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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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29회 - 버마의 3대 하천 / 격전지
제129회
버마의 3대 하천 / 격전지
1968.04.03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중대장님 죄송합니다. 세 놈이나 또 없어졌습니다.

도망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어느 분대냐?

7분 댑니다.

7분대가 말썽이로구나! 지금 가둬 놓은 놈들은 모두 7분대지?

그렇습니다.

도대체 저녁에 보초서는 녀석들이 뭘 하고 있었어!

아니, 낮 사이에 없어진 모양입니다.

작업시간에!

그렇습니다.

대낮에 없어진 걸 몰랐단 말이냐!

작업을 끝내고 저녁 때 인원파악을 해보니까 없어졌더랍니다.

7분대 작업 감독이 누구지?

다마키 병장입니다.

다마키.. 바보 같은 자식 같으니라고! 눈을 뜨고 있으면서 언제 없어졌는지도 몰라!

다마키 얘기는.. 다이너 마이트를 터트릴 때는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모두 이리저리 흩어져 버리니깐

슬쩍 정글 속 같은데 숨어 있다가 그 길로 도망친 다는 겁니다.

음..

중대장님. 이대로 방임해 둬서는 안되겠습니다. 무슨 조치를 내리셔야 겠습니다.

단언을 내려라?

네!

어쩌자는 거야.

연대장님께 허가를 내려주십시오. 지금 가둬놓은 놈들을 처형해 버리겠습니다.

처형을 해?

네. 그러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노무자 도망을 방지할 도리가 없습니다.

비르마 노무자 놈들을 모두 한 군데 모아놓고,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을 할 생각입니다. 본보기로

말씀입니다. 연대장님께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지 않고선 저는 앞으론 책임을 못 지겠습니다. 자꾸

도망하니까.

보는 앞에서 처형을 하면 도망하는 걸 막을 수 있을거 같은가?

그렇습니다.

음..

적전에서 명령 불복종, 적전에서 근무 부대 무단 이탈, 처형할 구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중대장님.

아직 여기를 적전이라고 볼 순 없어. 철도공사를 하면서..

마찬가지죠. 적전이나. 비르마 국내에 지금 적병이 있는 건 사실이 아닙니까.

아니야. 적전이란 전투중을 말하는 거야. 아니, 그보다도 우선 우리 대장이 말을 안들을꺼야.

연대장 말씀이야. 국민친선, 국민친선라고 입버릇 처럼 외면서 여기 비르마 지방엔 유지들과 자주

접촉하고 있는데, 공개 처형했다는 소문이라도 퍼져나가면 우리 연대장 체면이 난처하단 말이야.

그까짓 점령지 비르마 놈들에게 체면은 무슨 체면입니까.

공개해서 처형 안해도 방법은 있어. 요컨데, 도망하면 죽는다는 실증을 보여주면 될 거 아냐.

비르마 노무자들에게 도망하면 죽는다는 인식을 준단 말이야. 방법은 다르지만은 효과는 같은거거든.

사르도로 군조 머리를 써라. 이 지구에는 적 탐색대가 침투할 수도 있단, 전제 아래서 말이다.

도망칠 때, 사살하라는 말씀이군요. 그 생각도 안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 비르마 놈들이 원체

정글에 익숙했기 때문에 귀신같이 빠져나가니 잡을 도리가 있어야죠.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란 말이야! 하루 저녁에 몇 놈씩만 어떻게든지 처치해봐! 다른 놈들이 당장

정신을 바로 차릴테니까.

알았습니다. 중대장님. 보초 녀석들 한테 밤중에 텐트 밖에서 어물정 거리는 비르마 놈들은 무조건

사살하라고 하겠습니다. 탈출을 기도했다고 말씀입니다. 적 탐색대와 접촉했다고 할 수도 있고, 그럼

중대장님. 지금 가둬 놓고 있는 놈들은 어떻하겠습니까?

사르도로 중위. 네 생각은 어떠냐?

헌병대에 넘길 도리 밖엔 없지 않습니까?

돌려보내!

아니? 작업반에 돌려 보낸다는 말씀입니까?

가뜩이나 노동력이 모자라는데, 또 헌병대에 보내 썩힐 작정인가? 자꾸 도망해서 없어지는데, 우리

연대장님께선 작업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매일 같이 성화야!

네.

보내서 작업은 작업대로 시키고, 달리 이용할 방법을 생각하란 말이야.

그 놈들 정보를 제공하란 말씀 같은데, 그게 잘 안됩니다. 그 전에도 몇 놈 시켜 봤습니다만 여태

아무도 알려 온 놈이 없습니다.

알았어. 아무튼 잘해봐!

네!

(음악)

남부 버마에 밤. 풀섶에서는 벌레가 울고 있었다. 정글과 초원지대 어두움 속에 버마 노무자들의

막사가 점점이 보였다. 낮사이 고된 노역이 지쳤는가. 쥐죽은 듯이 고요하고 다만 영국군과 오스

트레일리아군 텐트에서만 아슴프레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어둠 속에 보초들의 총검이 무겁게 빛났다.

누구냐!

나다. 사드로도 군조다.

아! 보초 근무장 이상 없슴.

가와세 장!

네.

똑똑히 들어라. 저 철망 밖에 나온 놈은 도망자다.

네?

저 비르마 노무자들 말이야.

네.

철망 안에서 철망 밖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온 놈은 도망을 기도하는 자란 말이다. 알아듣겠나?

네. 알겠습니다.

