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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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22회 - 미국의 일본열도 장악
제122회
미국의 일본열도 장악
1968.03.26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1943년 11월 20일 오전 9시 20분. 행동을 개시한 미국군.

각 지정 예정 코스로 진격!, 각 지정 예정 코스로 진격!

각 지정 예정 코스로 진격하라. 각 지정 예정 코스로 진격하라. 각 지정 예정 코스로 진격!

모슨을 딴 상륙용 주정. 수백척 상륙용 주정이 돌격해 갔다. 상륙지점은 타라와 해안.

상륙개시! 상륙개시! 상륙개시!

상륙개시!

1번차 전진. 1번차 전진. 2번차 전진. 2번차 전진.

3번차 전진. 3번차 전진..

5번차 전진. 5번차 전진..

5번차 전진. 5번차 전진.

지정을 내린 미국군은 수륙양용 주정에 옮겨 탔다.

해안선 일대는 얕은 산호초 이다. 해안선 일대. 폭 300m에서 1000m 까지 수심은 겨우 50cm에서 150cm이다.

얕은 산호초에 돌입한 추정은 전진을 못하고 엉금엉금 기어다녔다.

미국군은 얕은 산호초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포격소리)

맹렬한 포격. 전진을 못하고 혼란에 빠진 미국군 머리위에 해안 일본군 진지에서 각종 포화가 불을 뿜었다.

미국군에게 불행했던 것은 100년전에 작성한 해조를 기준으로 상륙했던 것이다.

100년동안에 산호초는 엄청나게 번식해져서 얕아져 있었다.

산호초의 해안선은 삽시간에 아비규환의 지옥으로 변했다.

(총소리)

(함성소리)

11월 하순, 때마침 아메리카 본토에서는 추계 각 대학 럭비축구 리그전에 연일 열전을 벌이고 있었다.

맑은 하늘, 맹렬한 태클에 관중들은 열을 띄고 흥분했다.

(음악)

브로드웨이에서는 한창 영화 오클라호마가 상영되고 있었다. 관중들은 잠시 전쟁을 잊고 즐겼다.

추수감사절을 몇 일 앞둔 무렵. 마케이티는 큼직한 칠면조와 통닭구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부유한 동부, 신대지 서부. 평화로운 남부, 각 가정마다 아들을 전선에 보낸 늙으신 어머니들이

아들의 무운을 빌었다. 고난에 주름진 얼굴. 소박하고, 그 큰손을 합장하고 경건하게 기도를 올렸다.

하나님. 올 해도 또 추수감사절을 맞이 했습니다.

하나님. 저희들의 페니에게 가호를 내려주시옵소서.

저희들의 페니는 지금 전쟁에 나가 있습니다.

페니에게 페니에게 하나님의 가호를 내려주시옵소서.

하나님.

하루속히 이 지구상에서 흉악한 전쟁을 몰아내고 고요한 평화를 되찾게 하기를..

하나님.

우리 아메리카의 귀여운 아들들이 평화로운 고국에 돌아와

우리 어머니들을 만날 수 있게 하기를..

하나님.

우리 아메리카의 아들들과 우리 페니에게 하나님의 축복과 가호를

내려주시옵기를 거듭 비옵나이다.

흉악한 전쟁이 물러가고 이 지상에 평화와 하나님의 축복이 내리시기를..

(총소리)

아득한 중부 태평양 열대의 태양. 보잘 것 없는 조그마한 섬. 타라와.

사패물 하나 없는 얕은 산호초에서 미국군은 작렬하는 일본군 십자 포화를 받았다.

부서진 미국군 수륙양용 주정이 수없이 뒹굴었다.

산호초의 바다는 금세 붉은 피로 물들어 갔다. 사병들은 피의 물속을 첨벙거리며 기어갔다.

구축함은 미친듯이 날뛰며 함포사격을 퍼부었다.

기함 메릴랜드 전투용 수송기는 쉴새없이 고함을 질렀다.

열띤 목소리, 울부짖음.

해병 사단장 스미스 제독에게 속속 불길한 보고가 들어왔다.

전황보고, 전황보고. 상륙지점 제 3에서 적 저항 완강함. 적 저항 완강함.

전황보고. 상륙지점 제 1. 적 간간 저항에 보고하고 있슴. 지체없이 지원부대 돌입바람.

전황보고. 상륙지점 제 2. 상륙지점 제 2의 위에서 상륙지정 다수 피탄 파괴됐슴. 부대는 물 속에 있어

결렬한 포화를 맞고 있슴. 양륙할 물자 아무것도 없으며 지체없이 증원부대 바람. 증원부대 바람.

하늘에는 기함 메릴랜드를 떠난 탐색기 킹피셔가 서서히 선회하면서 지옥부대의 지상상황을 보고했다.

사령관. 지금 무슨 보고를 어떻게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나이프 총을 머리에 들고 산호초로 향해 달려가는

개미떼 같은 무수한 사람의 그림자. 그 전후 좌우 이르는 곳 마다 물 기둥이 솟고 있습니다.

