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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태평양 전쟁
제99회 - 뉴기니아 섬 분쟁
제99회
뉴기니아 섬 분쟁
1968.02.27 방송
‘여명 80년’으로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동아방송은 민족사와 세계사의 재조명이라는 사명감과 거시적 안목을 갖고 계속 정진해 명실공히 다큐멘터리 드라마의 풍요한 산실로서의 명망과 평판을 확고하게 구축했다. 동아방송의 다섯번째 다큐멘터리 드라마로 67년 11월 6일부터 69년 4월 27일까지 매일 밤 10시 10분부터 20분간 방송된 ‘태평양전쟁’은 모두 457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때까지 전방송의 프로그램 가운데 청취율 1위를 계속 유지해 다큐멘터리의 강세를 확인해준 작품이다.
-포트모레스비. 뉴기니아 남부해안에 있는 조그마한 항구이다. 이 항구는 약 1세기 전 모레스비가 처음 발견했기 때문에 포트모레스비라는 이름이 붙혀졌다. 포트모레스비는 또 일명 행방 불명자의 항구라고도 불렀다. 남해의 진귀한 보물과 금강을 찾아떠난 모험가들이 어쩌다가 마지막으로 기항하는 항구였기 때문이다. 맥아더 사령부가 포트모레스비에 기착했을 때에는 이미 네 개나 비행기장이 완성돼 있었다. 맥아더 사령부의 당면한 작전은 험준한 스텐리 산을 넘어 뉴기니아 북쪽 해안 부나라는 지역일대에 상륙한 일본군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솔로몬 군도 북단에 일본군 거점 라바울을 공략하는 문제였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군의 이 남태평양 작전은 그 지휘권이 해군과 육군으로 갈라져 있었다. 솔로몬 군도는 해군의 니미스 제독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아 방면은 육군의 맥아더 장군. 이 때문에 작전지휘 계통에 혼란이 생기고 여러가지 지장이 많았다. 그리고 맥아더 장군과 니미스 제독의 사이에는 자주 작전상의 의견 차와 대립이 생겼다. 그 의견차와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서 또 자주 육해군 연속회의가 열렸다. 해군측으로서는 니미스 제독 휘하 남태평양 방면 지휘관 하루제 제독이 참석하고 육군 측은 맥아더 장군의 망뇨 쿠르코 장군 정보부장 위로비 장군 공군 사령관 케니 장군 등이 참석했다. 회의가 얼마쯤 지나면 으례 맥아더 장군은 그 특유의 파이프를 비스듬히 물고 나타났다.

-좀 앉으시죠. 사령관 님.

-음 그대로 진행하게.

-네

-아 지금 라바울 작전인데요, 해군측 하루제 제독 의견은 라바울 일본군 기지에 먼저 폭격과 함포 사격을 가한 다음 병력을 상륙시키자는 것입니다.

-라바울에 상륙을 해? 하루제 제독?

-그렇습니다.

-음

-라바울 상륙을 어느부대가 한단 말인가?

-글쎄 올시다. 그걸 아직 결정을 못짓고 있습니다.

-결정 못짓는다기 보다 작전 구역이나 지휘 계통상으로 보면 라바울엘 상륙하는건 우리 육군이 맡아야 하지 않겠나?

-라바울에 폭격을 하고 함포사격을 가하는 것은 자네들 해군이 맡고

-그렇게 되는 샘이죠.

-음 그게 문제란 말이야.

-같은 라바울인데 육지에 기어올라가서 총을 쏘는 것은 우리 육군, 또 바다에서 쏘는 것은 자네들 해군이야. 그럼 라바울 일본군 비행장을 폭격하는건 자네들 해군이가, 우리 육군인가?

-하하하 육군도 하고 해군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얼마나 불필요한 낭비인가? 육군이면 육군 해군이면 해군이 맡아 해야지. 그 중복과 낭비를 뭘로 보상한단 말인가? 병력의 효과적인 집중이 불가능 하고 루즈벨트 대통령께도 여러차례 이 남태평양 방면 지휘권을 통합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어쩐 샘인지 잘 안되는 모양이야. 하루제 제독.

-말씀하십쇼.

-돌아가거들랑 니미스제독한테 잘 얘기 해주게. 지금 지휘권을 통합하는 것은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문제라고.

-네

-만약 지휘권 통일이 이루어 진다면 난 선인 지휘관의 지휘를 포기해도 좋다고 말이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령관님?

-지휘권이 통일 된다면 내가 니미스제독 예하에 속해도 좋단 말이네.

-아니, 그럴수야 있겠습니까, 사령관님.

-아니야 이건 중요한 문제야. 아무튼 니미스 제독에게 내 뜻을 잘 전해 주게.

-네

-그리고 본론에 돌아가서 라바울 공략 작전인데 라바울엔 지금 일본군 병력이 얼마나 있는가?

-5만 내지 6만으로 추산 되고 있습니다.

-음흠 그래?

-그 라바울이 쉽게 점령 될거 같은가?

-대단히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아시다시피 지상 병력 뿐 아니라 공군 세력도 우세하고 또 해안 일대에는 견고한 기세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음

-그러니까 라바울을 점령하자면 우리가 콰달카나루를 방해한 그 이상의 희생을 각오해야 할거 같습니다.

-음...

-앞으로 시작될 부나 전투보다도 더 어려울거 같습니다.

-그럼 위노비 군 의견은 어때?

-역시 하루제 제독 견해와 비슷합니다. 지금 우리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한정된 병력으로서 그 견고한 적 진지를 어떻게 점령해야 할지 전혀 방도가 없을것 같습니다.

-그렇게 견고해? 음흠 그렇다면 말이네 그처럼 견고한 진지라면 포기하지.

