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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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23회 - 미국의 일본열도 장악
제123회
미국의 일본열도 장악
1968.03.27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타라와 상륙작전 그 첫날 전투가 끝났다. 중부 태평양의 밤. 탐색전인가 이따금 어디선지 소총소리가 들릴뿐,

전선은 조용했다. 아직도 초연 냄새가 풍기는 일본군 진지도 어두움 속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

해상 멀찌감치 전투대형을 갖추고 있는 미국군 함대. 낮 사이 포신이 불덩어리가 되도록 포탄을 쏘아 대던,

거포들도 이제 밤하늘에 뚜렷한 윤곽을 드러낸 채 쉬고 있었다. 빛나는 감시병들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그리고

부상병들의 신음소리만 들리지 않는다면 평화가 따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종군기자 로버트 샤롯트가 밤 늦게 5함대 기함 인디아나 폴리스에 좌승한 사령관 스프런스

제독을 찾아갔다. 샤롯트는 이 타라와 상륙작전에 처음부터 참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샤롯트군. 슬픈 소식이 있네. 배를 잃었어. "

"배라니요? 항모 리스컴 배 말씀입니까?"

"음."

"언젭니까? 아니, 아주 침몰했습니까? "

"오늘 저녁 무렵이야. 매킨 섬에서 얼마 멀지 않은 해상이야. "

"오. 폭격인가요? "

"아니, 잠수함이야. 일본군 잠수함이 어떻게 여기까지 기어들어왔던지. 어뢰를 쐈단 말이야.

단 한발을 맞았는데, 그만 폭발하고 말았어."

"아아. 그럼 배에 타고 있던 브리닉스 제독은 어떻게 됐습니까?"

"전사야. 거기서 살아남을 수 있겠나. 승무원 914명 중 272명 만이 살아남았다네."

"흐음. "

"그러니까 600여명을 잃은 셈이지. 조금전에 바다에 떠있는 272명은 모두 수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지만.."

"참담하게 당했군요. "

(음악)

사흘 뒤 11월 23일. 마침내 바다의 여신은 미국군 해병대에게 상냥한 미소를 던졌다. 겨우 수심 50cm나 1m

밖에 안되던 산호초에 조수가 밀려와 그득히 고였다. 모선을 떠난 상륙용 주정들은 기슭을 향해 쏜살같이 달렸다.

(배소리와 총격전 소리)

두시간 뒤, 일본군 방어선 제 1진과 제 2진이 무너졌다. 그러나 일본군은 본진 지하 진지 속에서 아직도

맹렬하게 저항했다. 티브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해병대 샤프 대령은 함정 연락용 송신기에 열띤 소리로

외쳤다.

"기함. 메릴랜드, 기함. 메릴랜드. 여기는 제 3 상륙지점. 메릴랜드, 메릴랜드. 들리는가? 여기는 제 3

상륙지점. 제 3 상륙지점. 탄약, 음료수, 휴대식량, 의약품 일체를 빨리 양륙하기 바람. 모든 종류의 탄

약 상륙부대에 전부에 보급 요망. 절대 필요함. 상륙부대 전황, 지극히 고전. 이상 샤프대령!"

(포격전 소리)

다시 세시간 뒤, 오후 4시.

"기함, 메릴랜드, 기함, 메릴랜드. 여기는 제 3 상륙지점. 메릴랜드 들리는가? 여기는 제 3 상륙지점. 손

해 다량. 전사자 헤아릴 수 없슴. 전투 효과. 일본군 고지에 각개 격파. 전세는 아군이 승리하는 것으로

보임. 계속 탄약, 음료수 기타 모든 물자 양륙을 바람. 이상 샤프대령."

(포격전 소리)

다시 한시간 뒤.

(닭 우는 소리)

전선에 기묘한 일이 생겼다. 기관총탄이 빗발치게 퍼붇는 진지에 어디서 뛰어나왔는지 여러마리의 닭과

돼지새끼, 고양이까지 나와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아마 일본군 진지에서 기르던 것이 놀라 뛰어 나온 모양이었다.

(가축소리)

지보리 포기 군조가 화염 방사기 옆을 뛰어다니며 꽥꽥 거렸다. 해병대 박격포 부대가 주간 관할에 있을때, 추

첨 상품으로 받은 오리이다. 그 후 오리는 박격포 부대의 마스코트 처럼 사랑을 받았고, 포기 군조라는 애

칭으로 불리웠다.

(포격전 소리)

어둡기 시작하자, 일본군의 저항은 훨씬 미약해 졌다. 미국군은 일본군 지하호를 각개 격파했다. 지하호 총구

에 수류탄과 다이너 마이트를 집어 넣고 화염 방사기로 지졌다.

(음악)

민간인 노무부대 제7 분대 지하호. 쭈그리고 앉은 채 밤을 새던 노무대원 한 사람이. 옆사람의 옆구리를 꾹.

찔렀다.

"동학이. 밖에서 광조가 좀 나오라네."

"광조가?"

"그래."

"어디 있는데?"

"어, 밖에서 기다려."

"응"

동학이라 불리는 노무대원이 슬며시 밖으로 나왔다.

