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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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113회 - 비스마르크 작전
제113회
비스마르크 작전
1968.03.15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북해의 거친 파도와 바람이 휘몰아치는 아류섬 열도. 일명 알레우트 열도라고도 불린다. 부기 50도에서 53도. 알레스카 대륙을 서남쪽으로 치달리던 산맥이 바다속으로 푹 잠기면서 그냥 사라지기가 아쉬웠던지 그 여세를 빌어 껑충껑충 뛰어넘으며 수십개의 섬을 이루어 놓은것이 이른바 아류섬 열도다. 그리고 그 끄트머리에 있는 섬이 이제부터 시작될 이 얘기 무대 아츠와 키스카다. 한때 우리 북양어선으로 유명해진 타치하버드 이 아류선 열도에 있다. 북해의 고도 아츠와 키스카. 이른봄 3,4월은 단단한 바다의 날씨도 맑은 날이 많지만 6, 7, 8월 여름은 짙은 안개가 끼고 11월 부터는 또 모진 눈보라가 휘몰아 친다.

-1942년 6월 8일 밤. 오랫동안 북해의 짙은 안개. 그리고 거친 파도와 싸우던 일본군 선단이 아츠 섬에 상륙했다. 병력은 1143명. 북해 지대라 부르고 지대장은 호츠미 소좌였다.

-새벽 7시. 호츠미 지대는 타치코부락에 돌입했다. 부락에는 두명의 미국인 선교사와 알레우트 족 45명이 살고 있었다.

-(탕 탕 탕)

-일본인을 만난 미국인 선교사는 그 자리에서 자결하고 말았다. 남은것은 알레우드 사람들뿐. 알레우드 족은 물개잡이와 모피사냥을 생업으로 하는 에스키모와 가까운 종족이다. 그로부터 약 1년. 이 아루션 해역 일대에서 여러차례 해전이 벌어졌고 폭격도 있었다. 일본군 부대장도 여러차례 갈리고 병력도 증강됐다. 아츠 섬 마지막 부대장은 야마자키 야시오 대좌였다.

-1943년 4월 상순. 그러니까 미국군이 아루션 열도를 일본군에게 점령당한지 10개월 후이다. 드디어 니미스 사령관은 킹케이트 제독에게 바츠도 탈환을 명령했다. 해군 함대 지휘관은 트렌시스 소장을 명했다. 아츠도 상륙부대엔 미국 제 7보병 사단이 선발 됐다.

-미국 서해안. 트렌시스 제독이 직접 지휘하는 전함 3척 순향함 6척 구축함 19척 수송선 5척 함공모함 2척 40여척의 대함대가 미국서해안을 떠나 북태평양 거센 파도를 가르며 서쪽을 향해 달렸다. 아츠도 상륙 예정일은 5월 7일. 그러나 폭풍과 거친 파도 때문에 상륙은 두차례나 연기 됐다. 5월 12일 새벽 2시.

-함공모함을 떠난 미국군 전투기와 폭격기 편대는 아츠도 전역에 맹렬한 폭격을 퍼부었다. 북해에 오전 2시라면 이미 날이 훤하게 밝아오는 새벽이다.

-세시간 동안에 결친 폭격이 끝났다. 미국군 탐색기 한대가 서서히 섬 상공을 선회했다.

-아츠도를 사수하고 있는 일본군 여러분. 얼마나 수고가 많으세요? 여러분은 여태까지 이 북해의 외로운 섬에서 훌륭하게 싸웠어요. 그러나 이제 여러분 자신이 잘 알다시피 일본군의 보급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어요. 이제 여러분에게 남은것은 추위와 굶주림 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뿐이에요. 여러분 진지상공에 갈길을 가세요. 우리 아메리카군은 여러분의 무의미한 희생을 원치 않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의 운명을 결정하는것은 여러분 자신이에요. 잠시 후 우리 아메리카군 ...부대가 상륙을 감행할때면 모든것은 ..니다. 그럼 일본군 여러분 우리 아메리카 군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어요.

-일본군 진지에서는 사람 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았다. 드디어 10시 30분. 북쪽해안 홀츠만에 천여명의 미국군이 상륙하고 저녁무렵까지는 총 병력 만 천명이 상륙을 완료했다.

-그날부터 일본군의 절망적인 저항이 시작됐다.

-야마자키 야시오 부대에 2600여명의 병력은 1500명으로 줄었다. 드디어 아츠도 북단 고지로 퇴각했다. 포탄은 이미 바닥이 나고 소총탄환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시마 북방군 사령부. 지시마 북방부 사령부. 23일 이례 적의 맹렬한 해군양면공격을 받아 제 1섬..는 괴멸되고 말았음. 이상. 5월 28일 아츠도 야마자키 부대.

