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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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
제127회 - 버마의 3대 하천 / 격전지
제127회
버마의 3대 하천 / 격전지
1968.04.01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음악)

연중 흰옷을 입고 있는 세개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 히말라야 산맥이 남쪽 인도양을 향해

내리 달리다가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서쪽은 흡싸 코끼리 코 같은 인도를 이루었고, 동쪽

은 인도지나 반도를 이루었다. 그 인도와 인도지나 반도사이 습지와 울창한 정글로 뒤덮인

지역이 이제 부터 시작될 이야기의 무대 버마이다.

일본 사람들은 비르마라고 불렀다. 지형은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으며, 그 사이 남북으로

버마의 3대 하천 격전지로 유명한 사르빈 강, 이라와디 강, 케이노이 강이 흐르고 있다.

면적은 67만8천 평방 미터, 우리 한국의 3배쯤 되는 넓이 이다. 기후는 연중 고온다습.

세계의 유수의 쌀 생산지이다. 수도는 량굼. 주민은 대표격인 버마 족을 비롯해서 카렌 족,

샨 족,친 족, 가친 족, 아라켄 족, 나가 족, 중국인, 인도인 까지 합친 그야말로 혼성 민족

이다. 버마 문화에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불교이다. 훌륭한 사원과 파

고다와 불상의 나라 버마. 속조 원중의 그윽하고 아름다운 고대사원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다. 주민들은 남녀 모두 찬란하게 아름다운 원색옷을 입고, 식사는 오른손 손가락 세개

로 집어 먹으며 왼손은 불결하다고 생각한다.

불교의 엄격한 계율로 살생을 금하며, 낮이면 까마귀들이 집안까지 날아 들어와 밥을 찍어

먹는다.

(군인들 걷는 소리)

사람과 파고다와 불상의 그윽한 버마에 일본군의 군화소리가 지축을 울렸다.

탱크의 우렁찬 카타벨라 소리가 불상의 고요한 천년 꿈을 깨뜨렸다. 개전 초 일본군은

사령관 이타쇼치로 휘하 3만 대군을 몰아 타일랜드 국경을 넘어 일로의 수도 량굼을 향

해 노도와 같이 진격해 갔다.

(물소리)

2월 11일에는 노한 강이라는 이름까지 붙은 급류의 사르빈 강을 돌파했다.

3월 8일에는 일격에 수도 량굼을 점령하고 말았다.

(음악)

수도 량굼. 막료 일동을 거느리고 마상에 높이 입성하는 사령관 이타쇼치로는 자못 의젓

했다. 겁에 질린 시민들은 일장기를 흔들었다. 이타 생애에 최고의 해이다.

(문 여는 소리)

그 날부터 수도 량굼의 모든 창고문이 일본군 손에 의해 열려졌다. 산더미 처럼 쌓인 쌀들.

"자 맛있게 마셔라.. 으하하하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떠드는 소리)

수천, 수만 박스에 이르는 맥주, 양주, 위스키, 진, 베르마치. 일본 동북지방 연방에서 자란

사병들은 기껏 일본주 정종 쯤으로 알고 병채로 마구 들이켰다.

(일본 노래 부르는 소리-시끄럽게 떠드는 소리)

(음악)

모든 호텔과 나이트 클럽, 바, 댄스홀은 땀에 절은 군복의 일본군 사병들로 들끓고 말았다.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떠드는 소리)

"군인아저씨, 추실까요?"

"뭐야 넌?"

"아이~ 춤 말이에요. 왈츠 줘요."

"뭐? 왈츠? 왈츠가 뭐야? 사또께서 왈츠하라~ 하하하하."

(일본노래 부르는 소리)

(음악)

일년 뒤, 1943년 3월 18일. 일본 총리 도조 히데키는 비르마에 괴뢰 민중대표 타모어를

도쿄에 불렀다.

(박수소리)

"오늘 이자리에 우방 비르마 독립에 차 타모어 장관일행을 맞이 한 것은 본 총리 도조

로서는 우리 일본, 버마 양국을 위해 더없는 흥쾌한 일로 생각하는 바입니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이 마당에 버마의 독립은 곧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 일본 황도 정신

에 합치고 귀의하는 것입니다. 대 일본 제국의 그늘아래 비르마 국민의 정의와 책임을

존중하고, 대동아 공영권에 일환으로서 신생 비르마를 탄생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

생 비르마는 대 일본제국과 일치가 돼 대동아 전쟁 완수에 가입해 협력하게 될 것입니다."

(박수소리)

5개월 뒤, 1943년 8월 1일. 버마 수도 량굼 건국 의회 의사당.

"독립 선언. 우리 버마 국민은 오늘 이자리에서 독립을 선언한다. 오랫동안에 우리 숙원

이 성취된 것이다. 버마국은 대 일본제국을 지도자로 하는 대동아 공영권에 일환으로서

세계 신질서 확립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1943년 8월 1일. 버마 건국 의회 위원장 타모

이하 연석."