"광조. 광조!"

"오!"

"무슨 일이야?"

"가만."

"누구냐?"

"어이, 네. 수고하십니다요. 우리 노무대원입니다. "

"노무대원?"

"그렇습니다."

"이 밑이 우리 진지입니다. "

"왜 나왔어."

"아. 진지 안이 어찌나 갑갑한지. 견딜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바람좀 쐬이러 나왔습니다."

"음. 늦지 말고, 들어가!"

"네,네 수고하십쇼. 코치님."

"알아!"

"오늘 밤, 이 놈들이 아무래도 수상해. 자네 무슨 얘기 못 들었나? "

"못 들었어. 저희들끼리만 수근수근 하고.."

"오늘 밤, 끝장을 낼 모양이야. "

"마지막 돌격한단 말인가?"

"벌써 사령부도 결단이 났다잖아. 시바다낀가 뭔가 하는 놈도 전사하고 말이야. 지체 할 수 없네."

"이대로 주저 앉아 있다가 거기 말려 들어갈 순 없지 않은가?"

"아까, 조선삐라는 어떻게 했어."

"저기 묻어 뒀어."

"그러니, 미국사람들이 정말 우리를 무사히 받아주겠는지, 믿을 수 없단 말이야. "

"일본 놈들 말마따나 포로로 잡아도 모두 자결해 버리지 않았는지.., 그리고 우선 말이 통해야 말이지."

"그래, 내 생각인데, 현우를 먼저 보내보는게 어떨까 해서 자네를 불렀네."

"아니, 미국군 진지에 보낸단 말인가?"

"현우라면 엉터리 미국말이라도 할 수 있으니 말이야."

"가서 우리 조선인 노무자가 몇명 귀순해 올텐데 정말 받아 주겠는가. "

"호랑이 굴에 밀어넣어 보자는 얘기군. "

"내 생각엔 염려 없을 거 같네."

(포격소리)

"응?"

"이게 어쩐 일인가?"

"9분대 쪽인데? "

"9분대야 틀림없어. 미국군이 저기까지 들어왔을리가 없고 말이야. 무슨일이 일어났군요."

"응."

"무슨일이야. 무슨일이야."

(호루라기 소리)

(총격전 소리)

"7분대! 7분대 전원 집합. 7분대 전원집합!"

(호루라기 소리)

"들어가세, 무슨일이 났네."

일본군 진지 입구에는 일본군 하사관이 사병 서너명을 데리고 와 버티고 서 있었다.

"어이! 7분대 전원 집합했나? 진지 밖에 나간 대원은 없나?"

"없습니다."

"7분대가 소지하고 있는 무기는 모두 내놔라. 소총, 총검, 수류탄, 기타 일체 무기는 여기 내놔! 빨리!"

"네."

(사람들 총을 내려 놓는 소리)

"이젠, 남은 무기는 없지? "

"네."

"하마다! 모두 중대 본부까지 가져와라."

"네."

"어이. 잘 들어라. 이제부터 너희들은 밖에 나와선 안된다. 절대로 안된다. 용변도 안에서 해라."

(사람들 웅성거림)

"조용히 해. 미국군 탐색대가 이 진지에 잠입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러니까 함부로 나가 다니는 것은

위험하단 말이다. 이 진지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마라. 알았나? "

"네.."

이 민간인 노무대 7분대는 우리 한국인 노무자 분대이다. 9분대도 한국인 뿐이다. 9분대는 일본군들이

최후의 돌격을 한다는 기밀을 알아차리고 미국군 진지쪽으로 집단 귀순해 가다가 일본군에게 발각되 모두

사살 당하고 말았다.

(음악)

(나팔소리)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총격전소리)

그 날 새벽, 일본군은 전 전선에 걸쳐 최후의 돌격을 감행했다. 불을 뿜는 기관총. 제 1진이 무너지는,

다시 제 2진, 불을 맞은 맹수 같은 절규, 고함, 울부짖음, 그리고 욕지거리.

(사람들의 소리와 총소리)

날이 밝았을 때, 스프런스 제독은 태평양 함대 사령관 리미트 제독에게 지극히 간단한 무전을 쳤다.

"타라와, 마침내 확보했슴."

일본군 수비대 4700명 중 장교 1명,하사관 16명. 그리고 우리 한국인 노무자 129명이 포로가 되고, 그 밖엔

모두가 전멸했다.

아쓰도에 이어, 제2의 옥쇄가 기록된 것이다. 민간인 노무자 2000여명 중, 한국인 노무자는 1500명이나 있

었지만, 그 대부분이 초전에서 전사하고, 겨우 129명이 남았던 것이다.

미국군은 전사 1140명, 부상자 2309명, 전투개시부터 끝난 시간은 75시간 42분. 미국 해병대 사상 최대의

결전이었다. 타라와 면적과 비례하면 평균 한평에 서른 여섯명, 한 자 평방에 한 명씩 전사했다.

제 5함대 사령관 스프런스 제독은 타라와에서 전몰한 장병들에게 최대의 찬사와 조의를 표했다.

(음악)

(입력일 : 20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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