사살해라. 쏘란 말이야.

네.

다른 보초들 한테도 연락해.

네. 철조망 밖에 나와 있는 노무자들은 도망자로 인정하고 발포하겠습니다.

발포가 아니야! 사살 하란 말이다.

네. 알았습니다.

수고한다. 가자 도모키.

네.

어딜 가는겁니까? 반장님.

따라만 와. 좋은 구경 시켜주지.

위안소.

하하하하. 좋아하지 마라. 아무래도 수상해. 비르마 노무자 놈들하고 위안소 계집들이 수상하단 말이야.

도망할 때 말이야...

미리 짠단 말씀입니까?

응.



정글속에 대까치를 쪼개서 벽을 하고, 한 평만큼씩 칸을 막은 방가로 같은 건물이 수십개씩 늘어져

있었다. 이른바 노무자 위안소라는 것이다. 노무자용 위안소와 일본군들의 위안소는 구별돼 있었다.

오~ 어서오세요. 어머나 군조님이시네~ 호호호. 군조님이 여길 다 오시고?

왜! 난 여기 오면 안되나?

천만에요.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 군조님.

아! 아니야. 마담 상.

아이~ 뭐가 아니에요. 들어오세요. 들어와서 얘기하세요. 호호 아이~ 근데 참 요즘 노무자들을 왜

안내보내시죠? 버마 노무자들 말씀이에요.

일이 바빠서 못 나오는게야.

으응~ 밤에도 일하시나요?

앞으론 안나올지 모른다."

어~ 왜요? 아이. 그런 법이 어딨어요. 아이~ 내 보내주세요. 그래야 우리 같은 사람..

마담 상! 놀러온게 아냐. 할 얘기가 있다.

네?

제삼이라는 아가씨가 있지?

네. 제삼이가 무슨일 저질렀나요?

아니야. 불러줘. 할 얘기가 있어.

어.. 그렇지만... 제삼이? 제삼이!

네.

좀 나와봐라.

치머라는 놈의 계집이라는 구나.

왜요?

이분들이 널 찾아 오셨다.

나! 제삼이를요? 무슨 말이에요?

어이! 치머가 도망갔다. 너 모르나?

치머.. 거짓말. 거짓말이에요. 치머 도망하지 않아요.

도망했다. 정말이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치머 혼자 도망 안해요. 다른 사람이나 도망하지 치머 나 혼자두고 도망 안해요.

그럼. 다른 사람은 누가 도망한다고 했느냐?

누가 도망 한다고 말 안했어요.

이런! 계집이.

(뺨 치는 소리)

아아아. 곤조님.. 곤조님..

똑똑히 말해.

왜 이러세요. 곤조님.

너도 저리 비켜라.

아아악..

흐흐흑. 때려. 때려. 흑흑흑. 왜 때려요. 일본군이 사람 왜때려.

이 계집이.

(사람 치는 소리)

아아악.. 왜 때려요. 왜 때려요. 흐흐흑.. 치머는 혼자 도망안해요. 거짓말이에요. 나빠요. 왜 때려요.

똑똑히 말해! 치머가 너보고 도망간다고 했지!

아니에요. 아니에요. 치머 그런 말 안했어요. 치머 도망 안했어요.

또! 이 계집이..

(사람 치는 소리)

아아아악..

반장님, 그만 두십시오. 반장님. 정말 모르는 모양입니다.

아니야. 이 년들이 속이고 있어.

아흐흐흐흑..

오.. 울지마 제삼이.

흑흑흑..

제삼이라고 했지. 너 정말 못들었어? 치머가 도망가는 거 정말 몰랐어?

난 모릅니다. 난 모릅니다. 흑흑.. 난 치머 못 만났습니다. 흑흑.. 치머 치머 보고 싶습니다.

알았다 제삼이. 울지마.. 울지마..

아니, 뭐야! 아.. 아니! 저 놈! 서라! 서라! 다마키. 얼른 쏴! 공포를 쏴라.

(총소리)

으으으윽.. 나으리.

이 자식이! 에잇!

(사람 치는 소리)

으으윽.

어머나.

아아악..

이 자식이.. 일어서.

네. 나으리 잘못했습니다. 나으리..헉..

너! 어느 분대냐?

9분댑니다. 나으리. 잘못했습니다.

누가 밤에 나오라고 했어. 너 도망가려고 했지?

아..아아..아닙니다. 아닙니다. 고.. 고향 여자가 여깄었습니다. 그래 왔습니다.

고향 여자 만나 같이 도망하려고 했지?

아..아아아닙니다. 아닙니다. 그저 만나만 보고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나으리.

거짓말 마라!

아..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나으리.

일어서라.

네.. 허허헉.. 살려주십쇼. 나으리.

가라!

네..

가자 다마끼.

네.

(발소리)

(음악)

서라!

예..에.. 나으리.

너! 9분대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나으리.

가라. 여기서 혼자 가.

가도.. 가도 좋습니까 나으리?

빨리 가란 말이야.

예.. 나으리..헤헤헤.. 헤헤.

쏴라. 다마키.

네?

쏘란 말이야.

어억.. 저 사람 쏘란 말입니까?

빨리.

그렇지만..

이리 내!

네..

(총 장전하고 쏘는 소리)

음.. 이런 시간에 밖에 나와 있는 놈은 도망자야.

풀 섶에선 밤 벌레가 울고 있었다. 남부 버마의 밤은 조용히 깊어만 갔다.

(음악)

(입력일 : 200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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