-네?

-점령을 그만 둔단 말이네. 어떤가? 제군 난 사실 그런데가 필요친 않아. 꼭 갖고 싶은 생각은 없단 말이네. 응? 흠흠 내버려 두는거야.

-내버려 두고 어떡합니까? 사령관. 오 륙만 적 병력이 있다는것은 엄연한 사실인데...

-하하하 그냥 있으라고 하는거야. 그 섬에 그냥 꼼짝말고 있으라고 하는거야. 우린 뛰어 넘어가지 뛰어 넘어가서 다른 약한데를 친단 말이야. 그리고 케니?

-네

-라바울은 자네 소관이야.

-제 소관이라뇨?

-폭격말이야. 폭격. 자네 부대가 폭격으로 라바울을 무력하게 만든단 말이네.

-알았습니다. 사령관.

-적의 견고한 진지는 뛰어 넘어가라. 이 한마디. 이 한마디가 그 천재적인 맥아더 전략의 착상이고 전략이다. 이른바 징검다리 작전 개구리 뛰기 작전이라는 뛰어난 맥아더 전략의 진수가 이 적의 견고한 방어전은 뛰어넘어가라 하는 한마디에 신비롭게도 요약되어 있다. 맥아더 장군의 유능한 망뇨들은 곧 이 착상을 구체화 했다. 그것은 적을 넝쿨 위에서 말라죽게 한다는 것이다. 넝쿨 위에 주렁 주렁 매달려 있는 적을 하나 하나 공격할 필요가 없이 그 줄기를 잘라버리면 적은 넝쿨에 매달린체 말라버린다는 것이다. 라바울의 경우 뛰어넘어 후방 약한곳을 점령하고 보급을 차단해 놓으면 라바울은 스스로 말라버린다는 것이다. 태평양 전쟁중 맥아더 전략의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세가지 결단이 있다. 맥아더 장군 자신도 태평양 전쟁을 논할때 반드시 이 세가지 자기결단을 언급한다. 그 제 1의 결단 전쟁초기 필리핀 전선에서 연합군을 바탄 반도에 집결시킨 것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일본군이 아무 예고도 없이 필리핀에 상륙해 왔을때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미국과 비일빈 연합군이 정면으로 대결했더라면 결정적인 타격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재빨리 바탄에 미끄러져 들어감으로써 일본군의 날카로운 예봉을 피했고 또 그 뒤 일본군의 남방진격을 적어도 6개월 이상이나 지연시켰던 것이다. 제 2의 결단 오스트레일리아 중부지역을 가로지르는 프레스페인 방어선을 수천마일이나 뛰어 올라가 뉴기니아 스텐리 산맥으로 전진 시킨 것이다. 이 결단으로 말미암아 오스트레일리아는 일본군의 침략에서 제외 되었고 전반적 태세가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 된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민들은 절망과 실의에서 자신과 승리로 변했다. 제 3의 결단 라바울 공략작전에 앞서 맥아더가 내린 개구리 뛰기 작전이다. 이 결단으로 말미암아 맥아더 장군은 뉴기니아에서 필리핀까지 화살처럼 직선으로 진격해 갔다. 이 3번째 결단이야 말로 태평양 전쟁을 승리로 이끈 가장 큰 요인중에 하나가 되고 또 일본군이 가장 무서워한 전술이다.

-맥아더 장군이 제 3의 결단을 내린 며칠 뒤. 공군사령관 케니 소장은 엄청난 일을 해치웠다. 케니는 라바울의 일본군 기지 항공기를 철저하게 부셔버렸던 것이다. 케니는 맥아더 휘하 사령관들 중에서도 대담무쌍하고 호탕하기 이를데 없는 사나이였다. 포트몰레스비에는 b-17의 중폭격기가 60여대나 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과 프레스테인에서 수리중 이었다. 그런데 케니는 중고품을 억지로 두들겨 맞춘 b-17 열 다섯대를 거느리고 라바울의 기습을 감행했다. 일본군은 활주로에서 이륙할 틈도 없이 고스란히 당하고 말았다. 무려 일본기 일흔 다섯대를 완전히 격파했던 것이다.

-케니가 왔습니다. 사령관님.

-음 하하하

-다녀왔습니다. 사령관.

-하하하 보고는 필요없네. 케니 다 들었어. 헤헤헤 케니 진짜 니놈은 해적이야. 니놈같은 녀석을 해적이라고 한다. 하하하

-하하하하

-이제부터 니 별명은 해적이라고 불러주마. 에? 헤헤헤헤

-하하 고맙습니다. 사령관. 하하

-애석한 일이야. 너같은 놈은 꼭 300년 전에 태어났어야 옳았어. 300년 전에 태어나서 5대양을 마음대로 휘둘러놓는 해적말이야. 응? 하하하하

-하하하 사령관. 저 사령관 제가 떠날때 보다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 군요.

-오 하하하 모두 니놈 덕택이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사령관.

-히히히 하하하

-이제 비일빈 가는 길이 빨라졌다. 위노비!

-네

-자네는 신문담당 텔레대령과 상의해서 신문기자들을 부르게.

-라바울의 전과를 발표하는겁니까?

-아니 필리핀에 가는 얘기를 한다. 필리핀 진격 작전을 설명하란 말이야. 해군은 아직도 좀 의견이 다르지만은 필리핀으로 가야해. 뉴기니아를 끝내면 곧 필리핀으로 가는 거야. 필리핀이 나를 부르고 있어. 필리핀이 나를 오라고 한다.

-아직 뉴기니아 작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맥아더 장군은 벌써 멀리 천마일이나 아득한 필리핀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력일 :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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