이다. 추격해. 추격해서 모조리 잡아! 불허하는 놈은 사살이야.

하! 알겠습니다. 연대장님.

(전화 끊는 소리)

모두.. 모두 그 꼴이란 말이야. 부관! 부관!

(문 여는 소리)

부관 왔습니다.

집계가 어떻게 됐어.

무슨 집계 말씀입니까. 연대장님.

도망한 놈들 집계 말이야.

아. 아직 보고가 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어제 현재 집계론 4천2백..

어제껀 알고 있어. 아직 안 들어온 데가 어디야?

칼레지구가 아직 안들어왔습니다.

빨리 독촉해.

네.

그리고 일기예보는 어떻게 됐어.

예, 아직 안들어왔습니다.

빨리 알아봐.

예.

그리고 기삼지구에서 지난 밤에 들어온 보고 입니다만은..

또 도망자야?

물론 도망자 보고도 있었습니다만 그 보다도 기삼지구 콜레라가 점점더 심해 간다는 것입니다.

몇 명이나 죽었어.

기삼지구 와타나베 중대 관할 지역입니다만 버마인 노무자 캠프에선 하루 평균 사망자가 7~8명, 그리고

영국군, 호주군 캠프에선 하루평균 20명 가까이 된답니다.

왜. 영국군, 호주군들은 더 많이 죽어가지?

아마 버마인들 보단 저항력이 약한 모양입니다.

음.. 환자는 모두 얼마나 되는데?

그 얘깁니다만 현재 대대에서도 군의관이 파견되어 있지만, 정확한 환자수를 파악할 수 없답니다.

원체 인원이 많으니까 모든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근데, 말라리아와 영양실조 환자들도

섞여 있으니까 그 1/3을 콜레라 환자로 보면 틀림 없을 거랍니다.

그래. 시체 처리는..지시대로 잘 소각하고 있겠지?

그것도 문제랍니다. 소각이 잘 안된답니다. 매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니까 나무가 젖어서 타지 않

는답니다. 그래서 휘발유를 보내줄 수 없겠느냐고 합니다.

미친놈들 휘발유가 어딨어!

(문 여는 소리)

어이고, 이장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이 빗속에..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십니까 대장님.

저.. 앉으십시오.

하아. 저 대장님께만 조용히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아.. 그러세요? 부관!

네.

나가있고, 당번한테 차나 들여보내게.

네.

(발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

저.. 콜레라가 발생했습죠?

오.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어디서 듣다니요. 연대장님. 벌써 그 소문이 쫘악 퍼져있는데입쇼.

허어. 음..

그래, 환자가 얼마나 됩니까?

이장님께서도 들으셨다니까 말씀인데, 거 사실은 몇 명 안됩니다. 우리 군의관들이 예방 조치는

충분히 하고 있고, 또 환자도 극진하게 돌봐주고 있습니다.

연대장님, 저야 뭐라고 하겠습니까만은 아카칸 지역에서 주민들이 좀 들성거린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들성거린다니요?

우리 버마인 노무자들이 수천 명씩이나 콜레라에 걸려 날마다 죽어가고 있으니까 그럴수...

아.. 다 낭설입니다. 수천 명이라니요.

아. 글쎄. 대장님 저야 뭐라고 합니까. 그러니 징용으로 뽑혀간 노무자들을 빨리 돌려 보내라는 것이죠.

음...

그래서 진정서를 내네 어쩌네, 하는데..

흐흠.. 대단치 않은데요.

글쎄 올시다. 대장님. 암튼, 그런 소문이 퍼져 있으니까 저야 뭐 상관있습니까만 저 그런 말이 새

지 않도록 해 주십사..

아. 고맙습니다. 이장님.

더욱이 그 아카칸 지구에선 많은 노무자가 뽑혔고, 그 얘기가 중앙 관서에라도 퍼지면 난처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대장님 처지도.

흐음. 그렇고 말고요. 환자들은 지금 모두 입원하고 있지만, 되도록 빨리 치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장님만 믿습니다.

그래,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이장님, 조금도 염려마시라고 동민들께도 타일러 주십시오.

그러믄입쇼. 그러믄입쇼. 헤헤헤.

안녕히 가십시오.

대장님만 믿겠습니다요.

(발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헤에엠.

(음악)

(입력일 : 200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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