(박수소리)

같은 날로 타모어는 총리로서 조각을 완료하는 한편 버마는 미국과 영국에 선전포고까지

했다.

(음악)

한편, 일본의 지식인 들도 총리 도조 히데키의 부르짖음에 기꺼이 호응했고, 협력을 아

끼지 않았다. 버마에 종군했던 일본 중견 작가 다카미 조우는 신생 버마가 버마 전선에

초목 두 작품을 썼고, 야마모토 가즈오는 버마의 승려, 버마의 정열, 폐부에 잠자는 대

불상, 버마의 무희등 작품을 썼고, 기다바야시는 진하고 푸른 이라와디의 푸름. 칸자푸

림 무혈진군 같은 보도 기사를 썼다. 전쟁이 끝났을 때, 일본 지식인의 대다수는 전쟁

의 책임을 군벌에게 돌리고 군벌들을 규탄하는데 선봉을 선 것을 생각하면 흥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 대륙에 파견돼서 보리와 병정, 꽃과 병정, 흙과 병정 따위 일

련의 역작을 남긴 작가 히노 아시에는 전쟁이 끝난 뒤, 그 모든 작품이 거의 거짓말을

쓴 것이라고 고백했다.

(음악)

영국군이 남긴 양주도 거의 바닥이 날 무렵. 어느 날.

량굼 호텔에 자리 잡은 일본군 선무 공작반 장교실에 한 사람의 버마인이 찾아왔다.

선무 공작 장교 호사카다 대위는 그를 정중하게 맞이했다.

"용건을 말씀 하실까요?"

"네. 좀 시간이 걸릴 얘기 입니다만, 괜찮겠습니까?"

"될수록 간단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간단하게.. 어디가든지 간단하게라고 말씀 하십니다만..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무슨 말씀 입니까?"

"대위 께서는 일본 병사들이 거리에서 뭘 하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치안유지에 임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본군이 신속하게 진격해 왔기 때문에 량굼시는 혼란

을 면하고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맞습니다. 공적인 면은 표면상으로는 질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온 것은 공

적이 아닌 면에서 말씀 드리려 온 것입니다."

"공적이 아니면..?"

"그렇습니다. 일본군 병사들이 공무 이외의 이후로서 우리 버마인 가정을 방문하고, 버마

인 부녀자들을 조사하는 짓을 하지 않도록 엄중히 다스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행동은 엄금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런 사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이 있

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대위께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 들은 일도 없다고 하지만은 거리엔 그런 사실

이 있습니다. 거리의 상가나 유흥장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가정에서도 일본 병사들에

피해를 입지 않은 집이 있다면 그건 아주 운이 좋은 편입니다. 물론 전혀 이해하지 못하

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군은 중국에서 오랜 전쟁을 겪었습니다. 그러니까 점령초기에는

다소는 난폭한 짓도 있을것 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일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그것은 조금도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빨리 요점을 얘기해 주시오."

"네. 요점은 벌써 얘기 했습니다. 전쟁이 인간의 욕망을 극도로 억압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

습니다. 또 그것이 반대로 폭발적인 힘으로 발산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 황군은 그런 욕망을 폭발시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황군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고유의 부시또 정신에 입각해서 점령지도 민중들도 일시 동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시 동인? 일본인의 일시동인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들의 개념으로는 정

복자와 피정복자간의 처음부터 일시동인이라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 직업은?"

"교사입니다. 역사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돌아가 주십시오. 난 바쁜 사람입니다. 구체성이 없는 얘긴 아무 흥미도 없고, 아무 발

전도 없을 것입니다."

"구체성 말씀이군요. 좋습니다. 구체적인 얘기를 하겠습니다. 량굼시외에 거주하는 어떤

사람 얘긴데, 그 집에 방문한 일본군 병사들은 부녀자들을 침범했습니다. 그것도 주인이

보는 앞에서. 그 뒤, 그 주인은 어딘지 행방을 모르게 됐습니다. 그의 행방은 일본군 자

신이 더 잘 알것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 사병은 우리 헌병대에 체포됐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헌병대에 체포된 사병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 주인이 바로 저와 같은 교직자 이기 때문에 제가 알고 있습니다."

"좋소. 조사해 보겠습니다. 만약 사실이 아닐땐, 당신을 체포하겠소. 고의로 우리 황군

을 비방한 죄로. 돌아가시오."

"조사하면 그 사실이 일본군 입으로 나올거 같습니까?"

"돌아가시오. 조사 선처하겠소."

"이대로 돌아가도 좋습니까? 나는 체포될 것을 각오하고 왔습니다."

"돌아가시오!"

"아무튼 할말을 다 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발소리)

"음..."

"고대로조!"

"네."

"미행해."

"네."

"헌병대 연락해서 감시하라고. 수상하면 체포해 버리라고 해."

"네. 알았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0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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