-지시마 북방군 사령부. 적의 최후의 철추를 가할 것임. 모든 요점을 탈취당했고 오늘 29일 하루를 겨우 지탱할수 있을것임. 야전병원 수용중인 부상병들은 최후의 각오를 하고 이미 처치했음. 이상. 5월 29일. 지금 시각 오후 7시 30분 아츠도 야마자키 부대.

-이제 탄환은 완전히 소진됐음. 각자 수류탄 한발씩 남겨뒀음. 비 전투원 ..까지도 총검을 들고 적진에 돌입할것임. 살아서 ..의 굴욕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임. 이상. 지금 시각 8시 35분. 야마자키 부대.

-지시마 국방군 사령관 각하. 여태까지 각하가 베풀어준 은총은 깊히 감사하고 각하의 무운장..를 기원함. 지금 시각 9시 10분. 야마자키 야시오 대령.

-모든 상황을 보고 시키기위해 에노모토 참모 두마다 대위 두명을 남겨두겠음.그러나 생존은 어려울것임. 모든 기밀서류와 암호문서까지 소각했음. 이 전신이 끝난다음 무선기는 파괴처리하겠음. 다시 각하의 건승을 기원함. 이상. 지금 시각 9시 15분. 야마자키 야시오 대장.

-일본군 아츠도의 무선은 이 시간 이후 영원히 끊어지고 말았다.

-최후의 순간에 이르러 너희들에게 할말은 없다. 다만 부대장으로써 최후까지 분투한 너희들에게 감사한다. 너희들은 우리 일본 부시...에 꽃이다.

-30일. 새벽 2시. 우윳빛 안개가 자욱이 깔리고 있었다. 휘몰아치던 바람이 숨을 죽인것이다. 우윳빛 안개 속 5, 6명씩 무리를 지은 검은 그림자. 검은 집단이 소리도 없이 다가왔다. 검은 환영같은 검은 집단. 서로 어깨를 걸고 턱을 바싹 댕기고 앞을 노려보며 소리도 없이 다가왔다. 돌격 나팔소리도 없었다.

-와아아!!

-갑자기 미친 사람같은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시작이였다.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검은 환영은 모진바람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그 뒤에는 미국병사들의 시체가 뒹굴었다. 일본군의 돌격은 제국을 돌파하고 해안까지 내달렸다. 해안에는 야전병원 캠프가 있었다. 검은 환영들은 눈깜짝할 사이에 캠프에 돌입했다. 넋을 잃은 부상병들과 환자들을 검은 집단은 닥치는 데로 찔렀다. 찔러서 넘어진 자를 다음에 온 검은 그림자가 또 찔렀다. 그것은 태풍이였다. 인간이라고 생각할수는 도저히 없었다. 불을 맞고 살기를 띄운 맹수.

-돌격이 잠시 중단됐다. 검은환영들이 미국군 식량캠프안에 이르렀던 것이다. 검은 환영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조림을 닥치는 데로 뜯어 입속에 움켜넣었다. 이때만이 약간 인간같이 보였다. 숨어있던 미국군이 그들을 하나하나 저격했다. 검은환영들이 ...에 거꾸러졌다. 그러나 검은 환영들은 서로를 돌아다 보지도 않았다. 다시 돌격이 시작됐다. 태풍이 그 진로에 있는 모든것을 휩쓸어 넘어뜨리듯 일본군은 모든것을 쓰러넘어뜨리고 지나갔다. 이 폭풍의 돌격을 막아버린것은 미국군 정비병 일개연대이다. 먼 거리에 저항선을 치고 있다가 일제히 사격을 퍼부었다. 눈이 덮인 벌판 살아남은 일본군 500여명이 모두 눈위에 주저앉았다. 이윽고 여기저기서 폭음이 들려왔다. 저마다 수류탄을 가슴에 안고 폭사한 것이다. 북해의 쓸쓸한 섬. 눈 덮인 흰 벌판. 금시에 붉은 피가 번져갔다. 미국군들은 넋을 잃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국군은 전사 600명 부상 일천 이백명. 일본군은 전사 1500명 포로 28명. 미국군은 이 전투를 일본군의 만세 돌격이라 불렀다. 한편 일본군은 옥쇄라 불렀다. 아츠도의 옥쇄. 1943년 5월 30일의 일이였다.

(입력일 : 2008.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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