그들 모습이 수면에서 사라지지 않기를 조금이라도 더 달려나가기를 나는 기도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고함을 지르고 싶어졌습니다. 울부짖고 싶어졌습니다.

(포탄소리)

한낮이 지났다. 열대의 뜨거운 태양이 죽이는 자와 죽는자의 머리위에서 사정없이 열기를 내리 뿜었다.

밑에 전개되고 있는 것은 오직 혼돈뿐. 하나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었다.

(총소리)

(음악)

붉은 해가 수평선에 떨어졌다. 죽음과 아비스로의 바다. 초연 냄새 풍기는 바다가 자주빛으로 물들어 갔다.

총자루를 검어쥔 채 숨져있는 사병들의 애띤 얼굴도 아름다운 자주 금빛으로 물들어 갔다.

부서진 함정. 흰뼈를 드러내고 부러진 거대한 포신. 저녁노을 속에 흡사 거인의 발처럼.

허공에 내 뻗친 부러진 포신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장엄한 낙조. 아름답도록 장엄한 낙조이다.

(음악)

서서히 황혼이 다가 왔다. 그처럼 맹렬하던 일본군의 포성도 숨을 죽였다.

일본군 포대는 거의 다 파괴되고 오천명 가까운 일본군 병력도 3500명으로 줄었다.

산호초에도 어두움이 다가왔다. 수없이 많은 시체가 뒹굴고 있었다.

산자와 죽은자. 살아있는 사병들은 뒹굴어 있는 시체와 함께 아직도 물속에 잠겨 엎드려 있었다.

(모터보트소리)

모터보트가 재빨리 돌아다니며 부상자들을 실어갔다. 고무장화를 신고 온통 피에 젖은 군복을 입은 군의가

돌아다니면서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물 속을 첨벙거리며 돌아다니던 군목이 애띤 사병의 시체 옆에 두 무릎을 꿇었다.

오. 아들들아.

오.. 죽음이여..

너에게서 이제 죽음의 고통은 사라졌나니.

오.. 무덤이여. 말해다오.

너의 승리를 지금 어디에 있는가.

너의 승리를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니. 이 아들들이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옵니다.

이 아메리카의 아들들이 지금 하나님 품으로 돌아가옵니다.

이 들을 받아주십시오.

이 아들들에게 하나님의 평화와 평강이 있기를...

어이.

에이. 어디야?

여기다.

어어이.

몇시야 지금?

없어.

시계를 분명히 찾는데 없어져 버렸어.

몇시쯤 됐는지 모르겠다.

아유.. 굉장히 길다.

오늘 하루가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다.

하아. 내 생전 오늘처럼 긴 하루는 처음이다.

모선에서 내릴때가 아득한 옛날만 같다.

포탄이 떨어지고, 기관총 소산을 받은게 아까 낮의 일인데, 그것도 아득하구나.

흐음.

하하하하.

왜?

포기란 자식이 죽을때 말야.

뭐?

손을 번쩍 들고 있다가 ..

손을 번쩍 들어?

흐흐흐.

갑자기 스콜이나 소낙비라도 맞았을 때 말야. 얼굴에 핏방울이 튕기면 손바닥을 펴서 이..이렇게 가리잖아.

어.

상을 찡그리고 차가운 그 빗방울을 맞지?

응.

제대 기관소총이 사정없이 막 쏟아 질때, 포기 그 자식이 꼭 소낙비를 맞을때 처럼 상을 찡그리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었어.

하하하.

재밌지? 기관총탄을 소낙비로 생각했던 모양이야. 하하하..

그러다 맞았어.

어디를?

모르겠어. 어딘지. 가슴팍인지.

흐음.

근데 맞는 순간 또 피익하고 웃잖아.

웃어?

응. 피익 하고 웃는거 같았어. 그리고 고개가 앞으로 푹 숙으러 졌거든?

흐음.. 넌 그래, 그걸 똑똑히 봤어?

나도 엎드려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 때야.

어.

근데 이상하단 말이야. 참 모를일이야.

뭐가 이상해.

숨을 쉬자면 코를 위로 해야 할거 아냐. 반듯하게 눕고, 코를 위로 해야 숨을 쉴수 있지?

그렇지. 그렇지만 그게 어쨌단 말이야.

그런데 죽은 자식들을 보면 말이야, 모두 엎드려 있단 말이야. 코를 땅에 박고 말이야.

원, 바보 같은 소리. 흐흐흐.

하하하.

그렇지만, 코를 위로 하고 얼굴이 보이는 건 보기 좋지 않더라.

하아. 나도 죽을 땐, 얼굴이 보이지 않게 엎드려서 코를 박고 죽어야 겠어. 흐흐.

하하하.

마음대로 해. 엎드려 죽던지, 반듯하게 누워서 죽던지, 네 마음대로야. 하하하.

(음악)

(입력일 : 20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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